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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사의 조교일지-26화 (2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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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에는 수 많은 여성들이 있지만, 그 중 원로가 되는 것은 극히 적다. 이건 단순히 난이도의 문제가 아니다. 마탑을 이끄는 원로회의 성비는 여성 위주의 마탑 사회와는 정 반대로 남성에게 치중되어 있었다.

마탑의 원로라는건 단순한 고위 마법사가 아니라, 정치인의 일종이다. 때문에 원로가 되기 위해서는 본인의 실력 만큼이나 지인과 제자들의 실력 또한 중요한데... 마탑 수련법의 특성상 여성 마법사는 남성들에 비하여 계승의 효율이 많이 달린다.

지금 베론의 앞에 서있는 크리스티나는 그런 패널티를 극복하고 여성의 몸으로 원로가 된 인물이다. 그러니, 그녀의 훈육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때문에 베론은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

"마법 학교란 것이 무엇입니까? 그리고 제가 그곳에서 뭘 할 수 있을까요?"

"마탑은 여러가지 이유들 때문에 전통적인 도제식 교육을 채택하고 있지요. 새로운 수련법이 개발돼도, 스승과 제자의 1대1 교육 방침 만큼은 변함이 없습니다."

원로는 차근차근 이야기를 시작했다. 베론은 벌써부터 졸음이 몰려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애써 그것을 숨겼다. 그녀는 벌써부터 꽤 열정적인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이젠 이 방식도 바뀔 때가 됐습니다. 뛰어난 마법사라고 꼭 뛰어난 스승이 되지는 않는 법이고, 그 반대 또한 마찬가지니까요. 저는 좀 더 체계적이고 선진적인 마법 교육 시설을 고안했습니다."

"오오..."

베론이 살짝 감탄한 척 하자 원로가 흡족함을 표해보인다. '부장님 이야기 경청'은 베론의 장기들 중 하나였다. 어떠한 상황, 어떠한 화제라도 공감하고 호응할 수 있는 능력은 그의 생존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다행히 그 뒤로 이어진 이야기는 베론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원로는 마법 학교 개설에 대한 어려움과, 그것을 극복한 방법, 예상되는 효과 등을 설명해줬지만 베론은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더 많은 제자, 더 많은 섹스. 존나 좋군!'

처음에는 자연히 크리스티나쪽 라인을 타게될까봐 걱정했으나,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마법사들이 한둘도 아닌지라 그럴만한 걱정은 없었다. 크리스티나도 베론의 염려를 아는지라 그쪽에 대해서는 확실히 보장을 해줬다.

마법 학교의 교수들은 제각각 저마다의 분야를 맡게 되는데, 베론의 역할은 그 중에서도 계승의 의식 교육 담당이다. 단순히 의식과 방중술을 가르치는 것 뿐만이 아니라 학생들의 마력을 높이는 중대한 역할. 8등급 마법사이자 끝없는 정력을 지닌 그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베론은 크리스티나의 말에 감화된 척 하며 그녀의 손을 붙들고 말했다.

"사람을 제대로 찾아주셨습니다. 제가 이 세계에 오게된건 이 일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수락하는 걸로 알지요."

"당연합니다. 혹시 저 말고도 계승의 의식을 담당하는 다른 교사가 있습니까?"

"아직은 구하지 못했습니다. 혼자서는 힘들겠지만 무리가 되지 않을 선으로만 해주시면..."

베론은 그녀의 대답에 오히려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크리스티나가 야심차게 준비한 마법 학교는 이미 그럴싸한 건물까지 구해두고 있었다. 그는 하층의 목 좋은 곳에 마련된 기숙 학교로 곧장 걸음을 옮겼다.

이제 막 설립된 마법 학교의 1기생들은 너나할 것 없이 필사적이었다. 제아무리 잘난 견습생이라 해도, 제대로 된 스승을 얻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제자 역할의 견습들에 비하여 고위 마법사들의 숫자는 너무도 적다.

크리스티나가 굳이 마법 학교를 세운데엔 이런 이유도 있었다. 다만, 아무리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서라도 1기생은 조금 엄선해서 뽑을 필요가 있었다. 만약 그들의 성적이 시원찮으면 그녀의 정적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꼴이 된다.

때문에 스물이 조금 안 되는 1기 여학생들은 베론의 마음에 쏙 들었다. 남학생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여자들과 아예 다른 건물을 사용했다. 계승의 의식 과목을 담당하는 베론으로선 그들을 만날 일이 거의 없으리라.

자신들의 스승을 만나게 된 학생들은 저마다 간절함을 내보이며 베론을 환영했다. 그러나 그녀들 중 한 명. 그를 아니꼽게 보는 인물도 있었다. 베론은 이리나보다도 조금 작은 그녀를 보고 남몰래 입맛을 다셨다.

'쟤는 좀 따먹는 맛이 있겠는데...'

크리스티나가 고르고 고른 1기생들 중 한 명이니, 미모는 당연히 마탑에서도 상위권이다. 작은 몸이지만 가슴도 괜찮게 부풀어있다. 겉보기엔 앨리샤보다 살짝 작은 정도인데, 체구에 비하면 살짝 큰 편이다.

하지만 베론이 주목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그녀의 앙칼진 눈빛이었다. 그녀는 그가 무슨 부모의 원수라도 되는 것 마냥 남몰래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어렵사리 모른체 하며 인사를 마치고 공방으로 돌아갔다.

공방에서 기다리고 있던 앨리샤와 이리나는 그의 설명을 듣곤 살짝 당황했으나, 스승의 결정에 대하여 감히 무어라 할 수는 없었다. 다만 그를 대하는 태도가 은근슬쩍 쌀쌀맞아지긴 했다. 때문에 베론은 밤 새도록 그녀들의 화를 풀어줘야했다.

이윽고 학교의 수업이 시작되자, 베론은 며칠에 한 번씩 시간을 내서 그곳에 찾아갔다. 여자들의 반은 하나 뿐인지라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그는 먼저 계승의 의식을 치루기 전에 지금의 수련법이 얼마나 효율적인지 학생들에게 강의했다.

"이 수련법이 개발되고 나서 마법학의 역사가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래의 수련법에 비해서 아무리 적게잡아도 5배 이상 효율적이고, 상황에 따라서는 그 이상의 차이가 나기도 한다."

파릇파릇한 1학년생들은 열심히 베론의 강의를 들었다. 지나가던 애들 붙잡고 학교에 처박아놓은게 아니라, 자원자들만 엄선해서 골라냈으니 수업의 분위기가 좋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모두가 베론의 수업에 만족한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 그가 주시했던, 자그마한 체구의 여학생이 손을 들고 베론의 말을 반박한다.

"저기... 종래의 수련법에 비해서 5배 이상 효율적이라는건 너무 과장된 표현이 아닌가요?"

"전혀 아니다. 사실 5배도 많이 적게 잡은 편이다. 이 건에 대해서는 마침 좋은 표본이 있구나."

베론은 자신을 보조하기 위해서 동행한 이리나를 내세웠다. 그녀는 자부심 가득한 표정으로 베론의 옆에 섰다.

"여기 있는 이리나는 내 제자이자, 모험가 출신 마법사다. 이리나, 네가 6등급까지 오르는데 얼마나 걸렸지?"

"대략 40년 가량 걸렸습니다."

이리나가 대답하자 질문을 던진 학생이 얼어붙었다. 베론은 흡족히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한다.

"종래의 수련법으로는 40년도 굉장히 빠른거다. 이리나 정도의 재능을 가진 마법사가 아니라면... 그리고 최신식 수련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보통은 평생을 투자해도 6등급에 오르지 못한다. 이건 마탑의 역사책에도 잘 기록되어있지."

학생들의 과목에는 역사학도 포함되어 있는지라, 여학생은 마지못해 납득했다. 기가 산 베론은 그녀의 기를 꺾기 위해서 출수했다.

"내 제자는 마력 소실형으로 모든 마력을 잃은 뒤 4등급 마법사가 됐다. 최신식 수련법을 사용한 이리나가 1등급에서 4등급까지 올리는데 걸린 시간은..."

"3개월이 안 되네요. 언제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승님."

이리나가 공손히 고개를 숙여보이자 흥분한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지금 자기들의 앞에 서있는 베론의 실력을 조금이나마 실감했기 때문이었다. 베론은 그들의 기대를 조금이나마 낮추기 위하여 웃었다.

"물론 이리나와 나는 이래저래 상성이 많이 좋다. 그러니까 제자로 받아들인거고... 어찌됐든 이 수련법이 무척 효율적이라는건 의심의 여지가 없지."

"하지만 그런건 잘못됐어요. 아무리 마력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해도,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과 그... 도, 동침하다니요?"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와중. 질문을 던진 학생은 아직도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그녀의 발언은 마탑의 통념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었다. 보다못한 이리나가 앞으로 나서서 그녀에게 물었다.

"이름이 무엇인가요?"

"세리스 오메론입니다."

성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니 귀족가 출신인 모양이었다. 이리나는 세리스를 안심시키듯 설득하기 시작했다.

"세리스. 저도 처음에는 이 수련법이 무섭고 불건전하다 느꼈어요. 하지만 우리는 마법사입니다. 마법사는 마법을 갈고닦는데에 모든 힘을 쏟아부어야해요. 스승님은 무척 실력있는 마법사이시죠. 저런 분께 마력을 받을 수 있다는게 영광스럽고 귀중한 기회라는걸 아셔야해요."

"..."

"됐다 이리나.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설득시킬 필요는 없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고, 그걸 토대로 마법이 발전하기 마련이니..."

베론은 그럴싸한 개소리를 지껄이며 수업을 마무리짓곤 교무실에서 학생명부를 찾아봤다. 세리스는 원래 성직자가 되기로 했었는데,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마법 쪽으로 분야를 바꾼 케이스였다.

그녀는 다행히 마법 쪽에도 나름대로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으나... 성직자 견습 때의 사고방식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마탑의 최신식 수련법을 거부했다. 때문에 아직까지 스승을 찾지도 못한 채 헤메이다가 학교로 흘러들어왔다.

그녀에게 있어 이 학교는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을 것이다. 베론은 비릿한 속내를 품은 채 이 건방진 학생을 진심으로 굴복시킬 계획을 짰다.

============================ 작품 후기 ============================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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