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의 조교일지-13화 (1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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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의 많은 조직들이 그러하듯, 마탑 또한 일단은 국가에 소속되어 있었다. 하지만 마탑은 다른 조직들과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로 거대하다. 마탑이 몸담고 있는 왕국은 마탑에게 빌붙어서 살고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왕국에서 파견되는 감찰관들은 명목상의 감찰을 시행할 뿐이었다. 먼 길을 와서 차나 한 잔 얻어마시고 가면 다행이고, 방해된다고 공방에 발도 못 들이는 경우도 많다. 마탑은 아군에게도 꽤나 폐쇄적인 조직인지라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젊고 유능한 감찰관, 아르샤 베아그라스는 이번 감찰을 그런 식으로 처리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조금 세련된 방식으로 표현되긴 했지만, 얼마 전에 베아그라스 가의 저택에 도착한 소식은 놀랍다 못해 경악스러웠다.

마탑의 유망주로 촉망받던 동생이 한낱 산적들에게 강간당했으며, 그 일로 인하여 제자의 지위를 잃고 노예가 됐다는 이야기였다. 대귀족인 그녀의 아버지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을 듣곤 모종의 음모를 의심했으나, 동생을 아끼는 아르샤는 마탑에 대한 분노가 앞섰다.

"아르샤. 이건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마탑의 일처리가 그렇게 허술할리 없어. 섣불리 행동하지 말고 자초지총을 잘 알아봐야..."

"아버님, 어떻게 그렇게 태연하실 수가 있으십니까? 지금 당장 앨리샤를 데려오겠어요. 겸사겸사 그 스승이란 작자에게 합당한 처벌도 내려야겠죠."

아르샤는 평소 존경하던 아버지의 대답조차 듣지 않고 저택을 뛰쳐나왔다. 그리곤 때마침 예정되어있던 마탑의 감찰에 억지로 끼어들었다. 동료 감찰관들은 성난 그녀의 분위기에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며 경고한다.

"아르샤 양, 마탑을 잘못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아시겠죠?"

"저번에 신입이 사고쳤다가 우리쪽 모가지가 여럿 날아갔잖습니까. 부디 조심하자고요."

"저는 그저 법대로 할겁니다."

동료들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아르샤. 사실 그녀는 자신과 같은 감찰관들을 조금도 믿지 않았다. 왕국의 감찰대는 뿌리에서 이파리까지 부정부패로 얼룩져있었다.

게다가 그녀와 같은 미혼 여성은 그저 조롱의 대상이 될 뿐이었다. 만약 아르샤가 자그마한 잘못이라도 저지른다면, 상부는 그녀를 한직으로 밀어내고 아버지는 그녀를 결혼시킬 것이다.

때문에 그녀는 언제나 완벽한 일처리를 해내야했다. 같은 감찰관들도 그녀에겐 그저 경쟁상대일 뿐이다.

마탑은 독사들의 소굴 같은 장소이지만, 다행히 아르샤는 나름대로 믿는 구석이 있었다. 명문 귀족가인 베아그라스 가에 내려오는 보물. 갖가지 마법의 작용을 막아주는 반지다.

이걸 착용하고 있으면 아무리 뛰어난 마법사라도 자신을 조종할 수 없으리라. 그녀는 그렇게 자신하며 마탑의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마탑의 상부는 평소보다 훨씬 협조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녀는 그 사실이 조금 수상쩍게 느껴지긴 했으나, 마탑 내의 정치 싸움이라 인식하고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다.

일이 어찌됐든 간에. 앨리샤의 스승은 스승으로서의 책임을 져야한다. 단단히 뿔이 난 감찰관은 눈에 독기를 품고 베론의 공방으로 향했다.

"아르샤 언니!"

노예의 목걸이를 차고 청소를 하던 앨리샤는 왕국의 감찰관이 모습을 보이자마자 냉큼 달려나가서 그녀를 끌어안았다. 차가운 인상의 감찰관은 앨리샤의 핏줄답게 굉장한 미인이다. 다만 베론을 바라보는 눈에 한기가 몰아치는게 살짝 무서웠다.

그러나 그런 아르샤도 사랑하는 동생을 끌어안을 때에는 인상을 풀어낼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울먹일 것 같은 표정으로 동생과 포옹하더니 그녀의 목줄과 목걸이를 보고 경악했다.

"앨리샤. 이게 다 뭐니? 도대체 왜 이런걸 계속 차고있게 하시는거죠?"

아르샤의 분노가 목줄과 목걸이를 거쳐 베론에게로 향한다. 베론은 애써 웃으며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녀의 품에 안겨있던 앨리샤가 그 대신 정황을 설명한다.

"언니. 이건 내가 계속 차고있겠다고 한거야. 나는 주인님의 은혜를 저버리고 산적들에게 몸을 허락한 죄인인걸."

"주, 주인님? 그런게 어디있어?"

아르샤는 앨리샤가 이렇게 나오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한 듯, 당혹감을 숨기지 못한다. 그녀에게는 불행히도 앨리샤는 이미 뼛속까지 베론의 노예가 된 상태였다. 지금이라면 그녀는 자신의 친족도 웃으며 팔아넘길 수 있으리라.

어렵사리 냉정을 회복한 아르샤가 베론을 계속해서 추궁한다.

"그럼 앨리샤는 언제쯤 제자로 돌아갈 수 있는거죠? 애초에 스승쪽의 관리 미숙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된거 아닙니까? 그런데 왜 복귀를 시켜주지 않는거에요?"

"언니! 주인님은 아무 잘못도 없다니까. 다른 제자들의 보호주문은 산적쪽 마법사에게 깨졌는데, 주인님의 보호주문만 멀쩡했어. 저기 있는 이리나님만 해도 나랑 같이 잡혔는데 멀쩡하잖아."

앨리샤는 노예의 말투를 입에 잘 익히고 있었다. 이제 아르샤는 거의 기절할 것 같은 표정이다. 베론은 자신의 변호에 열중한 앨리샤를 잠시 말리며 아르샤에게 공방을 소개했다.

작정하고 꼬투리를 잡으러 온 아르샤는 그의 공방을 구석구석 꼼꼼히 살폈으나, 회사원 출신인 베론은 이런 일에 꽤나 익숙했다. 조금이라도 책이 잡힐만한 구석은 이미 다 정리된 상태다.

결국 아르샤는 공방 그 자체에서 꼬투리를 잡아내는 것을 포기하곤 식사를 위해서 돌아가려 했다. 그러나 앨리샤가 그런 그녀를 붙잡고 간절히 말한다.

"언니. 그러지 말고 저녁도 먹고 가면 안 될까? 내가 직접 만든거야. 언니가 온다고 해서 열심히 준비했어."

"...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노예로 전락한 앨리샤를 볼 때 마다 가슴이 아팠지만, 간만에 동생을 만난 기쁨이 그것을 뛰어넘었다. 열심히 밥상을 차린 앨리샤가 습관처럼 바닥에 꿇어앉으려 하자 베론이 그것을 만류한다.

"오늘은 상 위에서 먹자꾸나."

"네, 주인님!"

앨리샤는 정말 기쁘게 웃으며 아르샤의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아르샤는 그 모습을 보면서도 가증스러움을 느낄 뿐이었다.

총명하고 아름다운 동생이 저 멍청하고 못생긴 남자의 밑에서 배웠다는 것이 역겹게 느껴졌다. 그녀가 보기에, 자신의 아버지를 제외한 남자들은 전부 돼지나 다름없었다.

'마탑은 여성들 위주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다행히 감찰대는 며칠 동안 마탑에서 머물 것이다. 그러니 베론의 허점을 잡아낼 기회는 아직 많이 남아있다. 다음날을 기약하며 감찰관용 숙소로 향하려던 아르샤는 또다시 동생의 손에 사로잡혔다.

"저기... 주인님. 혹시 언니를 이곳에서 묵게 해주시면 안 될까요?"

"앨리샤! 너 멋대로 무슨 이야기를!"

"나는 상관없다. 어떠십니까 아르샤님? 감찰관용 숙소는 빈말로도 좋다고 할만한 곳이 못 돼서..."

왕국 감찰관에 대한 대우는 식사나 숙소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아르샤는 그런 것을 따지는 사람이 아니었으나, 베론에 대한 것을 좀 더 캐내고, 동생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건 무척 매력적이었다.

결국 동생의 애원에 못이긴 그녀는 앨리샤와 함께 목욕을 했다. 다행히, 노예 치고는 잠자리나 방이 그리 누추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누가 감히 베아그라스 가의 여인을 함부로 대하겠는가.

목욕을 마치고 동생과 같이 침대에 눕자 여행의 피로 때문인지 저절로 눈이 감기는 듯한 기분을 받았다. 그녀가 잠든 것을 확인한 앨리샤는 조용히 방을 나가서 베론에게 알린다.

"주인님. 언니가 잠들었어요."

"잘 했다. 그레이스의 약이 제대로 들었구나."

베론은 앨리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방 안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레이스가 내준 약에 취한 아르샤는 굉장히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그녀가 차고있는 마법 반지는 명문 귀족가의 보물. 따라서 각종 해로운 마법은 물론이고 약물의 작용까지 대부분 막아주지만... 베론에게 협력한 그레이스 또한 마탑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천재였다. 적어도 계승의 의식 방면을 제외한다면 그렇다.

물론 약물이라곤 해도 미약 따위는 아니다. 아르샤가 복용한 것은 단순한 수면제. 그레이스가 내놓은 해법상, 그보다 강력한 물건은 써먹을 수 없었다.

"베아그라스 가의 마법 반지는 무척 강력한 마법도구입니다. 주인에게 해로운 효과들을 막아주는건 물론이고, 주인의 허락 없이는 마음대로 빼내지도 못하죠."

"정조 보호 주문이랑 비슷한거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법이 없는 것도 아니에요."

그레이스는 자신이 직접 조제한 수면제를 건네주며 설명했다.

"마법 반지는 주인에게 해로운 효과들만 선별해서 방해합니다. 반지를 착용했다고 마법적인 치료나 강화효과를 못 받으면 안 되니까... 어찌보면 당연하죠. 제가 만든 수면제에는 약용 식물들만 들어가있어요. 그러니 반지의 방어기제를 회피할 수 있을거에요."

"그레이스양..."

의외의 도움에 살짝 감동을 받은 베론이 고맙게 그것을 받아들자, 그녀는 너무 그러지 말라며 웃는다.

"베론님께서 주신 도움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일입니다. 수면제는 여유롭게 만들어놓았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그러지 않으셔도 된다니까..."

그레이스는 작게 손사래를 치면서도 기대에 찬 얼굴로 물러갔다. 그녀의 도움 덕분에 아르샤를 재운 베론은 혼자서 그녀의 방에 들어간 뒤 문을 닫았다.

깊은 잠에 든 아르샤의 옷이 그의 손에 의하여 하나둘씩 벗겨진다. 이윽고 드러난 속옷은 꽤 귀염성이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기능성과 착용감만 중시한, 멋대가리 없는 물건. 그것까지 마저 벗겨내자 딱 흡족할 정도로 잘 빠진 몸매가 드러난다.

전체적으로 앨리샤와 비슷하긴 하지만, 동생쪽보다 가슴이 좀 더 크다. 겉으로 볼 때는 평균적인 크기였건만. 아무래도 속옷과 옷으로 잘 가리고 있었던 모양.

비록 이번에도 좆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되긴 했지만... 뭘 어쩌겠는가. 베론이 할 줄 아는게 이것 밖에 없는데. 그는 조용히 각오를 되새기며 그녀의 몸을 만지작거렸다.

'나에게 허락된 유일한 마법. 그것은... 섹스다!'

아르샤의 딱딱한 몸이 그의 손길에 반응하여 조금씩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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