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장. 사단의 천사가 되다 (1)
14장. 사단의 천사가 되다 (1)
산. 그냥 높은 산이다.
“어떡하지.”
고민이다. 이대로 사단의 편에 설 것인가. 아님 그냥 버림받은 상태로 지내며 아버지가 날 용서해줄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사실 용서해준다는 보장도 없다.
“흐음...”
난 옆에 있던 바위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퍽!
“악!”
내 주먹이 깨질 뻔했다.
“씨발 내 힘.”
억울하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억울했다. 내가 그동안 하늘나라를 위하여 한 게 얼만데. 천군들과 함께 목숨걸고 지옥으로 쳐들어가 지옥의 만리장성을 파죽지세로 무너뜨리고 1200여개 이상의 지옥군단을 심판했다. 그리고 곧장 지옥의 성전으로 쳐들어가 루시퍼와 맞짱떠서 녀석을 내 발 아래 굴복시키기도 했다. 근데 결과는? 타락. 게다가 대천사의 힘까지 다 잃어버렸다.
“아버지!”
난 다시 하늘에 대고 아버지를 불렀으나 아버지는 아무런 답장도 주시지 않았다. 근데 그때 저 하늘 높이 성층권에서 광명의 빛이 번쩍였고, 곧 그 빛이 내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그 광명의 빛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천사. 천사 두 놈이 세상을 덮을만한 커다란 날개를 펄럭이며 나에게로 다가오고 있는 게 아닌가.
“뭐야 저 새끼들은.”
난 대천사다. 천사장 미카엘 말고는 모두가 다 내 아래. 암튼 천사 두 놈은 곧 내 앞에 도착했고, 피식 웃었다.
“뭐고.”
“풉.”
내 말에 녀석들은 또 피식 웃었다. 잘생긴, 물론 나보단 못생겼지만. 암튼 한 놈은 금발이고 한 놈은 흑인이다. 아, 참고로 난 동양인. 정확히 말하면 이곳 대한민국 한반도의 기운을 받고 태어났다. 뭐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쪼개냐?”
난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물었다. 고작 천사 주제에 대천사인 내 앞에서 쪼개? 눈까리를 콱!
“이봐 민세현.”
금발새끼가 피식 웃으며 내 이름을 불렀다.
“뭐? 민세현? 너 누구야? 어디 천군 소속이야 새끼야.”
난 녀석의 소속을 물었다. 대체 어디 소속이기에 대천사인 내 앞에서 이런 깝쭉개지랄이란 말인가.
“나? 천군 3군단 소속 이현수라고 한다.”
금발새끼가 대답했다.
“천군 3군단? 이사현이 맡고 있는 군단?”
“그래 타락한 새끼야.”
빠각.
녀석의 개념 밥 말아먹은 대답에 내 인내의 심줄이 끊어져버렸다.
“이 새끼가!”
난 곧장 녀석의 면상을 향해 하이킥을 뻗었으나 녀석은 가뿐히 피하더니 앞차기로 내 가슴팍을 강하게 밀어찼다.
퍽!
“욱!”
쿵!
난 그대로 바위에 충돌하며 털썩 쓰러져버렸다. 분하지만 쨉이 되지 않았다. 힘을 잃어버린 난 녀석들에게 좁밥이었던 것이다.
“아...빌어먹을!”
난 아픈 몸을 이끌고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짱돌을 하나 집어들었다. 저 금발새끼 강냉이라도 하나 털고 뒤져야지.
“민세현. 우리 기억 안 나?”
“뭐?”
“이사현 대장이 너한테 밀려서 대천사 시험에 떨어졌을 때.”
“그때 뭐?”
난 짱돌을 하나 더 집어들었다. 내친 김에 저 흑인새끼 강냉이도 하나 털고 뒤지자.
“비록 우리 대장이 졌지만 그래도 존경하는 마음에 우린 널 축하해주러 갔었어. 근데 넌 우리한테 뭐라고 했지?”
“꺼지라고 했지.”
그래 그때 분명 내가 꺼지라고 했다. 왜 그랬는지는 아쉽게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나저나 이건 내한테 불리한 기억인데.
“그래. 그때 아주 맥락도 없이 꺼지라고 하더군. 그때 우리가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아냐?”
“소심한 새끼들.”
난 지지않고 한 마디 했다. 고작 그 말 했다고 지금 날 때리러 온 건가?
“뭐 소심? 그래 어디 소심하게 한 번 맞아보자.”
금발 천사가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고, 어느새 흑인천사가 내 등 뒤에 섰다. 그래서 나도 양손에 짱돌을 들고는 녀석들을 경계했다.
“덤벼 이 양아치 새끼들아!”
“양아치는 너였지.”
금발천사는 피식 웃더니 갑자기 사라졌다. 그리고 흑인천사도 사라졌다. 그리고 내 몸은 무형의 강한 힘에 걸려 꼼짝달싹 못하게 되었고, 그리고 녀석들은 다시 내 바로 앞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날 구타하기 시작했다.
퍽!퍼벅!퍼버벅!퍽퍼러퍽퍽!퍽!퍽!퍽!
그렇게 해가 지고 다음날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난 녀석들에게 처맞았다. 다굴빵. 진짜 이렇게 처맞기는 또 처음이다. 신기한 건 내가 기절을 하지 않았고, 아니 기절을 하지 못했고, 죽지도 않았, 아니 죽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근데 이 새끼들이 끝이 아니었다. 이 새끼들 이후로도 릴레이 하듯 천사들이 광명의 빛을 띠고 지상으로 내려왔고, 나를 구타했다. 걔 중엔 신입 개초짜 천사도 있었는데 녀석은 내 입에 똥닦은 휴지를 물렸다. 그것도 똥덩어리가 그대로 있는. 씨바 그게 얼마나 치욕적이었는지 아는가? 또 어떤 새끼는 내 육봉을 자르려 했으나 나에게 색녀 따먹는 임무가 있는 걸 알고는 가까스로 멈추었다. 뭐, 암튼 녀석들은 모두가 동일한 이유를 대며 날 구타했는데, 내가 자기들한테 막말을 했단다. 난 기억이 전혀 나질 않는데 말이다. 암튼 그렇게 한 달 내내 처맞다가 드디어 구타가 끝이 났다.
“씨발...”
난 대자로 뻗은 채 일어나질 못했다. 일어날 수가 없었다. 온몸의 뼈가 다 부러진 탓이다.
“아가리 함부로 놀리면 좃된다더니...이렇게 벌을 받는구나...”
내가 막말을 한 건 인정한다. 근데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근데 그렇게 심한 막말을 한 것도 아닌데...이 소심한 천사새끼들...하긴 워낙 영이 순결한 친구들이라 조그만 심한 말을 해도 쉽게 상처를 받는 이들이기도 하다. 근데 이건 너무하잖아? 힘도 없는 날 이렇게 한 달 내내 쉬지않고 다굴빵을...
“그래 이건 아니다. 개자식들...”
분노가 일기 시작했다. 나 대천사..였다. 그래. 지금 내 자존심은 굉장한 스크래치.
“복수하겠어.”
내 마음속에 피어나는 복수심. 복수심이 화산폭발하듯 강하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정말 환상적인 타이밍으로 정유화가 나타났다. 가사군의 부인이자 나에게 사단의 편이 되라 제안했던.
“자기 뭐해?”
“보면 모르겠니...”
난 여전히 대자로 뻗은 채로 고개만 간신이 옆으로 돌려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예 못 움직여?”
“뼈가 다 부러졌어. 회복하려면 1년을 걸릴 듯 한데.”
그렇다. 자가치유가 되긴 하는데 몸이 너무 망가졌다. 지나가던 행인이 날 발견한다면 그리고 그 행인이 의사라면 그는 내 몸 상태를 보며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명복부터 빌 것이다.
“풉.”
근데 내 말에 정유화는 피식 웃었다.
“재밌나보네.”
“봐 자기. 내가 말했잖아. 자기는 이미 버림받았다고. 근데 이건 또 뭐야. 버림받은 것도 모자라 집단 구타? 너무한 거 아냐?”
정유화는 내 가까이 다가오며 말했다. 그리고 날 내려다보더니 내 상태를 확인하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걸래가 다 됐네. 떡치러 와 놓고 자기가 떡이 됐네.”
그래. 그녀의 말대로 난 지금 피떡이 됐다.
“호랑이 밥 되기 딱 좋겠어.”
“아쉽게도 여긴 야생동물이 없어.”
“있어 여기.”
그렇게 말하며 유화가 저길 가리켰다. 그리고 저기엔 정말 맷돼지가 있었다. 그것도 3마리나.
“쩝.”
“자기. 이제 마음이 좀 돌아섰어? 복수해야지? 어때 우리 사단 편으로 오는 게. 그럼 자긴 내 부하들을 얻을 수도 있고, 색녀들을 따먹으며 힘도 되찾을 수 있어. 그리고 복수하는 거야. 자길 이렇게 만든 저 무식한 천사들에게.”
“그래. 그러자.”
난 단번에 오케이 때렸다. 더 이상 망설일 게 없다. 난 모든 걸 잃었고, 무엇보다 내 입에 들어간 똥휴지...진심 빡친다.
“좋아 자기. 자기가 방금 한 말은 지옥의 성령을 통해 지옥의 판에 새겨졌어. 이제부터 자긴 사단의 천사가 되는 거야.”
“그래. 그럼 내 몸도 지금 바로 회복 시켜줄 수 있어?”
“당연하지.”
유화는 씩 웃더니 숲을 향해 손가락을 끄덕였다. 그러자 한 이쁘장하고 굉장히 가녀린, 그런데 가슴은 겁나 빵빵한 한 여인이 숲에서 걸어나왔다. 그리고 그녀는 날 보며 씩 웃더니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언니 저 분이 민세현 대천사?”
“응, 민세현이랑 섹스하고 몸을 회복시켜 줘.”
“알았어 언니.”
그 섹시한 여인은 나에게 다가오더니 내 육봉 앞에서 무릎꿇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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