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떡치고 가라 (1)
1장. 떡치고 가라 (1)
“아...씨발...”
천사장 미카엘의 입에서 욕이 튀어 나왔다. 천사가 욕을 하다니...아직도 미카엘에게 적응이 되질 않는다.
“왜 그러십니까 천사장님.”
난 미카엘에게 욕을 한 이유를 물었다.
“루시퍼...”
“지옥의 군주가 아닙니까.”
내 말에 미카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그 자식이 세상에 색녀들을 보냈다.”
“색녀라면...타락한 천사들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지. 색녀들이 인간의 몸에 들어가 세상을 파멸시키고 있어. 이 남자 저 남자 다 따먹으며 불륜 및 가정불화를 조장하고 있지. 너 불륜이 인간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감정을 만들어내는지 알고는 있냐? 인간의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는 질투, 살심 이 모든 걸 끄집어 낼 수 있는 게 바로 불륜이고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이다. 사단은 지금 이걸 이용해 세상을 파멸시키려 하고 있어.”
“흠...”
그런 감정들. 그래, 인간들은 그런 감정들을 이겨내기 힘들다고 한다. 우리 천사들이야 그런 감정들이 다 조절이 되지만 말이다.
“그래서 내가 널 불렀다.”
“네?”
난 고개를 갸웃했다. 색녀가 세상에 판치고 있는 거랑 나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난 천사장 미카엘의 왼팔. 세상일에 신경 쓸 짬밥이 아니란 소리다.
“네가 색녀들은 사냥해야겠다.”
“네?”
“평소엔 말귀를 잘 알아 처먹더니 갑자기 왜 이래?”
미카엘이 혀를 쯧쯧차며 말했다.
“왜 제가 색녀들을 사냥해야 합니까? 다른 천사들을 보내면 되지 않습니까. 1중대 천군을 보내십쇼.”
“지금 나한테 명령질이냐?”
“아니, 그게 아니라...”
뭐 말만 하면 정색이야 저 양반은.
“이미 2중대 천군이 갔다가 모두 타락해버렸다.”
“네?”
“색녀들에게 미혹되어 타락해버렸다고. 따먹혔단 말이야.”
“....”
좀 황당했다. 천사들은 누구보다 순수하고 신에 대한 강한 신앙심으로 무장되어 있다. 근데 고작 타락한 천사인 색녀에게 당했다고?
“이번 색녀들은 다르다. 색기가 너무 강해. 그래서 내가 널 부른 거야.”
“아니 그럼 지금 저보고 색녀들을 잡아오란 말입니까?”
“네 맨탈이 가장 강하잖아. 색녀들에게 절대 미혹되지 않을 정신. 신에 대한 신앙으로 강력하게 무장되어 있는 맨탈. 색녀들을 상대할 수 있는 건 너밖에 없다.”
“하아...”
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난 이런 거 제일 싫다. 방탕하고 문란한 뭐 이런 것들. 정말 한숨 나오는 것들이다.
“그냥 잡아오면 됩니까?”
“아니.”
미카엘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따먹어야 해.”
“천사장님...따먹다뇨...어찌 천사장님께서 그런 저급한 표현을 쓰시나이까...”
“닥쳐라 새끼야.”
“....”
정말 천사장이 맞나 의심스럽다. 천사장을 정한 기준이 뭐지? 물론 미카엘씨도 처음엔 저러지 않았다. 몇 만년간 사단들과 맞서 싸우다보니 성격이 많이 예민해진 것이다. 그래도 따먹으라니. 인간들이나 쓰는 이런 저급한 표현을 대체 왜...이해가 안 된다.
“가서 색녀들을 찾고 섹스해. 그리고 반드시 사정해야한다. 그래야 너의 기운이 그년들을 천상으로 인도할 것이다.”
“아...섹스라니...저 정말 이런 거 싫습니다. 사단의 쾌락이 아닙니까.”
“사단의 쾌락이라니. 신성한 쾌락이구만. 종족번영에 꼭 필요한 쾌락이다. 함부로 말하지 말거라.”
“하아...”
심란하다.
“그럼 지금 당장 세상으로 내려가거라. 지금 이 시간에도 색녀들이 유부남들을 따먹으며 가정을 파괴하고 있다. 지금 이 유부녀들의 기도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유부녀들의 한과 원망, 억울함, 분노들. 네가 가서 정리해주고 오너라.”
“색녀 대장이 누굽니까?”
“구미호다.”
“구미호라면.”
“지옥의 군주 루시퍼의 100번째 손녀지.”
“후우...알겠습니다. 그럼 구미호를 따먹고 세상을 구원하겠나이다.”
“설마 너도 미혹되진 않겠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제 마음속엔 오직 신만이 계시며 신께선 항상 저와 함께 계시며 절 지켜주실 겁니다.
”“그래, 빨리 가라.”
“넵.”
난 세상을 집어삼킬만큼 거대한 날개를 접고는 옆에 있던 변기뚜껑을 열었어. 그리고 변기 안으로 발을 먼저 담군 뒤 이어 몸을 다 담그고는 뚜껑을 닫았다.
***
변기뚜껑을 열고 나왔다. 다행히도 아무런 이물질도 없는 변기였고, 난 깨끗한 상태로 인간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인간들은 어떤 옷을 입나.”
난 검지손가락을 까닥였고, 입고 있던 천사의 옷이 세상의 옷으로 바뀌었다. 검정색 정장바지에 흰색 와이셔츠. 그리고 검정색 구두.
“참나, 내가 이런 걸 입게 될 줄이야.”
난 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 수많은 남자사람들. 세상의 락에 쩔어있는 모습들. 저런 게 다 사단의 양식들이 아니겠는가.
“쯧쯧. 이런 것들에 미혹되지 말라했거늘.”
난 혀를 끌끌차며 거울을 쳐다봤다. 역시 잘생겼다.
“ 내가 이렇게 잘생겼었나.”
사실 뭐 잘생겼다고 해서 뿌듯하거나 그런 감정은 전혀 없었다. 육적인 아름다움은 전혀 중요한 게 아니었음으로. 나에게 중요한 건 영적인 아름다움이었으니.
“자, 그럼 색녀들을 찾으러 가볼까.”
난 화장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 어지러운 광경들.
“현기증 나네.”
초미니스커트를 입고 엉덩이를 씰룩거리는 여성들. 젖가슴을 반쯤 드러내놓고 격렬하게 상체를 흔들어재끼는 야한 여자들. 남자 육봉에 엉덩이를 부비적거리는 음탕한 여자들. 그리고 음탕한 남자들. 정말 가관이다.
“정말 인간세상은 썩어빠졌구만. 이러니 사단이 좋아하지.”
그때 한 여자가 나에게 접근했다. 아담하고 슬림한 몸매에 초미니스커트를 입고 있는 그녀. 얼마나 짧게 입었는지 팬티가 보일랑말랑이다. 게다가 슬림한 몸매와는 달리 젖가슴 볼륨은 엄청나다. 엉덩이의 봉긋함 또한 매우 우수. 나도 모르게 내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어우, 내가 왜 이러지.’
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사단의 양식들을 날려버리기 시작했다. 난 천사장 미카엘의 왼팔이다. 증명된 천사란 말이다. 이런 것들에 미혹될 리가 없다. 그래서 미카엘이 날 인간세상에 보낸 게 아니겠는가.
“오빠 혼자왔어?”
“네, 네...?”
나도 모르게 당황했다. 그리고 어느새 내 시선은 그녀의 새하얗고 뽀얀 허벅지로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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