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니여친쩔더라-323화 (323/325)

"일단 다들 대화할 생각이 없는 것 같네."

옷을 하나씩 벗어가며 싸우고 있는 정중앙으로 자리를 옮긴다.

입으로 대화할 생각이 없다면 다른 방법으로 대화를 시키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

"주목."

모두 싸우던 걸 멈추고 날 빤히 바라본다.

처음부터 이렇게 할걸, 그런 생각이 들자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싸움을 가장 빠르게 종결 시킬 한마디를 내뱉는다.

"전부 보지 까고 누워."

"...만약에 있잖아."

"응?"

"진짜, 만약에 우리가 아카데미 말고 평범한 느낌으로 만났으면 어땠을까."

"전부 다?"

"어어, 전부 다."

내 시답잖은 발언에 유민이는 바로 고민에 들어갔다.

"아예 능력도 없는 세계에서 만나는 걸 말하는 거야?"

"그래, 우리가 각성해서 능력이 이러니까..."

진짜 그냥 평범한 세계에서 말이야.

이 말은 여기가 아닌 내가 전에 살던 지구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여자애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만약에' 게임을 내가 하게 될 줄이야.

근데 여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너무 세계가 파란만장하단 말이지.'

안뚱땡과 안비실이 사라진 세계는 아직도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일단 백두산 게이트 같은 위험 구역이 넘쳐났고, 마계에서도 스멀스멀 마족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마왕은 분명 침투하지 않겠다고 했거늘.

아무래도 말 안 듣는 애들이 최근에 조금씩 생겨나는 듯했다.

그 이유도 물론 나 때문이었다.

마왕은 중간계로 가지 말라 하는데, 탐욕의 좌를 차지한 내가 떡하니 중간계에서 떡치며 가정을 차리고 있으니.

당연히 밑에서 불만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사실은 내가 인간이고 어쩌고 해봤자 큰 소용도 없었고 말이다.

그렇게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터지다 보니 정말 지구였다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거긴 게이트도 없고, 던전도 없고, 각성자도 없으니 지금보단 평화로울 게 분명했다.

"음... 글쎄, 난 그때도 태양이 첫 번째 여자 친구 아닐까?♥"

유민이는 저 말을 내뱉으며 내 자지를 단단히 잡았다.

최근 유민이는 '첫 번째 여자 친구'라는 타이틀에 굉장히 집착하고 있었다.

다 같이 동거를 시작하게 된 그 순간부터 시작된 서열 정리였다.

"최근 수진 언니가 너무 건방지게 기어 올라서, 아마 그쪽 세상에선 제대로 참교육을 시켜줬을 것 같아."

참고로 수진이는 '첫 번째 섹스'라는 걸 굉장히 강조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처녀로서의 첫 번째 섹스가 아니라 내가 여기 오고 나서 가장 처음 살을 섞은 여자라는 건데.

이런 식으로 각자 하나씩 주장할걸 내세워 정실의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

'내가 그때 분명 다 1순위라고 했는데.'

모두 함께 같이 가자는 의미는 그런 의미였는데.

그녀들은 다르게 생각했는지, 최근 배란일마다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오기까지 하고 있었다.

백태양으로 태어났다면 정조를 위협해야지, 위협 당하는 일은 없어야 정상일 텐데.

아이러니하게 동거가 시작되니 늑대 우리에 갇힌 양 꼴이 된 것 같았다.

"나으리, 식사 하시와요."

"어어, 응, 유민아 밥 먹으러 가자."

춘향이의 말에 난 정조의 위협에서 곧바로 탈출했다.

무슨 대화해도 섹스 한 번 하자는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가니, 이게 진짜 전부 다 내 업보란 생각이 들었다.

뭐만 하면 불러서 섹스하니까 이제 그게 너무 당연해진 거다.

'무리야, 11명이 매일매일 달려드는걸 어떻게 견뎌.'

이건 백태양이라도 무리였다.

심지어 다들 어떻게 된 건지 성욕도 전보다 왕성해졌었다.

멜라니까지 밥을 먹다가 발끝으로 내 허벅지를 건드리는 걸 보면 말 다 했다.

"당신, 왜 그렇게 봐요?"

"...아무것도 아냐."

새침한 표정은 여전히 똑같으나 얼굴과 몸이 진짜 다르게 놀고 있었다.

밥을 먹으며 난 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춘향이가 나 깨워주면서 자지를 물고 있고.'

그 후 씻으러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수진이랑 유민이가 들어온다.

그게 끝나면 멜라니가 화난 얼굴로 질투하므로 한번 해야하고.

리리엘은 밥 먹으라고 말하면 자위에 열중하다가 그대로 몸이 달아올라 날 덮친다.

유이는 느긋하게 오후 쯤에 일어나 씻자마자 바로 내 방에서 대기를 탄다.

혜미는 아카데미에 갈 때마다 외부 플레이를 요구하기 때문에 늘 스릴이 넘쳤다.

아테나랑 아르테미스는 본래 3P를 자주 했는데.

아르테미스가 나한테 처녀막이 뚫린 이후 개인플레이를 많이 원하고 있었다.

처녀신의 처녀 따는 이야기는 나중에 풀기로 하겠다.

메르피는 던전 공략 후에 마사지해달라고 조르다가 항상 꼭 한 번은 해야 했다.

가장 문제인 건 샤엘이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좀 쉬려고 잠을 자면 그녀는 꿈으로 들어왔다.

서큐버스 퀸이라는 이점을 적극적으로 살려서 꿈을 꾸게 만들고 깰 때까지 나랑 하는 거였다.

이게 싫다거나 질린다거나 지루하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오히려 좋았고, 단점 또한 딱 하나밖에 없었다.

'내 정력.'

내가 강대한 힘을 얻은 이유가 이걸 버티기 위함이었다는 걸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절대로 빠지지 않을 것 같았던 살도 3kg나 빠졌다.

그때문일까? 식사엔 항상 장어와 전복, 문어, 마늘 그리고 복분자가 늘 올라와 있었다.

정력에 좋아진다는 음식이라는데.

이건 솔직히 반찬 투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상념을 털어내고 입을 열었다.

"춘향아, 왜 다른 사람들은 항상 메뉴가 다양한데 나만 늘 똑같은 거야?"

"어... 모두가 요청했사와요."

"..."

너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11명의 의견이 통합해서 만들어진 밥상이란 거구나.

어쩐지 재료가 간단하게 구할 수 없는 최상품이다 싶었거늘.

그런 비밀이 숨겨져 있을 줄이야.

'이러니 뭔가 평범한 생활을 꿈꾸게 된단 말이지.'

인간을 벗어난 각성자의 신체여서 다들 이렇게 성욕이 왕성한 거겠지.

하지만 평범하다면? 다들 몇 번 정도만 하고 지치는 그런 무난한 수준이라면.

아니지, 거기서도 성욕은 점점 커지려나.

그렇게 몇 번 정도 생각하다가 어이가 없어져서 생각을 관뒀다.

그냥 지금에 충실하면 되겠지.

그런 결론을 내리고 장어를 입에 넣었다.

정력이 솟아 오르는 맛이었다.

'근데 진짜 만약이라는 게 있을 수 있는 거잖아.'

끝맛이 아련함을 남겼다.

++++++

"아... 섹스하고 싶다."

"응?"

"뭐."

"아니, 나도 하고 싶어서."

크리스마스 당일.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커플들을 보며 내뱉은 감상이었다.

내 옆에 있는 후배 놈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브 열시부터 크리스마스 당일 새벽 두시까지가 섹스 타임이래."

"아아... 그거."

"그러니까, 아주 많은 사람이 섹스한다 이거야, 최소 1/3."

"에에?"

"네가 알고 있는 주위 모든 여자가 그냥 섹스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말을 하는 남자의 눈엔 장난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진지하게 말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순수한 장난.

하지만 그 말 자체는 가볍지 않았다.

"근데 선배는 안 하잖아요."

"응?"

"아니, 선배 완전 알파메일인데, 안 하고 여기서 저랑 이러고 있잖아요."

"내 똥꼬를 빠는 건지, 욕을 하는 건지."

"둘 다죠, 신기해서요. 선배 잘생겼는데."

잘생기기만 했을까.

성격도 대외적으로는 나쁘지 않고, 몸도 좋고 주변 평판도 그럭저럭 괜찮고.

거기다가 머리도 좋아서 성적까지 상위권인 사람.

왜 항상 머리를 하얗게 물들이고 올백으로 치고 다니는지 이해 못 했으나.

후배는 항상 선배를 볼 때마다 진짜 대단한 새끼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왜 이 새끼는 중요한 날에만 여친이 없을까.'

발렌타인데이, 빼빼로데이, 크리스마스, 새해 첫날 등등.

연인과 드라마틱한 순간을 보낼 수 있는 모든 순간에 선배는 늘 여친이 없었다.

있었는데, 그때만 되면 기가 막히게 헤어지는 거였다.

그 짧은 텀동안 계속 여자가 바뀌는 것도 신기했는데.

가장 의아한 건 그 마인드였다.

언제 한 번 속내가 궁금해서 물어본 적도 있었다.

-선배는 왜 헤어져요? 그냥 그때 섹스 존나하면 되잖아요.

-사랑이 있어야 그런 날은 같이 보내는 거야.

이게 무슨.

그 소리를 들은 후배는 충격에 빠졌었다.

이 백발 태닝 새끼는 그럼 여태 여자를 사랑해서 만난 게 아니라고?

하다 보면 몸정이라도 들어야 정상인데, 참.

"아, 맞아 나 전학 간다."

"예?!"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선배를 보던 후배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거길 선배가 전학을 가요?"

"오라던데? 내 재능을 보고 놀랐나 봐."

"허."

말을 듣지 않아도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었다.

수재들만 모인다는 그곳으로 가는 거겠지.

성인들만 다니는 고등학교 느낌이라나 뭐라나.

듣기만 들었지 진짜 주변에 가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안 가도 되는 거 아니에요?"

"가긴 가야지, 사랑 찾아 떠나는 거지."

뭔 사랑을 찾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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