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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여친쩔더라-319화 (319/325)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대체 왜 여기에 날 불렀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너무 수준 차이가 나서 얼마 정도의 차이가 있는지 명확하게 모르는 건가?'

그런 이유라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아예 쳐다보지도 못할 나무니까 그냥 자기 눈이 닿는 곳까지를 격차라고 취급한 걸 수도 있었다.

그 위가 있는 게 더 확실하지만 자신이 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믿지 않는 미개함.

"진짜 신기하다, 이런 공간을 만드는 건 나도 아직 못 하는 건데."

이런 거 할 시간에 힘을 키웠다면 조금은 비등비등해지지 않았을까.

그래도 전보다 내구성은 좀 높아진 것 같은데 그렇게 유의미해 보이진 않았다.

확정된 결과를 바꾸지 못할 수준이라면 오십 보 백 보였다.

빡! 빡! 빡! 빡!

아주 가볍게 개빠따를 휘두를 때마다 김민수의 몸이 기괴하게 뒤틀린다.

그리고 맞으면서 김민수는 회복을 동시에 하므로 무슨 고무처럼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었다.

"끄흐...아직, 더 할 수 있어."

싸우자고 말을 한 뒤 삼십 초도 지나지 않은 시점.

김민수는 벌써 궁지에 몰린 주인공처럼 검 하나를 지팡이 삼아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상황만 보면 내가 악당이고 김민수가 무슨 용사처럼 보일 것 같아서 뭔가 억울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보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거.'

아만다가 먼데가 안절부절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었으나 큰 상관은 없어 보였다.

'아니지? 근데 왜 안 나서지?'

예전에 페트보이랑 싸울 땐 분명 개입을 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왜 지금은 가만히 지켜보는 걸까.

심지어 후방 기습을 했어서 하마터면 큰 위험에 빠질 뻔했을 때였다.

그때랑 지금이랑 다른 건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데 왜 아무런 지원도 해주지 않는 거지?

그런 의문을 품고 김민수를 두들기고 있을 때.

"나 진짜 화났다 백태양!"

드디어 김민수가 자리에서 번쩍 일어나 힘을 마구 뿜어댔다.

'그래, 이거지.'

샌드백 속이 모래에서 더 단단한 무언가로 채워지는 모습이라니.

아주 흐뭇하고 뿌듯했다.

뿜어져 나오는 힘이 서서히 갈무리 된다.

예전에 했었던 유니콘 각성 같은 모습을 하는 김민수는 여기서 멈출 수 없다는 듯 온 힘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정말 견제가 됐었다면 변신 도중에 바로 놈을 걷어차서 방해를 했겠지만 그럴 필요는 없어 보였다.

'되게 요란하네.'

어떻게 변신하는 것도 주인의 스타일을 그대로 반영하는지.

김민수의 날개죽지엔 황금의 날개가 솟아나고 있었으며 머리엔 하얀 왕관이 씌워져 있었다.

거기에 하얀색 곤룡포에 새겨지는 황금 용 자수까지.

어디선가 많이 봤다 싶었는데 묘하게 내 마족화와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이해는 된다.'

자신이 생각하는가장 이상적인 형태를 생각하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는 거겠지.

독자적인 스타일로 발전을 해야 하는데, 나한테 너무 많이 맞아서 그 기억을 떨쳐 낼 수 없었던 걸로 추정 됐다.

그렇지 않고서야 점점 모습이 구체화 되면 될 수록 내 마족화와 흡사해질 리는 없지 않은가.

심지어 팔에 미세하게 보이는 하얀색 선은 마족화 당시 내 팔에 흐르던 금맥과 똑같았다.

"우오오오오오! 검이여! 하나가 되어라!"

김민수가 자랑을 했던 세 자루의 검은 놈의 말에 따라 하나로 뭉쳐지더니 순백의 모습으로 다시 탄생했다.

검 손잡이 부분부터 코등이 부분까지 날개가 펼쳐진 듯한 비주얼의 휘황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는 검.

주인의 취향이 너무 과하게 들어가 있어서 그런지 대단하다는 느낌보단 너무 과하단 생각뿐이었다.

[미적 감각이 최악이야! 저딴 게 검이라니...]

가만히 있던 메르피조차 한마디 할 정도의 최악을 달리는 미적 센스를 보이는 김민수.

하지만 본인은 행복하게 웃으며 검을 잡고 있었으니 그거면 된 거 아닐까.

남한테 피해를 끼치면서 하는 건 아니었으니 말이다.

'아니지, 따지고 보면 나한테 큰 피해를 끼치고 있잖아.'

저거 하나 하려고 날 불러서 그 염병을 떤 다음 대결을 하자고 한 건가?

아만다가 먼데가 왜 안절부절 했는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시간이 걸리는 변신을 하려면 그때동안 견제를 안 받아야 되는데, 트롤 킹 혼자선 날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전력 차를 너무 잘 알고 있는 아만다가 먼데였기에 당연히 불안 할 수밖에 없던 거겠지.

"저거 얼마나 걸려?"

샌드백이 강화 되는 걸 마다 할 이유가 없었던 나는 느긋하게 아만다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어...이제 저기서 가면까지 씌워지면 다 끝남."

아만다가 먼데는 말하면서도 민망한지 내 시선을 마주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 상태로 답했다.

"그래, 뭐 좀 기다리지 뭐."

그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샌드백이 알아서 더 잘 견디기 위해 단단해진다는데 못 기다려줄 것도 없었다.

그렇게 결심을 하고 김민수의 변신 과정을 빤히 지켜보는데 자세히 보니까 치장만 생기는 게 아니었다.

'키가 좀 커지고 있네.'

코도 좀 높아진 것 같고 머리도 올백이 되는 것 같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김민수는 뭔가 나랑 정말 똑같아지고 있었다.

짙은 눈매라거나 헤어 스타일이라거나, 사람은 얼굴의 20%만 바뀌어도 다른 사람으로 보인다던데.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놈은 정말 완전 다른 사람이 되고 있었다.

"자, 어때 백태양."

그리고 마침내 김민수가 변신을 끝마쳤을 땐 난 너무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허, 미치겠네 진짜. 너 그걸 변신이라고 한 거야?"

"너무 멋있어서 말조차 나오지 않나?"

휘황찬란한 LED 조명을 온몸에 덕지덕지 붙이고 검에는 오리털을 마구잡이로 부착 시킨 듯한 외형.

거기에 뜬금없이 잘생겨진 외모와 불어난 덩치.

이 조합은 고전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왕자님 삽화 그 자체였다.

'이런 놈이 라스트 보스라니.'

마지막으로 밟아야 할 놈이 고작 김민수.

허탈한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난 천천히 놈에게 걸어갔다.

"그래, 네가 먼저 오는 게 맞지. 왜냐면 이제부터 넌 내 모습을 볼 수도 없을 테니까!"

스스스슥.

지근거리에 접근하자마자 김민수는 자기 자랑을 내뱉으며 내 시야에서 벗어났다.

확실히 변신 시간이 5분 정도 소요된 만큼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다.

"신이 된 날 네가 어떻게 할 건데!"

"이렇게 해야지."

등 뒤에 왔음에도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자기 위치를 스스로 노출 시킨 김민수.

놈은 내가 힘을 살짝 넣은 개빠따를 피하지도 못 하고 그대로 직격 당했다.

내가 때린 거라고 할 수도 없는 게 난 그저 개빠따를 뒤에 놓기만 했을 뿐인데 놈이 알아서 맞았기 때문이다.

'자기 속도조차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다는 증거지.'

빠르긴 한데 주변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고 출발점과 도착점 사이에 있는 중간 과정을 인지할 수 없는 신체 능력.

만약 놈이 제대로 훈련했다면 인지를 어느 정도 단계까진 해야 정상이었겠으나, 김민수에게 그런 걸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그냥 일단 강해졌다고 생각하고 자신감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싸움을 걸었을 게 불 보듯 훤했다.

빡! 빡! 빡!

100%를 발휘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무차별적이고 일방적인 폭력의 반복.

"꾸에에에에엑"

간간이 들리는 돼지 멱 따는 소리가 김민수를 얼마나 잘 패고 있는지를 판독해준다.

어차피 이런 결과가 될 거면 대체 왜 덤빈 건지 이해할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슬슬 지루한데.'

그렇게 한참을 김민수를 패고 있을 무렵.

파스스스스스.

'음?'

김민수를 때리면 때릴수록 가지고 있는 힘이 점점 옅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피해를 입어서 예전과 같은 화력을 못 내는 느낌이 아니라 정말 힘 자체가 사라지는 기분.

어디서 많이 겪어 봤다 했는데 안뚱땡을 팼을 때와 비슷했다.

'설마 그랬던 건가.'

어떻게 아무것도 없는 놈이 갑자기 힘을 여기까지 낼 수 있던 거지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놈은 자기 몸 안에 남아 있는 안뚱땡의 잔재를 최대한 끌어와 이 공간을 만들고 힘을 사용한 거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안뚱땡이 살아 있을 때 했던 서포트와 비슷한 행동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렸었구나."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 진짜 네가 마지막이었어."

라스트 보스가 김민수라니.

아마 세상 그 어떤 최종 몬스터보다 약하지 않을까.

'몸 안에 내재된 권능을 이끌어내니까 자신이 신이라고 생각한 거겠지.'

세상을 마음대로 조작 가능한 말도 안 되는 권능의 찌꺼기.

그걸 김민수는 신의 힘이라고 착각하고 나와 싸우자고 부른 거였다.

"어이가 없다."

뭘 해도 될 것 같은 기분으로 제대로 된 힘을 파악 했다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졌을 텐데.

어떻게 매번 색다른 멍청함으로 사람을 놀래키는지, 정말 말도 안 되는 재능의 영역이었다.

빡!

"꾸에에에에엑!"

일단 김민수의 복부에 주먹 한 대를 갈겨 돼지 멱 따는 소리를 시원하게 들은 후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한 번 했다.

정말끝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너무 약해서 적당히 손 봐주다가 신위를 사용해서 금제라도 걸어둘까 했거늘.

김민수의 몸 안에 안뚱땡의 찌꺼기가 남아 있고, 그걸 내가 부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많이 달라지게 된다.

"미안하진 않지만 그래도 좀 많이 패야될 것 같으니까... 춘향아!"

"네 나으리! 절대 저 잡년이 나으리의 대업을 막지 못하도록 보필하겠사와요."

"좋아."

힘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팼는데도 아직 외관이 멀쩡한 걸 보면 위험한 수준인 건 맞을 터.

김민수가 멍청해서 힘을 제대로 다루지 못 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 걸 놓칠 뻔했다.

마음만 먹으면 세계의 상식을 바꾸고 주인공을 다시 자신으로 지정할 수 있는 사기적인 힘.

반드시 제거해야만 했다.

'춘향이 배치도 끝났고.'

그때처럼 갑자기 트롤 킹이 나타나 후방 기습을 할 수도 있었기에 빠르게 춘향이를 불러냈다.

C급 게이트 보스와  S급 게이트 보스의 싸움은 안 봐도 뻔한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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