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니여친쩔더라-315화 (315/325)

멜라니 같은 사정이랄까, 마침 같은 금발이니까 어느 정도 통하는 게 있기도 하네.

내가 금발은 좀 방치하는 경향이 있나 봐.

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꾹 눌러 위장에 담갔다.

"그럼 뭔데! 그럼 왜 나랑 안 했던 거냐고!"

"어... 바빠서?"

"지금은 안 바쁘니까 나랑 하면 되겠네!"

휘리릭.

유이는 주변에 침대가 확인되자마자 몸을 내 쪽으로 기대더니 그대로 날 쓰러트렸다.

아주 자연스럽게 무게 중심을 내 쪽으로 옮겨서 날 침대에 눕히다니, 보통 실력이 아니었다.

"지금 바빠 안 바바!"

"바바? 바바가 아니고 바빠..."

"아무튼 어떠냐고오오!"

"안 바빠..."

"그럼 나랑 자!"

큰 목소리와 함께 유이는 꽁꽁 싸매고 있던 담요를 풀었다.

"오..."

절로 감탄이 나오는 비주얼이었다.

침대 바로 앞에 있는 창 사이로 흘러 들어오는 빛이 유이를 부드럽게 감싼다.

구릿빛 피부에 윤이 나고 그와 대조적으로 붉게 물들어 있는 그녀의 볼이 보인다.

"빨리 대답해!"

"자야지, 자야지, 진짜 자야지, 근데 지금 여기서 바로 할 거야?"

"바보야? 당연한 거 아냐? 난 당연히 너랑 지금 여기서! 바로! 자려고 온 거야!"

귀여운 투정.

유이는 주먹으로 내 가슴팍을 툭툭 치더니 결심이 선 듯 자기 웃옷을 양팔로 꼭 잡았다.

스르르륵.

천천히 복부를 보이다가 밑가슴에서 멈추는 옷자락.

엄청난 굴곡에 옷이 올라갈 때 가슴이 걸리는 거였다.

유이는 술이 좀 깬 건지 살짝 물기가 젖은 눈으로 날 내려다봤다.

'이건 발기를 유발하는 눈이네.'

젖은 눈으로 옷을 벗으려다가 멈추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해.

난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유이의 웃옷을 마저 벗겼다.

훌렁.

가슴 부근을 벗기자마자 바로 엄청난 볼륨감을 가진 그것이 모습을 드러낸다.

"...유두는 보지 마 부끄러워."

"가장 먼저 보이는 게 그건데?" 

"거기가 가장 부끄럽단 말이야...!"

유이는 그런 말하면서도 손을 얌전히 내리고 여전히 날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 눈빛은 여기까지 했으니 나머지는 알아서 좀 하라는 신호 같아서 난 진하게 웃었다.

"술이 좀 깬 것 같은데."

"깨면 뭐!"

"아니 이제 굳이 그렇게 큰 소리 안 내도 된다고, 알아서 할 테니까."

"나... 진짜 싼 여자 아니야 네가 먼저 막... 내 보....보지이...에다가..."

"알아, 안 다니까."

근데 넌 하나는 아마 모를 거야.

'네가 내일 못 걷는다는 걸, 꿈에도 모르겠지.'

성욕의 도화선이 화르륵 불타올랐다.

"...그때처럼 해야 해, 막 엄청 달려들어서 그러면 안 돼. 무슨 말인지 알지?"

"알아, 너 처녀인 거 지구상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나일 걸?"

"그런 말도 금지!"

쉽지 않네.

술이 좀 깼다고 해도 확실히 아직 취기가 남아 있긴 한 건지 유이는 굉장히 다채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대충 이렇게 말하겠구나 싶어서 그쪽으로 맞추면 다르게 반응하고, 그럼 또 거기 따라가면 또 아니라고 말하고.

이랬다 저랬다 하는 장단에 맞추는 건 정말로 죽을 맛이었다.

쪼물쪼물.

그러는 와중에도 유이의 가슴을 만지는 건 잊지 않았다.

초코 찹쌀떡처럼 탱탱하고 위에 올려진 딸기 젖꼭지.

무슨 상황이 있어도 이걸 만지는 건 절대 참지 못 했다.

꾸욱꾸욱.

"흐읏...사람이 말하면 좀...진지하게 들어어...!"

"듣고 있어, 진지하게."

"젖꼭지 누르면서 듣는 걸 진지하다고 말할 수 있을...흣으...으응...조금 더 세게...해 줘도 돼..."

유이는 말을 하다가 본질을 까먹고 본능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내뱉었다.

취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이왕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에 용기가 솟구치고 있는 거로 보였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걸 깨닫고 결사 항전을 하는 장수의 마음가짐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흐읏...은... 날 대할 때는 조금 더 조심스럽게에..."

"그건 곤란할 것 같은데."

"응?"

"그러기엔 우리가 또 완전 처음은 아니잖아."

처녀막을 뚫지 않았을 뿐이지 그 외 다른 건 전부 다 했다고 볼 수 있었다.

섹스의 진도가 1이고 아무것도 안 한 게 0이라면 유이와의 진도는 0.75 정도였다.

진짜 딱 '처녀'만 따지 않고 물고 빨고 다 한 사이에서 살살이라거나, 조심스럽게라거나 하는 단어들은 어울리지 않았다.

"그런 걸 원했으면 애초에 개구리 공주 게이트에서 미리 말을 했어야지."

그땐 내 팔 가슴골에 끼고 은근슬쩍 내 다리도 쓸어 올리고 그랬잖아.

"우리 은근 한 거 많은데 그런 거 싹 잊고 갑자기 성에 대해 처음 눈 뜬 시골처녀처럼 대해 주길 원하는 건 무리가 좀 있어."

날카로운 지적에 유이는 눈을 끔뻑거리며 생각 한 번 가다듬는 듯 보였다.

첫 만남부터 게이트 내부라고는 하지만 여관에 들어가서 성기를 다 보여 준 사이.

뒤늦게 나와의 추억을 하나씩 떠올렸는지 유이의 얼굴색은 실시간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건 무효...!"

"라고 하기엔 우리가 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냐, 그 이후로도 몇 번 더 했으니까...애초에 69 자세까지 한 사이를 풋풋하다고 보기엔 좀 어렵지."

"..."

유이는 정말 할 말이 없어진 건지 주먹을 꼭 쥐고 날 지그시 바라봤다.

지그시라는 표현보다는 분해죽겠다는 얼굴이었는데 취해서 그런지 표정이 많이 풀어져 있었다.

그녀는 사우나 안에 들어가 있는 눈사람 같은 모습하면서 휘청휘청 거리고 있었다.

"술 많이 마셨나 봐."

"한...두 병?"

"두 병? 잘 마시네."

두 병이면 어느 정도지.

평소 술을 잘 즐기는 편은 아니었던 지라 주량이란 개념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중 유이의 말이 쭉 이어졌다.

"원래는 네 병 정도까지 마셨는데, 아무래도 노블이 해체 되고 나니까 딱히 뭐 술 마실 일이 없다 보니 그렇게 됐어. 양주가 독하긴 하더라구우으..."

양주? 양주 두 병을 까고 여기 왔다고? 그리고 한창 노블에 있을 땐 그걸 네 병 정도 깠다라.

이건 술에 문외한인 나여도 그녀의 주량이 어느 정돈지 확 와닿을 수 있는 대사였다.

'언제 한 번 집에서 다 같이 술 파티나 열어볼까.'

술 다들 얼마나 잘 마시려나.

그런 상상을 하며 행복을 키우던 중 유이가 갑자기 털썩 내 쪽으로 쓰러졌다.

"허리 세우는 거 힘들어..."

이어지는 투정.

술에 취한 상태로 여기까지 걸어와서 몸을 좀 쓰긴 썼으니 뭐 그럴 수도 있었다.

'그건 어디까지 일반인의 경우지만.'

지금 유이는 대놓고 귀여운 투정을 부리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내가 잠깐 딴생각을 하느라 말과 행동을 멈췄다고 부리는 어리광이란 뜻이다.

각성자가 그렇게 쉽게 허리에 힘이 빠질 리가 없지 않은가.

'아직 섹스하기도 전이고 양주 두 병 마셨다고 쓰러지는 각성자?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만약 내가 빙의를 당하고 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면 깜빡 속았겠지만 그건 너무 과거의 일이었다.

"많이 힘들었어?"

"응...허리가...앗...히약...!"

고개를 푹 숙이고 내 품에서 뺨을 비비는 유이의 엉덩이를 꽉 붙잡았다.

쪼물쪼물.

몸을 내 쪽에 기대서 가슴을 만질 수 없으니 이렇게라도 비슷한 촉감을 갈구해야 했다.

'엉덩이쪽이 더 쫀득하네.'

태닝과 미인계의 조화가 엉덩이에서 꽃 폈다고 봐도 될 정도로 엄청난 감도였다.

찰흙처럼 손에 짝짝 달라붙는 것도 모자라 꾹꾹 누를 때마다 소리까지 나다니.

"흐읏...아니 엉덩이는...쫌...!"

이보다 더 훌륭한 엉덩이는 세상에 없을 게 분명했다.

'이제 슬슬 해볼까.'

여태까진 유이가 계속 조심스럽게, 섬세하게, 부드럽게를 말하길래 적응할 시간을 주려고 만지기만 한 거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작업을 위해 손을 분주하게 움직였다.

스르르륵.

유이의 뒷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속옷을 내린다.

"진짜 살살 해줘야 해..."

"안다니까."

이마에 입을 맞추며 팬티를 벗기려하자 유이는 고양이처럼 몸을 쭉 뻗어 옷을 벗기기 쉬운 자세를 만들었다.

부끄럽다고 말하면서 막상 팬티를 벗기려고 하니까 엉덩이를 살짝 드는 전형적인 암컷의 몸가짐이었다.

하기 싫다고 하지만 하려는 움직임을 취했을 땐 절대 거절하지 않는 요망한 짓거리를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근데 이거 하면 우리 사귀는 거야?"

"응?"

"아니 관계를 그...확실하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싶어서...난 솔직히 몸 뿐인 관계도 나쁘지 않고, 뭐 진짜다? 쿨한 척하는 게 아니라 어 음... 귀찮은 사람이 되는 건 딱 질색이니까 근데 있잖아 아무래도 역시 조금 하기 전에 앞서 뭔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는 게 좋지 않을까나... 라는 생각이 살짝 들어서."

관계의 애매함.

유이는 이때다 싶어서 말을 길게 붙이며 자기 생각을 빠르게 내뱉었다.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자기 마음을 들키기 싫은 척하면서 본론을 전하는 에둘러 말하는 화법.

확실히 어투에서 국적이 확 느껴지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당연히 사귀는 거지."

"응? 진짜?"

나 또한 국적이 확 느껴지게 아주 빠르게 답변을 이어 붙였다.

유이는 그 말을 듣자마자 엎어져 있던 고개를 확 들어 해맑은 미소와 함께 날 바라봤다.

"그럼 애초에 여기까지 왔는데 안 사귀면 좀 그렇잖아."

"나 진짜 태양쨩 여자 친구 되는 거야?"

"그렇다니까."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