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니여친쩔더라-307화 (307/325)

부족한 상식에 어울리지 않는 뛰어난 신체라니.

'해 보자 그래.'

즐거운 MT.

기대를 가득 안고 유민이를 끌어안으며 눈을 감았다.

버스에서 자는 건 국룰이었다.

++++++++++

"자 그럼 다들 준비 되셨습니까!"

""네에에에에!""

MT 장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인원을 나누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저녁.

이거 좀 도와주고 저것 좀 같이 하다 보니 금세 레크레이션 시간이었다.

'엄청나긴 하네.'

티비에서 보던 사람이 직접 무대에서 MC를 보는 모습은 굉장히 색달랐다.

나도 유명인이라고 많은 기사가 나긴 했지만 방송 활동 같은걸 한 건 또 아니어서 되게 신선했다.

티비에서 보던 사람을 실제로 이렇게 가까이서 보다니.

그것도 아무개가 아니라 지금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사람이었다.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만 있어도 환호를 받을 만한 사람이 빅토리 아카데미에 왔다고 열과 성을 다해 진행을 하다니.

빅토리 아카데미에 편입하고 나서 최초로 여기 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자 그럼 지금부터 39회! 빅토리 아카데미 1학년 레크레이션을 시이이이이자아아아악! 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

"자 그럼 일단 첫 번째 순서는 아주 화끈하고 뜨거운! 장기 자랑! 있겠습니다! 준비된 순서대로 나와주세요!"

첫 번째 시각은 생도들이 준비한 장기 자랑.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능력을 정말 미약하게 발동해서 신기를 부리는 등등.

대학 축제를 그대로 빼다 박은 듯한 장면이 쭉 이어졌다.

거기에 이제 장기 자랑이 끝난 애들 인터뷰 한 번씩 따고 투표도 하고 이것저것.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자 본격적인 파티 분위기가 시작 됐다.

빰! 빰! 빰! 빰!

시끄러운 파티 사운드와 함께 이어지는 댄스 타임.

부비부비부터 비보잉, 힙합 등등.

춤 좀 춘다하는 애들이 분위기를 띄우면서 흥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태양아 넌 춤 안 춰?"

"좀 출까?"

"응!"

나도 그 속에서 열심히 몸을 흔들고 있었다.

원래는 출 생각이 없었으나 유민이가 하고 싶어 하는 티가 너무 역력해서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것도 다 추억이니까.

'근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멜라니는 안 보이네.'

1학년이 다 같이 왔다면 분명 멜라니도 있을 텐데.

아니다 일이 바빠서 참가를 못한다 그랬었나.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으며 몸을 움직이던 와중 익숙한 얼굴이 포착 됐다.

'쟤 저기서 뭐 해.'

김민수는 슬금슬금 DJ 바로 앞 쪽으로 몸을 이동하고 있었다.

춤도 제대로 못 춰서 박수 치면서 엉덩이를 흔드는 놈이 대놓고 이동을 하자 눈에 확 들어왔다.

끔찍한 혼종이 움직이는 걸 보는 기분.

"자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인 메인 댄스 시간이 있겠습니다! 자신 있는 분들 나와주세요!"

아 저걸 노린 거였구나.

MC의 말에 김민수가 왜 저기 있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메인 댄스 타임에 이목을 확 끌어서 거기에서 오는 만족감을 얻고 싶은 거겠지.

라고 예상을 한순간.

"아아, 마이크 테스트 하나둘."

김민수는 무슨 개소리냐는 듯 시원하게 마이크를 잡고 입을 열었다.

"최근 누가 뭐다, 어떻다 말이 많은데 논란을 시원하게 잠재우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너만 조용하면 아무런 말도 안 나올 텐데 대체 뭘 하는 거지.

유민이와 몸을 딱 붙여 춤을 추고 있는 와중에도 내 시선은 김민수한테 갈 수밖에 없었다.

"백태양, 나와."

너무 뜬금없는 선전 포고.

진짜 개연성은 밥 말아서 개나 준 듯한 당찬 태도에 어이가 없었다.

'그래 빠르게 끝내자.'

지긋지긋한 악연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한 번 더 이어졌다면 분명 뭔가 이유가 있을 터.

이 또한 내가 김민수를 덜 팼기에 일어난 시련이라 생각하며 메인 스테이지 쪽으로 몸을 옮겼다.

'다시 한번 더 해야겠다.'

이번엔 완벽한 참교육을 하겠다 다짐하며 놈을 마주 봤다.

멀리서 볼 땐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진짜 패고 싶었다.

레크레이션.

모두가 놀고먹고 하하 호호 웃고 떠들며 즐겁게 친목을 도모하는 시간.

문제는 여기에 술이 섞일 경우 분위기가 이상해질 수도 있으며, 선을 넘거나 토를 해서 분위기를 박살 낼 위험도 있다는 거였다.

즐겁게 노는 건 좋은데 이게 너무 신나다 보니까 절제를 못한다고 해야 하나.

무슨 말을 해도 웃어 주고 사회성과 인간성을 발휘하며 모두가 '즐거운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눈치 게임 같은 거다.

근데 이제 이걸 모르고 벌거숭이 마냥 에헤라 날 봐, 난 뭘 해도 웃겨 라는 심보로 설레발을 친다면.

그때부터 이제 갑자기 분위기는 죽기 시작한다.

서서히 죽는 게 아니라 진짜 이세계 전생 트럭에 치이는 속도처럼 쾅.

단체 톡방에서 고백한 다음에 고백 당사자가 나가는 급의 싸함이 방 안을 감도는 거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지.'

내 입으로 말하기 뭐 하지만 난 아카데미 내에서 되게 붕 뜨는 존재다. 

근데 그게 나쁜 의미로 붕 뜨는 게 아니라 되게 경외시 되는 느낌으로 붕 뜨는 거였다.

더러워서 피하는 게 아닌 대하는 거 자체를 어려워한다고 해야 할까.

동급생이지만 이미 이뤄낸 성과가 어마무지하고 인지도가 높으며 외부에선 생도가 아닌 헌터라고 불리는 동급생.

툭하면 아카데미를 빠지고 큰 사건을 해결하고 다니고 용사로서 업무도 훌륭하게 수행하는 옆자리 같은 반 학우.

굳이 비유하자면 엄청 이름 있는 연예인이 퇴학을 면하기 위해서 출석 일수를 채우러 학교에 나오는 느낌이었다.

대하기 굉장히 어려우면서도 선망하게 되는 존재.

스스로 설명하기가 굉장히 쪽팔렸지만 어쨌든 이게 내 빅토리 이카데미 내부 평가였다.

교관도 딱히 터치하지 않는 마당에 생도가 나한테 뭘 어떻게 하겠는가.

근데 그런 애를 갑자기 감옥에서 출소한 애가 콕 짚어서 나오라고 지목을 한다?

이럼 이때부터 뭔가 애들 사이에서 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쟤 왜 저래?"

"무슨 논란?"

"아 시발... 분위기 어떻게 할 거야."

생도 대부분은 내 눈치를 보며 안절부절한다.

내가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즐거운 레크레이션 시간이 단번에 박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웃자고 하는 야자 타임 시간에 갑자기 정색하고 패드립을 박았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태양아 괜찮아?"

유민이까지 조심스럽게 날 바라보며 말할 정도니 지금 여기가 얼마나 긴장 상태인지 알 수 있었다.

"아, 그럼 당연하지 나도 한 번 하고 싶었어."

"아, 아아! 시원하게! 시원하게 여기서 백태양 헌, 아니 생도님이, 아니 생도가! 바로 받았습니다! 역시 화끈하군요!"

MC는 내가 큰 소리로 답하자마자 분위기를 바로 전환하기 위해 재빠르게 말을 이었다.

그 와중에 호칭 실수가 몇 번 있었으나 그걸 신경 쓸 만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김민수가 백태양이랑 친한가?"

"편입 며칠 정도 어울리다가 완전 쌩까고 그 이후로 쭉 발렸잖아."

"근데 왜 부른 거야, 그럴 거면 왜..."

"이건 태양님께서 분위기 맞춰주셔서 살았다 인정?"

"태양님? 킹갓황님이 니 친구냐? 존함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마라."

"아차차..."

주변 또한 내가 분위기를 맞추며 움직이자 눈치 빠른 몇 명은 재빠르게 메인 스테이지로 올라갔다.

김민수가 독주하게 되면 이런 상황이 몇 번이고 지속 될 거란 걸 강하게 느꼈기 때문일 거다.

DJ는 바로 템포가 빠른 노래를 틀어서 간신히 살아난 실낱 같은 열기를 다시 열심히 지폈다.

난 바로 호응하기 위해 무대 위로 쭉 가고 있었는데, 그때 옆구리에서 멜라니가 훅하고 들어왔다.

"당신 진짜 괜찮은 거 맞죠? 화난 거 아니죠?"

"괜찮다니까, 나 아무렇지도 않아 그냥 가서 춤만 추면 되는 거잖아."

"절대 패면 안 돼요, 절대로! 알죠? 여기서 패면 진짜 큰일 나요 보는 눈도 많고..."

얘는 날 무슨 깡패로 생각하는 건가.

걱정해 주는 건 기분이 좋았는데 그 정도가 너무 과했다.

"내가 무슨 전부 힘으로 해결하는 줄 알아?"

"대부분 상황에서 그랬잖아요."

"..."

이러면 할 말 없는데.

아니 근데 대부분 다 힘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잖아.

그렇게 말하고 싶었으나 구구절절한 변명이 될 것 같아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메인 스테이지 위로 올라갔다.

스스스슥.

내가 올라오자마자 나보다 먼저 빠르게 올라온 애들이 나와 김민수 주위에 햄버거 빵 사이 재료들처럼 끼어들었다.

최대한 김민수를 나한테 떨어트려서 사건 사고가 일어날 확률을 적게 만들려는 속셈인 것 같은데.

그런 거로 아무 일도 안 일어났으면 애초에 상황은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다들 김민수를 너무 얕보고 있구나.'

근 몇 달 동안 안뚱땡이 모든 편의를 봐주며 서포터를 한 덕에 김민수는 정말 성격이 많이 변해 있었다.

소심하고 찌질하지만 착했던 김민수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눈앞에 있는 건 안뚱땡이 만든 눈치 없는 급발진 괴물이라는 사실을 이 중에서 나밖에 모르고 있었고.

"도망치는 거냐 백태양?"

그게 주변을 절망케 했다.

한 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어찌 보면 재능이었다.

독선적으로 행동하면서 혼자서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으니까.

전형적인 멍청한 리더의 표본 같은 존재였다.

"아니 올라왔잖아 민수야, 제발 응? 그냥 진행 따라서 얌전히 있자."

"그래 민수야, 제발 아가리 응?"

"하하하하하, 아이고 이거참 우리 민수가 킹갓황님한테 농담이 너무 심하네."

"아 역시 빅토리 아카데미 A반 생도끼리 보일 수 있는 최대치의 우정! 감동적입니다 하하하!"

어색한 분위기 속 최대한 이 순간을 무마 시키려는 생도와 MC의 환장의 똥꼬쇼가 펼쳐진다.

근데 이게 사람이라는 게 말리면 안전장치가 있다는 생각에 더 하게 되는 법.

"겁쟁이가 됐구나."

김민수는 자기 주변에 말리는 사람이 많다는 걸 자기 편이 많다는 걸로 해석했는지 말을 계속 덧붙였다.

그때마다 놈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 표정은 실시간으로 죽어 가고 있었는데, 이게 또 엄청 재미있었다.

오랜만에 볼 만한 볼거리가 생긴 기분으로 아무 말도 않고 상황을 지켜보자 MC는 빠르게 진행을 이어갔다.

억지로라도 이 순간을 끝내서 빨리 김민수를 무대에 내려보내겠다는 필사의 집념이었다.

"자자 그럼 일단 모두가 다 모인 것 같은데... 일단 김민수 생도는 마이크 저한테 주시고... 네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