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니여친쩔더라-301화 (301/325)

'하자고 하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지.'

뜨거운 밤을 위한 노력은 하면 할 수록 좋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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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태양 씨도 씻으러 들어갔어!'

명백한 19금 신호.

'그럼 진짜 오늘 하는 거구나.'

자신이 씻는 순간 이미 주사위를 굴렸다는 건 생각하지도 못 하고 그녀는 입욕제로 생겨난 거품을 자기 몸에 칠했다.

남자를 확 유혹하기 위한 상큼한 꽃 향기.

너무 진하면 부담스럽다는 평가가 많아서 옅은 꽃 내음과 꿀의 적절한 조합을 선택했다.

달달한 냄새를 풍기며 확 덮친다면 당신도 남자 공략을 아주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라는 광고에 홀라당 빠진 리리엘은 홍보 문구를 굳게 믿으며 보글보글 거품을 계속 만들었다.

'근데 보통 씻고 나면 뭐 하지.'

시간상 씻고 먼저 나오는 건 자신이 될 터.

옷도 젖었다는 핑계를 꺼냈으니 목욕 가운 하나만 걸치고 있어도 되는 합법 복장이 허용 된다.

그렇다면 이때 남자를 제대로 유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태양 씨도 가슴 좋아할까...'

팔뚝에 가슴을 끼웠을 때 백태양이 아주 좋아했다면 모를까.

너무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기에 리리엘은 자신감이 없어졌다.

여기까지 왔는데 만약 알몸을 보였음에도 매력이 느껴지지 않아 어떤 이상적인 호로몬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그것만 한 수치심이 없었다.

아니 수치를 넘어서 다시는 백태양의 얼굴을 볼 수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처음이어서 겪는 불안감과 두려움.

만약 리리엘이 백태양의 성욕을 알고 있었다면 이런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백태양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었다.

'그래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뭘 더 하고 안 하고 그런 게 무슨 상관이겠어.'

상상으로 만들어 낸 우울에 사로잡혀 현 상황을 망칠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이날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연애 글을 읽었단 말인가.

이상적인 용사와 뜨거운 밤을 보내며 깊어지는 관계로 발전하는 성녀의 연애 이야기.

그런 류의 소설을 괜히 수 백 번 읽은 게 아니었다.

'가...간다!'

이런저런 불안으로 인해 샤워 시간이 계속 길어지고 있단 걸 깨달은 그녀는 벌떡 욕조에서 일어났다.

주르르륵.

몸에 묻어 있는 거품이 가슴의 굴곡을 따라 한 번 웨이브를 치며 욕실 바닥에 흘러내린다.

쏴아아아아아.

샤워기 물을 맞으며 몸에 있는 거품과 진한 향들을 털어내고 새하얀 나신과 잔향만을 남긴다.

모든 과정을 끝낸 그녀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걸 인지하고 과감하게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았다.

밑에는 차마 벗을 수가 없어서 챙겨 입고 가운으로 꽁꽁 싸맸지만 위엔 좀 과감하게 드러낸 것이다.

뽀얀 두부 같은 가슴골 사이에 물기 몇 방울이 떨어진다.

무의식적으로 가슴 계곡을 만든 그녀는 당찬 걸음과 발갛게 익은 볼을 감싸며 침실로 향했고.

드르르륵.

기다렸다는 듯 반대편 욕실에서 백태양의 모습이 나타났다.

"어, 엄청 빨리 씻으셨네요."

"아, 제가 금방 씻는 편이어서요."

먼저 침대에 앉아서 마음의 준비를 삼십 분 정도 하려고 했던 리리엘의 계획이 산산조각 난 순간이었다.

'남자들은 이렇게 빨리 씻나?'

사실 자신이 한 시간 정도 욕실에 있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리리엘이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뭔가 목욕 가운...사이에 뭐가 막... 툭툭 치는 듯한...'

문제가 되는 건 백태양의 복장.

똑같은 목욕 가운을 입었지만 드러난 신체 부위는 완전히 달랐다.

리리엘의 경우 상반신에 굴곡이 매우 인상 깊었다면 백태양은 하반신의 존재감이 아주 적나라했다.

걸어올 때마다 굵직한 뭔가가 목욕 가운 왼쪽 부근을 툭툭 치는 듯한 모양새가 그대로 나타난다.

"왜 그러십니까?"

"아, 아니예요 그, 그게 어..."

계속 시선이 한쪽에 고정되자 백태양은 다 알고 있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고 리리엘은 고개를 전처럼 푹 숙였다.

'들켰나 봐...'

너무 노골적으로 봤을까.

이미 로맨스 영화는 뒷전이었고 벌써 어떤 묘한 교류가 오가고 있다는 걸 느낀 리리엘은 허벅지 사이를 부비적거렸다.

"그렇게 큰 게 몸속에 들어오는구나..."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말.

"네?"

그 말을 듣자마자 백태양은 곧바로 반응했고.

"예? 에?! 히끅!"

리리엘은 너무 놀라서 혀를 깨물었다.

당황스러움과 함께 동반하는 딸꾹질은 덤이었다.

"아, 아끅! 뇨! 이게 그니까 제 말은! 히끅...! 이게 어떤 오해가 있는 힛...! 그런 건데요!"

당황과 황당 그리고 놀람과 혼비백산.

비슷한 수백 가지 단어를 다 함축해도 지금 리리엘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대변하지 못했다.

싼 여자로 보이면 어떡하지부터 시작해서 너무 내숭도 없이 말한 것 같아서 쉬운 여자로 보이면 안 되는데하는 걱정.

"그 음...어 아...! 진짜 오핵, 아니 오해예요!"

리리엘은 필사적으로 손을 막 저으며 발갛게 익은 얼굴로 해명을 하기 시작했다.

정말 그런 게 아니라, 그 어떤 외설스러운 생각조차 한 적이 없으며 그냥 정말 어쩌다가 떠오른 단어라는 말.

그렇게 부산스럽게 움직이다가 결국.

스르륵.

그녀의 몸을 감추고 있던 목욕 가운의 상반신 부분이 스르륵 어깨를 타고 내려갔고.

"..."

정말 예상치 못한 상황에 그녀의 두부에 체리 하나를 올린 가슴이 백태양의 시야에 들어갔다.

<아니 근데 갑자기 이런 식으로 몸부터 들이대면 어떻게 합니까?>

<그럼요! 그럼 어떻게 하는데요.>

<대화부터 하는 게 맞지 않나요? 무슨 여자가 섹스부터 하자고...>

<원래 다 이렇게 친해지던데요?>

<처녀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눈치 없는 로맨스 영화가 갑자기 시작 되더니 대사를 내뱉으며 침실을 가득 채웠다.

리리엘 생애 최초 잊을 수 없는 첫날 밤의 시작이었다.

'이건 그냥 뭐 섹스해달라는 수준 아닌가.'

노골적으로 보이는 두부 가슴 위에 있는 체리 젖꼭지.

리리엘은 황급히 내 눈을 가리며 가운을 다시 걸쳤지만 이미 볼 건 다 보고 난 이후였다.

푼수의 끝.

그런 게 있다면 리리엘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몸 자체가 섹스 폭탄이네.'

노골적으로 몸을 드러낸 복장이 아닐 때도 굴곡이 그대로 드러났는데.

아예 목욕 가운 하나만 걸치고 있으니 장난이 아니었다.

뭔가 저질스럽고 천박한 말투로 묘사를 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좀 그렇긴 했으나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는 육체였다.

백발에 흰 피부는 대체 어디서 나온 발상일까.

속옷 하나 걸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탱탱하게 모양을 유지하는 가슴은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여자의 밑가슴은 사람을 건강하게 만든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딱 봐도 의식적으로 한 건 아닐 테고.'

지금 어리버리 타면서 아무 말이나 뱉고 있는 걸 봐선 저게 연기일 확률은 0%였다.

정말 저게 연기라면 세상 믿을 사람 아무도 없다는 뜻이었다.

문제는 그럼 이제 이 분위기를 어떻게 푸냐는 건데.

각 나왔다고 푼수 처녀한테 갑작스럽게 들이대서 기습 키스를 갈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호텔을 말한 것도 리리엘이었고 영화를 보자고 한 것도 그녀였으니 뭔가 이날을 위한 특별한 계획이 있을 터.

그런 절차를 무시하고 우직하게 내 페이스로 밀고 가고 싶진 않았다.

생애 단 한 번밖에 없는 순간인데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스케치조차 하지 못한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겠는가.

"괜찮으십니까?"

"에? 에 끅... 어 아 괜찮끅, 죠!"

"일단 마실 걸... 잠시만요."

냉장고에 구비 된 물을 꺼내 리리엘에게 건네주자마자 그녀는 잽싸게 물을 받아 딸꾹질을 진정 시켰다.

물을 마시는 와중에도 끅끅거리면서 딸국질을 하는 모습이 귀여웠는데 그건 어디까지 내 입장이고.

리리엘은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하며 계속 눈동자를 굴리고 있었다.

급하게 물을 마시느라 가슴 사이에 물이 고인 것도 모르고 열심히 고민하는 모습.

마음 같아선 저 가슴에 입술을 박아서 담겨져 있는 물을 혀로 천천히 핥아먹고 싶었다.

사람의 지능을 짐승 수준으로 낮추고 절로 천박한 생각이 들게 만드는 몸매라니.

'엄청나네.'

심지어 그냥 알몸이 아니라 남들에게 추앙 받는 성녀의 알몸이란 것에 더욱더 임팩트가 있었다.

평소엔 자애롭고 책임감 있고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야겠다는 소명감이 있는 여자가 내 앞에서 가슴을 보였다.

만약 퀘스트가 아직 남아 있었다면 업적 달성이 될 정도의 사건이었다.

업적「 성녀의 두부가슴체리젖꼭지를 본 」달성!

이런 느낌으로 극도의 흥분 상황에서 자신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을 주지 않았을까.

"영화 볼까요? 마침 재생 하기도 했고."

"어, 아 그래요! 그러죠!"

얼어붙은 분위기 환기도 시킬 겸 난 이미 켜진 화면을 가리키며 자연스럽게 침대에 앉았다.

원래라면 침대에 아예 눕거나 침대 머리맡에 등을 기대며 하반신은 쭉 펴는 게 국룰이지만.

그런 자세로 있다간 리리엘의 얼굴이 폭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급히 자세를 변경했다.

"아... 어 좋죠! 저도 원래 그럴 생각으로 호텔! 온 거니까요 영화 보러..."

최대한 진정하고 말을 내뱉어도 높낮이가 계속 바뀌는 억양은 당장 침착해지는데 무리가 있어 보였다.

꼬물꼬물꼬물 착.

정말 무슨 꼬물이가 오는 것처럼 발가락을 꼼질거리며, 내 쪽으로 다가온 리리엘은 굉장히 큰일을 해냈단 표정으로 내 옆에 앉았다.

그것도 그냥 앉은 게 아니라 허벅지가 딱 닿을 정도로 가깝게 앉은 거여서 나름대로 큰 용기라면 큰 용기라고 볼 수 있었다.

결과가 리리엘한테 좋지 않은 쪽으로 흘러 갔을 뿐 과정 자체는 아주 아름다운 게 많았다.

"이 영화는 그니까 어... 루베니아에서 한 때 되게 유행을 했던 건데 내용이 아주 깊고 현실적이란 평을 많이 받았어요."

"그렇군요, 어쩐지 진짜 그런 부분이 초반부터 많이 나오는 듯합니다."

"그쵸? 저도 아직 자세히 안 봐서 모르는데 좋은 평이 많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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