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니여친쩔더라-299화 (299/325)

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 가능성이 머리에서 번뜩 였다.

'그래! 그거야!'

신성스러운 검을 얻고 싶다면 던전이나 게이트 보상으로 얻으면 되지 않던가.

심지어 자신은 게이트와 던전 류에서 늘 좋은 보상만 얻었으니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았었다.

이 모든 게 안뚱땡이 개입 했을 거라곤 꿈에도 모르는 김민수는 행복 회로를 불태우며 공항으로 향했다.

던전과 게이트.

'더 강해지겠다.'

그리고 모든 걸 원래 자리로 되돌려 놓으리라.

김민수는 굳건한 다짐하며 몸을 옮겼다.

대장정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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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가 엄한 곳에서 시간을 버리며 이미지를 낭비하는 사이.

리리엘은 정말 열심히 백태양의 곁에서 자기 매력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중간에 잠깐 뱃고래가 크게 울리는 사고가 있었지만, 그건 별거 아닐 거라고 굳게 믿었다.

'어쩌면 색다른 매력 포인트가 됐을 수도.'

소 뒷걸음 치다가 뱀 밟은 격으로 백태양의 마음을 정확히 예측한 리리엘.

그녀는 지금 OX 퀴즈 게임을 하는 기분이었다.

특정 행동을 할 때마다 성공과 실패 여부가 나뉘며 자기 매력 포인트가 늘어나거나 내려가는 게임.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 백태양은 모든 행동에 있어 플러스 점수를 주고 있었지만 리리엘은 이걸 알지 못했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걸 보통 좋아하겠지?'

인터넷으로 수많은 연애 상담과 고민글 그리고 연애를 달달하게 하는 법 등등.

모태솔로가 흔히 하기 쉬운 실수인 글로 연애를 배운다의 정석인 리리엘은 망설임이 없었다.

꼬옥.

일단 가장 먼저 하는 건 팔 사이에 가슴 끼우기.

전형적으로 만화나 애니에 자주 나오는 장면 중 하나이며 보통 이 행동을 할 시 높은 확률로 남자는 얼굴을 붉히고 부끄러워했다.

게다가 평균적으로 봤을 때 자기 가슴 사이즈는 아주 많이 평균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있었다.

탁구공 정도는 가볍게 가슴 사이에 끼워서 숨길 수 있을 정도의 사이즈.

두꺼운 백태양의 팔뚝을 쏙 넣을 순 없었지만 위력은 남다를 거라 확신했다.

"길이 좁아서 어쩔 수가 없네요."

마침 상황도 좋게 주변에 사람들이 많아서 나란히 걸으려면 붙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모든 부분에 있어 자신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확신을 한순간.

백태양은 굉장히 태연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그러게요, 사람이 많긴 많나봅니다."

근데 루베니아는 뭐가 맛있나요? 특색 있는 음식이라던가.

'음?'

자신이 용기를 내서 가슴을 끼웠음에도 불구하고 데이트 메뉴가 뭐냐고 물어보는 이 자연스러움.

리리엘은 한 번도 이런 경우가 있다는 걸 들어 본 적도 읽어 본 적도 없었다.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초유의 상황.

'어 이러면 안 되는데.'

그녀가 한 가지 간과한 게 있다면 그건 바로 백태양의 여자 경험 숫자였다.

숫한 여자들을 만나며 셀 수 없는 원나잇을 반복해온 백태양에게 스킨쉽이란 숨을 쉬는 것과 비슷했다.

늘 존재하기만 하면 따라 붙으며 너무 당연하게 받아야 하고 익숙한 행위.

너무 많은 연애로 인해 일반적인 기준치에서 엇나간 백태양은 리리엘이 숙지하는 만화와 애니에서 나올 법한 남자들과 궤를 달리했다.

오히려 백태양 처지에선 이제야 팔짱을 끼는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내가 매력이 없나...?'

그건 또 아닌 게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 속엔 행복과 흐뭇함 그리고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긍정적으로 보고는 있는데 스킨쉽은 반응을 안 한다고?'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경우란 말인가.

손을 잡았을 때와 몸을 섞고 난 이후 행동이 하나도 변함없이 똑같다면 이건 좋아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아직 제대로 된 어떤 교류도 없었지만 리리엘은 벌써 그런 고민을 하며 백태양을 빤히 바라봤다.

'뭘 어떻게 해야 하지.'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데 숫처녀인 리리엘은 그걸 표현할 수단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렇기에 과감하게 가슴을 낀 건데 이게 실패로 돌아갈 줄이야.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 아니예요 아무것도. 아 그러고 보니 뭐가 맛있냐고 하셨죠? 저희는 아무래도 몬스터와의 전쟁 중에 세워진 국가다 보니까 간편식이 많이 발달되어 있어요 그중에서……"

그녀는 이대로 가다간 풋풋한 데이트가 아니라 루베니아 관광 가이드가 되는 게 아닌가 하고 걱정했다.

백태양의 마음은 꿈에도 모르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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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다, 귀여워.'

연상의 여자가 아무것도 모르고 혼자 기분 좋아졌다가 쳐졌다가를 반복하는 걸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을 줄이야.

마음 같아선 당장에라도 저 탱탱한 볼을 빨아서 뽀뽀를 하고 싶었다.

연애 초보 티가 너무 나서 그런지 뭘 어떻게 하면 기뻐하고 슬퍼할지 훤히 꿰뚫어 보는 이 상황.

뭘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척척 움직이는 리리엘을 보는 게 너무 즐거웠다.

식당을 고르러 갈 때도 가벼운 매너에 기뻐하고 식사 중에 입을 닦아주면 행복해하는 앙증맞음.

첫사랑을 품고 있는 소녀가 데이트를 할 때 무슨 행동을 보이는 지 정말 교과서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여기서 뭘 더 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드네.'

너무 소녀 같아서 그런지 호텔에 가서 뭘 어떻게 해 보겠다는 생각 자체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느긋하게 숙성 되길 기다리는 맛이 있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그런 건 다 전부 내 개인의 생각이었는지 리리엘은 아주 과감하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우리 영화 봐요!"

"영화요?"

"네!"

처음엔 영화라는 말에 데이트의 정석은 영화지라고 생각하려다가 이어지는 리리엘의 말을 듣자마자 눈이 커졌다.

"저기서! 영화 봐요!"

밥을 다 먹고 산책이나 하다가 집에 보내려고 했는데.

리리엘은 아주 과감하게 손가락으로 한 건물을 콕 찝었다.

'와 이걸 이렇게 한다고?'

그녀가 가리킨 곳은 루베니아에서 가장 좋다고 알려진 호텔.

그란토르리스였다.

그란토르리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면서 엄청난 고가를 자랑하는 호텔.

루베니아의 이념 아래 평등을 실천하며 신분을 가리지 않고 손님을 받는 것으로 유명하며 그렇기에 엄청난 가격을 자랑했다.

건물 전체가 신성력으로 덮여진 말도 안 되는 호텔은 존재하는 것만으로 던전과 게이트를 모두 없애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저 호텔은 개인의 소유가 아닌 국가의 소유였기에 루베니아는 매년 엄청난 관광 수익을 거두는 중이다.

'라는 게 일반적인 정보인데.'

저런 곳에서 영화를 보자고 과감하게 말할 줄이야.

무슨 의도인 줄 확 이해가 되면서도 기본적으로 타고난 위치 때문에 가장 좋은 호텔을 뽑은 게 묘하게 웃겼다.

리리엘은 아무 생각 없이 익숙한 호텔을 찍은 거겠지만 그 호텔이 너무 세계적인 레벨인지라.

단 한 번도 느껴지지 않았던 신분 차이가 묘하게 느껴졌다.

'확실히 본능적으로 누려왔던 상위층 생활이 몸에 베인 건가.'

그게 뭐 어떻다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마냥 푼수 같던 여자가 색다르게 보이는 느낌이었다.

멜라니가 똑 부러진 부잣집 아가씨 스타일이었다면 리리엘은 뭐랄까.

덤벙거리다가 자기 치마를 밟고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는 아가씨 스타일이라고 해야 하나.

"별론...가요?"

"아, 아뇨 좋습니다. 잠시 무슨 영화 볼 지 고민 하느라 말이 멈췄네요."

"저도 이제부터 같이 생각할 게요!"

리리엘은 눈치를 보며 말을 하다가 내가 화답하자 빵긋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근데 외국인이랑 무슨 영화를 봐야 하지.'

그런 고민을 하며 리리엘의 손을 잡고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여기서 리리엘이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터져 나왔다.

"신분증을 보여주시겠습니까?"

"예? 신분증이요?"

"네, 지금 방이 있어서 바로 체크 인 하실수 있거든요. 신분증만 확인하고 바로 절차를 밟겠습니다."

당연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텔이고 최고의 보안을 자랑하는 만큼 체크인을 할 때 신분증 확인은 필수였다.

허나 비밀 데이트하는 상태에서 신분증을 노출해 성녀임을 밝힌다? 그럼 비밀이고 뭐고 싹 날아갈 게 뻔했다.

최상층을 비우는 건 물론이고 갑자기 없던 카펫트가 좌르륵 깔려서 절차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방으로 안내할 게 확실했다.

"어, 그게 아... 그니까."

리리엘은 이런 경우는 생각 못 했는지 우왕좌왕 했고 그사이 난 아주 익숙하게 보금자리 블랙 카드를 내밀었다.

"신분 확인했습니다. 며칠 정도 숙박하실 계획입니까?"

"이 주 정도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근데 세계적인 호텔인데 어떻게 예약도 없이 바로 데스크에서 이 주 예약을 할 수 있는 거지.

뭔가 앞뒤가 안 맞는 듯한 상황이었지만 좋은 게 좋은 거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혹시 짐 같은 게 있으신가요?"

"아뇨 없습니다. 바로 방으로 가면 되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편안한 휴식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고급 호텔을 이용해 본 적이 없었기에 이런 절차부터 시작해서 대접까지 아주 신선했다.

그런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리리엘을 살짝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풀이 죽어 있었다.

'이해는 된다만.'

리리엘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미안 함에 고개를 푹 숙인 상태였다.

고작 이런걸로 신경 쓰는 걸로 봐서 그녀가 얼마나 나와의 데이트를 기대하는 지를 엿 볼 수 있었다.

진짜 깜찍하네.

"결과적으로 다 잘 해결됐으니 전 진짜 괜찮아요."

무슨 영화 볼 지가 더 기대 될 뿐입니다.

내 말에도 리리엘은 고개를 올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끄덕거리기는 걸 반복했다.

사람이 너무 좋아도 문제인데 말이지.

쪽.

"아...!"

"이제 고개를 들어 주시네요."

때문에 비장의 수단.

이마에 입 맞추기를 사용했고 그 결과 아주 발갛게 잘 익은 리리엘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데이트를 망칠 뻔했다는 속상함으로 인한 감정과 기습 뽀뽀를 당했다는 설렘이 섞인 얼굴.

상황만 더 괜찮았다면 카메라에 담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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