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니여친쩔더라-294화 (294/325)

"바로 빅토리 아카데미로 가시겠습니까?"

"아뇨, 오늘은 좀 쉬고 싶네요."

"넵. 그럼 그쪽으로 모시겠습니다."

김민수는 자신을 여전히 추종해주고 있는 노블의 안내에 따라 느긋하게 리무진에 올라탔다.

어떻게 노블이 다시 부활했고 왜 자기를 이렇게 극진하게 대접해주는 지는 알 수 없었으나.

확실한 건 좋은 게 좋은 거라는 거였다.

무슨 꿍꿍이가 있어도 헤라클레스의 힘까지 얻은 이상 무리 없이 돌파할 수 있다는 게 김민수의 생각이었다.

'일단 집에 가서 힘을 한 번 도모해야지.'

이미 백태양이 저지른 일은 기사로 전부 확인했기 때문에 어디까지 연애 진도가 나갔는지 대략 파악하고 있었다.

초기에 자기 사랑을 망치고 빼앗은 관계는 전부 독차지해서 진득한 사랑이 났다는 걸 확인.

때문에 김민수가 노리는 건 단 한 명, 아니 두 명, 아니 세 명이었다.

'성녀님이랑 유이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내 멋진 모습을 보고 마음이 다시 돌아올 누군가.'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셋.

김민수는 자기 메인 스킬 불굴의 용사를 믿었다.

그도 그럴게 이번 상황을 끝까지 이겨 내면서 여러 보상을 또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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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들어오는 비난과 압박을 모두 견디고 마침내 무죄를 밝혀낸 당신!

절대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인해 메인 스킬 불굴의 용사가 성장합니다.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지 않는 마음!

끝까지 가면 이긴다는 결과를 보여줌으로 불굴의 용사가 불패의 용사로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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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신체 능력 상승은 기본.

여태 가지고 있던 힘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 온몸에서 들끓었다.

'이제 그럼 무기만 만들면 되는 건가.'

백태양에게 붓검을 빼앗겨 몸만 남은 지금 무기는 필수 중에 필수였다.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린다고 했으니까 말이지.'

기다리는 만큼 보답이 있을 거라 믿고 민수는 느긋하게 리무진 안에서 눈을 감았다.

그는 여전히 정신적으로 성장하지 않은 상태였다.

점심시간.

학생 식당은 김민수에 대한 주제로 뜨겁게 달궈지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학년 1위를 자처했던 놈인 만큼 금방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김민수 출소 했다더라."

"진짜?"

"출소라고 보기도 웃긴 게, 애초에 무죄라고 했을걸. 그게 뭐 억울한 부분이 많이 있었데, 엄청 얼렁뚱땅 진행 됐다 그랬나."

"아... 그럼 고생 한 거네. 억울하겠다."

한 두 명이 이런 이야기하고 있다면 '그냥 그렇구나'정도로 취급했을 텐데.

꽤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는걸로 봐선 다들 김민수의 존재에 대해 은근 크게 생각하는 듯했다.

하긴 놈이 나나 내 주변 사람들한테나 멍청한 놈일 뿐.

제대로 까고 보면 인터넷에 조리 돌림을 당하는 불쌍한 놈으로 취급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학교도 조금 있으면 다시 복귀한다더라."

"잘됐네 그럼."

이어지는 김민수의 소식에 난 잠시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건 나도 몰랐던 사실인데.'

양반은 못 된다고 몇 시간 전에 김민수에 대해 말을 꺼냈는데 금방 또 이렇게 소식이 들려오다니.

운명인지 인연인지 둘 다인지 몰라도 확실히 그놈과 나 사이에 뭔가 있는 건 확실해 보였다.

'얼렁뚱땅 진행 됐다는 건 나 때문인가.'

그때가 한참 내가 세계의 주인공이었던 시절이었으니 모든 게 내 방식대로 흘러가는 게 당연했다.

그래서 김민수가 나와 적대적 관계를 유지한 순간 흔히 말하는 억까가 김민수한테 작용한 거겠지.

그러다가 안비실과 안뚱땡을 잡고 신계에 경고까지 낸 지금.

드디어 그 영향력이 미미해져서 놈이 다시 나온 걸로 추정 됐다.

'학교에서 평판은 나쁘지 않았으니까.'

교류식 때 루베니아 측으로 난입해서 한번 말아먹고 캠프파이어 때 발기하면서 기절해서 분명히 이미지가 박살 났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쌓아놨던 그런 게 있어서 그런지 대화 자체에서 부정적인 단어 같은 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히려 어떻게 보면 놈이 나보다 아카데미 생활은 더 잘 보냈다고 볼 수 있었기에 더 그런 걸 수도 있었다.

아마 내가 등장하지 않은 세계 선에서 김민수는 엄청난 하렘을 만들며 세계의 왕이 되지 않았을까.

'뭐 다 의미 없는 거지.'

일어날 일도 없는 가정을 할 필요는 없어서 난 그대로 음식을 포장해 혜미의 연구실로 이동했다.

"왔어?"

"응, 오늘 메뉴 햄버거더라. 햄버거 괜찮지?"

"나야 좋지."

혜미는 음식을 받고 말끔히 정리된 책상 위에 세팅했다.

메뉴는 말했듯이 햄버거.

혜미는 다이어트 중이라 빵 대신 양배추가 감싼 햄버거를 먹는 중이라 그랬고 난 일단 메뉴로 나오는 햄버거를 전부 다 시켰다.

원래도 먹는 양이 많았지만 김민수의 소식을 듣고 나니 괜히 의식이 돼 식사량이 늘어난 기분이었다.

전투를 준비하기에 앞서 최대한 많은 영양분을 끌어 모으려는 짐승의 움직임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김민수 돌아온다더라."

"아, 들었어. 근데 뭐 사실 우리 쪽에선 예전부터 이야기가 나왔던 거라 예상은 하고 있었어."

"그랬어?"

"응, 어쨌든 유능한 국내 인재를 그렇게 방치하는 것도 좀 이상하잖아."

이 부분을 노리고 혜미한테 김민수에 대해 언급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바로 반응이 올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김민수의 실체를 제대로 알고 있는 건 나뿐이고 세계는 이제 더 이상 안뚱땡의 영향을 받지 않았으니.

원래 아카데미 순애일지 소설에 나오기로 예정돼 있던 히로인들은 완전 김민수와 남이 된 거였다.

소꿉친구였던 과거라거나 뭐 인성 교육을 같이 받던 시절은 다 허구로 취급되는 거겠지.

사실 허구가 아니라고 해도 예전부터 알던 사이라고 다 연인이 되는 게 아니고 동창이라고 다 친한 게 아닌 만큼.

어쩌면 이게 가장 현실성 있는, 시스템이 말했던 소설의 영향에서 벗어난 세계의 진실된 모습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안뚱땡이 세계를 라노벨로 만들어서 그랬던 거고 말이지.'

새삼 다시 한번 얼마나 역겨운 짓을 했는지 뼈저리게 깨달으며 햄버거를 한 입 깨물었다.

"아마 새로 입학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잠시 논란이 있어서 쉬다가 다시 복귀한다? 느낌으로 처리될 것 같더라고."

"그럼 그냥 그대로 다시 오는 거네?"

"그렇지, 느낌은 완전 다르지만 정학이 풀린 느낌? 혼자서 즐겼던 짧은 방학? 그래 이게 더 맞겠다. 방학 같은 거지."

"오랜만이겠네."

우걱우걱.

햄버거를 먹으면서 혜미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주목적은 김민수긴 했지만 너무 자세하게 캐물어보면 교사로서의 입장이 곤란해질 테니 적절한 선을 지켰다.

'강태민한테 한 번 뭐하는 지 조사 부탁해 봐야겠네.'

강태민은 최근 오프너의 일하면서 겸업으로 내 매니저를 자처하는 중이었다.

대부분의 일은 보금자리 전담팀이 해주고 있지만 그 팀의 얼굴을 대표하는 격이었다.

예전에 지나치듯 말했던 수족처럼 써달라는 말을 정말 실현한 결과였다.

'너무 의식하고 있나.'

놈의 소식이 들린 순간부터 계속 걱정을 하는 걸 다시 생각했을 때 너무 과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 거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감이 와.'

그 꼴통이 출소를 한 이후 바로 학교에 오지 않고 며칠 있다가 복귀를 한다는 소식을 전한 거로 봤을 때.

분명 놈은 아직 개짓거리를 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백프로 뭔가 꾸미고 있다.'

수도 없이 김민수를 팬 나만이 오직 느낄 수 있는 어떤 특유의 감각 같은 거였다.

사람이 한 가지에 몰두하면 초감각 같은 게 생긴다고 하던데.

나 또한 김민수를 질리도록 패며 돼지 멱따는 소리를 뽑았던 장인에 속하는 바.

또 무슨 허접스러운 빌드업을 통해 나한테 헛짓거리를 할 거란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우리 학교 일정 중에 좀 큰 거 남은 게 뭐가 있어?"

"앞으로 남은 거?"

"응."

그렇기에 지금 빠르게 학교 일정을 확인하고 넘어가야 했다.

혜미는 내 말에 잠시 고민하다가 바로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합동 합숙 정도가 남았지 아마?"

"합동 합숙?"

"응, 쉽게 말하자면 MT 같은 느낌이라고 보면 돼. 다 큰 성인인데 그런 것도 좀 가주면서 분위기도 타고 그래야지."

맨날 훈련만 하고 그러면 빡빡하잖아.

그렇다고 아카데미 측에서 대놓고 놀라고 권장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만들어진 거야.

혜미의 설명을 듣자마자 난 머리에 벼락을 맞은 듯 눈이 번쩍 뜨여졌다.

'대학생이라면 당연히 겪는 이벤트 중 하나.'

레크레이션 장기 자랑 고백.

김민수가 거기서 뭔가 개짓거리를 저지를 거란 확신이 생겼다.

'나도 참가해야지.'

김민수의 개짓거리? 내가 두 눈을 뜨고 있는 한 절대 넘어갈 수 없었다.

'뭐 일단 이건 넘어가고.'

눈앞에 여자 친구가 있는데 김민수 이야기만 하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그것도 정말 오랜만에 둘만 있는 시간인 만큼 이런 식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진 않았다.

"밥 먹고... 식후 운동이나 할까?"

"...좋지."

밥을 먹은 직후여서 바로 키스 같은 건 못 하겠지만 삽입은 완전 상관없는 이야기 아니던가.

아무래도 교내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보니까 당장 할 게 스킨쉽 뿐이었다.

'연구실 방음이 진짜 잘되어 있어서 다행이야.'

그게 아니었다면 신음 소리 때문에 빅토리 아카데미에 문란한 교수가 있다는 소문이 쫙 날 뻔 했다.

"바로 할 거지?"

"응."

그 말을 끝으로 혜미는 아주 익숙하게 옷을 천천히 벗기 시작했다.

즐거운 한 때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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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무기를 해 달라는 게 뭐가 나쁘지? 난 조니 프레이스와 손도 잡았던 몸이다!"

"이미 죽은 놈 이야기를 대체 왜 하는 건지 원."

마계.

마족들이 사는 곳에 김민수는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고 활동하고 있었다.

조니 프레이스에게 마계를 가는 법을 배웠기 때문에 그는 곧바로 무기를 얻기 위해 마계로 이동한 거였다.

'인간의 무기로는 놈을 이길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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