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2화 〉 깔끔한 서열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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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후우...후우..."
헤파이토스는 눈앞에 있는 몽둥이를 바라보며 숨을 깊게 내리 쉬었다.
바라보기만 해도 멸망을 가져올 것 같은 기세를 풍기는 몽둥이.
자신이 만들었지만 쳐다보기도 싫고 잡을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붓검이 들어가 움직일 때마다 허공에 먹이 그려진 듯 검은색 선이 칠해지고.
탐욕의 곤봉이 들어가 용이 휘감기듯 검은 손 하나가 몽둥이에 휘감아져 있었다.
가장 꺼림칙한 건 핏줄처럼 은은하게 박혀 있는 금맥이었다.
대체 어느 부분에서 영향을 끼쳤는지는 몰라도 금맥은 살아 있기라도 한 것처럼 자연스레 몽둥이 전체에 골고루 퍼져 있었다.
'아테나가 쓸 게 아니구나.'
헤파이토스는 완성된 모습을 보자마자 깨달았지만 이미 너무 늦은 후였다.
만들고 있던 중이라면 모를까.
다 완성된 물건을 다시 부수는 것도 불가능했다.
"힘을 가져가는...물건이라니."
주인 외 모든 걸 적으로 인지라도 하는지 헤파이토스는 몽둥이를 마감하는 단계에서 모든 힘을 소진했다.
끊임없이 힘을 탐하는 게걸스러운 모습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만들지 못 했다고 하는 게 낫겠어."
아테나가 사용할 게 아니란 것도 알았고, 몽둥이의 위력도 간접적으로 알았으니 헤파이토스는 일단 물건을 봉인하고자 마음먹었다.
있어 봤자 재앙만을 불러 올 게 뻔한 물건을 이대로 가만히 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아테나한테는 미안 하지만 만들다가 폐기 했다고 하고... 다시... 만들어 주면 되겠지.'
이런 흉악한 것보단 아주 적당한 나무를 꺾어서 만든 정도면 되겠지.
아테나를 위한 물건이랍시고 재료를 많이 소모한 게 아깝긴 했지만 반드시 봉인해야 했다.
아니, 어쩌면 재료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더더욱 봉인할 수밖에 없었다.
'저승의 강 아케론의 물과 아스가르드에서 얻어온 이그드라실의 뿌리, 그리고 주인이 가장 아끼던 애장품 두 개.'
손잡이는 티탄의 가죽으로 마감하고 자기 신성을 소모하며 만들었던 무기.
아테나를 향한 눈 먼 사랑으로 탄생한 무기는 눈이 있는 자들을 모조리 도륙 낼 위력을 품고 있었다.
'봉인... 봉인 시켜야 한다.'
헤파이토스는 힘든 몸을 가까스로 일으키며 이름조차 지어지지 않는 몽둥이를 들어 올렸다.
주인이 이름을 새겨 주면 그 힘이 모두 깨어나게 되는 구조였기에 아무도 모르게 처리해야만 했다.
아니, 처리하려고 했다.
"다 완성됐군요, 헤파이토스."
아테나만 나타나지 않았다면 말이다.
지혜의 신이기도 한 그녀는 헤파이토스가 몽둥이를 들고 있는 걸 보자마자 무슨 상황인지 정확히 꿰뚫었다.
"..."
"빨리 주세요, 써야 하거든요."
"정말 써야 하나?"
결혼까지 하고 자식까지 있음에도 아테나를 사랑하는 헤파이토스는 마지막으로 아테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네."
아테나는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건지란 표정으로 서있는 재빠르게 헤파이토스의 손에서 몽둥이를 가로챘다.
평소라면 근력으로 버티기라도 했겠지만 힘이 다 빠진 지금은 그 어떤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힘을 다 써서 하얗게 변한 머리칼을 뒤로 헤파이토스는 아테나의 힘으로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미안 해요 헤파이토스, 지금 제가 너무 바빠가지고... 나중에 꼭! 나중에 꼭 사례할게요!"
"그럼 밥이라도!"
헤파이토스는 멀어져 가는 아테나의 말에 겨우 힘을 내 대답했다.
같은 식탁에 앉아 마주 보고 밥이라도 먹는다면, 이 모든 일을 보상 받는 듯한 기분이라도 낼 수 있었다.
무기를 봉인하지는 못 했지만, 그래도 실리는 챙겨야하지 않겠는가.
"아! 그건 싫어요! 그냥 제가 따로 선물 보낼게요 고마웠어요 헤파이토스!"
거절과 이별을 함축한 대사에 헤파이토스는 고개를 툭 떨궜다.
실리고 뭐고 애초에 상대방이 그럴 생각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헤파이토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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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작! 헤파이토스가 만든 무기에 이름을 부여했습니다.
[이름] 개빠따
[설명] 헤파이토스가 대장장이의 감각을 되찾자마자 가장 먼저 만든 무구입니다.
오랜만에 되찾은 감각과 짝사랑의 열기를 가지고 만들었기에 그 위용은 과거의 무구 못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생전에 사용하던 무기를 재료로 사용했기에 그에 맞춘 형태로 변환되어 있습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부서지지 않는 불변의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몽둥이로 타격을 하는 것뿐만이 아닌 타격 부위 자체를 찢어발기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탐욕의 성질을 가지고 있기에 모든 이목을 지속해서 끌어당겨 주변의 집중력을 흐트러트립니다.
다른 무기와 맞부딪칠 시 해당 무기의 능력을 일시적으로 가져옵니다.
성장형 무기입니다.
주인의 탐욕에 반응해 더더욱 강해질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몽둥이를 휘두를 때마다 먹선이 길게 이어집니다. 해당 먹선이 적에게 닿을 시 치명적인 여러 디 버프를 유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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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둥이를 개빠따라고 칭하자마자 설명이 주르륵 이어진다.
탐욕의 곤봉과 붓검이 재료로 쓰여져서 그런지 비슷하면서도 더 강화된 성능을 보이었다.
'전체적으로 좋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건 형태였는데.
기존 곤봉이 짧아서 타격 범위가 짧았던 것에 비해 이건 야구 방망이와 비슷한 길이어서 휘두르기가 아주 편했다.
붓검과 비슷한 길이로 휘두르는 몽둥이는 정말 타격에 최적화된 형태였다.
손잡이는 뭘로 감싼 건지 몰라도 손에 착착 달라붙었는데, 단점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아테나, 고마워."
"네, 주인님! 힘내세요!"
아테나가 이걸 위해 자리를 벗어난 걸 알았기에 그녀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제우스와 포세이돈과 대치하고 있음에도 여유가 있었기에 가능한 행동들이었다.
"우릴 두고 어딜 한눈을 파느냐!"
"네까짓게 감히!"
"팔만 하니까 파는 거야."
깡!
나무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딱딱한 강철음과 부딪치는 소리가 튀어나온다.
얼마나 좋은 재료를 쓴 건지 짐작이 되는 장면이었다.
제우스의 번개를 쳐 내자마자 개빠따에 번개가 휘감기더니 그대로 포세이돈을 삼지창과 함께 감전시킨다.
번개와 파도를 통한 합동 공격하려고 파도를 만들고 있던 포세이돈은 예상치 못한 번개에 그대로 직격 당했다.
보통 번개가 아닌 제우스의 번개였기에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 눈에 보였다.
"네가 어찌 그걸..."
"아냐, 대사가 너무 뻔해, 한 마디 한 마디가 너무 지루해."
포세이돈의 대사를 바로 씹고서 몸을 움직였다.
일방적인 학살이 될 텐데 대사를 하나하나 주고받으며 진행하자니 너무 지루하고 진부했다.
'얘네 빨리 끝내고 그냥 저택으로 돌아가고 싶어.'
더 이상 신계에서 시간 끌리는 건 사양이었다.
얘네를 잡고 모든 신들에게 공표를 해서 행복을 찾으면 되는데.
굳이 쓸데없는 대화할 필요가 없었다.
무조건 속전속결.
불필요한 각성 장면이나 발악하며 마지막 힘을 쥐어짜네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저택으로 돌아가서 연애도 좀 하고, 할 게 많아.'
깡! 깡! 깡!
제우스의 번개와 몇 번 맞부딪친 덕분에 이젠 정말 제우스의 그것처럼 변해 버린 개빠따.
거기에 탐욕의 폭군이 된 내 상태까지.
이걸 막는 게 더 이상할 정도의 위력이었다.
"백태양! 우린 신이다! 너한테 절대 지지 않아!"
"그래 맞아! 올림푸스를 얕보지 마라!"
"약한 걸 어떻게 하라고."
처음 개빠따를 휘두를 때까지만 해도 들리지 않던 신음이 점차 튀어나온다.
"프흡...흐에엑..."
"흐읏...흐악...제발 그만..."
다 큰 성인, 그것도 중년을 훨씬 넘어 보이는 사내들의 타격 신음을 듣는 건 썩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끝내자."
개빠따에 모든 힘을 집중시킨다.
그리고 그대로 내려찍는다.
쾅!
커다란 소음 한 번.
그리고 감전 당한 벌레처럼 몸을 부르르 떠는 제우스와 포세이돈.
마지막으로 그런 상황을 목격하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풀썩 주저앉아 실금을 하는 아프로디테까지.
"음, 그러고 보니까 네가 남았구나."
제우스와 포세이돈은 당분간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으니.
쟤들은 그냥 올림푸스 대문에 걸어두면 되고, 절대 나를 건들지 말라고 적극적으로 말할 존재가 필요했다.
헤라한테 시키자니 그건 너무 생노동이라 미안 하던 참이었는데.
마침 이렇게 대신 심부름을 할 생각이 있는 신이 나타나다니.
타이밍이 참 절묘했다.
"너도 벌 받을게 있잖아."
"나...난 아니야... 정말로..."
그런 말하면서 은근히 성욕에 젖은 눈을 하는 아프로디테.
유감이지만 그녀가 원하는 걸 선사해 줄 생각은 없었다.
날 팔아넘긴 여자를 뭐가 예쁘다고 살까지 섞으며 굴복시키겠는가.
'마침 딱 좋은 물건이 있고 말이지.'
굵직한 개빠따와 아프로디테의 음부를 번갈아쳐다보며 환히 웃었다.
"네가 맞아, 아주 딱 적합해."
아프로디테에게 다가가며 개빠따에 묻은 피를 닦아낸다.
"니 년 정도 보지면 이게 딱 들어갈 것 같아."
춘향이 성교육은 실패했어도 다른 여자 성교육은 제대로 시킬 수 있다는 걸.
여기서 증명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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