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1화 〉 신 전용 개빠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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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가볍다.
혼과 육체가 일치한다는 개소리가 이제 무슨 말인지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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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를 통합 시킴에 따라 백태양의 서브 스킬 ???를 완전히 습득합니다.
???의 정체가 밝혀집니다.
[처녀 폭격기]를 습득합니다.
기존에 이미 [처녀 폭격기]를 습득한 상태입니다.
스킬을 중복으로 습득함에 따라 강화합니다.
[처녀 폭격기]가 앞으로 '처녀에게 패배하지 않는다'가 아닌 '처녀에게 항상 승리한다'로 변경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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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바뀐 감각을 축복이라도 하듯 처녀 폭격기까지 강화된 상태.
위기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예 뭐 제발 이겨달라고 애원을 하는 듯한 상황이었다.
'질 수가 없겠네.'
그런 생각하며 얌전히 제우스와 포세이돈 그리고 토르.
얼간이 트리오가 한 마디씩 내뱉는 걸 얌전히 들었다.
게임으로 치면 전투하기 전 컷씬 같은 느낌이어서
"내가 널 끝내주마, 백태양."
얼간이 트리오 막내 토르의 말을 끝으로 그대로 전투가 시작되는 듯 보였으나.
토르는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말았다.
"오라, 나의 충실스러운 부하들이여."
하늘이 열리고 처녀들이 떨어진다.
마치 새로 강화된 처녀 폭격기의 성능을 빨리 실험해 보라고 억지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헤라와 아르테미스는 내 능력을 정확히 알지 못 했기에 걱정이 담긴 외침을 뱉었지만.
'보여주면 될 일이지.'
얼마나 강한 수컷과 관계를 맺었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하게 해주면 될 일이었다.
"죽어!"
토르의 부름을 받은 발키리, 전처녀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나에게 다가온다.
패배하지 않는다와 승리한다는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그 결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전 같은 경우는 정말 최악의 경우인 패배를 하지 않게 힘을 보태주는 느낌이라면.
이젠 승리를 위해 압도적인 강함을 부여해 주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
[처녀에게 항상 승리합니다.]
[처녀에게 항상 승리합니다.]
[처녀에게 항상 승리합니다.]
[처녀는 당신을 절대로 이길 수 없으며, 당신은 처녀의 재앙입니다.]
수 없이 떠오르는 승리의 메시지들 덕에 난 난전 속에서도 긴장감을 단 한 번도 느낄 수 없었다.
"꺄악!"
손을 휘두르면 휘두르는 대로 발키리들이 쓸려 나간다.
별다른 공방을 주고받을 필요도 없었다.
"이 자식이 감히!"
"어이가 없네."
누가 보면 적진 중앙에서 동료를 찢어 죽이는 사악한 악당을 보는 듯한 눈빛과 악에 받친 목소리.
대뜸 나타나 사람을 죽이려고 한 것 치고 지나치게 감성적인 면모였다.
'멍청한 놈.'
토르는 이런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피아를 가리지 않는 번개 특성상 아군이 많으면 많을수록 능력 사용이 제한되기에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차라리 처음부터 발키리를 쓰지 말고 토르 혼자 덤볐다면 조금 더 고전할 수도 있었겠으나.
이렇게 처녀로 둘러싸인 상황에서 토르는 그저 발키리들이 하나씩 기절하는 걸 바라만 봐야 했다.
제우스와 포세이돈도 비슷하면서도 좀 다른 이유였는데.
토르와 소속이 아예 다르다 보니 협동 개념이 굉장히 약했기에 그 어떤 제스처도 취하지 않고 있었다.
아마도 내 밑천이 드러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내가 니들 생각대로 될 거라는 그 안일한 발상이지."
[폭군 발동! 아랫것들을 무시합니다.]
[마족화 발동! 폭군을 발동한 상태입니다. 탐욕의 폭군이 신계에 현현합니다.]
내가 그 장단에 맞춰줄 생각이 없다는 거다.
쾅!
불리한쪽이 탐색전을 걸지 않는 이유는 간을 보다가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툭툭 치면서 간을 보려고 하다가 상대방도 똑같이 툭 쳤는데.
그게 체급 차이로 인해 잽이 아닌 훅처럼 명치에 꽂힌다면.
"푸에에엑!"
그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미리 대비하고 있다면 모를까.
꼴랑 삐까뻔쩍한 갑옷 하나 걸치고 어영부영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놈에겐 더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순식간에 발키리의 파도를 꿰뚫고 토르의 명치에 플라잉 니킥을 꽂아 넣은 뒤 그대로 놈의 목을 향해 성검을 휘두른다.
"이익!"
썩어도 준치라고 나름 전쟁 좀 겪어본 신이어서 그런지 토르는 급하게 자세를 수습하며 목이 베이는 건 가까스로 회피했다.
그 대가로 추하게 바닥을 구르다가 코가 깨지긴 했지만 목이 잘리는 거에 비하면 멀쩡한 수준이었다.
"쟤넨 너 도울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왜냐면 나 혼자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토르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길 결심한 듯 몸에서 번개를 내뿜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전기 뱀장어 같기도 했고 어느 만화 캐릭터 나오는 대표 마스코트 같기도 해서 굉장히 묘했다.
예전 같았으면 그래도 조심 해야지라는 생각이라도 들었을 텐데.
지금은 그런 것 하나 없이 유치원 재롱 잔치를 보는 것 같았다.
'몸이 아직도 가볍다.'
폭군과 마족화를 동시에 발동시켰음에도 몸에 부하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깃털처럼 가벼워서 날아갈 정도로 아주 환상적인 기분이었다.
움직이자는 대로 움직여지며 하고자 하면 되는, 정말 신에 가까운 감각이 혈액처럼 온몸을 돌고 있었다.
"인간에겐 지지 않는다!"
"난 그냥 지지 않아."
패배해 본 적이 없는 전적.
오만과 허세 따위가 아닌 경험과 과거에서부터 나오는 확신.
백태양과 패배는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었다.
번개가 몸을 내려 치려는 속도보다 먼저 움직여 토르를 압박한다.
결국 무작위로 번개를 내려치지 못 하는 이상 토르는 최소한 내가 있는 방향으로 번개를 내려 쳐야 했는데.
내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하니 아무것도 하지 못 하는 꼭두각시가 되어 버렸다.
"푸엑! 그만! 나는! 끅! 악! 신이! 다!"
"그리고 멍청하지."
애초에 안뚱땡과 안비실한테 당해서 박혀 있던 놈들이었다.
사람마다 성격은 다르겠지만 어쨌든 수준이 대부분은 거기서 거기일 거란 이야기였다.
먹이 사슬로 보자면 안뚱땡과 안비실 밑에 신들이 있는 구조일 텐데.
난 안뚱땡과 안비실을 모조리 잡아 팬 최상위 포식자인 만큼 이런 상황은 어찌 보면 너무 당연했다.
올림푸스의 티탄이자 아스가르드의 거인인 존재.
그게 바로 나였다.
"인간 주제에 무슨 수를 쓴 거냐!"
"너도 반말을 쓰는 구나."
아폴론이 그렇게 맞고도 나한테 계속 반말을 쓰다가 어떻게 됐는지 알았다면 예절 교육이 잘되어 있었을 터.
그런 부분은 참 아쉬웠다.
빡!
"흐으어..."
놈의 머리칼을 잡고 검을 잡은 손으로 토르의 턱주가리를 박살 낸다.
옛날 방식 투구이기에 머리 부분만 가린 유일한 약점 부분인 얼굴 하부.
그곳이 쉽게 공략당하자 토르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 했다.
"이이이이익!"
마지막 발악처럼 묠니르를 휘두르려고 해봤지만.
[토르의 수컷 서열이 당신보다 낮습니다.]
[묠니르를 강탈합니다.]
김민수의 붓검과 같은 꼴이 날 뿐이다.
"무기 관리를 잘해야지."
이건 헛짓거리 할 수도 있으니 내가 넣어둘게.
묠니르를 인벤토리에 넣는 그 순간까지 토르는 뭐가 그렇게 억울한지 아등바등거리며 뭐라 뭐라 소리쳤다.
문제는 턱이 망가져서 제대로 발음이 나오지 않는다는 거였다.
"진짜 악당이라도 된 기분이야."
"넌 이곳에 존재해선 안 될 쓰레기가 맞다."
쾅!
여유를 부리려는 그 찰나를 노린 듯 제우스가 번개를 날렸다.
발키리한테 전기 충격이 가도 상관없다는 듯한 무심한 공격.
확실히 자기 소속이 아니어서 그런지 피아 구분이 아주 확실했다.
어쩌면 그런 걸 고려하다간 평생 날 잡지 못하겠다고 생각 했을지도 모른다.
"동의한다."
포세이돈 또한 삼지창을 휘두르며 나에게 다가왔다.
난 일단 토르를 포세이돈 쪽에 던지고 바로 제우스를 향해 날아갔다.
번개돌이를 하나 잡았으니 다음 번개돌이까지 말끔히 처리할 생각이었다.
"난 토르와 다르다."
쾅!
또다시 번개가 떨어진다.
토르의 것과는 딱 봐도 차원이 다른 게 느껴졌다.
'진짜 발키리를 신경 쓰냐 안 쓰냐 차이였네.'
그래도 신경은 쓰는지 포세이돈은 파도를 일으켜 발키리와 토르를 한구석으로 치워 버렸다.
"토르는 사실 급이 맞지 않지, 왜냐면 그는 신화의 주역이 아니니까. 그저 그냥 인기가 좀 많을 뿐이다."
북유럽 신화에서 주인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모두 오딘을 말할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도 마찬가지였다.
주인이 누구냐 묻는다면 다들 제우스라 말한다.
그 이름이 주는 무게감은 남다르다.
뭐 이런걸 말하고 싶은가 본데.
'별 차이 못 느끼겠단 말이지.'
조금 더 화난 전기 뱀장어라는 것 정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수준을 가지고 뭐 저렇게 멋지게 말하는지 알 수 없었다.
막상 상대해 보니 이런 애들 상대로 잠입을 하며 뭐 어떻게 한다고 했던 과거가 부끄러워질 지경이었다.
그리고 제우스의 허세와 반대로 상황은 나한테 너무 좋게 흘러가고 있었다.
발키리는 손짓 한 번에 끝나고 토르는 넉다운.
포세이돈은 제우스와 합동 공격을 준비하는 건지 간을 보고 있었고.
"주인님!"
아테나는 내 무기를 가져 왔다.
슈우우우웅.
미사일처럼 날아오는 몽둥이 하나가 내 손에 착 감긴다.
"이게 니들 팰 때 쓰라고 만들어진 빠따야."
신 전용 개빠따.
어때?
그 말을 끝으로 놈들에게 달려들었다.
지루한 시간을 끝낼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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