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4화 〉 그 음료는 내 젖이다
* * *
섣불리 움직여서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신들의 음식이 주는 유혹은 견딜 수 없는 종류였다.
신위를 얻기 전이었다면 모를까, 얻고 난 후 저게 어떤 물건인지 아니 몸이 자연스레 밖으로 움직였다.
아테나와 아르테미스와 함께 이동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괜찮을 거라는 이유 없는 자신감까지 생겼다.
'특히 넥타르에서 너무 좋은 냄새가 나.'
생전 처음 느껴보는 향기는 매혹이라고 표현하는 게 아쉽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단어로 묶이는 게 안타까울 정도의 파괴적인 달콤한 향.
"..."
정신을 차렸을 땐 어느새 헤파이토스 신전의 앞까지 와 있었다.
아폴론을 때려 눕히고 아르테미스의 순결을 뺏은 그 자리에 순식간에 도착한 거였다.
'신위 때문이다.'
어떻게 걸어왔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조차 모르다가 넥타르와 암브로시아가 앞에 있고 나서야 든 생각이었다.
신위가 없었을 때라면 저게 어떤 건지 짐작도 못 했지만 신위를 얻음으로 몸에 뭐가 부족한지 알게 된 결과였다.
'올림푸스 신들을 잡고 나서 얻은 신위여서 그런 건가.'
올림푸스 신들이 자주 먹는 음식을 나도 똑같이 먹어야 한다는 무의식이 작용한 거로 보였다.
정말로 신이 된 건 아니었지만 그와 비슷한 류의 힘을 얻었으니 뭐가 결핍 된지 깨달은 거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지금 눈앞에 있는 게 함정이란 걸 뒤늦게 안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만약 이런 것조차 깨닫지 못 했다면 아무것도 모르고 음식에 얼굴을 처박고 넥타르를 머리에 뿌리며 먹었을지도 모른다.
'근데 또 안 먹기가 힘드네.'
문제는 바로 이거였다.
함정이란 걸 자각하는 것과 몸이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특히 넥타르.'
멀리서 느꼈을 때도 파괴적인 향이었지만 가까이서 맡으니 사람의 이성을 쏙 빼놓을 정도였다.
먹고 불멸이 된다던가 강력한 힘을 얻는다던가 하는 건 과장된 효과로 보였지만 그런 걸 알아도 몸이 쏠리는 걸 멈출 수 없었다.
신위를 얻은 신체가 신들의 음식에 대한결핍을 느끼고 강하게 이끄는 걸 무슨 수로 막는단 말인가.
[류혜미의 메인 스킬 분석 보조를 사용합니다.]
혜미의 스킬을 빌려서 넥타르와 암브로시아가 몸에 좋은 음식인 건 맞지만 엄청난 영향을 끼칠 정도란 게 아닌 걸 알아도.
저벅저벅.
몸은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저벅저벅.
멈춰야 된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저벅저벅.
너무 잘 차려진, 고급 한식집에서 나올 법한 넥타르와 암브로시아 상차림의 유혹을 떨쳐 내지 못하고 결국.
털썩.
그대로 상 앞에 앉아버렸다.
우걱 우걱.
꿀꺽꿀꺽.
그다음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는 폭식의 향연이었다.
[나으리 왜 그러시나요! 평소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시와요!]
[주인놈아 정신 차려라! 너 지금 뭔가 이상하다!]
옛날 만화 영화에서 나오는 부모가 신들의 음식을 즐기는 장면처럼.
난 끝도 없이 음식을 입안에 밀어 넣었다.
소환수들의 만류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계속 음식을 식도에 밀어 넣을 무렵.
슬슬 해소 되는 기갈이 진정 될 때쯤 가장 처음 든 생각은 바로 '넥타르를 더 먹고 싶다'였다.
아니 정확히는 넥타르가 아닌 어떤 특이한 음료였다.
우유 같기도 한데 마냥 우유라고 취급하기에는 묘한 맛이 있었다.
고소하고 담백한데 달기까지 하면서도 마약 같은 끝맛이 있다고 해야 할까.
정말 인간의 단어로 포장할 수 없는 마법의 음료였다.
애초에 이 음료가 아니었다면 몸이 절로 끌려오는 유혹을 당할 일도 없었을 것 같았다.
고작 마실 것 하나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근데 더 먹고 싶다.'
10인분 정도 차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상차림은 오 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사이에 동이 나버렸다.
배는 부르지만 이 특이한 음료는 계속 먹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스슥.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내 함정에 걸려들었구나 백태양!"
목소리와 함께 나타난 여자를 보자마자 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유민이잖아.'
유민이와 너무 똑같이 생긴 여자.
'아니지, 헤라잖아.'
왜 헤르메스가 헤라와 유민이가 닮았다고 한 지 곧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유민이에서 머리를 조금만 그리고 그리스 시대에 여자가 입을 법한 원피스 복장만 입혀두면 딱 헤라였다.
순간적으로 너무 똑같아서 놀랄 정도였다.
'목소리까지 똑같네.'
사소한 디테일은 넘어가기로 하고 다시 그녀의 말에 집중했다.
'함정에 걸렸다고?'
음식엔 독도 없어 보이고 헤라 말고는 주변에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데 대체 무슨 함정이지.
내가 미끼를 물어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먹은 건 맞지만 함정이라고 느껴질 만한 위협은 하나도 없었다.
애초에 그런 게 있었다면 멍청하게 계속 음식을 먹는 일은 하지 않았을 거다.
헤라는 이런 내 반응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계속 말을 이었다.
"그 음료를 먹었으니 분명 계속 엄청난 갈증이 생기겠지!"
그런 건 없었다.
"그게 어떤 건지도 모르고 마시다니 정말 멍청하구나!"
저건 맞는 말이어서 반박하지 못했다.
"그건 바로 내 젖이다."
젖이었구나, 어쩐지 처음 먹어 보는 맛이다 했더니.
'잠깐만 뭐라고?'
젖?
모유?
나 그럼 지금 모유 수유 당한 건가.
'당한 건 아닌가.'
짜준 걸 내가 좋다고 마셨으니 알아서 잘 먹었다고 볼 수 있었다.
근데 상황이 여기까지 오자 지금 분위기가 얼마나 웃긴 지 깨달을 수 있었다.
'헤파이토스 신전 앞에서 음식을 먹었더니 헤라가 함정이라고 나타나서 내가 가장맛있게 먹은 게 자기 젖이라고 말하는 건가 지금.'
유치원생 소꿉놀이에서나 나올 법한 작위적이고 괴기한 연출이었다.
"..."
가장 의아한 건 헤라의 태도였다.
그녀는 모유 선언한 뒤에 아무 말없이 빤히 날 노려보고 있었다.
할 말은 다 했으니까 빨리 나한테 움직여보라는 신호를 주는 것 같기는 한데.
이러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 목적이 뭐야?"
"뭐, 뭐라고? 내 몸의 목적을 묻는 것이냐! 난 절대 함락 당하지 않을 거다! 단지 널 끌어들이기 위한 함정이었을 뿐. 절대로! 난 너에게 다시는 모유를 주지 않을 거다!"
국어책을 그대로 음정 없이 읽는 듯한 연기톤에 정신이 어지러워졌다.
헤라의 저 말로 인해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파악했기 때문이다.
아테나는 직접 찾아와서 순결을 빼앗기고 바로 성 노예가 되었고.
아르테미스는 아테나처럼 직접 찾아와서 순결을 뺏기고 반항하다가 떡실신했다.
그렇다면 헤라는.
'알아서 찾아오게 만들고 따먹히고 싶어서 발정 난 움직임을 보이는 건가.'
이미 헤라의 허벅지 사이에선 맑고 투명한 액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젠 알아서 따먹어달라고 찾아오는 거야?'
오히려 이게 더 함정처럼 느껴져서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왜... 왜 달려들지 않는 거냐! 우린 적이거늘!"
"...아...어어..."
적이라고 보기엔 이미 너무 발정 난 암캐처럼 보이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참.
'아테나랑 아르테미스 부를 걸 그랬네.'
그 둘이라면 지금 상황을 아주 잘 중재해줬을 텐데.
'내가 여기서 헤라를 따먹으면 아테나랑 아르테미스 엄마를 따먹는 거 아냐?'
엄연히 따지자면 진짜 피가 이어진 부모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부모는 부모였다.
이미 자매 덮밥까지 한 번 한 상황에 연이어 모녀 덮밥이 굴러 들어오다니.
내가 제우스와 결판을 내러 온 건지 아니면 섹스하러 온 건지 이젠 목적이 흐려지고 있었다.
"빠...빨리 달려들어라!"
투우사가 빨간 천을 흔드는 것처럼 자기 몸을 살랑살랑 펄럭이는 헤라.
일단 장단 맞춰서 나쁠 게 없을 것 같으니 난 헤라 쪽으로 조금 발걸음을 옮겼고.
"꺄악!"
내가 움직이자마자 헤라는 바로 뒤를 돌아 도망치는 시늉을 하다가 발이 걸리는 연기를 통해 바닥에 엎어졌다.
엎어지면서 무슨 짓을 한 건지 원피스가 배까지 올라가 유부 빽보지가 시원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모유가 사실이라는 걸 증명하듯, 아까 먹은 음료와 같은 색깔의 액체가 배꼽 쪽으로 떨어지려다가 바닥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었다.
"나..날 어떻게 하려고!"
"..."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
'남자는 이러면 바로 따먹지 않나?'
헤라는 지금 혼란을 느꼈다.
젖까지 먹였는데 바로바로 반응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시 몰라서 그 안에 흥분을 유도 하는 묘약까지 탔음에도 저렇게 목석 같은 반응이라니.
아프로디테한테서 얻어낸 묘약이 사실은 불량이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충분히 난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헤라는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맛있게 먹는 백태양을 보며 자기 감정이 뭔지 확신했다.
자신이 직접 짠 젖을 꿀꺽꿀꺽 먹으며 입가로 한 줄기 흘리는 그의 모습은 암컷의 본능을 자극했다.
순간적으로 자신이 손으로 젖을 짜서 백태양의 입가에 넣어 주는 생각할 정도였으니 말 다 한 거였다.
'멍청한 제우스도 그렇게 바람을 피는데 나도 못 필 건 없지.'
게다가 지금 백태양의 곁에 아무도 없으니 아주 딱 좋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근데 여기서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했는데 바로 백태양의 반응이었다.
발정 난 개처럼 구는 제우스만 봐 왔기에 남자에 대한 지식이 조금 부족한 헤라는 백태양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모유도 먹이고 보지도 보여줬는데 왜 바로 자지를 주지 않는단 말인가.
신으로서의 체면이 있지 인간한테 자지를 달라고 애원도 할 수 없기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눈을 꼭 감고 최후의 수단을 사용했다.
"젖보다 더 맛있는 게 나올 수도 있는데..."
잘 조교 된 암컷처럼 다리를 M자로 벌렸다.
지금 그녀가 당장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유혹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