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3화 〉 아레스와 아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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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신발도 뺏기고 온 것이냐!"
"어쩔 수가 없었어요..."
제우스는 헤르메스가 두들겨 맞고 온 것에 크게 노했다.
아무리 신의 힘이 바닥까지 떨어졌다지만 인간한테 맞고 오다니.
이건 절대로 간단히 넘어갈 수 없는 문제였다.
"내 당장 지금 천벌을 내리겠다! 군사를 이끌고 내려가 지상을 점령하겠다!"
"...아버님, 저희는 군사가 존재하지 않으며 지상에선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습니다. 헤르메스도 그런 이유로 맞고 돌아온 거구요."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
헤르메스는 자신이 맞은 이유가 단순히 지상에서 힘을 못 썼기 때문이 아니란 걸 말하고 싶었지만.
그걸 이실직고하기엔 신으로서의 자존심이 무너질 것 같아 쉽사리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말도 안 되는 힘이다.'
인간이 어떻게 그런 힘을 낼 수 있었는지가 의문일 정도로 강력한 힘.
폭력을 사용할 때 보통 인간이라면 피해조차 입힐 수 없었을 텐데, 직격타가 꽂혀서 아주 놀랐었다.
헤르메스는 이게 백태양이란 인간이 특별한 건지.
'아니면 그만큼 신의 권위가 낮아졌기에 생겨난 건지 알 수가 없으니.'
상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면 결과는 뻔했다.
제우스는 깨어나자마자 작가들을 찾으며 올림푸스 절반을 날려 버릴 정도로 화가 많이 나 있는 상태였으니까.
억압된 세월만 해도 20년이 넘었었다.
신들에게 20년이란 아주 짧은 세월이었을지 몰라도 힘을 쭉쭉 빨리면서 견디는 20년은 가볍지 않았다.
"지상으로 바로 내려가서 놈에게 직접 천벌을 내리고 싶으나 그럴 수도 없고! 무슨 좋은 수가 없느냐!"
제우스의 호통에 올림푸스 주신들은 눈동자를 굴리며 좋은 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왜 굳이 천벌을 내려야 하지?'라는 생각을 하는 신들도 있었다.
왜냐면 그들은 제우스만큼 분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힘을 빨린 건 맞지만 그들이 원래부터 현세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했기에 따지고 보면 그렇게 크게 힘을 뺏긴 것도 아니었다.
프로메테우스가 나타난 이후부터 지상은 신을 많이 찾지 않게 되었다.
찾는다고 해도 그리스의 신들은 아니었고 말이다.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특히 아폴론 같은 경우는 백태양의 이름에 태양이 들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굉장히 백태양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작가도 없애주고, 우리도 다시 활동하게 해줬으면 아무리 봐도 그냥 냅두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말이 좋아서 예전처럼 인간들을 통치한다는 거지.
그건 사실 몇천 년이 훨씬 넘은 아주 오래전 이야기였다.
인간들이 아무런 힘도 없었으며 불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던 정말 갓 태어난 아기 같은 시절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이유가 전혀 없었다.
'인간들 음악도 마음에 들고 굳이 왜?'
일단 제우스가 말하니까 듣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지만 썩 내키지 않는 건 사실이었다.
물론 예전 같았으면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 거다.
졸렬함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아폴론이었으니까.
하지만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안뚱땡과 안비실에 의해 봉인이 되고 난 후.
신들의 성격은 대부분 바뀌었다.
"게이트를 열 준비해라! 우리의 위엄을 똑똑히 알려 줘야 한다! 아레스! 아테나!"
""네 아버님.""
"당장 인간들! 아니 그 본보기로 백태양! 그놈에게 알려 줘라! 전쟁이 무엇인지! 투쟁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알겠습니다!"
물론 그게 다 좋은 쪽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긴 아니었다.
아폴론 같은 신이 있는 반면 제우스와 아레스 그리고 아테나처럼 오랜 억압으로 인해 분노의 방향성을 상실한 자들도 존재했다.
전지전능하지 않다는 건 실수를 할 수도 있다는 것.
"지금 당장 가거라!"
아폴론은 백태양에게 두들겨 맞고 구석에 짱 박힌 헤르메스와 백태양을 교육할 생각에 신난 아레스와 아테나를 번갈아 쳐다 봤다.
이번 결과에 따라 아주 많은 게 바뀔 것 같은 예감이 진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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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놈아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다! 헤라의 자식이 몇인데!]
'알아 그냥 농담 좀 진지하게 한 거야.'
솔직히 말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상상은 자유니까 할 수도 있잖아.
'그렇게 되면 근데 주신 중 몇 명이 유부녀고 몇 명이 처녀지?'
메르피의 어이없어 하는 말을 받으며 난 그리스 신화 관련 도서를 몇 개 챙겼다.
'혹시 뭔가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
책도 대출 받았고 유민이와 도서관에서 섹스도 했겠다.
더 이상 도서관에 있을 필요가 없어진 난 그대로 유민이를 데리고 반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렇게 반으로 가기 위해 복도를 걷던 와중.
"태양아!"
"태양 씨!"
"태양 생도?"
자연스럽게 백태양 여자 친구 어셈블이 시작됐다.
확실히 그동안 못 만난 시간을 완벽하게 복구하려는 듯한 움직임.
수진이, 멜라니, 혜미 그리고 저 멀리 손을 흔들고 있는 유이까지.
눈치 없는 사람이 봐도 관계가 어떻게 됐는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음 이거 장두철이 보면 곤란한데.'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류혜미와 관련된 연애 상담을 했던 사람이 이 광경을 본다면.
어우,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저도 있사와요 나으리!]
그래 이런 자리에 네가 빠지는 것도 웃기지.
메인 히로인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자 춘향이도 자기 존재감을 과시했다.
여기에 이제 리리엘과 샤엘만 나타나면 정말 모든 히로인이 다 모이는 거였다.
'진짜 근데 그동안 많이 소홀하긴 했어.'
여자 친구를 나열하며 트로피처럼 취급할 생각이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사람을 그렇게 몰아갔었다.
조금이라도 잔잔한 일상을 보내려고 하면 또 일이 터지고, 쉬려고 하면 또 누가 사고를 치고.
그렇게 반복된 바쁜 삶에서 여자 친구들과 개인적인 일상을 보내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이제부터 진짜 즐겨야지.'
행복한 상상을 하며 즐거운 대화를 펼치려는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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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퀘스트!
제우스가 헤르메스의 꼴을 보고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아레스와 아테나를 현세에 내려 보냈습니다.
단 그들은 영악하게 게이트를 이용했으며, 꼼수를 사용해 게이트 입장 제한 시간을 짧게 만들었습니다.
서둘러 아레스와 아테나가 만든 게이트에 들어가세요!
들어가지 않는다면 그들이 신계의 힘을 가진 상태로 지상에 현현하게 됩니다!
지금부터 안내된 위치로 당장 이동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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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긴급 퀘스트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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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아아아아앙!!!
'연애 생활 좀 하려고 하니까.'
역시 퀘스트는 도움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처음엔 루베니아 말처럼 튜토리얼 개념이어서 소설 속에서 적응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었지만.
지금은 그저 평화로운 일상을 가로막는 방해꾼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이게 아니었다면 아레스와 아테나가 멋대로 활개치는 꼴을 손 놓고 지켜봐야 했겠지.
정말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가 없는 부분이었다.
'혼자 오느라 혼났네 진짜.'
그 수많은 여자 친구들 사이에서 갑자기 할 일이 생겼다는 핑계로 탈출하는 것.
그건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발걸음도 쉽게 떨어지지 않았고 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수진이를 떼어 놓을 때 어찌나 마음이 아팠는지.
아무튼 반드시 시간을 내겠다는 다짐과 약속 그리고 몇 번의 지장을 찍은 후에야, 게이트를 찾으러 갈 수 있었다.
'이쯤인 것 같은데.'
공교롭게도 게이트가 생겨난 위치는 바로 보금자리몰 바로 문 앞이었다.
김민수가 처음으로 니여쩔을 들으며 바닥에 쓰러지고 울며불며 난리를 피워 인터넷밈이 되었던 장소였다.
분명 모르고 한 거겠지만 참.
자기들 미래를 미리 점지하고 나타난 것 같아서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래도 영악하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네.'
보통 번화가 한복판에 게이트가 생기면 헌터들이 출동하고 주변이 난리가 나야 정상이었다.
일반인 통제는 기본이고 근처에 헌터를 제외한 생명체 하나 접근 못하게 했을 텐데.
지금은 무슨 수를 썼는지를 몰라도 아무도 게이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 했다.
그리고 여기에 추가적으로 게이트 입장 제한 시간까지 짧게 만들어 놔서 게이트 웨이브 유도까지.
신이 했다고 하기엔 너무 졸렬해서 없던 안뚱땡이 생각날 정도였다.
헤르메스 좀 팼다고 바로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이야.
곧 죽어도 현세로 그냥 내려오지 못하는 게 정말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침략하고 싶으면 바로 당당하게 나타나야지 이런 꼼수를 써?
'그래 뭐 아직 날 안 만났으니까.'
신들이라고 인간들한테 추앙만 받다 보니 제대로 된 가정 교육 한 번 못 받았겠지.
메인 퀘스트와 보조 퀘스트도 있겠다.
난 어디선가 나왔던 대사를 인용하며 게이트 속으로 들어갔다.
'남자는 죽이고 여자는 따먹어라.'
아레스와 아테나.
그들의 미래는 이미 결정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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