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니여친쩔더라-248화 (248/325)

〈 248화 〉 역시 대화가 최고야.

* * *

성지 아카벨름.

"드디어."

과거 힘을 잃고 쓰러졌던 루베니아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았던 세계에 씨앗을 뿌렸던 자.

작가에 의한 세계가 아닌 인간에 의한 세계를 위해 힘을 나눴던 자.

그 루베니아가 마침내 힘을 되찾았다.

"이렇게 됐구나."

예전에 바뀌었던 루베니아의 머리.

머리를 교체했음에도 펼쳐지지 않았던 책이 천천히 펼쳐지며 그 첫 장의 글자가 생성되기 시작한다.

<백태양, 작가의="" 권한을="" 세계에="" 뿌려="" 더="" 이상="" 누군가가="" 임의대로="" 미래를="" 조작할="" 수="" 없게="" 하다.=""/>

자격이 없는 자가 성검을 넘볼 수 없게 되고, 이유 없는 사랑을 받지 못 하게 하며, 세계로부터의 편애가 끝났다는 걸 알리는 문장.

이 문장 하나를 보려고 얼마나 오랜 세월을 견뎠던가.

사람이 모이면 세계가 되고 그 세계엔 당연히 여러 가지 이야기가 존재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이상한 놈들이 끼어들기 시작하면서 세계는 당황스러운 변화를 맞이했다.

"첫 번째 놈은 모든 사람이 사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애충이었지."

전 세계에 모든 사람이 사랑하고 백년가약을 맺어 반드시 해피 엔딩을 맞이해야 한다는 결말이 정해진 미친 세계.

사람이 살다 보면 누구나 만남과 헤어짐이 있기 마련이었지만 안비실이 꿈 꾸는 세계는 그런 게 아니었다.

무조건 순애만이 진리이며 오메가이자 알파라고 말한 그놈은 첫사랑은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는 걸 강조했다.

급기야 안비실은 지구 남녀 성비가 5:5가 맞아야 한다는 미친 발언부터 모두 알맞게 짝을 이뤄내고야 말겠다는 계획을 실행시키려 했다.

"어떻게 그런 힘을 얻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자격 없는 놈이 얻었다는 거였지."

세계를 이야기한 곳으로 집중시켜 자신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힘.

그건 정말 엄청난 거였고 누가 써도 위험했기에 루베니아는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무렵.

거짓말처럼 안뚱땡이 나타났다.

"두 번째 놈은 그냥... 자캐딸에 정신이 나간 놈이었지."

안비실이 순애에 정신이 팔린 틈을 절묘하게 파고든 안뚱땡은 자캐 김민수를 만들어냈다.

전형적인 러브코미디 라이트 노벨에 나올 법한 클리셰 덩어리 남자 주인공.

그렇게 탄생 시킨 김민수를 안비실은 아무 의심도 하지 않고 스토리를 부여하고 순애 라인을 넣어줬고.

안뚱땡은 그 틈을 이용해 김민수에게 오는 순애 라인을 계속 꼬으며 마침내 하렘 순애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이 부분에서 루베니아를 포함한 신들은 할 수 있는 게 전무했다.

신은 전지전능하지 않는 반면 작가란 것들은 전지전능한 힘을 몇 가지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소멸 되어 자기 신도조차 지킬 수 없다는 두려움에 그들은 입을 꾹 다물고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안뚱땡이 하렘 순애를 만든 걸 뒤늦게 깨달은 안비실은 입에 개거품을 물며 기겁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며 이 사태의 원인인 안뚱땡을 찾아갔고, 안뚱땡은 안비실한테 최악의 상성이라고 할 수 있는 걸 보여줬다.

"그게 백태양."

주인공의 완전한 상성으로 만들어졌으며, 남자들의 이상향을 한데 집합시킨 캐릭터이자 NTR에 특화된 인물.

물론 실제로 굴릴 자신은 없어서 결국 폐기 했지만 안비실은 이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순애개거품한테 NTR남을 보여 줘서 이성을 흐리게 만들고, 그 틈에 솜사탕 도X에몽 주먹을 여러 발 날려서 힘을 뺏는다는 계획.

남들이 듣기엔 '이게 무슨 개 같은 계획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나름 꽤 치밀한 전략이 있기에 가능했다.

약점이 없어 보이는 무적의 존재한테 그런 말도 안 되는 약점이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으니까.

"정말... 그들만의 세계를 이해해야만 가능했던... 그런 거였지."

서브 컬쳐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신들은 그렇게 안뚱땡이 안비실의 힘을 빼앗는 걸 지켜봤다.

그리고 이때 그들은 가능성을 느꼈다. 저 힘이 누군가의 고유한 힘이 아니라 빼앗을 수 있는 거라면.

다른 자가 또 나타나서 힘을 빼앗을 수 있다는 말 아닌가.

뿐만 아니라 뺏지 않고 완전히 소멸 시킬 수만 있다면? 그 가능성을 믿고 그들은 기다렸다.

그걸 위해 대부분의 신들은 그 순간이 오길 바라며 잠이 들었고, 루베니아는 끝까지 버틴 몇 안 되는 신 중 하나였다.

그래서 안뚱떙과 대화도 하고 만나는 자리도 몇 번 가졌던 거였고 말이다.

"이제 그런 것도 다 끝이다."

루베니아는 기립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가의 세상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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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간다.

안뚱땡의 몸에서 나온 책이, 빛이 가루가 되어, 연기가 되어 덧없이 흩날린다.

저게 뭘 의미하는지 알 지 못 했으나 안비실이 이렇게 발악을 하는 걸로 봤을 때 나한테 좋은 건 확실했다.

뭐가 됐든 안뚱땡이나 안비실이나 지들이 좋은 일은 대부분 남한테 커다란 민폐를 끼치는 일임이 분명하니까.

"안 돼애애애애애애애애애!!! 너! 너! 저게 진짜 뭔 줄 알고! 저게 사라지면 이제! 이젠! 더 이상 내가! 내가아아아아아아아우에에에엑!"

빡! 팍! 쾅!

"아니 근데 얘는 이 정도 맞았으면 존대를 할 법도 한데 진짜 끝까지 안 하네."

주먹으로 안비실의 턱을 후려 아랫니를 날리고 머리통을 내려찍어 윗니를 날렸다.

그 후 정확하게 주먹으로 간을 후벼 파듯 때려서 숨도 못 쉬게 꺽꺽거리게 만드는 삼연타.

그걸 맞았음에도 안비실은 여전히 눈을 부라리며 반항의 의지를 숨길 생각하지 않았다.

바닥에서 꿈틀거리면서도 안뚱땡이 빛이 되어 사라지는 걸 맹목적으로 지켜보다니.

'저게 대체 뭐길래?'

아주 잠깐의 시간이 지나 안뚱땡이 완전히 빛이 되어 사라졌을 때.

"이, 이제 다 끝이야."

안비실은 절망했고.

난 그 절망의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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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작가>의 권능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남아 있던 소설의 영향력이 전부 소멸합니다.

세계가 <작가>에게 망가지기 전으로 돌아갑니다.

현재 남아 있는 영향력과 <백태양>이 만들어 낸 결과물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메인 퀘스트="">가 변경됩니다. 차후 퀘스트 창을 열어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작가>의 권능이 모두 사라진 관계로 멸칭 안비실의 영향력이 모두 소멸합니다.

안비실의 수준이 일반인으로 격하됩니다.

그가 억지로 만든 순애 라인이 모두 사라지며 세계에 관여할 수 없게 됩니다.

억눌려 왔던 신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강제로 힘을 빼앗겼던 존재들이 힘을 되찾습니다.

그들은 이제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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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또 뭐라고, 고작 이런 것 때문에..."

"이런 거라니! 이런 거라니! 네가 뭘 알아! 뭘 안다 그래! 이제 더 이상 내 마음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그 허무함을! 알긴 아냐고!"

"원래 사람들은 자기 마음대로 다 못 하고 살아."

빡!

몸이 회복되자마자 다시 안비실의 안면에 강타를 박았는데 아까완 반응이 달랐다.

"끄아아아악! 그...그...아악!!!"

조금 전만 해도 몇 대 패면 다시 원상 복구가 됐지만 이젠 그런 것 없이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일반인으로 격하 된다는 게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전부 다운 시킨다는 거였구나.

'이젠 진짜 세게 치면 죽겠는데?'

난 일단 강압의 대상에서 안비실을 제외하고 주먹을 높게 들었다.

굳이 죽일 필요는 없어 보여서 일단 죽지 않을 정도로만 패기로 했다.

빡! 빡! 빡! 빡!

"윽! 엑! 욱! 악! 끄악! 그! 그만!"

"진짜 이상하다? 말을 왜 안 높이는 거지, 머리에 문제가 있는 건지 입에 문제가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네."

일단 골고루 패봐야지.

그 말에 안비실의 얼굴은 점점 하얗게 질려갔다.

여태까지 지 마음대로 살다가 아무것도 통하지 않는 또라이를 만났을 때의 표정.

기민스가 있는 벙커에 처들어가서 놈을 후드려 깠을 때랑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저 얼굴이 되면 결과는 항상.

"자...자호헤여어...지...지인하아...그아애우에여..."

해피 엔딩으로 끝났다.

아무리 말을 안 듣는 놈도 이렇게 진심으로 두드리면 마음의 문을 활짝 열기 마련이다.

'백태양이 아니었으면 아마 난 뭐 치료사 이런 거 해도 잘했을 것 같은데.'

뭘로 치료하는지는 말 안 해주고, 안뚱땡이랑 안비실 같은 애들 100% 완치시켜줬다고 하면 손님이 줄을 서지 않을까.

쾅!

"끼에에에에에에엑!"

볼일이 없어진 안비실을 발로 걷어차자 어디 시조새 우는소리가 하늘을 찢을 듯이 들려왔다.

여태 <작가>의 권능이란 걸 믿고 깝쳤나 본데, 그게 사라지자마자 바로 알찬 울음소리를 뽑아냈다.

'곡조는 김민수랑 안뚱땡이 최곤데.'

이제 안뚱땡은 없고,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김민수만 기절해서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감옥 가야지 민수야."

스토킹은 범죄니까.

김민수의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며 현장에서 천천히 벗어났다.

오늘도 알찬 대화로 사건을 하나 해결해서 마음이 참 후련했다.

'역시 대화가 최고야.'

이것만한 게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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