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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여친쩔더라-245화 (245/325)

〈 245화 〉 안뚱땡의 진정한 목적

* * *

김민수는 기습을 당하자마자 바로 반응하지 못하고, 멍청하게 있다가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다.

이 정도 변장을 했는데 어떻게 날 알아차렸지 하는 감정과 떨리는 눈동자가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

내가 왜 여기 있냐는 듯 놀라서 떡 벌려진 입이 모든 감정을 그대로 뱉고 있었다.

"무슨 소리야! 너 지금 뭔가 단단히 착각하는 거 아냐?!"

"그건 보면 알겠지."

망설임 없이 바닥에 누워 있는 김민수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타격 위치는 복부.

두드리면 열릴 것이라는 옛말에 따라 놈을 일단 좀 팰 필요를 느꼈다.

쾅!

"켁!"

말을 내뱉으면서 후려친 주먹은 거짓말처럼 깔끔하게 들어갔다.

'음?'

다른 사람들이 민수를 팼다면 얜 그냥 약한 애구나 하고 신나게 추가타를 넣었겠지만.

김민수만 네 달 동안 허구한 날 패며, 김민수샌드백학개론 수석인 난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약하긴 해도 이렇게 무기력하게 맞을 정도는 아니었다.

판단은 순식간에 이뤄졌고 행동은 빨랐다.

추가타를 포기하고 거리를 벌렸고.

스르르릉!

그 결과 방금까지 내가 있던 자리에 검 하나가 불쑥 솟아오른걸 확인할 수 있었다.

'검?'

김민수는 멍청한 표정을 싹 지우고 아쉽다는 얼굴로 몸을 일으키며 검을 잡았다.

"조금만 더 당해 줄 걸 그랬나? 생각보다 되게 똑똑하네."

몸에서 생겨나는 불꽃과 이미 짙은 적색으로 변한 눈동자.

등에 달린 날개와 점점 커지고 있는 몸집까지.

저런 걸 할 수 있는 경우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마족화?'

느껴지는 힘의 종류도 분노의 것인 걸 보면 마계에 있는 동안 단순히 힘을 키운 게 아닌 듯 보였다.

조니 프레이스와 붙어 있다가 마지막에 뒤통수를 쳐서 힘을 뺏은 건가.

노력에 의지하기 보단 늘 남이 가진 걸 가로채거나 일확천금만을 노리는 저열한 방식.

딱 안뚱땡과 김민수가 할 법한 행동이었다.

"그래, 처음부터 생각을 잘못 했을지 몰라. 그냥 널 바로 찾아갈 걸 그랬어, 뭐 네가 이렇게 찾아와서 결과적으로는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말투 진짜 늘... 한결같네."

덩치 만 큰 어린 애를 보는 것 같았다.

전체 이용가용 애니의 악당이 진짜 실제로 있다면 저러지 않을까.

"이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내가 얼마나 재능이 있는 용사인지... 너도 알잖아, 네 메인 스킬과 내 메인 스킬은 완전히 대칭점에 있는데... 난 거기에 따로 더 힘을 강화시킬 수 있는 수단을 얻은 거라고, 이게 무슨 뜻인지 알 텐데 정말 여전히 그 느긋한 태도가 짜증이 나."

구구절절이라는 표현이 딱 알맞은 대사였다.

한동안 사람이랑 많은 대화를 못하고 지냈는지 말을 쏟아 내는 수준이 장난이 아니었다.

저렇게 말할 수 있는 게 신기할지경이었다.

"그렇게 말하고 있을 시간에 칼 한 번이라도 더 휘두르겠다."

"네가 뭘 안다고 그따구로 떠들어!"

쾅!

그 말을 끝으로 놈은 지면을 발로 차며 나에게 순식간에 접근을 시도했다.

움직이는 걸로 봐선 신체 능력도 아주 많이 상승한 것 같은데.

성검에 맞고 피떡이 된 조니를 제대로 막타 쳐서 보상을 얻은 것 같았다.

안뚱떙이 옆에 있으니까 비슷한 등급이라면 자기 마음대로 보상을 줄 수 있는 거겠지.

[폭군 발동! 아랫것들을 멸시합니다.]

[마족화 발동! 폭군과 함께 발동된 상태입니다. 탐욕의 근원에 대해 명확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탐욕의 군주가 현세에 재림합니다.]

'그렇다고 날 이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강해져 봤자 명확한 한계가 보였다.

조니의 힘과 자기 힘이 합쳐져서 날 뛰어넘었다고 생각하나 본데.

문제는 그 둘 다 나한테 진 패잔병들이었다.

수학과 다르게 현실은 1+1=2가 나오지 않는 법이다.

[주인놈아!]

'알고 있어.'

다가오는 김민수를 좌측으로 몸을 돌려 피한 뒤 부드럽게 인벤토리에서 성검을 꺼냈다.

놈이 아무리 발악을 하고 열심히 봤지만 결과적으로 마족의 힘을 흡수한 것.

때문에 알아서 내 먹잇감이 된 거였다.

'정말 그걸 모르고 이랬을까?'

방심은 금물.

일단 난 적당히 김민수를 상대하면서 상황을 파악하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내가! 예전부터! 느꼈던 게 있어! 넌 대체 뭘까? 왜 갑자기 튀어나와서 날 방해하는 걸까? 왜 나만! 나한테만 그러는 걸까!?"

"원래 네가 가져야 할 게 아니었으니까 당연한 거 아냐? 이게 원래 맞는 거야."

급발진을 하던 민수가 분노의 힘까지 얻으니 아주 궁합이 좋았다.

생각했던 이상의 시너지 덕분에 검을 쳐낼 때마다 손이 살살 아려왔다.

'분노를 할 때마다 강해지는 건가?'

회복력과 분노를 할 때마다 강해지는 걸 바탕으로 김민수는 멧돼지처럼 계속 몸을 밀어붙였다.

그동안 나한테 당해왔던 서러움과 피해를 두려워하지 않는 저돌적인 맹공.

"그게 무슨 소리야! 그렇게 정해져 있었는데! 세상에 주인공이 있다면 그건 내가 되는 게 맞아! 유민이도! 혜미도! 성녀도! 멜라니도! 그리고 유이까지! 다! 전부 다! 내 게 될 예정이었어, 서로 사랑을 싹 트고 그런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는 지 몰라! 근데! 그걸 네가 다 망친 거잖아! 인정해 안 해!"

"말 진짜 많네."

분노를 할 때마다 강해지는 놈의 공격을 받아내면서 더 이상 변수가 없다는 걸 확신했다.

여기서 더 있다고 해봤자 불꽃으로 공격하는 것밖에 남아 있지 않을 터.

그렇다면 날 이길 수 없었다.

[소유민의 메인 스킬 마법을 사용합니다.]

[멜라니 아이리엘의 메인 스킬 화기를 사용합니다.]

[리리엘 루베니아의 메인 스킬 신성력을 사용합니다.]

[유수진의 메인 스킬 철혈을 사용합니다.]

마법으로 거리를 벌리고 화기로 원거리 사격을 하며 신성력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힌다.

여기에 끝나지 않고 그 모든 공격에 철혈을 담아 추가 피해를 입히는 말도 안 되는 콤보.

조니조차 견디지 못 했던 걸 김민수가 견딜 수 있을 리는 만무했고.

"꾸에에에엑!"

놈은 조금 전과 다르게 검 한 번 휘두르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다시 처박혔다.

원거리 수단도 하나 없이 오로지 검만 휘두르는 멍청한 캐릭터한테 지기엔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 있었다.

불꽃을 쏜다고 해도 똑같이 마법을 사용하면 되니 김민수의 승산은 없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만! 그만해! 비겁하게 이게 무슨 짓이야! 사내라면 정정당당하게 검으로 싸우우우우엑!"

"뒤통수 친 애가 할 말은 또 아닌 것 같다."

바닥에 엎어져 있는 상대에게 무차별적으로 원거리 수단을 난사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었다.

원래 예상 했던 결과여서 큰 즐거움은 없었지만 오랜만에 다시 듣는 돼지 멱 따는 소리가 정겹긴 했다.

'슬슬 나와야 정상일 텐데.'

아무리 회복력이 좋다고는 하지만 결국 얻어맞게 되면 죽을 위기에 처하기 마련.

김민수를 살려둘이유가 없기에 더 이상 죽여도 상관없다는 스탠스를 취하며, 무차별 폭격을 계속 가하면.

지이이잉.

'왔군.'

안뚱땡이 나타나게 된다.

첫 만남 때 봤던 것과 마찬가지로 반투명한 막이 김민수 몸 위로 씌어지며 공격이 통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의식을 잃었던 김민수, 아니 김민수 몸에 빙의한 안뚱땡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왜 날 못 괴롭혀서 안달이지? 나는 그저... 그저 민수가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고... 나도 그걸 같이 누리고 싶었을 뿐인데."

"...?"

그걸 같이 누린다고?

설마.

'진짜 최종 목적이 김민수의 몸을 뺏는 거였다고?'

자캐딸을 모든 힘을 쏟아부으면서까지 했던 이유.

계속 걸 김민수한테 투자하며 억지로라도 러브 라인을 만들고, 소설의 영향으로 히로인들을 다 처녀 빗치로 설정한 이유.

그 모든 게 정말 마지막엔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었다면.

"...나쁜 건 아니잖아, 민수는 내가 만들었어 아버지이자... 내가 모든 걸 설정했다고... 아무것도 안 해도 사랑받는 그런 캐릭터가 왜 현실에 존재하면 안 되는데? 뭐... 안 된다고 해도 소설이면 되는 거잖아. 그럴 수 있는 거잖아."

현실을 소설로 덧씌워서 사기를 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안뚱땡.

그런 놈을 보고 있자니 차원이 다른 역겨움에 토가 쏠릴 지경이었다.

"진짜 다 끝내자."

사정을 듣고 여러 가지를 물어보고 싶었다가 놈의 태도에 그럴 마음이 싹 사라졌다.

반투명한 막도 지금이라면 충분히 부술 자신감도 있었다.

소설의 영향을 받았을 때나 작가가 무적이었지 지금은 그저 역겨운 돼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지긋지긋한 악연을 마무리 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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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같은 시각 어딘가.

그곳에선 로브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한 노인이 옥좌에 앉아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뼈만 남은 앙상한 손과 불안정해 보이는 몸은 딱 봐도 노쇠해 보였다.

"때가 됐다."

이 순간을 위해 몇 년, 아니 몇십년을 기다려 왔던가.

백태양과 안뚱땡이 만나며 백태양이 안뚱땡을 잡기 위한 자격을 완벽히 갖춘 상황을.

그는 오랫동안 기다려 왔었다.

"유이와 카리스에게 연락을 꾸준히 하길 잘했군."

"그러게요, 이제 가도 될 것 같아요."

"가자, 세상을 원래대로 바꾸러."

진짜 노블이라 주장한 수상한 세력이, 백태양과 안뚱땡이 있는 곳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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