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니여친쩔더라-244화 (244/325)

〈 244화 〉 시원시원하게 가자

* * *

'미국이라...'

장두철에게 받은 정보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미국에서 열리는 챌린지 크러쉬에 김민수가 참가할 확률이 아주 유력했다.

해외로 나가서 이름을 숨기고 대회에서 우승을 해 신분 세탁을 할 예정인 김민수.

대체 왜 그렇게까지 그런 허황된 거에 집착하는지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차피 내가 가는 한 대회 참가 못 할 텐데 말이지.'

글라디르 때처럼 대회에서 만나서 뭐 어떻게 한다던가 할 생각은 없었다.

그건 너무 빙빙 돌아가는 길이었고, 가장 깔끔한 방법은 대회가 시작 되기 전에 놈과 마주치는 거였다.

미국은 땅이 넓으니까 놈을 데리고 인적이 드문 장소를 찾아가서 물씬 두드려패다 보면.

자연스럽게 안뚱땡에 관한 정보가 나올 게 분명했다.

"근데 니넨 대체 왜 따라오는 거야?"

보금자리에서 마련해준 전용기 안 좌석 바로 옆자리.

그곳엔 너무 자연스럽게 유이와 카리스가 땅콩을 까먹으며 앉아 있었다.

"당연히 실 가는데 바늘 따라가야지, 태양쨩이랑 나는 일심동체잖아."

"난 유이 혼자만 보내기 좀 그래서 왔다. 문제 있나?"

문제는 없지만 정말 순수하게 이유가 궁금했다.

방학 때는 감시를 안 하다가 아카데미에서 만났다하면 이렇게 따라붙으니.

원래라면 놓고 올 생각이었지만 감시 말고도 다른 게 더 있을 것 같아 일단은 두고 보기로 했다.

"아냐, 뭐 그냥 물어 봤어."

난 유이가 입안에 넣어 주는 땅콩을 씹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보스라는 애도 궁금하고... 같이 붙어 있으면 조직원이 더 튀어나올 수도 있는 거니까.'

지금 당장 중요한 건 김민수가 얼마나 성장을 했느냐가 관건이었다.

굳이 마계에 있을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 내버려둔 게 한 달 쯤 되니 아무리 멍청해도 결과가 있긴 있었을 터.

어서 빨리 만나서 김민수에게 새로 깨달은 힘을 시험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내가 의식하면 된다고 했었나?'

요즘 부쩍 꿈에서 만나게 된 샤엘은 나에게 힘을 제대로 쓰는 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었다.

탐욕의 뿌리를 얻은 상태지만 겉만 쓰고 제대로 알맹이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말.

그 말에 난 충격을 받고 적극적으로 조언을 들었고, 탐욕의 뿌리가 왜 그렇게 오랫동안 공백인 지 알 수 있었다.

'소중한 걸 뺏어야 한다라...'

소중한 것의 기준은 주관적이지만 탐욕의 뿌리는 아주 객관적인 걸 요구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자'의 소중한 것을 강탈할 것.

김민수의 히로인을 빼앗을 무렵엔 아직 세계가 소설의 영향을 받고 있을 때였기에, 난 조건을 충족한 유일한 존재가 된 거였다.

안뚱땡의 소설 속에서 김민수보다 더 중요한 존재는 없을 테니까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힘의 사용법 또한 이와 비슷했다.

일곱 뿌리마다 각자 특성이 있는데 탐욕은 그중에서 강탈을 담당했다.

내가 마족화를 단순히 힘을 강화하는 데에만 쓰는 게 아까워 죽으려 하는 샤엘이 대부분을 알려 줬다.

'빨리 보자 민수야.'

지긋지긋한 인연을 더 이상 오래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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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백태양이 편안하게 방학을 보내고 있던 시점.

김민수는 최후의 결전을 준비하겠다는 마음 가짐으로 수련에 박차를 더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수확은 조니에게 불꽃의 사용법을 배웠다는 거였다.

"조니 프레이스, 힘의 사용법을 알려 줘서 고맙다."

"어차피 나도 공동 목표가 있으니 뭐... 그래."

조니 프레이스와 김민수.

이 둘은 절대 어울릴 수 없는 상극의 존재들이었으나 긴 대화 끝에 하나의 공통점을 찾게 되었다.

그건 바로 백태양에게 패배한 자들이라는 것.

즉 패잔병이라는 끈끈한 사이가 되어, 하나로 똘똘 뭉쳤다고 볼 수 있었다.

처음엔 조니 쪽에서 수많은 공격을 퍼부으며 거절의 의사를 내비친 적도 있었지만.

김민수는 트롤 킹의 회복력과 화염 저항력을 통해 끈질기게 조니에게 달라붙은 결과.

절대로 민수를 죽일 수 없다는 걸 깨닫고 그냥 협력을 선택한 거였다.

'어쨌든 얘가 지상으로 올라가서 백태양을 죽이면 좋은 건 맞으니까.'

조니 프레이스의 합리화 아래 방학 동안 김민수와 조니는 철저한 협력을 통해 수련할 수 있었고.

마침내.

"커헉...!"

김민수는 조니 프레이스를 죽일 수 있게 되었다.

"어째서...?"

"너무 뻔한 대사라서 대답할 가치도 없네, 당연하잖아. 예상도 못 했어?"

민수는 너무 당연한 일이라는 듯 뻔뻔하게 조니 프레이스의 배후에서 칼을 찔러 넣었다.

붓검도 없고, 성검도 없는 그가 스스로 만들어 낸 새로운 검.

그건 바로 분노의 검이었다.

김민수 혼자라면 절대 만들지 못 했을 이 검은 안뚱땡의 열렬한 지원 덕에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조니 옆에서 차근차근 힘을 키워나가며 분노의 힘을 조금씩 뺏어가는 것.

당사자조차 눈치채지 못하게 은밀하게 진행된 일은 생명의 위협이 되어 조니에게 찾아왔다.

"백태양 혼자서만 이런 힘을 얻는 건 말이 안 되잖아, 나, 나도... 내가 원래 주인공이었고 유일했는데 지금, 이런 취급받고 있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성검에게 당해 힘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조니 프레이스를 죽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단지 분노의 힘을 가져가기 위해 시간을 벌기 위해 협력을 요청한 것뿐.

처음부터 목적은 힘을 뺏는 것에 있었다.

한 달 만에 백태양과 비슷한 수준으로 극적으로 강해지는 건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불가능했다.

힘이 갑자기 어디서 솟아나는 것도 아니고, 김민수가 지금 상태로 여자들과 사랑을 나눌 수도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안뚱땡은 남의 것을 뺏기로 결정한 거였다.

'어차피 내가... 내 소설 속에 있을 땐 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애들이었잖아,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인 거 아냐? 다, 전부 다! 내 손길이 묻어 있었던 건 맞잖아!'

비록 거짓 되고 표절한 세상일 지 몰라도 일시적으로 내 손에 들어온 적이 있었으니, 나의 것.

그런 생각을 하는 안뚱땡은 김민수가 조니의 힘을 모두 뺏자마자 바로 그를 미국으로 보냈다.

그곳에서 신분을 위장하고 대회에서 우승해 명예를 드높이고 다시 주인공 지분율을 뺏는 것.

그거야말로 안뚱땡과 김민수가 바라는 전부였다.

"반드시! 반드시 복수한다!"

김민수의 처절한 외침은.

마계를 뒤흔들 정도까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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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카리스와 유이를 떼어 놓는 거였다.

저 둘이 필요한 건 김민수를 잡고 열심히 패고 난 이후지, 김민수를 잡을 땐 정말 짐 덩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사람 되게 많네."

카리스와 유이가 한눈을 판 사이 난 순식간에 혼자 챌린지 크러쉬 대회장에 도착했다.

확실히 세계적으로 가장 큰 대회다 보니 참가자 수가 어마어마했다.

난 최대한 분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 꼼꼼한 변장하고 김민수를 찾고 있었다.

'워낙 옷을 특이하게 입는 놈이라.'

말도 안 되는 하와이안 셔츠에 레몬색 면바지를 입고 다니는 놈이니 찾기는 수월할 터.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놈이 빨리 나타나길 간절히 바랐다.

언제까지 놈 하나에 얽매여 있어야 하는지.

안뚱땡을 처음 만났을 때 멍청하게 주먹질하면서 억울함만 토로 했던 게 너무 아쉬웠다.

이렇게 못 만날 줄 알았으면 그때 정말 처신을 잘했어야 했는데.

'분명 대회 신청하러 와야 할 텐데...'

그렇게 대회 접수처에서 기다리길 약 삼십 분.

마침내 가장 특이한 복장을 가진 놈을 찾을 수 있었다.

얼굴을 철저하게 가리기 위했지만 패션은 포기할 수 없었는지 착용한 징이 달린 마스크.

그리고 히어로 영화를 감명 깊게 봤는지, 히어로 심볼이 여러 개 박혀 있는 스냅백.

미국에 왔다는 티를 얼마나 내고 싶었는지 FUCK이 가득 써져 있는 티셔츠에 엉덩이를 시원하게 까고 다니는 청바지 패션.

절대로 어울리지 않는 저 조화를 멋지다고 생각하는 건 이 세상에 김민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저렇게 입고 다니면 팬티를 비싼 명품 쪽을 입어야 정상인데, 놈은 너무 당당하게 동네에서 산 팬티를 까고 있었다.

사실 이것만 보고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울 수도 있었지만 난 딱 하나를 보고 확신했다.

"레이리, 아유 오케이? 아임 파인 땡큐."

일부러 버터를 녹인 느글거리는 말투와 굳이 '레이리'라고 부르는 말도 안 되는 영어 발음.

이건 김민수가 아닐 수가 없었다.

"야."

"에?"

난 그 즉시 김민수의 목을 잡고 크게 도약해 사전에 봐둔 장소를 향해 몸을 날렸다.

놈은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일과 그 일을 벌인 게 나라는 사실에 놀라 아무 대응을 하지 못했다.

길거리 한복판에서 납치를 한 거나 다름없었지만 괜찮았다.

'이제 내가 주인공이잖아.'

무슨 짓을 해도 사랑 받고, 아무 이유 없이 세상이 나를 합리화 시켜준다는 건 엄청난 특혜였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착각과 오해가 자연스럽게 생겨나 내가 범죄자를 처치한다는 식으로 꾸며지겠지.

"안뚱땡 어디 있어."

"무,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진짜 백태양이야?"

"알고 있었잖아, 이제 와서 왜 이래."

인명 피해가 최대한 적은 광활한 평야에 도착하자마자 놈을 바닥으로 던졌다.

"다시 한번 물어볼게, 안뚱땡 어디 있어."

참교육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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