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니여친쩔더라-242화 (242/325)

〈 242화 〉 마계 스트리머 샤엘 페롯트

* * *

마계에서 가장 유명한 개인 방송 송출 플랫폼 데드라인.

그곳은 지금 오랜만에 난리가 난 상태였다.

"안녕하세요 당신들의 영원한 첫사랑 샤엘 페롯트예요~"

세 달 전 불현듯 사랑을 찾았다는 말을 공지로 남기고 휴방을 선언한 샤엘 페롯트.

그녀가 나타나자마자 시청자는 급속도로 증가하다못해 서버가 과열될지경에 이르렀다.

­뭐야 찐임?

­찐 샤엘임?

­와 휴방 공지하고 난 지 얼마나 흘렀지?

­세 달? 정도인 듯.

"그럼요, 제가 진짜지 누가 절 대신할 수 있겠어요?"

아무도 자신을 대체할 수 없다는 자신감이 넘치는 말.

그 말에 샤엘의 방에 있던 모든 시청자들은 별 반항 없이 수긍했다.

­ㅇㅈㅋㅋ

­샤엘만한 여자 또 없어요~

­후원 왜 막힘?

­3달 동안 금딸 했는데 오늘부로 봉.인.해.제한다.

­샤엘 눈나 덕에 내 쥬지 통통해져 버리놋ㅋㅋ!

ㄴ부적절한 언어 사용으로 인해 강퇴 된 사용자입니다.

­ㅄㅋㅋ바로 짤리노.

"한 번도 야한 방송해본 적이 없는데, 대체 왜 저러는지 원."

샤엘은 방송 땐 평소에 입던 역바니걸 복장이 아닌 하얀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서큐버스 퀸이 청순한 복장을 입으니 오히려 더 남자들의 심금을 자극하는 느낌.

상상력을 더 하고 거기에 미치게 만드는 건 덤이었다.

괜히 그녀의 방송이 야한 게 아무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19 판정을 받는 게 아니었다.

­방송 이제 다시 예전처럼 꾸준히 하는 거지?

"아뇨 오늘은 좀 다른 이야기하려고 켰어요, 제가 결혼 준비도 해야 하구... 그래서 바빠요."

샤엘의 입에서 결혼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채팅창은 폭발할 것처럼 미친 듯이 올라왔다.

그야말로 대난장판인 상황.

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느긋하게 자기 할 말만을 이어갔다.

"제가 최근에 데려온 인간 남자가 제 애완 동물이라는 이상한 소문이 있더라구요. 그 부분을 해명하고 싶어서 이렇게 방송을 킨 거랍니다."

­해명? 무슨 해명이 필요함?

­마계에 인간 하나 데려오면 사육 목적이 맞지.

­샤엘 눈나 젖통에 빠져서 살 거 생각하면 나도 사육 당하고 싶노.

ㄴ부적절한 언어 사용으로 인해 강퇴 된 사용자입니다.

­눈나 맘마 줘

채팅이 어떻든 샤엘은 신경 쓰지 않았다.

저런 거에 일일이 반응하는 건 하수들이나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밥은 좀 알아서 차려 먹고, 아무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뭐야 화면 왜 바뀜?

­저거 발제트 아냐?

­ㅁㅊ 발제트 그사이에 살 더 쪘네 ㅋㅋㅋ 자기 발가락 안 보일 것 같음.

­꽈추 못 본 지 백 년 좀 넘은 걸로 아는데 이제 발가락도 못 보누...

샤엘이 전환한 화면엔 백태양과 발제트가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몽둥이로 발제트를 연속적으로 후려쳤고, 발제트는 허공에 수많은 입을 소환해 백태양을 물어뜯으려 하고 있었다.

쫓고 쫓기는 싸움.

발제트에 비해 열 배나 작은 백태양은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을 보는 듯했다.

"제가 예전부터 이야기했는데 다들 안 믿더라구요, 태양님이야말로 마계에 새롭게 내려올 빛이고 혜성이며 오메가이자 알파라는 걸요."

­지금 샤엘 방금 인간 옹호 한 거임?

­아무리 사이가 안 좋다지만 발제트보다 인간이 좋다 선언한 거라고?

­난 근데 샤엘이 무슨 말을 해도 샤엘이 좋음.

­ㅇㅈㅋㅋ 패드립 해도 사랑할 듯.

그녀의 발언은 문제가 되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항상 호감을 사는 결과를 낳는다.

이성, 종족을 불문하고 모든 생명체에게 사랑을 받는 서큐버스 퀸의 압도적인 권능이었다.

때문에 샤엘은 말을 함에 있어 거침이 없었다.

"저분이 제가 결혼할 남자 백태양님이랍니다."

태양님이 얼마나 강한 지, 지금부터 다들 얌전히 지켜봐주세요.

샤엘의 나지막한 말에 그녀의 방송을 보고 있던 모두가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본격적인 혈투가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쥐 새끼처럼 잘도 도망다니는구나!"

"생긴 것도 그렇고 말하는 것도 그렇고, 진짜 삼류 악당 같네."

콰직!

몸을 뒤로 물리자마자 방금 있던 자리에 상어 이빨이 생기더니 허공을 물어뜯는다.

'폭식은 근데 원래 파리 아니야?'

상징이 바뀐 것 같은데.

일단 자잘한 건 넘어가기로 하고 지금 전투에 집중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빡세잖아.'

간단하게 몇 대 쥐어박으면 알아서 살살 길 줄 알았는데.

맷집도 김민수 이상이었고, 전투 숙련도도 꽤 되는 놈이었다.

아무래도 비계 덩어리로 이루어진 몸이다 보니 몽둥이가 그렇게 효과적이지 않은 모양.

또한 탐욕의 곤봉도 마계 쪽 무기로 보는 게 맞기 때문에 아무래도 위력이 덜 할 수밖에 없었다.

'성검을 뽑아야 되나.'

조니를 일격에 퇴근시켰던 메르피를 쓴다면.

여기 있는 마족을 몰살 시키고 발제트조차 영멸시키는 게 가능할 터.

하지만 고작 저놈 하나 잡자고 벌써 숨겨둔 패를 오픈하는 게 내키지 않았다.

'아직 압박은 할 수 있고 말이지.'

발제트는 위력이 높은 기술을 사용하는 것에 비해 속도가 아주 느린 편이었다.

표적이 크고 느리다면 시각은 좀 걸린다만 공략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빡! 빡! 빡!

그렇게 한참을 두드렸을까, 발제트는 힘겨운 숨을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확실히 탐욕의 힘을 이어받긴 했구나. 기본조차 쓰지 못하고 있지만... 뿌리는 제대로 먹었나보군?"

"뿌리? 무슨 소리야."

"어차피 여기서 죽을 놈이니 여기까지만 알아도 된다."

발제트는 말을 끝내자마자 흡! 하고 소리를 내더니 점점 자기 몸을 키워나갔다.

커다란 연회장의 천장에 머리가 닿다 못해 뚫고 나갈 정도로 커지는 크기.

조니를 상대해 본 걸 바탕으로 판단했을 때 저게 2 페이즈란 걸 알 수 있었다.

[주인놈아! 날 뽑아라! 나중을 위해서 힘을 아끼는 것도 좋은 판단이다만 지금 당장 날 뽑아서 빨리 저 돼지를 죽이고, 추후를 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메르피의 일리가 있는 말에 나 또한 성검을 뽑으며 발제트의 2 페이즈를 대비하려는 그 순간.

"거기까지."

오싹!

한 존재가 등장했다.

'뭐지?'

가만히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경험하게 하는 공포.

원초적인 감정을 증폭시키고, 맞서기 싫다는 마음에 물을 주어 뿌리 깊은 두려움을 각인 시키는 위압감.

"같은 식구끼리 그러고 있는 거 아주 보기 좋지 않아."

조만간 느긋하게 식사 하면서 커피 마실 사인데 그렇게 얼굴을 붉히면 쓰나.

팽팽하게 대치 된 상황에 여유롭게 발제트와 내 사이로 들어온 남성.

인간처럼 보이는 외모와 다른 점은 그 무엇보다 붉게 빛나는 눈 뿐.

그것만을 제외한다면 아주 잘생긴 연예인을 보는 느낌이었다.

"마, 마왕님..."

"마왕?"

"너무 위엄 없게 등장해서 그렇게 안 보였나? 섭하군."

[주인놈아 당장 도망쳐야 된다! 지, 지금 수준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어!]

[나으리! 저도 저 아이스 씹보지년 말에 동의하고 있사와요!]

소환수들이 이렇게 경고한 적이 있었던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가 가만히 있던 이유는 위압감을 제외한다면 살기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샤엘의 방송을 보고 그녀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았다네, 발제트. 넌 그녀에게 속아 죽을 뻔했어."

"제, 제가 말입니까?"

"그래. 뭐... 말 많이 하자고 온 게 아니어서 말이야. 일단 여기까지 하는 걸로 하지."

"...알겠습니다."

발제트는 마왕 앞에서 순한 양, 아니 그 이상으로 복종하는 자세를 취하며 다시 몸집을 줄였다.

금방 평소 크기로 돌아온 발제트는 마왕의 눈치를 보며 다시 자기 옥좌 앞으로 다가 갔다.

앉지는 못하고 그 바로 앞에 멀뚱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마왕이 얼마나 강력한지 엿 볼 수 있었다.

'허... 그렇게 자신 넘치던 놈이 앉지도 못하고 눈치만 본다고?'

얜 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나름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갈 길이 멀다는 걸 깨달았다.

이런 생각하고 있는 사이 마왕은 날 지그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네도 이제 그만 여기까지 하고, 샤엘에게 가보는 게 좋겠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난..."

"의견을 물어본 게 아니야."

명령이지.

그리고 다시는 동료끼리 그런 위험한 걸 뽑지 않았으면 좋겠군.

'...?'

성검을 뽑으려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고?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머리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끝으로 마왕이 손을 뻗자마자 난 순식간에 다른 장소로 이동 됐다.

"태...태양님?"

"...샤엘."

이동 된 장소는 샤엘의 방.

그곳엔 정말 그녀가 스트리밍을 하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내가 있던 장소를 중계하며 말이다.

+++++++++++++++

"그래서 일부러 애완동물 소문이 나게 내버려둔 다음에 방송을 켰다?"

"네...다들 태양님의 위대함을 몰라주시니까... 미리 알라는 차원에서 제가..."

"그럼 일주일 미리 와 있으라고 한 것도 다 이거를 위해서였겠네?"

"맞아요. 하지만 정말 너무 속상 했는걸요..."

샤엘은 나와 마주치자마자 방송을 끄고, 바짝 엎드리며 자기 모든 계획을 실토했다.

일부러 일곱 뿌리 중에서 그나마 전투력이 준수한 편에 속하는 발제트를 도발한 것부터.

놈이 내 장소를 특정하기 쉽게 흔적을 남긴 것까지.

'아무리 날 위해서 라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그랬지만 그 과정에서 날 이용한 게 너무 괘씸해서 그냥 넘어갈 순 없었다.

"정말 잘못했어요 태양님, 제발 절 버리지 말아 주세요..."

샤엘은 어느새 역바니걸 복장으로 갈아입고서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절대 버리지 말아 달라는 각오과 함께 눈물까지 보이는 그녀.

아무리 나라고 해도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널 왜 버려... 알겠어 난 따로 뭘 하지 않을게."

"정말요...?"

"응, 대신... 춘향아 아이스 피스팅 준비."

[성춘향이 현현합니다!]

"알겠사와요 나으리, 이 개허벌갈보년이 감히 우리 나으리를 이용해 먹으려고... 소녀 절대로 용서하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절대로 녹지 않는 얼음을 준비했답니다."

"태양님...?"

'난' 따로 뭘 하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약속을 지킨 거나 다름없었다.

정말 샤엘은 사람 마음을 약하게 하는 힘이 있다니까.

"보지 벌려 이 갈보년아, 지금 당장 버림 받을 지 아니면 보지 벌리고 개보지 얼음씹물을 찍찍 쌀 지 선택해."

"하, 할게요, 할 테니까 버리지 마세요."

어지러워진 춘향이의 말을 뒤로하고 난 느긋하게 방송용 의자에 앉았다.

'19금 개인 방송을 보는 건 처음이네.'

아주 많이 기대가 됐다.

* *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