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니여친쩔더라-240화 (240/325)

〈 240화 〉 너도 여기 있구나.

* * *

"음... 그렇구나.

"그렇다니까요 태양님, 그래서 제가 얼마 전부터 입김이 조금 더 강해졌답니다."

"좋은 소식이네."

"태양님도 얼른 오셔서 세력을 만드셨으면 좋겠어요, 탐욕의 군주는 오랫동안 공석이어서 굉장히 입지가 약하거든요."

샤엘이 한 번 나타난 이후.

그녀는 종종 이렇게 내 꿈에 들어와 하루 일과를 보고 하곤 했다.

오늘 보고 하는 이야기는 마계의 대략적인 조직도와 세력에 관한 정보였다.

'생각보다 입지가 엄청 세네.'

자기가 무슨 칠죄종인지는 말해주지 않았지만, 얼마 전에 조니의 세력을 일부 흡수했다고 말하는 걸로 봤을 때.

내 꿈에서나 이렇게 아양을 떠는 서큐버스지, 어디가선 위엄 높은 왕이라는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 참 그리고 마계 회담이 일주일 정도 남았으니까 미리 와계시는 건 어떨까? 라는 의견이 나왔답니다."

"내가? 인간이 그래도 돼?"

"그렇긴 한데, 일단 마족의 모습도 가지고 있는 건 맞으니까요."

마계라.

방학 계획 중에 포함 되긴 했는데 이렇게 빨리 앞당겨질 줄은 몰랐다.

"마족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건 마족화를 말하는 거야?"

"음...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태양님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저희 눈엔 훌륭한 마족으로 보인답니다."

"마족화를 안 했는데?"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마족들은 마족이냐 아니냐를 힘의 크기로 따지거든요."

오히려 마족인데도 마족 취급을 못 받는 경우도 있답니다.

샤엘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바로 납득했다.

흔히 말하는 약육강식의 세계 같은 느낌이겠지.

"그럼 강하기만 하면 다 마족인 거야?"

"마족의 모습을 띄긴 해야 된답니다."

난 마족으로 변할 수 있고 강하니까 마족 취급받는 거란 말이구나.

'이건 다행이네.'

각성했다고 해도 마족화가 부담되는 건 마찬가지.

따라서 마계에 들어갔다고 해서 계속 마족화를 유지하는 건 견딜 수 없을 게 뻔했다.

하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일원으로 취급이 된다는 건 나에게 큰 호재였다.

"마계랑 여기랑 시각은 똑같이 흘러?"

"차이가 있긴 한데 유의미하진 않아요, 해봤자 1,2초 정도예요."

난 샤엘에게 마계에 대한 정보를 이것저것 계속 물어 봤다.

마계에서 요즘 동향부터 시작해서 일곱 가지 뿌리가 마계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위치인지 등등.

주요 인물과 내가 알아야 할 기본 상식을 알고 가는 건 필수였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흐름상 마계가 적진으로 변할 가능성이 아주 높았기 때문이다.

"...일단 그럼 여기까지만 하고 나머지는 마계에 같이 가서 물어보는 걸로 할게."

"드디어 꿈이 아닌 진짜 태양님을 만나게 될 날이 오다니, 저는 이날을 위해서 아주 많은 준비를 했답니다."

쪽 쪽 쪽 쪽 쪽

감정이 복 받쳐 오르지 마자 샤엘은 즉시 내 품에 안겨 뽀뽀 세례를 퍼부었다.

역바니 복장을 입고 수치심 하나 느껴지지 않는 얼굴로 이런 달달한 행위를 하다니.

진짜 만만치 않은 여자였다.

"그럼 당장 내일 가는걸로 하면 될까요?"

"어어, 응 그러면 될 것 같아."

"너무 좋아요! 내일 이 시간에 꿈이 아닌 태양님의 집에서 뵐게요."

"그래 잘 가."

"사랑해요 태양님...!"

샤엘은 그 말을 끝으로 내 꿈에서 사라졌다.

그녀가 사라지자마자 주변은 천천히 부서지며 다시 날 무의식 속으로 빠트렸다.

'얘 있을 때만 자각몽이고 없으면 숙면이라... 무섭네.'

꿈속이라면 그 무엇이든 될 수 있고 그 어떤 것도 만들 수 있는 창조주 같은 권능.

그런 능력을 갖춘 마족한테 미리 자지를 박아놔서 아군으로 만들어 놨다는 게 정말 다행이었다.

적으로 만났다면 대응도 하지 못 하는 꿈에서 무슨 정신 공격을 당했을지 모르는 일이었을 테니까.

'마녀의 가호가 있다고 해도 말이지.'

샤엘의 가장 무서운 점은 적이 됐을 때 수면 행위를 두렵게 인식하게 만든다는 거였다.

인간이라면 응당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잘 수밖에 없는데, 그걸 쉽사리 하지 못하게 하는 것.

자는 게 두렵다고 느껴진다면, 예민해지고 점점 정신적으로 스스로 망가질 수밖에 없을 터.

'됐다, 어차피 일어나지도 않을 일인데.'

쓸데없는 걱정은 그만하기로 하며 난 붕괴 되는 꿈속으로 뛰어들었다.

마계를 가기 전 마지막 꿀잠은 필수였다.

+++++++++++++++

­그래서 지금 일주일 정도 연락이 안 될 거라구요?

"어어, 그렇게 됐어. 더 걸릴 수도 있고."

­저 몇 번째예요?

"어? 그게 무슨 말이야."

마계를 가게 된다면 최소 일주일 동안은 지상에 없을 터.

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주변에 있는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있었다.

유민이, 수진이, 혜미, 리리엘, 유이를 거쳐서 마지막으로 멜라니로 이어지는 순서.

누가 더 우선순위다 이런 건 아니었고 그냥 어쩌다 보니 위와 같은 순서로 연락하게 됐었다.

­저한테만 연락한 거 아닐 거 아니예요, 당신이 연락할 사람이 몇 명인데.

"그렇긴 하지."

­그니까 제가 거기서 몇 번째냐구요, 자잘한 사람들 말고 당신 주변여자 순서로요."

그리고 모두 연락을 돌리고 마지막 차례인 멜라니와 통화를 하던 중.

그녀는 집요하게 자기 순서에 대해서 묻기 시작했다.

마치 자기가 마지막이라는 걸 알기라도 하는 듯 날카롭게 물어보는 말투.

그동안 오랫동안 해왔던 방치가 만들어 낸 결과라고 볼 수도 있었다.

"당연히 네가 첫 번째지, 무슨 그런 말을 해. 이제 방치 안 하겠다고 했잖아. 나 못 믿어?"

­네, 당연하죠. 다 거짓말이잖아요.

"어차피 못 믿을 거면 왜 물어봐 그럼."

이럴 땐 페이스에 말려드는 것보단 먼저 공격을 나가는 게 주도권을 가져오기 훨씬 쉬웠다.

­제 마음도 몰라주고, 당신 진짜 가끔 어쩔 땐 여자 마음 잘 아는 것 같다가도 이럴 땐 바보 같아요.

"알아, 나도 사랑해."

­누,누가 그런 말해달래요?! 진짜 웃겨서...! 잘 다녀와요! 다치면 저한테 엄청 혼날 줄 알아요!

뚝.

멜라니는 부끄러운지 저 말을 끝으로 통화를 끊었다.

'혼난다라...'

뭘 어떻게 혼낼 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일부러 다쳐서라도 혼나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 생겼다는 거였다.

얌전히 있던 자지를 갑자기 분노할 정도로 억울하게 혼내줬으면 하는 마음이 요동쳤다.

'그럼... 챙길 건 다 챙긴 건가.'

샤엘에게 물어본 정보를 바탕으로 챙긴 짐을 다시 한번 점검했다.

성검은 정말 끝까지 숨겨놨다가 꺼낼 예정이기 때문에 인벤토리에 넣어 놨고, 나머지는 다 캐리어에 담았었다.

갈아입을 옷과 생수 그리고 간편 음식과 생활용품 등등.

'완벽하네.'

혹시라도 나중에 더 필요한 게 생기면 샤엘한테 부탁하면 되겠지.

난 짐을 챙긴 상태로 시간을 보며 밤 12시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째깍째깍 째깍째깍.

삐비비비비빅ㅡ.

잠시 후 12시를 알리는 알람이 울리자 내 앞에 있던 공간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블랙홀처럼 일그러지며 게이트가 생기듯 전혀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듯한 느낌.

그 안에서 샤엘은 늘 그렇듯 역바니 복장을 챙겨 입으며 나타났다.

"태양님 이쪽으로 넘어오세요."

"그럼 돼?"

"네, 여기가 마계랍니다."

종이 한 장보다 얇아 보이는 공간 붕괴로 지상과 마계가 나뉘다니.

완전 다른 세계로 가는 게 너무 간편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큰 감흥은 없었다.

발걸음을 세 번 옮기는 것만으로 올 수 있는 세계라니.

'감흥이 너무 없네.'

옆집에 살던 누나한테 놀러 가는 것과 비슷한 감각.

하지만 그 생각은 마계에 발을 딛자마자 싹 날아갔다.

띠링!

===================================

마계에 입장한 상태입니다.

평소보다 신체가 둔해지며 기본적으로 공포, 혼란, 절망 상태에 빠집니다.

신성력에 관련된 스킬을 사용 시 위력이 50% 낮아집니다.

해당 패널티는 마계에 적응하는 정도에 따라 위력이 약해지거나 사라$(_ !@$(

대상이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 걸 확인.

첫 번째 오류 발견.

대상이 일곱 뿌리 중 하나인 탐욕을 가지고 있는 걸 확인.

기본적으로 마계에서 받는 모든 패널티를 제거합니다.

마계에 있는 동안 모든 신체 능력이 10% 상승합니다.

마족화에 대한 일부 패널티가 사라집니다.

두 번째 오류 발견

대상이 성검에게 인정을 받은 용사인 걸 확인.

신성력에 대한 패널티가 사라집니다.

마족에게 입히는 피해가 20% 증가합니다.

===================================

순식간에 시야를 가득 채운 메시지는 정신을 어지럽게 만들 정도였다.

샤엘한테 미리 들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깜짝 놀랄 정도였다.

'게다가 패널티가 버프로 변하다니.'

이건 생각지도 못한 거였는데.

마족화에 대한 부하를 걱정하고 있으니까 해결해주고, 신성력 피해 감소도 알아서 지워주고.

신체 능력 버프에 피해량 증가까지.

불필요한 게 하나도 없는 알짜배기들 뿐이었다.

"괜찮으...태양님?"

샤엘은 날 걱정하려다가 전보다 건강해진 듯한 내 모습을 보고 말을 멈췄다.

하긴 인간은 마계에 적응하기 힘들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내가 이렇게 멀쩡하니까 당황스러울만도 하겠지.

"태양님은 역시 남다르세요. 얼마 전에도 이상한 인간 놈 하나가 왔었는데, 그놈은 태양님과 다르게 며칠 동안 빌빌 거렸답니다."

"다른 놈이 왔었다고?"

이상한 인간 하나가 마계에 먼저 왔다는 말.

왠지 그 말을 듣자마자 딱 한 명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네."

"혹시 인상착의 같은 거 알아?"

"음, 더벅머리에... 하와이안 셔츠랑 레몬색 바지를 입고 있었어요! 아시는 분인가요? 그렇다면 제가 말실수를..."

"아냐, 아는 사람은 맞는데 막말은 해도 되는 정도라서 괜찮아."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괴랄한 패션과 더벅머리.

'역시.'

김민수 너구나.

'이젠 알아서 미리 맞을 장소에 대기하고 있네.'

굳이 찾아가서 때릴 생각하지 않아도 알아서 미리 와 있는 서비스라니.

역시 미리미리 주먹으로 몸에 교육을 시켜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기 교육의 성과를 미리 맛본 기분.

'안뚱땡도 같이 있겠지.'

극혐 듀오를 참교육할 생각에 벌써 어깨가 들썩였다.

* *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