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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여친쩔더라-236화 (236/325)

〈 236화 〉 싸우지마

* * *

귀국 준비를 하며 루베니아와 만나게 해 달라고 성녀한테 연락을 했지만.

"안 된다고? 왜?"

­그걸 저희도 모르겠어요, 아카벨름도 멀쩡하고 신성력도 예전처럼 사용 가능한데 소통만 되지 않는 상황인지라...

돌아오는 건 불가능하다는 대답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으며 자신들도 정확한 원인을 모른다는 말.

'아쉽게 됐네.'

루베니아를 너무 편한 인터넷 검색 포털 사이트처럼 생각했기 때문일까.

고민을 안 하고 저 멀리 치워놨던 문제들이 다시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나마 다행인 건 반드시 루베니아를 거쳐야 되는 것들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를 거쳐 가면 더 수월하게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거지, 아예 난공불략은 아니었으니까.

'이것도 안뚱땡의 짓인가?'

루베니아의 말에 따르면 안뚱땡은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인물이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 김민수를 키우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짓이라도 하는 상태라면.

루베니아와 통신 끊는 것쯤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

'그럼 일단 내가 세운 가설이 맞다고 생각하는 게 맞으려나.'

일단 조니에 관한 부분은 제대로 끝내지 못 했다는 게 내 의견이었다.

3 페이즈 상태에서 성검으로 일격을 날렸다고 해도, 그렇게 사라지는 건 밸런스적으로도 말이 안 됐다.

성검이 아무리 강하다지만 칠죄종 중 하나를 담당하는 마족을 원킬 낼 만한 위력은 아닐 테니까.

'그리고 김민수는...'

그놈 같은 경우는 마지막에 안뚱땡과 섞이면서 혼동이 일어난 듯했다.

김민수의 주인공 지분율을 뺏어야 하는 과정에서 안뚱땡이 섞이며 정체성이 애매해진 것.

결과적으로 봤을 때 김민수를 팬 게 아닌, 안뚱떙과 김민수의 퓨전 버전을 팬 거니 뺏을 수 없는 거였을 지도 몰랐다.

물론 둘 다 어디까지 가설에 불과했지만 당장은 이렇게 결론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태양 씨 짐 다 챙기셨습니까?"

"네 저도 준비 다 끝났습니다."

"그럼 가시죠."

"옙."

짐을 다 챙기고 숙소를 나오자마자 날 반기는 건 강태민이었다.

그는 내 손에 들린 짐을 모조리 뺏어서 자기 차에 척척 싣기 시작했다.

예전에도 날 극진하게 대접해주는 느낌이 있었지만 거미 습지 이후 그게 더 커졌다.

본인 말로는 내 됨됨이에 반했다는데, 아마도 더 큰 떡상의 기운을 느껴서 이러는 거겠지.

'하여튼 눈치 하나는 진짜 기가 막힌 아저씨라니까.'

다른 사람들은 다 내가 더 강해진 상태라는 걸 눈치조차 못 챘는데.

혼자 내 가능성을 더 높게 쳐서 태도를 바꾸는 걸 보면 이런 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었다.

[무슨 소리냐 주인놈아! 당연히 저게 맞는 거지, 온 세상 사람들이 주인놈이 검성인 걸 알고 저 하와이안 셔츠놈처럼 살살 굽히는 게 정상이다.]

[근데 너, 아까부터 왜 우리 나으리한테 놈놈 거리는 건가요? 진짜 소녀한테 죽고 싶나요? 몸도 작은 게 보지에 주먹 하나 넣으면 오줌눈물 다 쏟으면서 죄송하다고 할 거면서 건방지게 구는 꼴이 아주 눈꼴 시렵사와요.]

[허, 뭐라는 거야 아줌마가, 말투도 이상하고 내 꿀밤에 한 번 혼나볼래?]

'춘향아 제발.'

[하지만 나으리! 저건 정말 유교적으로 어긋난 행동이기에, 소녀 정말 분노를 참을 수가 없사와요. 허락만 해주신다면 바로 제 얼음 주먹으로 저 작은 계집년의 보지에 아이스 피스팅을 수차례 반복해서 성감대가 얼어 붙어 보지로 탈진을 할 때까지 씹물을 쏟게 하는...]

[히, 히끅... 주,주인놈아 도, 도와줘]

'제발 그만해, 제발, 머리가 썩어버릴 것 같아.'

[나으리는 늘 저한테만 뭐라고 하시와요... 소녀 너무 슬프답니다...]

메르피가 내 소환수에 합류해 의념을 보낸 이후 춘향이는 늘 풀엑셀을 밟게 됐다.

메스가키 성검과 유교 보스 몬스터의 궁합은 정말 최악이었고, 덕분에 머리가 폭발할지경이었다.

잠시 조용하다 싶으면 방금 같은 식으로 혼란스럽고 한국어가 맞나 싶은 대화가 오가니 너무 힘들었다.

'왜 내 소환수는 외모랑 능력을 제외한 나머지가 완전 박살이 나 있지?'

보통 키우는 애완동물은 주인을 닮는다던데.

상식적으로 날 닮았으면 방금 같은 대화는 안 하는 게 정상이었다.

대체 누굴 보고 자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한국으로 귀국하면 또 한바탕 난리가 나겠네요."

"아... 그래서 그 부분은 좀 숨겨 달라고 부탁 드렸습니다."

"그런가요? 아깝네요."

강태민은 내 말에 별다른 소리를 하지 않고 곧바로 수긍했다.

아마 굳이 내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의도겠지.

'근데 진짜 너무 유명해져도 곤란해.'

가뜩이나 생도를 뛰어넘은 뭐 어쩌구라며 말이 나오고 있는 마당에.

백두산 중턱 던전 보스 룸 솔로 돌파 이야기까지 퍼진다면 곤란해질 게 뻔했다.

유명해지기만 하면 좋은데 추가적으로 따라오는 책임과 무게 그리고 압도적인 관심이 쏟아지는 건 피해야 했다.

'주변에 피해도 가고.'

무슨 말만 했다하면 바로 인터넷에 퍼지고 그럴 텐데.

그렇게 되면 평범한 데이트는 꿈도 못 꿀 수도 있었다.

한창 꽃다운 나이의 히로인들과 데이트하는데 늘 조용하고 음습한구석에서만 해야 하다니.

절대 죽어도 그 꼴은 못 봤다.

"일단 그럼 가시죠."

"넵."

난 강태민의 안내에 따라 공항으로 가는 차에 올라탔다.

'그거 며칠 있었다고 향수병 생길 것 같네.'

이젠 그녀들과 문자가 아닌 직접 몸을 섞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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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님! 너무! 너무너무너무! 너무너무너무! 보고 싶었어요!"

와락.

태연하게 입고 있는 역 바니걸 옷차림.

털이 싹 밀린 빽 보지와 수치심 따위 모르는 듯 툭 내놓고 다니는 젖가슴.

살랑살랑 흔들리는 꼬리 끝에 달린 하트와 사랑을 쉴 새 없이 분출하는 눈동자.

"샤엘?"

딱 한 번 봤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몬스터 중 하나.

샤엘 페롯트.

그녀는 어찌 된 영문인건지 갑작스럽게 내 눈앞에 나타나 있었다.

'아니지, 내가 얘 앞으로 나타난 건가?'

마지막 기억은 분명 비행기를 타고 긴장을 푼 채로 느긋하게 잠을 청한 거였는데.

왜 샤엘이 갑자기 나타나서 날 끌어안고 있는 걸까.

그런 의문을 가지길 잠시 샤엘은 아주 명쾌하게 해답을 내놓았다.

"태양님, 제가 누군지 잊으셨나요? 저는 서큐버스 퀸, 남의 꿈에 들어가는 건 저에겐 일도 아니랍니다."

"그럼 지금 여기가 내 꿈속이란 거야?"

"네!"

당당하게 내 꿈에 침입했다고 말하는 그녀.

나쁜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너무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나무라기도 뭐 했다.

눈을 뜨자마자 샤엘이 보이길래 이게 무슨 급 전개인가 싶었는데.

'꿈이었구나.'

상황이 이해가 되니 새로운 궁금증이 생겼다.

"근데 그럼 왜 이제 나타났어?"

"네?"

"아니, 꿈속에 들어오는 게 일도 아니라면... 얼마든지 쉽게 올 수 있었잖아."

그녀를 마지막으로 만난 게 원더랜드였다.

그때가 약 세 달 전이었으니 기억이 가물가물할 수밖에.

심지어 마지막에 사랑한다고 말까지 해 놓고 사라졌다가 이제 나타나니 더 의아했다.

"그건... 이제서야 문이 뚫렸기 때문이예요."

"문?"

"네! 조니 그 개자식이 곱게 죽을 것이지 마지막까지 살아보겠다고 마계와 중간계 사이를 강제로 찢고 돌아왔거든요."

역시.

'내 가설이 맞았어.'

성검 한 대 맞고 죽는 보스급 마족은 말이 안 되는 게 맞았다.

"강제로 찢었다고?"

"네, 그래서 급이 낮은 애들은 못 와도 저 같은 위대한 마족은 이렇게 올 수 있었답니다."

킁카킁카.

샤엘은 여태 못다 한 걸 다 이루려고 하는 건지, 내 품에 쏙 들어와 코를 박고 내 냄새를 흡입했다.

가슴팍에 코를 박고 자기 젖가슴을 비비며 꼬리로 내 허리를 감는 그녀.

타고난 야함 덕분인지 사람 유혹하는데 엄청난 재능이 있었다.

"지금은 이렇게 꿈이 한계지만 조만간 더 큰 구멍이 생기면 제가 진짜 넘어올 수 있답니다."

"너만? 아니면 전부 다?"

"아마... 넘어올 수 있는 애들 전부 다 넘어올 것 같지만 그건 태양님께서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어차피 태양님한테 허튼짓을 하려고 하는 것들은 제가 다 죽일 거니까요.

싱글벙글 웃던 걸 멈추고 정색하며 내뱉는 샤엘의 말.

그 말에 모든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오싹.

'뭐야.'

마지막 샤엘의 말에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꿈이어도 생생하게 느껴지는 감각.

조니를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 한 경계심이 온몸을 뒤덮었다.

'원더랜드 땐 김민수가 있어서 힘을 제대로 쓰지 않았던 건가?'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조니한테 매몰차게 욕을 하는 샤엘이 약할 리가 없었다.

최소 조니와 동급이거나 그 이상일 터.

그런 존재가 스토리 초반에 나타났음에도 멀쩡하게 살아 있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난 원더랜드에서 샤엘의 처녀를 뚫었고 그 결과 마족화를 얻을 수 있었다.

'그게 다 김민수 덕이었다니.'

지금 느껴지는 살기로 봤을 때, 아마 원더랜드에서 샤엘이 본 실력을 드러냈다면 바로 죽었을 게 분명했다.

'여러모로 김민수가 얼마나 특혜를 받았는지 알게 되네.'

심지어 원래 스토리대로 흘러 갔다면 샤엘은 김민수 옆에 붙었을 터.

"아 참, 오랜만에 만나서 너무 좋다 보니 본래의 목적을 깜빡했네요."

"본래의 목적?"

"네, 아무래도 아직 경계가 제대로 허물어진 게 아니어서... 여기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짧거든요."

태양님이 다시 한번 제 자궁을 울려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힝.

샤엘은 그런 말을 내뱉으며 내 손 위에 살포시 초대장 하나를 올려놨다.

"조만간 일곱 뿌리끼리 회담이 열려요. 태양님은 탐욕의 군주니까 참가할 자격이 있으시구요."

"일곱 뿌리?"

"네, 자세한 설명해드리고 싶지만 이제 진짜 시간이 얼마 없어서... 그때 꼭 봬요 태양님!"

정말로 시간이 없는지 급하게 말을 내뱉은 샤엘은 마지막으로 내 입술에 입을 맞추고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허억...!"

난 꿈에서 깨어났고.

"있을 줄 알았어."

너무나 당연하게 꿈에서 샤엘에게 받았던 초대장은.

내 손 위에 얌전히 자리 잡고 있었다.

'마계 회담이라.'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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