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5화 〉 검성 백태양
* * *
'이번에는 보상이 엄청 쌓였네.'
백두산 외곽을 클리어할 땐 이렇다 할 보상을 얻지 못했었다.
뒤늦게 깨달은 거였지만 수준 차이가 많이 나는 던전과 게이트는 보상을 주지 않는 것이었다.
때문에 보통의 경우는 보상을 주지 않을 때까지 아랫 등급을 천천히 공략하며 올라온다던데.
첫 게이트가 S급이었던 나였기에 당연히 이런 사실을 알 턱이 없었다.
'김민수 따라다니니까 초반 졸업을 너무 빨리 했네.'
괜히 주변에 있는 헌터들이 날 생도로 보지 않는 게 아니었다.
'일단 그럼 보상을 확인하기 전에.'
마음 같아선 바로 보상을 다 정리하고 현재 상태도 점검하고 싶었으나.
"메르피, 일어나."
"...허, 허리가 나갔다아..."
메르피가 침대에 보지 물을 가뜩 뿌려 둔 채 널브러져 있어서 집중할 수가 없었다.
해롱해롱 거리는 눈으로 온몸을 대자로 뻗고 있는 성검이라니.
여태 알몸으로 다니기 싫어서 봉인 되어 있었던 체통은 다 어디 갔는 지 원.
'한 번 따먹히고 나서 태도가 변할 거면 왜 그랬던 거야.'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그전에 했던 행동이 그냥 따먹히고 싶어서 굴었던 거로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지조 없다고 나한테 뭐라 할 땐 언제고 처녀 개통 한 번 했다고 아예 맥도 못 쓰면 어쩌자는 건지.
"신경 쓰여서 보상 정리에 집중을 못 하겠으니까, 빨리 일어나."
"한 번만 봐줘...라아...주인노마...아직도 정액이 안에서 막... 보지에서 꿀렁거린단 말이다아..."
"..."
말이 안 통하네.
그렇다고 떡실신 직전까지 간 얘를 억지로 어디 치울 수도 없고.
난 하는 수 없이 방을 나가 주인에게 이야기한 뒤 바로 옆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졸지에 혼자서 방을 두 개나 잡는 부자 코스프레하게 된 셈이다.
'그럼 이제 시작해볼까.'
잡생각은 여기까지 하고 난 바로 보상을 확인했다.
우선 거미 습지 클리어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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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 백두산 중턱 던전 거미 던전을 클리어하셨군요!
누가 봐도 압도적인 공적치로 거의 홀로 던전을 클리어 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보상으로 서브 스킬 일격검(A)를 획득합니다.
일격검(A) :: 도검류를 손에 쥔 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사용 시 3배의 힘으로 일격을 가할 수 있다.
(일주일의 쿨타임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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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쿨타임이 있네.'
쿨타임이 있는 스킬은 처음이었다.
아니 어찌 보면 오히려 쿨타임이 있는 게 정상일 지도 몰랐다.
강타의 진화형인 일심전심은 아무런 제약 없이 힘을 집중 시키고 터트리는 미친 성능을 보여 준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쿨타임은 존재하지 않았었다.
'강타일 때도 없었지.'
성능이 좋다면 자연스럽게 쿨타임이 따라오기 마련.
사기적이라고 생각되는 폭군과 마족화만 봐도 신체 과부하와 특정 스킬 거부라는 페널티를 가지고 있었다.
'설마 김민수가 쓰고 있는 스킬은 다른 건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게, 일격검과 강타의 등급은 똑같은 A.
하지만 강타는 없었고 일격검만 있는 게 너무 이상했다.
'허... 설마.'
심지어 일격검은 백두산 중턱 던전에서 보스 몬스터를 잡고 얻은 스킬일 텐데.
김민수가 원래 가지고 있던 스킬보다 성능이 낮은 건 말이 안 됐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단 하나.
'김민수가 이런 사소한 곳에서부터 혜택을 받고 있었구나.'
강화하면 패시브로 변하는 공격형 스킬을 그냥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니.
주인공 지분율이 역전하기 전까진 눈치조차 채지 못한 부분이었다.
그냥 좋은 스킬을 가지고 있었구나 라고 생각만 했는데, 전부 다 특혜였다니.
'미쳤네.'
어떻게 까도 까도 끝이 없냐.
"됐다, 어차피 지나간 일 따져서 뭐 하냐."
난 곧바로 다음 보상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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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 [성검박이] 달성!
업적 [예쁜 구멍이면 박고 보는] 달성!
업적 [신검 합일] 달성!
세 가지 업적이 단 한 번의 행동에 의해서 달성 된 걸 확인.
보상을 통합 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
..
.
보상 통합 완료.
보상으로 칭호 [검성??]을 획득합니다.
칭호는 그 사람을 대표하는 수단 중 하나가 될 수 있으며, 정체성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검과 사랑을 극한으로 나누고 처녀를 꿰뚫었으며 시원하게 질내사정을 한 당신!
그 누구보다 검성??에 어울리는 자입니다.
능숙하게 검을 다룰 수 있으며 검 뿐만 아니라 손에 잡을 수 있는 무기라면 능숙하게 다룰 수 있습니다.
또한 상대방이 검을 들었을 경우 검로를 읽을 수 있으며 검술의 우위를 가집니다.
사용하는 검이 자아를 가졌을 경우 호감도에 따라 강한 위력을 내게 됩니다.
열심히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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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뭘 열심히 해."
이젠 보상도 엿을 먹이는 거야?
그냥 우연히 기회가 닿아서 어쩔 수 없이 성검 처녀 한 번 뚫었을 뿐인데, 이런 칭호를 주다니.
'세상에 검박이가 나 하나뿐이겠냐고.'
난 의인화된 상태로 박은 양반이기라도 하지, 세상엔 진짜로 검 그 자체에 박는 놈도 분명 존재할 거다.
응당 그런 변태 놈들이 가져야 할 칭호를 나 같은 정상인한테 주다니, 이건 뭔가 잘못 돼도 한참 잘못됐다.
'왜 날 대표하는 수단 중 하나가 검박이여야 하는 건데.'
난 이 불쾌한 기분을 빨리 지우기 위해 다음 보상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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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 폭격 성공!
성검 메르피의 처녀를 완벽하게 정조준하여 폭격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성검을 가장 사랑하는 남자 김민수의 서브 스킬 단 한 번의 기회(S)를 습득합니다.
단 한 번의 기회(S) :: 사망에 이르는 피해를 입을 시 단 한 번 모든 상태 이상을 저항하고 체력을 모두 회복합니다.
(1회용 스킬이며 사용 시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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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 주인공 지분율에 관한 보상이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처녀 폭격에 관한 메시지가 눈앞에 나타나자 뇌가 정지했다.
'...성검도 여자로 치냐? 그냥 보지 달리고 가슴 달리고... 그러면 다 이성 취급하는 거야?'
그리고 김민수는 아직도 성검에 대한 집착을 놓지 않고 있었다니.
가장 놀라운 사실은 김민수의 생존력이 내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는 거다.
트롤의 재생력에 단 한 번의 기회까지.
놈을 죽이려면 대체 얼마나 철저하게 작업을 해야 하는지 감이 안 잡혔다.
'정확히는 안뚱땡을 죽여야 끝나겠지만.'
안뚱땡이 김민수와 하나가 되려고 하는 걸 알기에, 김민수와 안뚱땡을 똑같이 생각하는 게 편했다.
하렘을 원한다는 거랑 그냥 조용히 살고 싶다는 걸로 봐선 정말 역겨운 계획을 꾸미고 있을 테지.
전형적으로 '그냥 구석에서 얌전히 있었는데 인기가 많아서 곤란한 나'같은걸 생각하고 있을 게 뻔했다.
'빨리 찾아서 밟아야 되는데.'
바퀴벌레를 냅두면 끝도 없이 증식하고 아주 골치 아파지는 법.
될 수 있으면 안뚱땡을 빨리 족치는 게 나한테도 좋고 이 세상한테도 좋았다.
"주인공 지분율은... 이번에는 없네."
왜 없지? 원래대로라면 10% 정도 뺏어야 할 수준이었으나, 이상하게 지분율에 관한 건 나타나지 않았다.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 당장 혼자 생각 한다고 변하는 게 하나도 없는 것들이어서, 일단 덮어두기로 했다.
백두산에서 볼일도 다 끝났으니 조금 쉬다가 루베니아한테 물어보면 되겠지.
난 그렇게 미래를 기약하며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길고 긴 백두산 던전 공략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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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컴퓨터 하나밖에 없는 허름한 방 안.
그곳에서 김민수는 여전히 불꽃 섹스에 고통을 받으며 온몸을 흔들고 있는 중이었다.
"이 불!!! 이 불 왜 안 꺼지는 거야!"
"기다려 민수야! 이게 아무래도 계속 재생돼서 그러는 것 같은데, 내가 지금 수를 쓰고 있어! 십 분만 더 참아!"
"제발!!! 제발 빨리 도와줘 데카우킹!!!"
안뚱땡은 괴로워하는 민수를 도와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물도 뿌려보고, 소화기로도 불을 끄려는 시도도 해봤으나 전부 무용지물.
그렇게 민수가 20분 정도를 더 고통 받을 무렵.
안뚱땡은 결국 권능을 사용해 민수의 불꽃 섹스를 강제로 중단시켰다.
'...최대한 아끼고 싶었는데.'
아무리 사소한 권능이라고 하여도 원작자가 나타나고, 지분율도 거의 다 털린 지금.
안뚱땡이 소설, 아니 이 세상에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아주 적었다.
"후... 이젠 어떻게 할 거야?"
"글쎄...아카데미로 다시 복귀하긴 무리가 있으니... 힘을 더 쌓는 수밖에."
"내 하렘은 언제 만들어 주는 거고?"
"그것도 조금만 기다려."
안뚱땡과 김민수는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친구처럼 말도 놓는 사이로 발전한 상태였다.
그들이 원하는 건 단 하나.
백태양의 하렘을 빼앗고 이 세상을 다시 자신들 위주로 바꾸는 것.
"...그러기 위해선 힘을 더 키워야 돼 민수야."
"알겠어."
안뚱땡은 진정한 목적을 숨긴 채 김민수를 끌어안았다.
정말 최악의 콤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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