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0화 〉 못 다한 계산.
* * *
[멜라니 아이리엘의 메인 스킬 화기를 사용합니다.]
멜라니의 화기로 인한 원거리 사격.
[리리엘 루베니아의 메인 스킬 신성력을 사용합니다.]
리리엘의 신성력을 이용한 힐과 버프.
[소유민의 메인 스킬 마법을 사용합니다.]
유민이의 마법을 사용한 유틸성.
[유수진의 메인 스킬 철혈을 사용합니다.]
여기에 끝나지 않고 수진이의 철혈로 인한 파괴력 증가까지.
'미친 스킬이네.'
서브 스킬 백태양(???)은 정말 나에게 딱 어울리는 스킬이었다.
만약 김민수 같은 놈이 얻었다면 아무런 메인 스킬도 사용하지 못 했겠지만.
처녀 폭격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나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혜미 스킬은 전투에 안 맞으니까.'
춘향이는 소환수 판정이어서 메인 스킬을 쓸 수 없었고, 샤엘은 마족이어서 제외 돼도 이미 넷.
네 개의 메인 스킬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전투를 하니 거의 완벽에 가깝다 볼 수 있었다.
딜 유틸 힐을 혼자서 모두 감당할 수 있는 사기캐가 되다니.
"이런 것도 되나?"
"이익...! 그만둬라!"
덕분에 조니 프레이스는 내 메인 스킬 연습용 허수아비로 전락했다.
처음에 분노의 힘을 가지고 있던 마족이란 타이틀은 온데간데 사라진 조니.
놈이 아무리 발악을 하며 용암이나 마그마를 쏴봤자 별 소용이 없었다.
온 세상을 불 태울 듯 불비를 내려도 위협적이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야야, 민수 맞잖아 너 때문에 고추 불 타서 없어지면 책임질거야?"
"불 지른 건 너다 백태양!"
"원래 막타친 놈이 책임 지는 거야, 그것도 몰라?"
여러 메인 스킬을 사용하면서 느낀 건, 수진이의 메인 스킬 활용도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거였다.
철혈을 그냥 사용해도 위력이 강화되지만 진정한 진가는 다른 스킬과 함께 사용했을 때 드러났다.
[유수진의 메인 스킬 철혈을 사용합니다.]
[철혈이 쿵쿵따를 강화시킵니다. 이제 홀수 번째의 타격이 강화됩니다.]
'이건 진짜 사기네.'
단순 위력 강화에서 그치지 않고, 서브 스킬까지 강화 시키는 메인 스킬이라니.
철혈을 사용하는 동안에 딱 하나만 가능한 걸 감안 해도 압도적이었다.
"가까이 붙으니 아무것도 못 하네? 능력빨로 그 자리까지 갔나 봐?"
"그딴 말은 이기고 나서 해라!"
"이기는 중이니까 하는 거잖아."
활활 타오르는 조니의 피부는 어느새 마그마로 뒤덮여 있었다.
공격하는 방식도 더 거칠어지고 전방위적으로 바뀐 걸 보니 2 페이즈로 넘어간 모양.
그러나 각성한 날 막기엔 무리가 있었다.
"숨겨둔 거 다 안 꺼내면 여기서 그냥 끝날 것 같은데?"
곡괭이 끝에 여러 메인 스킬이 합쳐진 힘이 하나로 모아진다.
마족을 상대할 땐 성녀의 신성력조차 치명적이어서 버릴 게 하나도 없었다.
"마족이 신성력을 사용하다니 부끄럽지도 않나!"
신성력을 사용하는 마족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꽤 괴상해 보이긴 했다.
근데 어쩌라고.
'이기면 장땡이지.'
2 페이즈가 끝이라면 이놈도 더 이상 별 볼 일 없는 수준.
그저 체력만 많은 연습용 허수아비 같은 존재나 다름없었다.
끝까지 간다면 피해가 있긴 하겠지만 이기는 결과는 바뀌지 않을 터.
"얌전히 맞고 뒤져 그냥."
그런데도 난계속 조니를 도발하며 숨겨둔 패를 꺼내게 만들고 있었다.
'숨겨둔 패가 있다면 빨리 까게 해야 해.'
각성해서 당장 압도하는 건 사실이었지만 시간이 많이 흐른 게 문제였다.
지릿 지릿 지릿.
폭군과 마족화를 동시에 사용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오랜 전투는 신체에 부하를 가져온다.
그리고 거기에 여러 개의 메인 스킬을 운용하면서 전투까지 한다면?
'얼마 못 가.'
지금도 실시간으로 몸이 아려올 지경인데 나중이 된다면 어떻게 될 지 알 수가 없었다.
최악의 상황엔 전투 중에 마족화와 폭군이 풀릴 수도 있는 문제였다.
따라서 겉으로는 최대한 여유로운 척을 하며 조니를 압박해야 했다.
당장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면 정말로 일격에 끝낼 것처럼, 이번 일격이 필살의 각오를 담은 듯.
"죽어."
최대 화력 철혈과 쿵쿵따 그리고 일점집중을 최대로 끌어모은 일격을 조니의 심장을 향해 휘둘렀고.
"분노 개방."
조니 프레이스의 본 모습을 그제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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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타닥 탁 타닥.
"이 모습을 보여 준 건 네가 처음이야, 마계엔 날 이 정도로 화나게 하는 놈이 없었거든."
"되게 진부한 대사를 하고 있네, 언제적이야."
말은 여전히 태연하고 느긋하게 했지만 상황은 그렇지 못 했다.
다 타버린 재가 사람의 형체를 하는 듯한 모습을 취한 조니 프레이스.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것처럼 불안정한 형체였지만 그 안에 느껴지는 기운은 진짜였다.
'분산된 힘을 다 끌어모은 건가?'
사방팔방으로 튀어 오르던 용암도, 화가 난 듯 계속 마그마를 분출하던 화산도.
모두 모습을 감춘 지 오래였다.
"덕분에 머리가 개운해졌어, 몇 번 당황은 했지만... 이제 깨달았어, 난 널 죽일 거고 니 머리를 들고 샤엘한테 찾아가서 고백할 거야."
"와우... 약간 그 인터넷 소설 감성 같다, 너 약간 십원짜리 동전 열심히 파서 동전 목걸이 선물해 줄 것 같아."
"그게 무슨 소리지?"
"그런 게 있다."
최대한 여유롭게.
네가 무슨 모습을 하고 있어도 간단히 상대가 가능한 것처럼 보여야 했다.
[성춘향을 역 소환합니다.]
일단 당장 녹아서 사라질 지도 모르는 춘향이부터 역 소환시켰다.
조니가 3 페이즈에 들어간 순간부터 서포트는커녕 서 있기조차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나으리 전 할 수 있사와요!]
'시끄러.'
억지 부린다고 될 문제가 아냐.
조니의 왼주먹에 힘이 모여지는 게 느껴졌다.
조금 전처럼 직격하면 회복될만한 그런 수준이 아닌 즉사.
세상의 모든 분노를 담은 듯한 응집된 힘은 파멸의 형상을 띠고 있었다.
"백태양, 아까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군."
"뭘?"
난 미리 충격에 대비해 뒷발을 단단히 땅에 고정 시켰다.
조니가 김민수와 동족이라는 건 파악이 끝난 상태여서 놈의 행동을 일부분 예측할 수 있었다.
"얌전히 맞고 뒤져 그냥."
과거 김민수와 처음 대련할 때가 불현듯 떠오른다.
그때 놈도 자기 패배를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날 사람으로 보지 않고 짓밟아야 하는 날파리로 보는 눈빛.
어떻게든 참교육해주고 싶어서 근질거리는 손.
'그리고 무방비하게 달려오는 것까지.'
모든 게 똑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당연히.
"결과도 똑같지."
"뭐?"
조니 프레이스는 정말 능력 하나만 믿고 분노를 담당하는 케이스였다.
인간 시절이었을 때의 기억을 가졌기에 마족이라는 종족 특성도 활용하지 못 하는 놈.
정보에 따르면 아주 어렸을 때 죽었기 때문에 모든 게 어설펐다.
아마 조니가 아닌 다른 마족이 이 정도 수준이었다면 고전을 면치 못했을 거다.
"내가 이긴다고 이 자식아."
슝!
매섭게 뻗어오는 주먹을 앞으로 한 발 내딛고 몸을 사선으로 틀며 회피한다.
피했음에도 이어지는 열기와 충격파로 인해 몸이 날아갈 뻔했으나 견뎌 냈다.
과도하게 쏠린 체중 그리고 일격에 모든 걸 담았기에 나오는 틈.
난 그대로 몸을 회전시키며 조니의 몸에 탐욕의 곡괭이를 박아 넣었다.
[탐욕의 곡괭이 효과가 발동합니다. 대상의 스텟을 일부 가져오며 적중된 부위를 파손시킵니다!]
재가 된 피부에 곡괭이가 박히자 서서히 신체가 무너져간다.
뒤도 없이 일격에 힘을 담은 여파였다.
하지만 무리할 정도로 힘을 쓴 건 나도 마찬가지였기에 비장의 수를 꺼낼 차례였다.
"어차피 내가 좀만 힘이 회복 되면 끝이야!"
"아냐, 너 회복 못 해."
[소형 인벤토리에서 성검을 소환합니다!]
[리리엘의 메인 스킬 신성력을 사용해 성검의 봉인을 일시적으로 해제합니다.]
[성검이 마족을 목격했습니다. 정화의 칼날을 사용합니다!]
손에 쥐어진 성검이 돌덩이를 벗고 본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어져 나오는 신성력이 응축된 칼날.
그건 마치 작열하는 태양과도 같았다.
뜨겁게 불타오르는 조니조차 작게 만들 정도의 이글거리는 불빛.
"덕분에 각성했다, 조니 프레이스."
이제 성불해라.
콰콰콰콰콰콰콰콰광!
망설임 없이 휘두른 성검이 신성력과 함께 조니를 삼켜간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 안 돼! 이렇게 가면!!!! 안 된다고! 난 아직 못 이룬 게!!!"
"아냐, 내가 이뤄줄게. 그리고 그 내가 아직 말 못 한 게 있는데."
나 이미 샤엘이랑 섹스 했어.
조니는 죽어 가는 와중에도 그 말을 정확히 들었는 지 날 향해 손을 뻗었다.
딱 손이 얼굴 앞에서 멈추는 거리.
"죽여 버릴 거야! 죽여 버릴 거라고 백태양!"
"그래, 고생 많았다."
잘 가라.
콰직.
같은 말만 반복하는 조니는 결국 신성력에 완전히 먹혀서 형체도 남지 않고 사라졌다.
난 놈이 사라지는 걸 확인하자마자 바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폭군도 그렇고 마족화도 그렇고, 이렇게 오래 유지한 적이 없었기에 신체에 무리가 장난이 아니었다.
'이틀 동안은 진짜 가만히 요양해야겠네.'
달콤한 휴식을 상상하는 것도 잠시 난 다시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민수!"
"크아아아아아악!"
아직 다 끝내지 못한 계산 하나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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