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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여친쩔더라-229화 (229/325)

〈 229화 〉 각성 백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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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레벨 업이라는 스킬에 대해 고민이 매우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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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업!(!_!) :: 메인 스킬을 제외한 모든 스킬의 등급을 한 단계 상승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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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설명과 다르게 매우 엄청난 효과를 가지고 있는 스킬 레벨 업.

문제는 이걸 '어디에 쓰냐'였다.

말이 한 단계 상승이지 전력 상승 치는 최소 세 단계가 될 수도 있었다.

'종족 스킬은 등급이 없어서 안 되고... 그럼 그냥 가장 높은 등급에 쓰는 게 맞긴 한데.'

그렇게 추려진 건 알파메일과 폭군.

둘 다 자기주장이 아주 강력한 스킬이며 위력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신체를 극한까지 강화해주는 알파메일, 대부분의 능력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폭군.

'역시 그래도 폭군에 사용하는 게 좋겠지.'

알파메일은 이미 등급이 높으니, 폭군의 급을 올려 힘을 강화하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었다.

결정하자마자 바로 쓸 만한 건 아니었도 레벨 업을 쓸 적절한 타이밍이 왔을 때.

그때 사용하자고 다짐 했는데.

'막상 상황이 닥치니까 생각이 바뀌네.'

사실 김민수의 배신은 예견 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아카데미에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몰래 힘을 키우는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그것도 보상이 좋기로 소문난 백두산에서 힘을 축적하기까지.

'내 뒤통수 치려고 한 거겠지.'

이유도 하찮은 '원래 내가 먼저 좋아한 여자들을 가지겠다!' 이런 거일 게 뻔했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간과한 건 생각보다 김민수가 멍청했다는 부분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보스 몬스터와 대치 중인 상태에서 배신할 줄이야.

'최소한 공략은 같이 하고서 힘이 빠질 때 노리는 게 정상이지 않나?'

나도 지금 혼자서 잡기 버거운 놈을, 너 혼자 잡을 생각하는 거냐.

조니의 일격에 전신에 화상을 입었다.

말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목구멍이 녹아내리고 피부는 이미 진흙처럼 변한 지 오래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김민수가 에어백 역할했다는 것,

'덕분에 척추가 박살 나는 건 면했네.'

이것마저 부서졌다면 충격에 의해 기절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기절하면 그걸로 끝, 춘향이가 아무리 발악을 하고 싶어도 내 죽음을 막을 수 없었겠지.

'내 뒤통수를 칠 거면 좀 더 완벽하게 쳤어야지.'

김민수의 실수는 날 너무 얕봤다는 거다.

내가 아무런 생각 없이 같이 들어왔다고 생각했다면.

아직 머리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각인이 덜 된 게 분명했다.

'보여 줄게.'

날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하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주인공이 시련을 극복하면 무슨 모습으로 변하는지.

똑똑히 머리에 박아줄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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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업!(!_!)을 적용할 스킬을 골라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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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상황에서 고를 스킬은 단 하나.

'내가 레벨 업을 적용할 스킬은...'

이것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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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업(!_!)이 알파메일(SSS)의 스킬을 한 단계 강화시킵니다.

알파메일(SSS)이 백태양(???)으로 강화 됩니다!

백태양(???) :: 진정한 남자는 그 어떤 대명사로도 한정 지을 수 없습니다.

그가 곧 상징이며, 그의 존재 자체가 명사이자 대명사입니다.

남자의 상징성을 대표하며 수식어가 더 이상 필요 없는 존재.

그게 바로 당신, 백태양입니다.

기존 알파메일의 능력을 그대로 계승하고 강화 합니다.

동성과 결투 시 대상이 동정이라면 패배하지 않습니다.

백태양이라면 여자를 다루며 때로는 지배할 줄 아는 법.

당신과 사랑을 나눈 모든 여인의 메인 스킬을 일부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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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은 상황을 드라마틱하게 바꿔 주지 못하니 최선의 선택이었다.

알파메일의 등급을 상승시켜서 도박을 한번 해보는 것.

"즐거웠냐?"

"무,뭐?"

쾅!

그리고 이 결정은 최고의 결과를 낳았다.

치명상을 입었던 육체가 최고 수준으로 돌아오며, 전에는 없던 힘이 몸에 흘러넘쳤다.

김민수한테 가벼운 딱밤을 놨음에도 강력한 충격파가 생기며 땅바닥에 처박힐 수준이라니.

마음에 드네.

"춘향아 걱정 많이 했어?"

"으허엉...나으리는 진짜 나쁜 거시와요오...오..."

춘향이는 멀리서 달려오다, 멀쩡해진 날 보고 바닥에 주저앉아서 엉엉 울고 있었다.

침대에서 요염하게 구는 모습만 보다가 저런 모습을 보니 아주 색달랐다.

울면서 예쁘기가 쉽지 않은데, 확실히 진짜 예쁘긴 하단 말이야.

'여유로워졌어.'

몇 분 전만 해도 조니가 내뱉는 말 한마디에 모든 스킬을 다 발동시켰는데.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고 남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기다려 줘서 고마워, 너도 사실 그렇게 이기긴 찝찝했지?"

"...그렇다고 이런걸 바란 건 아니었다만."

조니는 당황한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바닥에서 죽어 가던 놈이 훨씬 더 팔팔해지니 황당하겠지.

그래도 김민수한테 뒤통수 맞고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 준 건 고마웠다.

"혹시 조금만 더 기다려줄 수 있을까?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래."

들끓던 마그마와 분노를 폭발시키는 화산이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았다.

아침 산보를 걷는 것처럼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김민수에게 느긋하게 다가 갔다.

"민수야, 넌 정말 운이 나쁜 것 같아."

"...?"

"아무리 때려도 죽지 않는다니... 그게 나한테 얼마나 좋은지 넌 모를 거야."

쾅!

꽉 쥐어진 곤봉이 처박혀 있는 김민수의 머리에 그대로 직격한다.

만화 캐릭터처럼 얼굴이 일그러진 김민수.

"그...그만."

"이제 시작했는데 무슨 그만이야, 장난해?"

내가 만약에 레벨 업 스킬이 없었다면.

이런 극적인 상황 연출이 없는 건 물론.

천천히 김민수를 올려보며 죽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너는."

쾅!

땅에 박혀 있는 민수의 얼굴 부분이 조금씩 움푹 들어간다.

말뚝을 박는 것처럼 천천히 하지만 아주 깊고 무겁게.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을 때마다 놈을 발로 짓밟는다.

"날."

쾅!

"너무."

쾅!

"얕봤어."

꾹 구구구구국.

어차피 이렇게 해도 잠시 후면 회복할 게 분명한데.

이런 식으로 끝내는 건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유민의 메인 스킬 마녀를 사용합니다.]

백태양의 효과로 인해 유민이의 마녀 스킬을 사용.

손에 아주 강렬한 화염구가 만들어진다.

화르르르륵.

어차피 회복이 되는 거라면 어디를 때려도 문제가 없다는 말이었다.

"나 지금부터 보스 몬스터랑 싸울건데, 어울리는 배경음 좀 깔고 있어."

알겠지?

그 말을 끝으로 김민수의 사타구니 정중앙에 화염구를 던졌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닿자마자 튀어나오는 비명과 괴로운 듯한 몸부림.

회복을 하더라도 불길이 꺼지지 않는 한 계속 타오를 테니 고통스럽겠지.

방법은 불을 인위적으로 끄는 건데, 모든 신체 부위가 땅에 박혀 있어 그건 불가능했다.

"거기서 계속 비명 지르고 있어."

난 마저 끝내고 올 테니까.

그 말을 끝으로 난 주저 앉아 있는 춘향이를 일으켜 조니 쪽으로 걸어갔다.

이제 달콤한 보상을 먹을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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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일이지.'

사실 조니는 백태양에게 동정심을 느끼고 기다려주거나 한 건 아니었다.

조니가 백태양이 김민수를 조지고 있는 걸 기다린 이유는 단 하나.

기세가 너무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됐잖아.'

찬란한 백금색 머리칼과 은은하게 빛나는 피부.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왕으로서의 품격과 고고한 몸짓.

방금까지 아등바등 거리면서 싸웠던 놈이 맞나 싶을 정도의 변화였다.

"계속 하자 조니 프레이스, 난 너한테 궁금한 게 좀 많거든."

"...?"

"인간이 어떻게 마족이 된 거야?"

"날 알아봐주는 놈이 있다니 고맙군."

"복수야?"

"그래, 복수다."

조니 프레이스는 죽으면서 복수를 맹세했다.

반드시 자신을 이렇게 만든 사람들, 그리고 날 방치한 나라.

그 모든 걸 불태우며 그들이 죽는 모습을 웃으며 내려보겠다고.

그리고 또….

"잠깐."

"?"

"너 지금 표정이 되게... 사연 있는 엑스트라 같네. 난 그런 거 안 좋아해."

나쁜 놈은 그냥 나쁜 놈이지, 알고 보면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이런 거 알 게 뭐야?

백태양의 이어진 말에 조니는 자신이 조롱 당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네가 내 사정을 알기나 해!"

"몰라 모른다고, 그리고 알고 싶지고 않고, 그냥 빨리 나한테 처맞고 보상이나 뱉어."

자신을 더 이상 보스 몬스터가 아닌 밟고 지나가야 할 장애물로 취급하는 듯한 말.

"아까처럼 편하게 기다려줄 거란 생각은 마라!"

조니는 분노를 억누르지 않고 그대로 폭발시키며 백태양에게 달려들었다.

아니, 달려들려고 했다.

"나도 편하게 맞아줄 거란 생각 하지 마."

똑같은 말을 따라 하며 명백한 조롱을 내뱉는 백태양.

그의 뒤엔 수많은 중화기가 가지에 열린 열매처럼 계속 증식하고 있었다.

"이제 퇴장해 조니 프레이스."

백태양의 말을 끝으로.

수백 개의 불꽃이 조니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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