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7화 〉 민수 검과 민수 방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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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됩니다. 아무리 헌터라고 불린다지만 결국 백태양 씨는 생도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혼자 가는 건 너무 위험합니다."
"그렇다고 팀장님들이 따라온다면... 여기 지휘는 누가 하나요."
1급 헌터들은 돈보다 명예를 우선시 한다? 물론 맞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죽지 않는다는 보장이 밑에 깔려 있기에 가능했다.
죽어서 명성이 드높아지는 건 아무 쓸모도 없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때문에 보통 몬스터를 잡고 이동할 때 모든 부상을 치료하는 게 원칙이었다.
아주 작은 상처라도 방심하다간 크게 번져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그리고 여기서 시간이 더 지체된다면 위험합니다. 여차하면 오픈 스킬도 있으니 도망치면 되구요."
부상자만 냅두고 가는 것도 미친 짓인 게, 던전은 게이트와 다르게 몬스터가 다시 리젠 된다.
즉 아무리 클리어한 방이라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전투를 해야 한다는 거다.
물론 예전처럼 강하거나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지휘관이 없는 부상자들이 쉽게 싸울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팀장 중 한 명만 따라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게, 자기 팀원도 아닌데 섬세하게 챙기기란 불가능.
때문에 팀장 두 명이 여기에 남는 건 필수였다.
"태민 씨 부상은 경미하니 그냥 뒤에서 여차할 때 방을 열어두는 용도로만 계셔주면 됩니다."
"넵 알겠습니다."
"김민수, 너 따라 올 거지?"
"아까부터 계속 김민수 김민수 하시는데, 전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전 검은 검이고..."
"따라 올 거냐고."
"...상관없습니다."
당연히 상관없겠지.
그리고 김민수도 거부할 명문이 하나도 없었다.
붓검이 내 손에 쥐어져 있는데 지가 뭐라고 거절을 하겠는가.
아까부터 노골적으로 '내 붓검'을 노려보고 있었기에 굴려 먹기는 아주 쉬웠다.
"...알겠습니다. 만약에 위험한 상황에 처할 시 바로 이쪽으로 오셔야 됩니다."
"넵."
내가 순식간에 강태민과 김민수를 불러모으자 이민준과 남상혁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최선의 판단은 이것밖에 없었다.
생도한테 너무 무거운 짐을 맡기는 게 아닌가 싶다가도, 보여 준 게 있으니 납득을 한 거겠지.
'앞으로 최소 네 개 정도 남았나.'
던전은 미로처럼 보스 룸을 찾아내기 위해 여러 공간을 격파하며 나아가는 방식이다.
최초 진입한 공간을 클리어 했으니, 보스를 만나러 가기 위해선 앞으로 최소 네 개의 방을 더 돌파해야 했다.
"그럼 클리어하고 오겠습니다."
"넵. 몸 성히 잘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우린 헌터 팀원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며 방을 나섰다.
'이제 좀 편하겠네.'
주변 사람 눈치 볼 필요가 없어졌으니 날뛰기가 더 수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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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에에에에엑!"
"태양 씨! 뒤! 뒤!"
"검은 벼락."
"쿠에에에에엑!"
거미 습지를 공략하면서 느낀 점은 붓검이 정말 사기적인 성능을 가졌다는 거다.
[깊은 눈 발동! 붓검을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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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검] 소유주 백태양 [서사가 변경됨에 따라 설명이 바뀝니다.]
옛 선비와 신선이 힘을 합쳐 만들었다고 하는 신비로운 검.
휘두를 때마다 먹선이 생기고, 먹선에 언령을 부여하여 새로운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단 자기 힘 이상의 것을 만들어 낼 수 없으며, 무기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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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설명하자면 너무 사기적인 건 안 되고, 적당히 쓰는 건 된다. 뭐 이런 식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검은 벼락이라고 말하는 것도 형태만 벼락일 뿐 정말 전기가 통하는 건 아니었다.
대신 강력한 물리력으로 정말 번개를 맞은 듯 감전된 것처럼 보이는 것뿐.
형태는 따라 할 수 있어도 결국 빈 껍데기나 다름없다는 말이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활용도가 무궁무진하지만.'
단순히 검을 휘두르기만 해도 추가타를 먹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다니.
게다가 변칙적으로 공격이 가능 했기 때문에 사기적인 성능이란 건 변함없었다.
이런 걸 들고서 용! 호랑이! 이러고만 있었던 김민수가 너무 멍청해 보였을 뿐이다.
'고전명작에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지능이 낮은 건가?'
왜 기본적으로 주어진 혜택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거지.
물론 그 활용하지 못 했기에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맞지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언제까지 도망쳐야 되는 거야! 그리고 그건 내 검이라고!"
"이제 내 검이니까 포기해."
"으아아아아악!"
내가 김민수와 강태민 만으로도 던전 공략이 충분하다고 느꼈던 이유.
그건 민수의 미친 탱킹력을 전적으로 신뢰했기 때문이다.
죽어라고 패도 죽지도 않고 멀쩡하게 회복하는 육체와 자기 합리화의 끝을 달리는 멘탈.
이 두 가지로 무장한 김민수는 아주 이상적인 탱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본인은 어떻게든 자기를 극딜러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개소리고 민수의 진가는 탱킹을 섰을 때 드러난다.
거미 습지는 인원 대로 몬스터가 나오는 던전인 만큼, 세 명일 땐 정말 적은 숫자의 몬스터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런 몬스터들의 변수를 차단하기 위해 민수한테 몹몰이를 시킨다면?
"검은 벼락"
"쿠에에에엑!"
난 아주 손쉽게 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몬스터를 제압할 수 있게 되는 거다.
물론 처음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여러 번의 칼질이 필요했지만 괜찮았다.
죽지 않는 탱커가 있기에 걱정할 건 아무것도 없었다.
'민수한테서 뺏은 검을 쓰고, 민수를 방패로 쓴다.'
이게 바로 내가 새로 얻은 무기, 붓검과 민수 고기 방패였다.
강태민은 아예 전선 밖으로 포지션을 잡게 했다.
전투 스킬 하나도 없는 양반을 끌고 왔으니 책임은 져야지.
"키에에에엑!"
"좀 빡세긴 하네.
아무리 민수 고기 방패가 있다지만 거미 습지는 만만하게 볼 곳이 아니었다.
서포터도 없었고 난 김민수처럼 자연 회복력이 높지 않았기에 항상 긴장은 해야 했다.
'방 하나를 클리어할 때마다 타박상은 무조건 입는다고 보는 게 맞다.'
던전이나 게이트를 공략하면서 이 정도로 상처를 입은 건 정말 처음이었다.
괜히 헌터들이 백두산은 이름값을 한다고 하는 게 아니었구나.
우웅 우웅 우웅
그렇게 한참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거미를 죽이던 와중.
[성검이 소형 인벤토리에서 튀어나옵니다!]
갑작스럽게 성검이 나타나 딱딱한 바위 부분으로 내 등을 강타했다.
부드럽게 톡도 아니고 내가 민수 골통을 깨는 수준의 충격.
무방비한 상태에서 공격을 당한 난 이어지는 거미의 추가타를 피하고자 바닥을 굴렀다.
그 이후 자세를 바로잡고 마지막 남은 거미를 죽인 후 성검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뭐야?"
우웅 우웅 우웅
당황스러워서 별다른 말도 안 나왔다.
전투 중에 성검이 트롤을 한다니, 루베니아는 대체 뭘 안배해놨다는 거야.
'날 죽이는 안배 뭐 그런 걸 한 건가?'
하마터면 거미 송곳니에 목이 찔려 정말 죽을 수도 있었다.
성검은 인벤토리에서 나온 후 계속 '우웅 우웅 우웅'거리며 올곧게 서 있었다.
눈이 있었다면 아마 날 올곧게 쳐다보고 있을 것 같은 자세.
묘하게 검 끝으로 내 붓검을 가리키고 있는 듯한 동작까지.
설마.
"너 지금 내가 붓검 쓴다고 질투하냐?"
허.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왔다.
아니 내가 일주일 동안 제발 모습 좀 보여달라고 빌 때는 미동도 안 하더니.
붓검 좀 썼다고 주인 등을 때리고 바로 죽이려고 해?
이런 미친 검을 봤나.
'이게 무슨 성검이야.'
루베니아한테 사기를 당한 기분이었다.
마검을 성검이라고 사기를 치면 어떻게 해.
'아니면 설마 내가 마족화를 하고 뽑아서 그...영향이 간 거라면?'
환불이나 교환, 반품을 하고 싶었다.
이미 마족이 잡아서 마기로 잔뜩 오염돼서 안 받아주려나.
"서...성검!"
"민수야, 눈독 들이지 마 내가 지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어...응,아 이, 이게 아니라 나는 검은 검이다. 김민수라는 사람은 몰라."
"그래 그렇게 살아라."
성검이 반응을 보인 김에 이것저것 시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긴 했으나.
던전 공략이 우선이었기에 성검을 다시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성검은 별다른 반항 없이 들어갔는데,그게 언제든 다시 나올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기인한 행동처럼 보였다.
'나 진짜 이러다가 검한테도 박는 거 아냐?'
제발 그런 일이 일어나질 않길 바라며 난 남은 방들을 차근차근 클리어 했다.
최초의 트롤링이 있고 난 후 성검은 눈치가 있는지 더 이상 튀어나오진 않았다.
그렇게 우린 보스 방에 아주 무난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무난...하다고 해야 하나.'
보스 방 앞에 도착했을 때 내 상태는 정상과는 거리가 좀 있었다.
팔은 피부가 반 정도 뜯겨 나가 있었고, 다리는 뼈에 금이 간 건지 조금 절뚝거렸다.
마족화와 폭군 그리고 춘향이를 같이 사용하면 이런 일도 없었겠지만.
'김민수가 뭘 꾸미는 지 모르니까.'
아직은 견딜 수 있는 상태였다지만 강태민은 아니었다.
비전투인원이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이었기에 그는 보스 방 앞에서 대기를 하는 걸로 결정 됐다.
그도 눈치가 있었는지 할 수 있다는 억지는 부리지 않았다.
"잘 다녀오십쇼!"
강태민의 응원을 끝으로 나와 김민수는 보스 방에 들어갔고.
"백태양, 넌 몰랐겠지만 난 사실 김민수다. 그리고 내가 정체를 드러내게 한 이유를 후회하며 알게 될 거다."
"제발 닥쳐."
지금 그럴 분위기 아닌 거 안 보여?
거미 습지의 보스 방은 당연히 커다란 거미 같은 게 튀어나올 줄 알았다.
흔히 아라크네 같은 이름의 몬스터가 있을 줄 알았는데.
'이건 또 뭐야.'
눈앞에 펼쳐져 있는 건 분화되고 있는 화산과 천장에서 떨어지는 마그마.
바닥을 가득 채우는 불길과 하늘을 찌를 듯 높게 서 있는 옥좌에 앉아 있는 남자 하나.
지옥의 군주를 연상케 하는 모습에 불길함이 느껴졌다.
'쉽지 않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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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 분노의 땅이 구현 됩니다.
지옥의 일곱 뿌리 중 하나 [분노]가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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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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