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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여친쩔더라-224화 (224/325)

〈 224화 〉 찾았다 이 새끼

* * *

'확실히 빡세긴 하네.'

첫 번째 백두산 외곽 던전을 클리어한 후.

난 여태 클리어 했던 S급 던전이 정말 쉽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몬스터의 HP와 전투 센스, 스킬 활용도 등등 모든 게 차원이 달랐다.

이게 진정한 몬스터다라는 걸 말해주는 듯한 압도적인 위용까지.

'아만데가 먼데 정도 되는 애들이 하급 몬스터 수준이라니.'

트롤 킹이 하급 취급받는 이곳에선 정말 팀워크가 아주 중요했다.

자칫 삐끗했다간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너무 많았다.

물론 아직 난 괜찮았지만 팀 단위로 움직이는 건 다른 문제였다.

'재미있긴 한데 불편한 것도 있네.'

처음부터 파티 플레이하면서 전투를 했다면 모를까.

빙의된 이후 거의 솔로 플레이를 해왔기에 팀 단위 전투가 익숙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 영향 때문인지 남들은 다 삼삼오오 모여서 쉬고 있을 때 난 혼자였다.

근데 분위기가 막 그렇게 화기애애하진 않았다.

'왕따당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뭐지.'

그런 의문을 가지고 있을 때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래도 잘하고 계십니다."

이런 내 심정을 꿰뚫어 보기라도 하듯 이민준이 말을 걸어왔다.

던전을 클리어 한 이후 모두 각자 휴식을 취하기 급급한 마당에 팀원을 챙기다니.

팀장은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좋게 봐주시는 거죠, 감사합니다. 선배님들 덕에 도움을 많이 받네요."

"서로 도와 준 것도 없는데 선배님이라뇨, 당치도 않습니다. 헌터들 사이에서 그런 꼰대들이 있긴 한데 백태양 헌터까지 그러실 필요 없어요."

"전 실제로 도움받았으니까 선배님 맞죠."

"하하, 백태양 헌터가 선배님이라고 불러 주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이민준은 정말 진심이라는 듯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근데 왜 분위기를 환기 시키는 거지.

'뭐 안 좋은 일 있나.'

원래 보통 상황이 어땠는지 묻고 상황 체크하고 가지 않나? 왜 이러는 거야.

그런 의문을 가지고 있을 때 이민준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러니 이제 살기를 좀 푸셔도 됩니다. 백태양 헌터."

"예?"

"처음 겪어본 백두산인 만큼 긴장하시는 건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너무 과한... 그런 건 자기 자신을 힘들게 합니다."

내가 살기를 뿌리고 있었다고?

의외의 말에 놀라서 황급히 기운을 갈무리했다.

"흡..."

"후우..."

"허어..."

살기를 넣자마자 막혔던 숨이 터져 나오는 소리가 여럿 들렸다.

이는 우리 팀원 뿐만 아니라 내 근처에 있던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럴 땐 빠른 사과가 최고였다.

고의성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모두를 방해한 거나 마찬가지였으니.

난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이 정돈 하는 게 맞았다.

"아닙니다. 일부러 하시는 것도 아니고, 굳이 이렇게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다음부터 조심해주시면 됩니다."

이민준은 사람 좋게 웃으며 내 어깨를 두어 번 정도 두드리고 자리를 떠났다.

'아직 배울 게 많네.'

백두산 정말 만만치 않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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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군.'

백태양에게 주의를 주고 고개를 돌리자 마자 이민준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최대한 소리는 들리지 않게 천천히 심호흡하며 심신을 최대한 진정시켰다.

'던전 내에서 뿌리는 살기조차 너무 위협적이다.'

던전에 같이 들어갔을 때 이민준은 백태양의 실력을 보기 위해 그를 최전선에 세웠다.

그리고 위험할 때 뒤로 빼고 팀워크에 대해서 한 번 강조를 할 생각이었는데.

백태양이 보여주는 기세와 살기 때문에 섣불리 곁에 다가갈 수가 없었다.

"정말 1학년 생도 맞습니까?"

"저런 애가 저희한테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거... 너무 무섭고 부담스럽습니다."

"전 아직 현역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는 따로 있었네요."

자리에 돌아오자마자 팀원들의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백태양을 미워하거나 탓하는 게 아니었다.

천외천.

너무 다른 존재를 마주쳤을 때 느껴지는 건 존경과 선망 같은 감정이 아니다.

공포.

오직 공포만이 뇌리를 가득 채우며 최악의 상황만을 가정한다.

"혹시라도 백태양이 저희를..."

"거기까지, 그 이상은 선을 넘는 거다."

"죄송합니다."

"그는 아무런 죄도 없어, 그저 강할 뿐이다."

너무 과하게 강할 뿐이지.

던전에서 백태양이 처음으로 몬스터와 조우하자마자 한 행동은 분석 같은 게 아니었다.

'곤봉을 거세게 쥐고 시원한 일격.'

5m쯤 될 법한 트롤의 머리 위로 단순히 올라가 골통을 박살 내는 근력.

그 후 바로 주위에 있는 몬스터들의 머리를 뽑는 과감한 판단력과 폭력성.

같은 인간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전투 센스였다.

'아무리 외곽 지역이라지만 하급 몬스터를 원킬 내다니.'

물론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실제로 외곽 하급 몬스터를 원킬 내는 헌터는 하늘의 별처럼 많았다.

단지 그걸 스무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하지 못했을 뿐이다.

"가히 독보적이네요."

독보적.

이 말보다 백태양한테 잘 어울리는 건 없었다.

그리고 그런 자에겐 걸맞은 대우가 필요한 법.

"포지션을 변경한다."

"어떻게 말입니까?"

"백태양이 최선두, 우린 모두 그 뒤에 위치해서 그를 전적으로 서포트한다."

일명 피라미드 포지션.

버스라고도 부르며 압도적으로 강한 한 명을 서포트 하는 아주 쉬운 전략이다.

이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압도적으로 강한 한 명과.

"..."

자존심을 내려놔야 한다는 부분이다.

같은 현역임에도 불구하고 던전 내 활약을 포기하고 뒷바라지에 전념한다는 것.

일평생을 목숨과 돈을 저울질하며 살아왔던 헌터들에겐 치욕이나 다름없었다.

실제로 이 전략을 거부하고 파티를 나가는 자들도 존재했다.

'돈만이 다가 아니니까.'

부유해진 자들이 찾는 건 명예지 더 큰돈이 아니었다.

백두산 외곽을 멋지게 정화하고 중턱까지 올라간다는 그런 명성.

그런 것들이 그들에겐 더욱 절실했다.

1급 헌터란 그런 족속들이기 때문이다.

"하겠습니다."

"결정이 빠르군."

"그게 가장 최선의 길일 테니까요."

하지만 이민준 헌터팀은 그런 자존심은 이미 내려놓은 지 오래였다.

개인의 명성보단 팀원의 생명을 우선하는 것.

그게 바로 진정한 팀워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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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준이 피라미드 포지션으로 전략을 수정하자고 말한 뒤.

백두산 던전 클리어 속도는 굉장히 빨라졌다.

그의 말에 따르면 평소 클리어하는 속도보다 1.5배 빨라졌다고 한다.

'뭐 난 체감 안 되지만.'

이번이 처음이어서 속도가 체감 된다거나 그런 건 없었다.

그저 긴장 되고 위험하다는 게 피부로 느껴질 뿐이다.

특히 보스 몬스터는 여태 만났던 몬스터들과 차원이 달랐다.

멀리서 보면 하급 몬스터와 다를 바 없었지만 가까이 갔을 때 크기가 세 배 정도 된다거나.

팔을 잘라도 아무렇지도 않게 재생하며 목을 잘라도 몇 분 동안 움직이는 등.

상식과 이치를 벗어난 존재들이 너무 많았다.

'그나마 내가 선두여서 다행이지.'

원래 탱커하려고 했던 사람이 했다면 즉사 할 만한순간이 여럿 있었다.

밟자마자 방 전체를 폭발시키는 함정은 기본, 시한폭탄을 몸에 설치한 몬스터도 있었다.

그야말로 눈 깜빡하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공간.

그곳이 바로 백두산이었다.

"이걸로 두 개 째인가요?"

"네 이제 마지막으로 중턱에 갈 예정입니다."

그 말을 하며 이민준은 나에게 살짝 윙크했다.

남자가 무슨 윙크야 싶지만 전용기에서 이야기를 했기에 저게 일종의 사인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김민수는 중턱에 있으니까.'

중턱에 가서 한 번만 더 던전을 클리어 한다면 바로 김민수를 찾아야지.

그런 다짐하며 강태민과 함께 중턱을 올라갔다.

"이제 시작이란 느낌이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중턱엔 강태민의 말대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장소 같은 느낌을 풍겼다.

수많은 사람들과 외곽 지역에서 볼 수 없는 간이식 건물과 캠프.

삼삼오오 모여 있는 사람들과 여럿이서 의견을 나누는 공간까지.

외곽에서 맛 보다가 여기까지 못 올라온다면 쭉정이 소리를 듣기 딱 좋은 공간이다.

"중턱을 올라올 수 있냐 없냐가 백두산을 정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외곽은 중턱에 비해 너무 약해서, 가끔 운 좋으면 A급이나 B급 정도도 나오거든요.

이민준의 설명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복잡하네.'

백두산에서 발생하는 던전과 게이트는 클리어를 한다고 완벽하게 정화가 되는 건 아니었다.

정말 일시적으로 한동안만 안전해질 뿐 시간이 지나면 다시 몬스터의 소굴로 변한다.

이런 현상은 중턱에서부터 점차 줄어드는데, 중턱부터가 메인이기 때문이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백두산은 던전과 게이트를 계속 밑으로 보내며 만들고 있다.

때문에 허리를 자른다면 정말로 정화가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중턱이 메인인 거구...어?'

그렇게 이민준의 말을 들으며 생각을 정리할 때 아주 낯익은 게 눈에 들어왔다.

여자 헌터 주위에서 굳이 서성거리는 음습함과 중2병이 심하게 티나는 검은 가면.

그리고 명품 티를 어떻게든 내고 싶어서 큰 로고가 박힌 버클을 착용하는 최악의 패션 센스까지.

저러고 다니는 건 세상에서 단 하나.

'김민수.'

놈뿐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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