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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여친쩔더라-223화 (223/325)

〈 223화 〉 백두산과 검은 검

* * *

일주일 동안 열심히 성검에 매달린 결과.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실전에서 절대 못 쓰겠네.'

그건 바로 봉인된 상태에선 정말 무쓸모하다는 것.

성검(둔기)로써의 역할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을 줄 알고 기대를 했었지만.

내 소박한 바람에 불과했다.

실상은 그냥 딱 가성비 최악을 달리는 신성력 변환 장치 느낌.

심지어 신성력으로 드라마틱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힐도 그냥 그래.'

신성력은 대략적으로 두 가지 사용법으로 나뉜다.

공격과 방어가 그것으로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힐과 버프 등이 방어, 천벌 같은 류가 공격이다.

이 두 가지에 실전성이 생기려면 즉시 사용이 가능해야 하고, 그 힘이 의미가 있는 수치여야 한다.

하지만 성검은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시간도 오래 걸려.'

신성력을 발현하기 위해서 기존에 있던 힘을 치환해야 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게 2초 가량.

그리고 원하는 신성력을 발현하기 위한 간절한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데 5초.

0.1초가 생사를 가르는 현장에서 약 7초의 시간을 낭비하는 건 미친 짓이었다.

"차라리 얘가 뭐... 히로인 같은 거면 얼마나 좋냐."

사실 지금 바위에 박혀 있는 게 맨몸을 보여주기 부끄러운 거라면.

알몸을 꽁꽁 감싸고 있는 여자 같은 모습을 한 그런 성검 일 수도 있는 거잖아.

'...몬스터한테도 박아 보고... 인어한테도 박을 생각하고... 이젠 검박이까지.'

나 사실 이상성욕인 거 아냐?

[나으리, 참한 여자 모습을 하고 있으면 다 발기한답니다. 소녀가 본 모든 남자들은 그랬사와요.]

'넌 처녀였잖아.'

처녀가 뭘 안다고 까불어.

춘향이는 정곡을 제대로 찔렸는지 뭐라고 말을 더 이으려다가 멈췄다.

아무튼 지금까지 살펴본 결과 성검을 실전에서 쓸 수 있는 확률은 0.

당분간 인벤토리에 처박혀서 나오지 못할 예정이다.

'그럼 가볼까.'

드디어 내일.

백두산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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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으로 향하는 당일.

하늘우리 공항 3번 출구엔 수많은 인파가 개미떼처럼 뭉쳐있었다.

우린 그 광경을 멀찍이 떨어져 차 안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은밀하게 이동할 걸 그랬습니다."

"어차피 전용기 뜬다는 소식 다 들어서 무조건 진을 치고 있었을 겁니다."

이유는 단 하나.

내가 백두산으로 간다는 사실이 퍼졌기 때문이다.

누가 퍼트렸다, 이럴 것도 없는 게.

이민준이 가지고 있는 전용기가 뜬다는 소식과 내 출국 소식이 겹치며 일어난 결과였다.

'유명인의 삶은 힘들군.'

그 두 가지를 연결 짓고 웃돈을 내 정보를 사서 행선지까지 알아내다니.

왜 이민준이 굳이 무리를 해서라도 전용기를 구매했는 지 알 수 있었다.

공항에서도 이런데, 일반 비행기를 탄다면 그 안에서 어떤 광경이 펼쳐질 지 뻔히 보였다.

사인 해달라는 사람, 사진 찍어달라는 사람, 집요하게 근처에서 머무는 사람 등등.

아비규환이 따로 없을 현장을 생각하니 벌써 어지러웠다.

"저희끼리 갔을 땐 이런 일이 없었는데..."

"하하, 백태양 헌터 인기가 정말 하늘을 찌르나 봅니다. 건물 좀 세웠다 싶은 방송국은 다 왔군요."

탓하는 말이 아닌 정말로 감탄에서 나오는 말.

이민준과 그의 팀원들은 하하호호 웃으며 천천히 옷매무새를 정돈하기 시작했다.

"허, 너 이럴 줄 알고 왁스 산 거였냐?"

"지는... 내가 니 향수에 삼백 쓴 거 모를 줄 알지?"

"나, 나는 그냥 소개팅 나가려고 준비한 거고..."

기자들이 깔려 있으니 이미지 관리는 당연지사.

인지도에 살고 인지도에 죽는 헌터였기에 어찌 보면 당연했다.

언제 어디서 죽을 지도 모르는 운명인데 이런 거라도 즐겨야 된다 그랬나.

"자자 아주 잠깐이라도 찍힐 수 있으니까 깔끔하게 정돈 한 번 합시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어서 나도 빗 하나를 품에서 슥 꺼냈다.

그렇게 모두 단장을 끝낸 후 이민준은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자 그럼 단숨에 돌파합시다."

"좋죠."

목표는 전용기가 있는 곳, 방식은 숨도 쉬지 않고 미친듯이 빠르게 달리는 것.

주의할 점은 사람이랑 부딪칠 시 부상 위험이 있기에 최대한 조심할 것.

여권 확인은 전용기에서 하기로 했으니 신경 쓰지 말고 달리면 됩니다.

'최고네.'

기자나 사람 하나하나 일일이 상대해주다간 오늘 날이 끝나도 백두산에 가지 못 하니.

이민준이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

좋게 봐주는 건 고마운데 그게 너무 과해서 민폐를 끼치면 곤란하니까.

"그럼 갑시다!"

레이싱을 하기 전 대기음이 귀에서 자동 재생 되는 듯 했다.

이민준은 말을 끝내자마자 바로 문을 열고 재빨리 밖으로 튀어나갔다.

흡사 딱밤을 때릴 때처럼 튕겨내듯 쏘아지는 몸짓.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했다.

"흡!"

나 또한 숨을 꾹 참고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달렸다.

아무리 많은 인파가 있어도 미세한 틈은 존재하는 법.

그 틈을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가 전용기로 직행했다.

그렇게 정확히 1분 13초 뒤 우린 모두 전용기 안에 들어올 수 있었다.

'강태민도 이게 될 줄이야.'

유능한 오프너는 문을 여는 것 말고도 모든 상황에 대처가 가능하다는 게 이런 말이었구나.

아주 자신만만하게 '전 오프너가 아니어도 백두산 외곽 정도는 갈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 이유가 있었다.

'전용기 좋네, 나도 열심히 돈 벌어서 한 대 뽑을까.'

전용기는 엄청 호화롭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웬만한 있을 건 다 있었다.

개인방과 공용 회의실 그리고 각종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까지.

외적인 것보다 내적인 기능에 돈을 더 투자했다고 하니, 아마 엄청 빠를 거다.

"자 그럼 오자마자 바로! 회의 하겠습니다. 모두 앉아주세요."

이민준의 말에 모두 회의실에 배치된 원탁 의자에 둘러 앉았다.

원탁 중앙엔 빔 프로젝터가 있었는데, 3D 시뮬레이터로 보였다.

"저희가 공략할 곳은 백두산 외곽 지역 두 군데 그리고 산 중턱 한 군데입니다."

이민준이 입을 열자마자 3D 시뮬레이터가 백두산 구조를 보여줬다.

언뜻 보면 정말 지구에 있는 것과 똑같았지만 아주 많은 차이가 있었다.

가장 큰 차이는 원래 숲 모습은 다 사라졌다는 점이다.

"백두산에 찍혀진 빨간색 점이 저희가 공략할 위치이며 전부 다 던전입니다."

"오 이번엔 돈 좀 되겠는데."

던전은 게이트와 다르게 각종 부산물들을 얻을 수 있으니 노다지나 마찬가지였다.

주변 환경을 잡아먹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으나 어차피 장소는 백두산.

이미 괴물들의 소굴이나 다름 없기에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됐다.

"그럼 계속 말하겠습니다."

"넵."

그 후로 이민준의 말은 쭉 이어졌다.

던전을 공략할 때 주의 사항이랑 꼭 해야 할 안전 수칙 등등.

그렇게 회의는 세 시간 정도가 지나고 나서야 끝났다.

확실히 생사가 오가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가한 회의였다.

'이렇게 계획을 세워도 결국 안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니까.'

죽을 가능성을 1%라도 낮출 수 있다면 뭐든지 하겠다.

이민준 헌터팀의 슬로건이었다.

"아 그리고 백태양 헌터는 잠시 남아주세요."

"넵."

회의가 끝나고 몇 분 뒤 이민준은 날 개인적으로 불러냈다.

이야기를 길게 끌 필요도 없다는 듯 사람들이 나가자마자 바로 본론을 꺼냈다.

"다른 볼 일이 있으신 거죠?"

"네 그렇습니다."

나도 숨길 필요가 없기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혹시 무슨 일 때문인지 알 수 있을까요?"

"그럼요."

너무 순순히 알려줘서 오히려 당황하는 이민준.

뭐 이해는 됐지만 숨길 만한 것도 아니었다.

"바퀴벌레 사냥입니다."

"네?"

영문 모를 표정을 짓는 이민준을 향해 진한 미소를 날렸다.

진짜 바퀴 벌레 사냥이었다.

++++++++++++++++++++++

한편 백두산 중턱 던전.

그곳엔 여러 사람들이 던전을 클리어하고 바닥에 냅다 누워있었다.

클리어 된 던전 근처는 안정화가 이루어지기에 안전했기에,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근데 자네는 왜 이름이 검은검인가?"

"네,네?"

"아니 뭐... 멋진 이름도 많은데 가명이 왜 검은검이냐고."

"검은 검입니다. 그 띄어쓰기가 있어서."

"아 그래? 아무튼 왜 그거냐고."

김민수는 여기서 잠시 고민했다.

'이유를 말해주면 신비주의가 깨지겠지?'

정체가 밝혀진다면 바로 경찰한테 잡혀갈 수도 있는 도망자 신세.

때문에 대답을 하더라도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곁에 데카우킹이라도 있었다면 모를까, 지금은 혼자서 잘 헤쳐나가야만 했다.

"알아서 뭐 하시게요?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만?"

"...아 그래."

"저 새끼 또 저러네, 야! 이 새끼야, 네가 검은 검이면 난 방패는 방패다, 되도 않는 걸로 염병을 하네."

"..."

민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럴 떄일수록 얌전히 있으면 당하는 법.

'감히 검은 검을 모욕해?'

다크니스 워리어라는 가명은 서양풍이 나기에, 이제 해외에서 쓰기로 한 외국용.

검은 검은 붓검의 주인이라는 칭호를 은연중에 알리고, 동양풍이 풀풀 나는 내수용이었다.

이 깊은 뜻을 범인들이 이해할 리가 있나.

김민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내뱉은 놈을 얌전히 노려봤다.

"...뭐...뭐 해보겠다고?"

"야야 그만해, 넌 던전 끝나고 와서도 그렇게 시비를 털고 싶냐?"

"..."

상황은 주변 사람의 만류로 그렇게 끝났지만, 김민수는 이 일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마음 같아선 가면을 벗고 불굴의 용사인 걸 알리며 참교육을 하고 싶었지만 참아야지.

'참아야 얻을 수 있어.'

김민수의 목적은 단 하나.

백두산 중턱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고 하는 기연을 찾아내 먹는 것.

데카우킹의 정보였기에 무조건 신뢰할 수 있었다.

'이걸 먹고 니 여자 다 내 껄로 만들어주마.'

백태양을 참교육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민수는 끅끅 거리며 웃음을 참았다.

그 힘만 있다면 절대 패배하지 않아.

자기 머리 위에 먹구름이 드리우는 것도 모르고 있는 민수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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