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니여친쩔더라-221화 (221/325)

〈 221화 〉 찾았다 이 자식

* * *

김민수를 찾겠다고 다짐한 지 한 달이 흐르고.

"찾았습니다!"

드디어 놈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원래 계획대로라면 6월 개인 훈련 기간에 찾고, 일 처리를 끝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김민수는 정말 작정했는지 아주 작은 단서조차 남기지 않았다.

그렇게 개인 훈련 기간이 끝나고 시각은 더 흘러 7월말.

방학 기간이 되었다.

"백두산 쪽에 자기를 검은 검이라고 불러달라는 미친놈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검은 검이요?"

"네 그 검은색 검이라고... 뭐 아무튼 근데 실력은 좋아서 게이트에 무조건 들어간다고 하더라구요."

검은 검이라니 진짜 무슨 닉네임 센스가 그따구야.

저번엔 다크니스 워리어어라더니, 이번엔 붓검을 따서 '검은 검'이라고 한 거겠지.

"그럼 일주일 뒤에 가죠. 어느 정도 준비는 필요하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강태민은 지난 2개월 동안 나와 꾸준히 합을 맞춰 온 아주 유용한 파트너였다.

바퀴벌레를 찾으려면 내부와 외부에서 동시에 찾는 게 정답일 터.

'외부 활동에 아주 적극적이고 평판도 좋으면서 발도 넓은 인물.'

이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는 게 강태민 딱 한 명뿐이었다.

'백두산이라...'

멀리도 갔다.

'백두산 게이트를 공략하려 그러나?'

백두산은 하나의 커다란 던전이자 게이트였다.

전 세계적으로도 특이한 케이스로 백두산 전체가 던전으로 변하고, 그 안에 수많은 게이트가 존재한다.

백두산 천지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게이트 공략을 실패해서 만들어진 결과였다.

'애초에 거기에 게이트가 생긴 걸 누가 알겠냐고.'

게이트와 던전이 막 생겨나기 시작한 초창기.

아무런 기술력도 존재하지 않았기에, 당장 눈앞에 생겨나는 것 말고는 찾아낼 방법이 없었다.

때문에 발견하지 못한 게이트와 던전은 오랜 방치 끝에 몬스터를 뱉어냈다.

이때 기적적인 활약으로 수많은 사람을 구해 낸 게 초인 천해일이었다.

'하지만 백두산은 해결하지 못 했지.'

백두산은 수많은 던전과 게이트가 폭주하며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그렇기에 시간이 흐른 지금도 몬스터들이 백두산 밖으로 나오는 걸 막을 뿐.

제대로 된 해결책은 제시하고 못하고 있었다.

"유민혁 헌터님은 참 대단한 것 같아요."

"그렇죠, 아무리 백두산 외곽 지역이라고 하지만 공략은 공략이니까요."

공략이 불가능한 곳이라고 해서 손 놓고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는 노릇.

정부는 주기적으로 헌터들을 파견하여 공략에 힘 썼다.

그리고 그중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헌터 중 하나가 유민혁이었다.

그것도 게이트가 붕괴해서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는 게이트 웨이브를 단독으로 돌파하며 말이다.

'수진이한테 다리 놔달라고 해야 하나.'

요 한 달 간 너무 바빠서 그런지 다른 사람을 만날 시간이 없었다.

더군다나 유민이랑 수진이는 아직도 개인 훈련 중이란 것도 컸다.

'어렵다 어려워.'

리리엘은 여전히 힘을 회복하는 게 생각보다 더 오래 걸리고, 멜라니는 후계자 수업.

카리스와 유이는 방학 기간이 되자마자 칼 같이 찐블로 복귀했다.

늘 주변이 시끌벅적하다가 지금 집에 있는 거라곤 강태민과 나 그리고.

[저도 있어요 나으리!]

춘향이 뿐이었다.

강태민은 아직 춘향이의 존재를 몰라서 실질적으론 둘이었다.

늘 여자 살결에 둘러싸여있다가 한 달 내내 남자랑 있다 보니, 몸에 사리가 생기는 기분이다.

"가실 겁니까?"

"가긴 해야죠, 나쁜 놈은 그냥 무조건 잡아야 되니까요."

김민수를 쫓는 이유는 바퀴벌레 사냥 말고도 한 가지가 더 있었다.

놈이 경찰서를 탈출한 이후 당연히 경찰들은 그걸 가만히 손 놓고 있지 않았다.

바로 공개 수배를 때렸으며 김민수 앞으로 현상금까지 걸려 있는 상태였다.

생포해서 오기만 하면 상관없다는 조항과 함께 말이다.

'스토킹이랑 불법 침입으로 현상 수배가 걸린 생도는 네가 최초일 거다.'

이 일 때문에 한동안 빅토리 아카데미 이사장인 천해일이 여러 방송에 나왔었다.

시종일관 허허로워 보이는 웃음기를 싹 지우고 늘 고개를 숙이며 사죄를 하는 모습.

없던 정도 생겨날 것 같은 수척해진 얼굴은 정말 안쓰러움 그 자체였다.

자기가 한 잘못도 아니고, 단 한 명의 트롤링에 의해 천해일쯤 되는 사람이 몸을 접고 다녀야 한다니.

'그래도 좋은 사람인데.'

은혜 갚는 셈 치고 천해일 몫까지 김민수를 두들겨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근데 그 이번에도 찐블이 찾아올까요?"

"아마 그러지 않을까요? 제 곁에 있을 땐 되게 잠잠했거든요."

기본적으로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김민수만 찾은 것도 있지만.

필요 이상으로 카리스와 유이는 얌전하게 아카데미 생활을 보냈다.

나보다 친구를 더 많이 만들어서 하하호호 즐겁게 놀 정도로 말이다.

반 애들끼리 같이 노래방을 간다던가 하는.

난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걸 지들이 먼저 하기까지 했다.

'절대 부럽진 않아.'

나도 여자 친구가 잔뜩 있어서 뭐 아무렇지도 않았다.

정말로.

"상황이 좀 공교롭게 겹친다고 해야 할지, 이번에 백두산 쪽으로 미국도 온다더군요."

"미국이요?"

"예 아무래도 여름이다 보니..."

여름이랑 미국이 백두산에 투입되는 게 무슨 상관이냐 할 수도 있었지만.

이건 아주 큰 상관이 있었다.

백두산은 몬스터들이 생태계를 이루는 곳인 만큼 당연히 활발한 활동 시기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시기가 바로 여름이었다.

"지원이 많이 필요하긴 하죠."

세계적으로 난공불략이라고 불리는 게이트는 각 나라에서 필수적으로 지원을 보낸다.

그중에서도 백두산 게이트는 까다롭기로는 손에 꼽으니 지원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였다.

"문제는 이제 백두산에 어떻게 가느냐겠네요."

"그러게요, 김민수 그놈은 대체 어떻게 들어간 건지 원."

"검은 검이라고 이름을 뿌리고 다니면서 활동하는 걸 보면 멍청해 보이는데... 백두산에서 활동하는 걸 보면 뛰어나보이기도하고, 참."

강태민은 김민수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난 물론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놈이 그렇게 활동할 수 있는 이유를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뚱땡 그 자식이랑 같이 다니고 있는 거겠지.'

검은 검이라고 활동하는 걸 보면 안뚱땡은 서포트만 하는 게 분명했다.

둘 다 관심종자니까 함께 다녔다면 아마 '검은 쌍칼' 이런걸로 불러달라고 했을 터.

내가 주인공 지분율이 높아짐에 따라 자연스레 안뚱땡이 약해진 거겠지.

'김민수를 강하게 만들어서 힘을 회복할 속셈인 것 같은데.'

얌전히 기다려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일단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헌터가 되어 경력을 쌓고 지원하는 것 하나뿐입니다."

악명이 높은 만큼 사망률도 높기에 백두산은 출입을 굉장히 엄중하게 관리했다.

유명한 헌터의 추천 같은 건 어림도 없었고 오로지 실력 위주로만 사람을 뽑았다.

그도 그럴게 어중이떠중이들 모았다가 공략 실패라도 해서 웨이브가 일어난다면.

그 책임을 대신 짊어지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게 이유였다.

"사실 태양 씨는 경력으로만 보면 충분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생도라는 신분 때문에 그런 거죠?"

"네, 그렇습니다."

"그 부분은... 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네?"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게 인맥 아니던가.

뚜르르르 뚜르르르 뚜르르르.

정말 오랜만에 전화해 보네.

'아니 처음인가.'

딸깍.

필요할 때만 찾는 이기적인 사람이 된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바퀴벌레를 잡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 철면피는 깔아줘야지.

­여보세요? 백태양 헌터? 무슨 일입니까.

"안녕하세요 이민준 팀장님. 혹시 지금 통화 괜찮으십니까?"

­그럼요.

지인 찬스 출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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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르륵 화르륵 화르륵

평소에는 사람이 사는 곳과 비슷한 마계.

"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

"살려 줘! 제발 불을 꺼줘! 그만!"

"그만! 그만하라고!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다시는 그러지 않을 테니까!"

그곳은 지금 화마로 휩싸여 있었다.

도시 하나를 삼킬 정도로 커다란 불꽃.

마족들은 물을 찾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바닥을 뒹굴며 서서히 재로 변해 갔다.

"늦었어."

도시 한가운데 유일하게 불에 타고 있지 않은 마족.

그는 굉장히 분노한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지상으로 갈 때까지 얌전히 있으려고 했는데... 왜 안 좋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거지? 그냥... 그냥 날 가만히 내버려 둬도 되잖아."

너희들도 결국 그놈들이랑 똑같아.

추악하고 이기적이고, 너희들은 마족이지 인간이 아니잖아.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거기에 깃든 분노는 상상을 초월했다.

펄럭펄럭 펄럭

그가 말을 내뱉을 때마다 등 뒤에 있는 날개가 불꽃을 흩뿌리며 화마를 더 키워나갔다.

그야말로 자연 재해, 재앙이라는 표현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백두산에 그놈들이 온다지."

그는 시계탑 꼭대기에서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왔다.

사내라고 보기엔 아주 왜소한 체형과 반대 되는 중후한 음성.

몸은 그대로지만 정신만 성장한 느낌.

"하...하하하! 좋아... 좋다고, 모든 걸 불태우고 돌아오겠다."

그리고 샤엘, 너의 마음도 같이 얻어 주지.

그 말을 끝으로 소년은 하늘로 솟구쳤다.

조만간 있을 지상행에 대비하여 힘을 아낄 차례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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