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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여친쩔더라-214화 (214/325)

〈 214화 〉 첫 섹스?

* * *

게이트가 클리어 되고 난 후 바닷가.

김민수는 여전히 묶여 있는 상태였다.

구출이라고는 해도 사실상 얼굴 한 번만 본 정도였으니 그럴 수밖에.

'이것도 예전이었다면 풀려난 상태였겠지?'

확실히 주인공 지분율이 동등해진 순간부터 사소한 점부터 굵직한 부분까지.

김민수에게 얼마나 많은 특혜가 주어졌었는지 알게 된다.

"..."

차마 풀어달라고는 못 하고 자존심 때문에 말없이 노려보는 김민수.

난 원래도 풀어 줄 생각이 없어서 바로 시선을 돌려 멜라니를 바라봤다.

멜라니는 아무 말없이 날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쟤 내버려 두고 우린 좀 걸을까?"

"..."

그녀는 또다시 묵묵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밀었다.

확실히 환경이 한 번 변하니까 주제를 환기할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게이트 클리어 보상도 나중에 하고, 우린 손을 잡고 바닷가를 걸었다.

'김민수는 뭐 알아서 하겠지.'

포박이 되어 있다고 해도 메인 스킬을 쓰면 바로 풀 수 있는 수준이니,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애초에 있다고 해도 트롤 스킬 때문에 잘 죽지도 않으니 괜찮았다.

"지금 바로 설명할까?"

"조금만 더 걷구요."

멜라니는 나와 손깍지를 낀 채로 모래를 툭툭 차며 걷고 있었다.

시원한 바다 바람 쐬며 게이트 뒤풀이로 바닷가 산책이라니.

더할 나위 없는 행복감이 머리를 꽉 채웠다.

'이게 섹스지.'

별다른 게 섹스가 아니었다.

그렇게 깍지를 끼고 조용히 걷기를 십 분.

먼저 입을 연 건 멜라니였다.

"일단 제가 감정적이었던 부분은 사과할게요. 당신도 다 나름 생각이 있었던 것 같은데..."

화가 너무 나서 그랬어요.

그녀는 정말 진심이었는지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고개를 푹 숙인 상태였다.

"아냐, 내가 그 방치 안 하겠다고 한 거잖아, 다 이해해."

"아뇨 그렇다고 해도 S급 게이트에서 독단적으로 상황을 바꾸려고 하는 건 너무 무모한 짓이었어요.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도 호흡을 맞춰야 하는 건데, 죄송해요."

조곤조곤 내뱉는 그녀의 말은 사실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아무리 고전명작 게이트가 긴장감과 위기감 같은 게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지만.

카리스와 유이라는 변수가 존재하는 이상 멜라니의 행동은 따지고 보면 트롤링이 맞았다.

결과론적으로 좋다고 쉽게 쉽게 넘어갈 수는 없다는 말이다.

'다른 곳이었으면 즉시 손해 배상 청구 하고 난리도 아니었겠지.'

실제로 게이트에 들어갔을 때, 위급 상황이 아니라면 자신이 맡은 행동반경에서 절대로 벗어나면 안 됐다.

벗어났을 경우 엄중한 책임과 법적 조치를 가하며 순식간에 명성은 바닥으로 추락한다.

멜라니는 이런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저자세로 나오는 거였다.

"우리 사이에 이렇게 안 해도 돼, 그리고 앞으로 안 그러면 되잖아."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마워요, 근데 한 가지 물어봐도 돼요?"

드디어 올게 왔구나.

뽀뽀로 엔딩이 날 수 있지만 유이를 벗긴 이유.

이제 본격적으로 거기에 대해 잘 포장하려는 순간.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우리 사이가 뭔데요?"

"응?"

"우리 사이에 이렇게 안 해도 된다면서요, 무슨 사이냐구요 우리."

그녀의 말엔 정말 많은 감정이 응축 되어 있었다.

커다랗게 떠진 눈동자과 옅게 물들어진 볼.

파르르 떨리는 손끝이 깍지를 타고 전해진다.

"방치 안 한다면서, 결국 다른 여자 벗기고 한다는 말이 우리 사이라는 말이잖아요. 그래서 물어보는 거예요. 지금."

우리가 무슨 사이인지 확실하게 하고 싶어서요.

'이럴 줄은 몰랐는데.'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사고가 정지했다.

유이를 설명하고 태초의 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려고 했던 모든 계획이 물거품으로 변했다.

지금 중요한 건 이 순간의 감정 그리고 진심이었다.

"서로 아껴주는 사이지, 의지하고 믿고, 애정하는."

"이번에는 어설프게 넘길 생각하지 말아요, 뻔한 입맞춤으로 엔딩이 나는 건 게이트로 끝이에요."

상황이 이렇게까지 흘러가니 차라리 유이에 대한 걸 해명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이런 식으로 감정과 감정이 부딪치는 건 예전부터 잘 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였다.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여자를 이성적으로 잘 회유하는 건 해봤어도.

똑같은 감정 충돌은 쥐약이었다.

'이건 나도 장난으로 못 하겠네.'

여태 만났던 여자들을 장난으로 대했다는 말이 아니었다.

철저하게 내 페이스에 맞추는 작업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멜라니의 올곧은 눈을 보고 있자니 그럴 수가 없었다.

"계속 앞으로 이렇게 손깍지를 끼고 함께 걸어 갈 사이지."

"다른 여자들도 함께요?"

"..."

멜라니가 만약 일편단심을 요구한다면 난 그럴 수가 없었다.

그녀가 소중한 건 사실이지만 그녀만큼 소중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누굴 더 좋아하냐에 대한 우위를 따질 수 없을 만큼 말이다.

"풉, 표정 그렇게 딱딱하게 굳어 있지 마요, 알아요 저도."

그런 거 다 포함해서 좋아하는 거니까, 그냥 이런 부분은 제가 감수해야죠.

멜라니는 그리 말을 하며 천천히 내 쪽으로 몸을 붙였다.

예전에 허벅지로 틱택토 게임을 했던 것처럼, 살결이 다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

"솔직히 억울하잖아요. 나름 저도 당신이랑 게이트도 같이 다닌 적도 많고, 함께한 적도 많은데 계속 방치되니까 내가 여자로서 매력이 없나 싶기도하고."

근데 가슴 보여주니까 눈에 불을 켜고 빠는 거 보면 꼭 그런 건 아닌 것처럼 보이고.

따사로운 햇볕이 멜라니의 금발을 비추고, 시원한 바람이 머리칼을 찰랑거리게 한다.

그녀는 정말 인어 같았다.

다리가 지느러미가 아니어도, 물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모습을 보지 못 해도.

멜라니는 인어 공주 그 자체였다.

"그래서 저도 어필을 좀 제대로 해 봐야겠다 싶어서 한 거였어요. 당신이 너무 바람둥이 같아서 분위기 좀 잡아보고 진심도 듣고 싶었구요."

그래도 뻔뻔하게 처음부터 안 하고 사과까지 다 하고 이러는 여자 어때요?

말을 다 하자마자 몸을 빙글 돌려 날 마주하고 환하게 웃는 멜라니.

'와, 이건 진짜 못 참겠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감정이 마음을 뚫고 전신을 지배했다.

얘들아! 미안 해! 나 구해 줘! 진짜 사과할게! 다시는 안 그럴게! 일단 날 풀어 주라! 근처에 있는 거 맞지? 멀리 안 갔을 거잖아! 얘들아! 우리 친구잖아!

멀리서 들리는 김민수의 말은 무시 했다.

지금, 이 순간.

"키스해도 되지."

"네?"

"싫으면 피해."

멜라니를 덮치고 싶었다.

++++++++++++

"응...흣...흐아...살살 좀 해요...!"

"오랜만에 하려니까 조절이 안 되네."

"거짓말 치지 마요, 방금도 그 유이? 인가하는 여자랑 하려고 했으면서!"

"안 했으니까 오랜만 맞아."

멜라니와 깊게 입을 맞추고 난 뒤.

난 바로 로시난테를 소환해서 풀엑셀을 당겨 집으로 그녀를 데리고 왔다.

김민수는 당연히 발로 뻥 차서 바다 한가운데에 정확히 집어넣었다.

포박이라고 해봤자 능력을 제어 하는 쇠사슬 정도니까 금방 풀 수 있겠지 뭐.

멜라니와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다가 눈치 없이 끼어든 죗값은 받아야 했다.

"오늘은 속옷 짝짝이 맞아?"

"...벗겨보면 되잖아요."

집에 도착하자마자 난 바로 현관에서부터 다시 진하게 혀를 섞었다.

오늘이 아니면 이 감정이 재가 되어 사라질 것처럼 불안 하게, 볼을 감싸고 숨을 나눴다.

한 손으로는 허리를 감고, 반대 손으로 뺨을 쓰다듬으며 신발을 벗었다.

"꺅! 아니 갑자기 좀 끌어안지마요!"

"어차피 이제 계속 이렇게 끌어안을 텐데 부끄러워?"

"...저 처음이란 말이에요."

"알아."

"아는데 그래요?"

날카롭게 째려보는 그녀의 눈초리에 그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웃음이 나와요? 손잡고 함께 계속 걸어갈 사이가 지금 처음이고 긴장이 된다는데? 아 당신은 다른 여자랑 많이 뒹굴어봐서 괜찮다 이거죠?"

"그런 것 때문에 웃은 거 아냐."

"그럼 뭔데요!"

"사랑스러워서."

펑.

만화 캐릭터처럼 사랑을 입에 담자마자 그녀의 얼굴이 발갛게 물들었다.

홍당무가 된 듯 익은 얼굴과 계속해서 꼬는 금색의 롤빵 머리.

난 멜라니를 품에 안아서 그대로 침대로 직진 했다.

"아까 키스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여자 끌어안고 침대로 가는 것까지, 다 너무 경험자 티가 나서 미워요."

"오히려 그러므로 더 안심 된다거나 그런 건 없어?"

툭.

침대에 멜라니를 눕히자마자 익숙하게 검지와 엄지를 사용해 그녀의 브래지어를 풀었다.

너무 자연스럽게 풀어서 그럴까, 멜라니는 눈에 불을 키더니 바로 내 목을 잡았다.

"켁."

"이게 무슨 안심이 돼요! 화만 더 나는 구만! 아, 대체 이 남자는 얼마나 많은 여자 속옷을 풀어 봤을까 이런 것만 생각난다구요!"

"그런 건 이거 놓고 말해도 될 것 같아."

"미, 미안 해요 이게 화가 나니까 힘 조절이 안 되네요."

미안 하다고 하기엔 너 지금 너무 웃고 있는 것 같은데.

섹스 직전이라기보단 풋풋한 커플이 야한 장난을 치고 있는 기분.

실제로 멜라니는 옷이 벗겨지고 있는 와중에도 꺄르륵 웃고 있었다.

"근데 진짜 계속 많이 해 본 티 내면 화를 많이 낼 거예요."

"티가 아니라 진짜 많이 했어."

"그러니까! 그런 말을! 하지! 말라구요!"

통 통 통 통

토끼 같은 손이 머리를 막 두들기며 행복을 뽑아낸다.

'진짜는 지금부터지.'

즐거움은 이제 막 시작 되었을 뿐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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