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3화 〉 게이트 클리어
* * *
"근데 주인공을 죽이려는 이유는 뭐야?"
"응?"
"카리스 보면 주인공을 죽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그 방법이 카리스한테엣..., 원래 세상을 찾아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흐으...아..."
카리스한텐이라니.
그럼 그룹마다 모두 목적이 동일한 게 아니란 말인가?
"넌 생각이 달라?"
"난 태양쨩을 만나고 나서 달라진 거라서 조그음...! 예외긴 한데... 보통 조금씩 달라."
찔걱 찔걱.
유이는 말하면서 자기 손가락으로 보지를 쑤시고 있었다.
태닝 되어 있지 않은 새하얀 보지에 질펀한 애액이 나오는 게 눈으로도 보일 정도로.
그녀는 진하게 자위하고 있었다.
"노블은 그럼 목적은 같은데 수단은 각각 다른 집단이란 말이야?"
"바로 그거흣...흐으...야."
그래서 유이는 되도록 죽이지 말고 회유하자는 쪽으로 간 거구나.
나를 만나고 생각이 변화한 부분도 있었지만, 카리스가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걸 보면 이해가 됐다.
집단의 목적은 어디까지 지금 세상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뿐.
거기서 자신이 추구하는바가 다르다면 각자 존중하는 형식으로 추정 됐다.
'유이는 처음에는 죽이는 쪽이었기 때문에 카리스와 같이 다닌 거겠고.'
하나하나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진다.
아직 가장 중요한 '소설'과 '세상'이라는 키워드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 했지만.
그건 차차 해결해가면 될 일이었다.
"그럼 넌 날 회유 하는 쪽이니까 나랑 이제부터 같이 다니면 안 돼?"
"으,응?"
"내가 추측하기론 카리스랑 여태 목적을 이루려는 수단이 같아서 파트너로 다닌 거 아냐?"
"맞아."
"그럼 이제 달라졌으니 그럴 필요가 없지 않냐 이거야."
방금 언급 했듯이 유이는 날 진짜 노블에 들어오게 만들기 위해 회유를 하고 싶어 했다.
그렇다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꾸준히 붙어 다니면서 정을 쌓는 게 최고였다.
"확실히 그렇긴 한데, 이게 보고해야 되는...힉!"
이어지는 그녀의 말을 막기 위해 손을 뻗어서 내 손가락으로 보지를 틀어막았다.
이미 들어가 있는 유이의 손가락에 내 손가락을 겹쳐서 넣는 과감한 동작.
자위 한 지 오 분이 넘어가니 예열이 다 됐기 때문에 무리하게 욱여넣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보지가 오물오물 거리며 손가락을 삼켜간다.
"그런 자잘한 건 나중에 해도 되지 않아? 선 조치 후 보고가 더 좋잖아."
"그으,치이흐으..."
애무는 이만하면 됐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유이를 함락 시킬 때가 왔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촤라라라락.
바로 커텐을 치는 일이었다.
'이건 방치가 아니야.'
원작에선 순애 결말이 났던 사이라고 생각하니 어느 정도 미안한 마음이 사라졌다.
결국엔 이어진다는 걸 알아서 그런 걸까.
마음 놓고 방치를 한다 이런 건 아니어도, 딱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미루기로 결심했다.
멜라니한테 늘 하는 말이지만 '정말 꼭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뿐.
사실 방치라고 볼 수는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필요에 의한 희생으로 봐도 되지.'
그렇기에 이제 완벽한 엔딩을 위해 유이와 몸을 겹치려는 그 순간.
쾅!
미사일 하나가 귀빈실로 날아오더니 그대로 방의 절반을 폭파시켰다.
커튼을 닫고, 거의 곧바로 벌어진 일이었기에 바로 누가 했는 지 알 수 있었다.
'멜라니?'
정확하게 사람을 피해서 벽만 뜯어낸 멜라니는 살기가 넘실 거리는 눈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제가 이번 방치가 마지막이라고 했죠? 그리고 순서 밀 생각 하지 말라고도 했구요."
"그, 그랬지."
또각또각.
어디서 입은 건지, 멜라니는 여왕이 입을 법한 드레스와 유리 구두를 신고 걸어왔다.
드레스를 입고 주변에 중화기를 띄우며 걸어오는 여자라.
달콤살벌하다는 표현이 아주 딱 맞는 상황이었다.
"근데 당당하게 커튼을 치면서 개수작을 부릴려고 하네요?"
"태양쨩, 저 여자 뭔데 방해하는…"
쾅!
유이가 입을 열자마자 그녀 근처에 있는 가구가 또다시 폭발했다.
"암캐는 빠져, 누구는 단 한 번도 그... 밑으로 만져진 적도 없는데 당당하게 이미 침 다 발라진 남자랑 물고 빨아?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중간부터는 아예 대놓고 나한테 총구를 들이밀면서 말하고 있었다.
허공을 걸어왔던 건 아마 그녀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서브 스킬로 추정 됐다.
그나저나 지금 끼어들면 유이를 꼬시는 게 굉장히 난감해지는데.
'아니지, 이것도 중요하잖아.'
그렇다고 멜라니 감정을 다 무시하고 일을 진행할 수는 없는 노릇.
난 재빨리 생각을 정리하고 우선 바지춤부터 다시 끌어올렸다.
"한두 번도 아니고, 이제 더 이상은 못 참겠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제가 예전부터 계속 못 참는다고 말은 했지, 진짜 보여 주지 않서 제 말을 귓등으로 듣나 싶기도 하구요."
너무 당당한 태도에 유이는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이게 원작 정실의 위엄?'
물론 원작에서 백태양과 멜라니가 순애로 이어진다고 해서 갑자기 없던 감정이 생기거나 그런 건 없었다.
그건 어디까지 가정의 영역이고 지금 우리 실시간으로 함께 보내는 시간만이 진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나오니 도저히 그런 쪽으로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흔히 말하는 '정실력'이라고 해야 할까.
"무슨 일이야.!"
"지금 남녀 문제니까 빠져!"
"...!"
들려오는 폭발음에 카리스는 급하게 귀빈실에 들어왔지만.
돌아오는 건 유이의 차가운 냉대였다.
'넌 왜 멘탈이 바로 나갔어.'
알몸이 된 유이한테 따끔하게 한 소리를 듣자마자 눈동자가 심히 떨리는 카리스.
가뜩이나 엑스트라 역을 맡아서 활약도 못 하는 마당에, 쓴소리까지 들으니 기가 팍 죽어 있었다.
'위엄 있는 캐릭터로 나온 건 아니긴 하지만 짠하네.'
좋아하는 여자를 뺏긴 것도 모자라 꾸중까지 들으니 굉장히 없어 보였다.
진짜 노블이든, 기존 노블이든 아무래도 그렇게 중요한 집단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
"멜라니 진정해, 이건 엔딩을 내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어!"
"제대로 설명 못 하면 진짜, 다 터트릴 거예요."
"알겠어, 잠시만 기다려 줘."
난 유이를 한 번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참아달라는 눈짓이었으나 멜라니는 그것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쾅!
한 번 눈을 마주치고 끄덕였을 뿐인데 날아오는 포탄.
살의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진한 분노가 느껴지는 공격이었다.
'유이를 실망시키지 않으면서 멜라니를 꼬셔야 된다.'
게이트를 클리어하기 위해 유이를 이용했다는 뉘앙스를 풍기게 된다면.
멜라니랑 유이 둘 다 놓칠 수 있게 될 수밖에 없었다.
사람을 이용해서 마음을 가지고 노는 놈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최대한 이성적으로... 아니지 감성적으로 접근해야 해.'
사고가 가속 되고 두뇌가 빠르게 회전한다.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리며 상황을 타계할 계획을 최대한 빠르게 떠올리던 중.
'이거다.'
최선의 방법이 생각났다.
"원래 그... 이런 엔딩은 보통 남녀가 맺어지는 게 맞잖아? 그래서 흐름상..."
"허,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가슴까지 빨아 놓고 갑자기 왜 엔딩 내는 건 다른 여자랑 하려는 건데요?!
이어지는 멜라니의 말에 난 솔직하게 답한다면 온전치 못한다는 걸 직감했다.
저번에 조리를 끝낸 흑갸루 쫄깃 백보지를 지금 먹으려고 한다는 말을.
이 상황에서 도저히 내뱉을 수가 없었다.
"그게 아무래도 흐름이라는 게 있잖아, 이왕 서로 깔끔하게 클리어할 수 있을 때 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안 돼요, 싫어요! 저한테 할 거 아니면! 저 진짜 이젠 쏠 거예요!"
쏜다는 말은 깜찍하게 하는 위협 같은 게 아닌 실제 상황이었다.
이미 귀빈실로 쏜 포탄만 총 세 개.
여태 멜라니한테 한 걸 생각해 보면 빈말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근데 또 귀엽네.'
볼을 빵빵하게 부풀려서 화가 잔뜩 난 걸 표현하는 멜라니.
그녀의 분노로 인해 롤빵 머리가 트윈 테일처럼 보였는데.
그게 굉장히 앙증맞게 느껴졌다.
'상황은 개판 오 분 전이지만 아직 수습할 수 있어.'
유이를 바로 영입할 수 없다는 게 아쉬웠지만 별수 없었다.
여기선 멜라니의 마음을 챙기는 게 더 중요했다.
"그래, 그럼 하자."
"네? 뭐, 어? 지,진짜요?"
"응, 하자며, 나 진짜 이제 너 방치 같은 거 안 한다니까."
진짜로 한다니, 멜라니는 뇌 정지가 온 듯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녀는 얼굴이 점점 발갛게 물들더니 이내 쑥스러운 듯 허벅지를 배배 꼬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이 보는데서는 조금... 저, 저도 커튼은 치고 싶어요."
그리고 그, 너무 처음에 변태 같이 하면 나중에 할 때 짜릿함이 덜하다던데.
"야외 플레이...보다는 그래도 처음이니까...좀... 무드도 필요하고..."
속옷은 물론 위아래로 짝짝이긴 한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 용기를 낸 듯 멜라니는 드레스를 조금씩 올리고 있었다.
새하얀 종아리를 시작해서 파르르 떨리는 허벅지가 모습을 보이려는 그때.
난 재빠르게 그녀에게 다가가서 입을 맞췄다.
쪽.
"읍?!"
"이게 엔딩이야."
고전명작[개구리 공주]에서 클리어했던 방식과 똑같이.
주연급 둘이서 극적인 순간에 연을 맺고 입을 맞추는 방식.
그게 바로 게이트를 클리어하는 지름길이었다.
'상황이 아주 딱딱 맞아떨어졌지.'
왕자가 납치 되자 인어 공주와 상어 마법사가 힘을 합친다.
이 둘은 이웃 나라에 처들어가 귀빈실을 박살 내고, 이웃 나라 공주를 혼내주며 왕자를 구출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어지는 진한 입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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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명작[인어 공주]가 클리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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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내가 선택한 최고의 결말이었다.
"고작 뽀뽀로 엔딩이 날 수 있는 거면 왜 저 여자애는 벗겼는데요?"
[나으리! 이건 어, 저도 꼭 해명이 듣고 싶네요!]
멜라니한텐 아니었나보다.
'추가 설명이 필요하겠네.'
당연한 말이지만.
침대에서 차차 해결하면 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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