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2화 〉 유이가 참 잘 빨아.
* * *
역시 상황은 대화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길어질 수밖에 없기 마련이다.
'유이를 믿은 것도 있었고.'
내가 멜라니에게 부탁한 건 철저한 후방 지원이었다.
즉 사방이 막혀 있지만 않다면 그녀의 사각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보이진 않지만 어디선가 아마 저격총을 잡고 대기 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 됐다.
'격돌하는 순간만 지원하고 나머지는 대기할 것.'
이게 내가 그녀에게 자세하게 부탁한 부분이었다.
섣불리 움직였다간 저격 당했다는 걸 너무 빨리 들키기 때문이다.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거라면 모를까, 사소한 기 싸움은 무조건 참는 게 맞았다.
"유이, 대체 어떻게 한다는 거야?"
카리스는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이해를 못 하고 있었다.
팀이라고 믿고 있던 여자가 날 지지하는 듯한 움직임은 받아들이기 힘들겠지.
하지만 또 이게 일방적으로 편만 드는 건 아니었다.
'카리스는 지금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기가 굉장히 힘들지.'
[이웃 나라 공주] 역을 맡은 건 어디까지나 유이였지, 카리스가 아니었다.
즉 엑스트라 상태인 카리스는 적극적으로 고전 명작에서 활약하기가 어려웠다.
김민수를 납치한 것도 '유이'의 행동으로 게이트가 넘어갔다지만.
만약에 카리스가 혼자서 능동적으로 무언갈 하려고 할 경우 게이트가 개입을 할 게 분명했다.
'내가 개구리 공주에서 왕 눈치를 괜히 본 줄 아나.'
그때랑 지금이랑 같다고 생각하면 곤란했다.
일개 엑스트라가 마음대로 활개칠 만큼 S급 게이트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카리스, 내가 설명 했지만 넌 어디까지 날 지원해야 하는 입장이야, 여기서 이러면 곤란해."
아마 유이도 역할과 관련된 행동에 대해서 카리스에게 말을 한 모양이다.
"그리고 천을 중간에 벗어서 그렇지 내가 더 자세하게 설명하면 바뀔 지도 모르잖아."
"..."
"일단 내가 잘 설득해볼 테니까, 카리스 넌 김민수 잘 보고 있어."
졸지에 애물단지 취급받는 카리스.
"알겠다."
카리스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자기 위치와 S급 게이트에서 활약할 수 있는 한계를 깨달은 표정이었다.
분하겠지만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이웃 나라 공주와 상어 마법사의 독대였다.
"유이한테 허튼짓 하면 절대 용서치 않겠다, 백태양."
"너 쟤 좋아하냐?"
"...소중한 동료다."
그렇게 멋지게 말해봤자 유이의 시선은 이미 나한테 콕 박혀 있었다.
딴에는 여심을 녹이는 대사랍시고 한 것 같은데, 나랑 만나기 전에 했어야지.
이미 물 다 엎질러졌는데 급하게 수습하는 꼴이었다.
드르륵.
"보고 싶었어 태양쨩."
카리스가 문을 나가자마자 아까처럼 내 옆에 찰싹 달라붙는 모모하라 유이.
아직 처녀를 따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 반응인 걸 보면, 그때 미리 딸 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 했으면 티가 너무 났을 것 같기도하고.'
지금도 충분히 의심 받을 만한 상황이었기에 이게 맞았다.
너무 가까워지면 유이가 아예 나와 만날 땐 배제 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보고 싶었어."
"진짜?"
"당연하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런 가벼운 분위기 환기.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었다.
'얘는 안 가벼운 것 같네.'
옷을 대체 언제 벗은 건지 유이는 젖가슴을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멜라니가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체리 토핑이었다면, 유이는 초코 아이스크림에 체리 토핑이었다.
크게 한 입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참아야 했다.
단둘이 있다면 모를까 아주 멀리서 멜라니가 보고 있었기에, 자제 하는 게 맞았다.
'또 방치했다고 뭐라고 하는 것보단 이게 낫지.'
게다가 유이랑은 이게 마지막이 아닐 거란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왠지 빠른 시일 내에 내 어항에 쏙 들어올 것 같은 직감이 있었다.
"일단은 카리스가 오해할 수도 있으니까 본론부터 말할게."
그럼 초코 아이스크림 탱글 체리 유두 젖가슴은 디저트구나.
때가 된다면 창문에 커텐을 잠시 쳐야겠다고 다짐한 뒤.
이어지는 그녀의 말을 들었다.
"방금 태양쨩이 쓴 건 태초의 천이라고 하는 물건이야."
"태초의 천?"
"응, 본래 우리가 있어야 할 모습과 해결해야 할 원흉을 보여주는 물건이지."
원래 있었어야 할 모습이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얘네가 그럼 가짜 가짜 거린 게... 이 세계라고?'
거기까지 듣자 루베니아가 해줬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안뚱땡은 신이 아니라는 이야기.
또한 루베니아는 신이지만 전지전능하지 않다는 것.
그땐 단순하게 여겼지만 이렇게 들으니 아주 핵심적인 말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신이 아니라는 건 창조주가 아니라는 거야, 루베니아는 신이지만 창조주가 아닌 거고.'
그럼 안뚱땡은 기존의 세계를 조작 했다는 말이 된다.
태초의 천 안에서 봤던 안뚱땡의 '세상을 바꿀 위대한 능력'이라는 말.
만약 안뚱땡이 를 쓴 건 맞지만 처음부터 개입한 게 아니라면?
"아쉽지만 우리는 원흉을 제대로 보지 못 해. 그저 주인공이라는 놈만 어렴풋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우린 주인공을 없애면 원래 세계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고.
유이의 말이 이어질 때마다 빈 퍼즐판에 퍼즐 조각이 하나씩 추가 되는 듯했다.
'잠깐만 근데 원래 내 초반 상태창에선 백태양은 안뚱땡이 폐기한 캐릭터 아니었나?'
태초의 천이 정말 원래 있어야 할 모습을 보여줬다면.
내가 왜 멜라니와 단둘이서만 결혼식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 나왔던 걸까.
"잠깐만, 나 조금만 생각할 시간 가져도 될까?"
"아아, 응 편하게 해."
나도 편하게 있을게.
그 말을 내뱉으며 유이는 내 허벅지를 베개 삼아 고양이처럼 누웠다.
가슴이 천장을 바라보고 있어도 탱탱하게 올라와 있다니.
탄력감이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이러고 있을 게 아니지.'
난 초기 정보를 떠올리기 위해 현 정보창을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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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백태양
[신체] 키: 183cm / 몸무게: 95kg
[설명] 김민수와 주인공 지분율이 같으며, 더 이상 수동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제약에서 해방 된 상태다.
유수진, 소유민, 류혜미, 샤엘 페롯트, 성춘향과 성관계를 맺어 그들의 처녀를 가져갔다.
현재 멜라니 아이리엘, 리리엘 루베니아, 모모하라 유이의 처녀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작가의 소설에서 벗어난 상태이며 독자적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꾸밀 수 있다.
이후에 이어질 전개를 예측할 수 없으며 스스로 개척하는 중이다.
[스킬 부분은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생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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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소설에서 벗어난 상태는 대체 무슨 뜻이지.
최초의 정보창에서도 '소설엔 등장하지 못하게 됐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정보창은 엄연히 세계와 소설을 구분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기존의 세계를 안뚱땡이 자기 소설로 덧씌웠다는 건가?
'그것도 몇 명만 굉장히 한정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
신도 아닌 일개 작가가 상상력으로 세계를 주물러 봤자 얼마나 주무를 수 있겠는가.
루베니아조차 전지전능하지 않은 세계에서 신도 아닌 작가의 한계는 명확할 터.
실제로 노블이라는 집단도 지금 두 개가 있는 상황이었다.
자신이 원조라고 하는 노블과 소설 속 흑막처럼 굴고 있는 글라디르 때 봤던 노블.
지금 여태 했던 생각을 쭉 이어보면 유이가 속한 그룹이 진짜 노블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럼 백태양이란 캐릭터도 안뚱땡이 등장 시키지 않았을 뿐... 원래는 멜라니 일편단심으로 해서 결혼할 운명이었다고?'
처음 정보창엔 '그는 자신이 평소에 상상했던 이상적인 남자에 대한 생각을 이 캐릭터에 그대로 투영시켰다.'라는 문장이 있다.
난 이걸 보면서 캐릭터 자체도 안뚱땡이 만들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기존의 캐릭터에 자기 이상향을 집어넣은 거라면.
"허, 이거 진짜 골 때리네."
"응?"
"아, 아냐 음... 일단 이거라도 먹고 있을래?"
그 말을 하며 내가 꺼낸 건 당연히 자지였다.
젖가슴을 까고 뒹굴고 있는 여자한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적어도 이 정도는 어쩔 수 없는 부분으로 취급해도 되는 거였다.
"그럼... 그럴까?"
"조금만 먹고 있어, 나머지는 나중에 해 줄게."
"응...츕...흐릅...하아...알겠어."
유이는 내가 자지를 꺼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입으로 앙 물었다.
한 번밖에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확실히 더 이상 이를 세우지 않아 좋았다.
'그럼 예전부터 느꼈던... 묘하게 멜라니 순번이 밀리는 이유가 지금 내가 소설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그런 건가?'
결혼은 보통 순애의 끝.
가장 마지막에 이뤄지는 행위였기에 당연히 멜라니랑 이어지는 건 사랑의 끝을 뜻한다.
태초의 천이 사기가 아니라면 멜라니를 여태까지 따먹지 않았던 게 아니라 못 했다는 말이 된다.
세계는 운명처럼 나와 멜라니를 순애로 마지막에 연결시켜놨던 거니까.
'나머지는 나가서 생각해야겠네.'
여기서 볼일은 더 이상 없었다.
더 있다고 해도 루베니아를 만나서 물어보는 게 더 빠를 터.
'이제 게이트 클리어하자.'
난 본격적으로 클리어 계획을 위해 몸을 움직였다.
아니, 움직이기 전에 펠라는 마저 받아야지.
'유이가 참 잘 빨아.'
이건 못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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