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화 〉 특종! 백태양의 공항 패션 비밀은 ?! 자세하게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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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났다구요? 그럼 일단 자리를 피해요! 그 인간 완전 진상이라구요! 게다가!
"아냐 일단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
뭘 알아서 해결해요? 지금 끊으려 그러죠! 끊지 마요 절대!
"아카데미에서 보자."
뚝.
주인공 지분율이 50%가 되고 나서 읽었던 메시지를 다시 한번 떠올렸다.
당신이 하는 일이 곧 다음 문장을 써 내려가는 일이라는 말.
더 이상 김민수 뒤꽁무니나 쫓으면서 청소부 노릇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주인공'스럽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었다.
"아니 왜 입국 심사가 바로 되지 않는 거지? 내 얼굴을 혹시 모르나?"
"죄송합니다. 지금 전산상 오류가 생겨서 금방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허, 몇 번을 말해야 해! 이럴 시간 없다고! 아니 전용기에서 내렸으면 그냥 바로바로 얼굴 확인만 하면 되는 거 아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기계야? 그딴소리 하지 말고 그냥 비키라고!"
들리는 대화만으로 상황이 대충 이해가 됐다.
'각성자가 생긴 이후에 시스템이 전체적으로 많이 변했으니까.'
이능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이 생김에 따라 개인의 무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지금.
예전처럼 단순히 여권이 있다고 입출국이 간단히 되는 게 아니었다.
철저한 신원 조회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지문 채취 등등.
여러 사고가 일어났을 때 그걸 빠르게 수습하기 위한 예비 작업들이 요구 됐다.
'처음엔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여러 사고가 있고 나서 전 세계적으로 한다 그랬었지.'
특히 전용기를 타고 들어올 경우는 거물이라는 보증 수표가 있어서 더 복잡해진다.
정말로 힘 있고 돈 많은 자가 뒤처리 다 수습할 각오로 사건 사고를 일으킨다면?
그때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이기에 공항은 이런 부분에 타협을 할 수 없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아니 뭐 얼마나 달라는 거야! 이미 삼 분이 넘는 시간 동안 기다렸는데! 너 내가 분당으로 얼마씩 버는 지 알아? 여기에 이러고 있는 동안 몇억씩 손해가 나고 있는 거라고! 너 이거 손해 배상 청구하면 어? 평생 내 발이나 닦으면서 살아야 하는데 자신 있냐고 물어보잖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모든 각성자가 이런 이치를 따르는 건 아니었다.
자국 내에서 왕 대접을 받다가 타국에서 평민 취급받는 걸 용납하지 못 하는 자 또한 존재하는 법.
그게 전 세계적인 자원 연구 기업 모로스 차일드의 후계자라면 더 그렇겠지.
'이름이 기민스 모로스라고 그랬나.'
대놓고 아주 '김민수.mk2 입니다'라고 홍보하는 수준의 작명.
난 여유롭고 느긋하게 기민스 옆으로 가서 입을 열었다.
"입국 심사 오래 기다려야 하나요?"
"어? 아, 아닙니다. 조금만, 정말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됩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사실 기민스가 진상짓을 부리지 않았더라도 어차피 여기로 왔어야만 했다.
전용기 입국 심사장은 하나밖에 없거든.
사실 말이 입국 심사장이지 하나의 커다란 스위트룸이나 다름없는 공간이었다.
전용기를 탄다는 건 돈이 많다는 거고, 그런 그들에게 푸대접했다는 말이 들리면 공항 이미지가 나빠진다.
때문에 심사장도 예쁘게 꾸미고 일부러 유능한 자까지 붙여서 최대한 트러블을 적게 만드는 거였다.
"넌 뭐야?"
내가 끼어들자마자 공항 직원의 표정은 밝아졌고, 기민스의 표정은 더욱더 악화됐다.
완벽하게 자기가 주도권을 잡고 있다고 생각 하고 있다가 누군가 끼어드니 불쾌한 거겠지.
'바엘슨이랑 음... 뭐 거리도 적당하네.'
난 바로 놈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주변을 한 번 살폈다.
지랄 맞은 기민스 성격 때문에 놈의 경호원은 뒤에 멀찍이 물러나 있었다.
강태민 정보에 따르면 기민스도 2~3급 헌터 언저리쯤 된다 했으니 경호도 사실 큰 의미 없을 터.
"야! 넌 뭐냐니까! 뭔데 말에 끼어드냐고! 내가 누군지 알아?"
"모르죠."
천천히 떡밥을 하나씩 던지며 기민스를 유혹했다.
김민수가 소심한 찐따라면 이쪽은 대담한 찐따쪽.
그렇다면 그에 맞는 상대법이 따로 존재했다.
"몰라? 모르는데 지금 내 옆에 선 건가? 허! 전용기 입국 심사장에 같이 있다고 똑같은 급이 되는 줄 아나보지? 난 모로스 차일드의 후계자 기민스야!"
놈은 자기 이름을 내뱉은 뒤 말을 딱 끊었다.
이 정도 들었으면 알아서 처신 잘해라는 눈빛과 위풍당당하게 올라간 입꼬리.
난 그걸 무시하고 공항 직원한테 작게 손짓하며 여길 벗어나라고 알렸다.
'말이 2~3급이지, 그냥 평범한 사람들한텐 대재앙이야.'
보통 이런 VIP로 분류되는 사람들을 상대할 땐 직원도 각성자인 게 보통이다.
근데 아주 당연하게도 높은 등급의 각성자는 아니었다.
'높으면 헌터하지 왜 공항 직원해.'
아무리 높아봤자 5급.
대부분은 급수에 들지도 못하고 각성만 해서 일반인보다 조금 더 강한 수준이었다.
일반인 사이에선 늑대일지 몰라도 각성자들 사이에선 그저 땅에 기어 다니는 개미인 것.
공항 직원은 나에게 허리를 숙여서 인사한 뒤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전산상 오류라고 했으니 아무래도 얼른 일을 처리하러 가는 거겠지.
공항이 각성자 인력난에 시달려, 혼자 많은 업무를 감당해야 한다고 얼핏 들은 적이 있었다.
"야! 너 어디가! 어? 얌마! 너 지금 나 무시하고 쟬 보낸 거냐? 미쳤어? 미쳤냐고!"
꾹 꾹.
기민스는 내 몸을 손가락으로 찌르며 시비를 걸어왔고.
난 조금 더 떡밥을 던지기 위해 몸을 뒤로 빼며 입을 열었다.
"이러지 마시죠, 전산상 오류가 있다는 걸 어떻게 합니까."
"오류고 나발이고 내가 지금 바쁜데! 아니 넌 근데 어떻게 내가 누군지 알면서도 이러지? 응? 진짜 그냥 뇌가 없는 건...어?"
신분을 앞세워서 남을 압박하는 놈들이 꼭 하는 레파토리가 하나 있었다.
'사람 흝어보기.'
입고 있는 옷과 장신구 따위로 사람을 판단하고 급수를 매기는 행동.
기민스는 당연히 그런 놈이었기에 내 외면을 철저하게 파악 했고, 그 결과 성검을 볼 수 있었다.
단단하게 바위 코팅이 된 성검 한 번, 그리고 내 얼굴 한 번.
"네가 백태양이냐?"
"근데 아까부터 왜 반말입니까? 저희가 그런 사이는 아닐 텐데요."
"허, 아니 진짜 한국은 왜 이러지? 공항 직원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모로스 차일드가 안 무섭나?"
무섭겠냐.
주인공 지분율이 50%가 넘은 지금.
난 눈에 뵈는 게 없었다.
"내가 이성적인 걸 고마워해! 아니었으면 용사고 뭐고 다 끝이었어!"
"아니 왜 계속 반말 하시냐니까요?"
온실 속에 화초로 자랐다던데 확실히 그 말이 사실이었다.
용사인 것도 알고, 내 이름도 안다면 이런 태도로 나오기가 굉장히 힘들 텐데.
전형적으로 '아직 날 만나지 못 해서 그렇게 행동하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허세에 찌든 유형이었다.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고.
그래 뭐 그럴 수 있지.
"뭐? 아니 이게 계속 말꼬리를 잡고... 너 지금 개기냐? 어? 나도 조금 있으면 빅토리 아카데미에 편입하게 되는데. 감당이 되겠어?"
"계속 이렇게 공격적으로 나오시면 저도 대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뭐? 공격적? 대응? 해 봐! 해 보라고! 네가 하면 어쩔 건데!"
떨린다.
'진짜 너무 좋다.'
뻔하고 진부한 일차원적인 진상을 참교육하는 클리셰.
예전 같았다면 어차피 이래도 김민수 뒤처리나 하겠지 라는 생각에 지루했을 거다.
하지만 이제부터 내가 하는 게 곧 서사로 이어지는 만큼, 이런 익숙한 맛이 너무 좋았다.
기대가 됐다.
내가 여기서 이런 짓하면 과연 어떤 결과가 하는 설렘.
오로지 나만이 특별한 선물 상자를 독점하고 뜯을 수 있다는 쾌감.
그 감각이 전신을 가득 채웠다.
"어쭈? 무시해! 대응해 보라고!"
지속된 무시와 말대답.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와 경멸하는 눈빛.
이 모든 걸 감당하지 못한 기민스는 결국 주먹을 높게 들고 나에게 올곧게 뻗었다.
"도련님! 안 됩니다!"
퍽
경호원이 나서기도 전에 기민스의 주먹이 내 얼굴에 정확히 직격 한다.
선빵과 기습.
두 가지를 동시에 겪은 나에게 생기는 당위성.
"용사님! 아니 태양 씨! 안 됩니다!"
빡!
바엘슨이 급하게 달려와 말리기 전에 내 주먹이 그대로 기민스의 간에 박혀 들어간다.
주먹을 꽂는 게 아니라 아예 말뚝처럼 쑤셔 넣는 힘.
김민수를 때릴 때보다 확실히 힘이 강해진 게 체감됐다.
"켁...쿠헥...잠...이게 무슨...짓이야...너...내가 누군...아니 그전에...빅토리 아카데미에서 이걸 알면...어...어떨 것 같은데...!"
"어떨 것 같은데?"
간을 맞자마자 몸이 움츠러든 놈의 머리칼을 잡고 고개를 바로 세운다.
내가 얼마나 주인공적인 행보를 보일 수 있는지에 대한 재물이 되다니.
넌 참 재수가 없구나.
"너...! 너 이 새끼...! 일학년이지...! 니네 학년 대표한테... 이 사실을 말할 거다...!"
"일학년 대표 나야, 근데 아직 반말이네?"
"쿠헤엑!"
이번에는 명치에 한 방.
확실히 후계자 교육을 철저히 받긴 한 건지, 두 대나 맞았는데 눈빛이 아직 살아 있었다.
민수는 한 대만 맞아도 눈을 까는데.
꼴에 mk2라고 개량이 좀 많이 되어 있었다.
"학...학생 대표에게 이 사실을 알리겠어...!"
"그것도 나야."
왜 이렇게 말이 짧아, 민스야.
빡!
"키헤에에엑!"
확실히 김민수와 기민스는 비슷하지만 여러 부분에서 차이점이 존재했다.
김민수는 때리면 돼지 멱따는 소리가 나왔지만 기민스는 고라니 우는소리가 나왔다.
'확실히 타격감과 타격음은 원조를 따라잡지 못 하는 군.'
이래서 원조 맛집이 인기가 많은 거겠지.
그렇게 입국 심사장에 고라니 떼가 나타나길 약 오 분 정도.
"살려...살려주세요."
"아냐 아냐, 안 죽여. 넌 모로스 차일드의 후계자 기민스잖아."
귀빈은 소중히 다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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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아니 왜 전화를 안 받는 거야!"
멜라니는 애꿎은 핸드폰을 탓하며 침대에 털썩 누웠다.
사실 마음 같아선 당장 공항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기민스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또한 백이면 백 징그럽게 달라붙을 텐데.
그런 추한 장면을 백태양의 눈에 넣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최대한 피하라고 했던 건데...'
만났다고 하고 전화를 끊어 버리니까 무슨 일이 일어났는 지 알 수도 없는 상황.
묘한 불안감에 안절부절하고 있던 중.
띠링!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음?'
예전에, 아주 예전에 백태양 관련 기사를 쓴 기자에 대한 알람이었다.
혹시라도 또 이상한 기사를 쓸까 봐 설정을 해놨던 건데.
그게 지금 갑자기 왜 울리는 거지?
"이...이게 뭐야."
멜라니는 기사를 읽자마자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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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 백태양의 공항 패션 비밀은 <이것>?! 자세하게 알아보자!》
[윤산동 기자]
[입력 :: 20XX.06.04 14:28] ☎
[백태양이 누군가의 머리채를 붙잡고 질질 끌며 입국 심사장을 나오는 사진. 크게 보려면 클릭하세요]
4일 오후 공항에서 백태양 헌터가 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백태양은 늘 깔끔하고 편한 복장을 위주로 입었으며, 허리에 차고 있는 성검이 아주 인상적이다.
최근 백태양은 성검을 뽑아 전 세계적으로 용사로 인정을 받으며 주목받고 있다.
◇ 백태양이 머리채를 잡은 사람은 누구?
그런 백태양이 입국 심사장에서 나올 때 성검 말고 특이한 점이 하나 더 있었다.
축 늘어진 오징어처럼 되어 버린 사람 하나를 잡고 쾌활하게 걷고 있는 장면.
이 사람이 누구일까? 에 대한 의문도 잠시 사람들은 모두 경악 했다.
그 자의 정체는 바로 모로스 차일드의 후계자 기민스 모로스였던 것!
백태양은 자세한 일은 추후에 밝힐 테니 일단 휴식을 위해 길을 터 달라고 말했다.
[윤산동 기자] 추가 제보가 있다면 lqwe2&*(!@news.com로 메일 부탁드립니다.
[댓글란(52)]
ㅇㅇ :: 백태양이 한 거니까 어련히 그럴 만한 일이 있겠다고 생각하면 개추 ㅋㅋ ㅇㄷㄴㅂㅌ [추천 231 / 비추천 52]
최영남 :: 용사가 한 일이면 다 마땅한 사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힘을 올바르게 쓰시는 분이니 믿겠습니다. [추천 127 / 비추천 15]
강태민 :: 백태양추 ㅋㅋ [추천 60 / 비추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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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간이 기어코 사고를 쳤구나.
깊은 탄식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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