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니여친쩔더라-199화 (199/325)

〈 199화 〉 어어 만났어.

* * *

"내일 바로 빅토리 아카데미에 돌아가신다구요?"

"응, 여기 더 있어도 뭐 없잖아."

"알겠습니다. 내일 그럼 즉시 출국 하실수 있도록 준비해 두겠습니다."

"고마워."

"별말씀을요, 편히 쉬시길."

바엘슨의 말을 끝으로 난 숙소 문을 닫고 바로 침대에 누웠다.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내가 제일 처음으로 한 건 귀국 일정 알리기였다.

성검도 뽑았고, 성녀의 이름도 알았으니 루베니아에 더 있을 필요가 없었다.

'나중에 또 올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일단 당장 얻어낼 건 다 얻어냈으니 돌아가는 게 맞았다.

여기에 더 있는다고 뭐가 달라지지 않을뿐더러, 앞으로 대비할 게 많았다.

'그럼 하나하나 확인해 볼까.'

어쩌면 성검 뽑기보다 더 핵심적이라고 할 수 있는 보상 정보 확인 작업.

여기에 어떤 이야기가 적혀 있냐의 따라서 앞으로의 방향성이 완전히 변할 수도 있었다.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알람창을 열자마자 수많은 효과음과 함께 정보창이 눈앞을 가득 채운다.

그중에서 우선 난 성녀의 정보부터 확인했다.

=====================================

[이름] 리리엘 루베니아

[신체] 키: 175cm / 몸무게: 65kg

[설명] 성국 루베니아의 성녀로 루베니아 그 자체로도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어렸을 때 게이트와 던전에서 나온 몬스터들로 인해 가족을 잃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희망을 잃지 않고, 사람들을 구원하려는 마음을 가져 루베니아의 선택을 받아 각성했다.

겉으로는 아주 성숙해 보이나 그건 연기이며 장난치길 좋아하는 말괄량이다.

취미는 방에 콕 들어박혀서 컴퓨터를 하는 것으로.

인터넷으로 악플을 남기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풋풋한 숫처녀로 성 지식이 있긴 하지만 부끄러움이 매우 많다.

[메인 스킬]은 아직 처녀를 따지 않아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

악플을 남기는 걸 좋아하는 말괄량이 성녀라니.

캐릭터 참 기똥차게 잡혀 있다 싶었다.

'좋은 게 좋은거지.'

그게 단점이 되는 것도 아니었으니 사실 큰 상관은 없는 부분이었다.

'자세히 알아야 할 부분은 없네.'

메인 스킬 같은 경우는 사실 이미 공개 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신성력을 기반으로 자유로운 능력을 쓰는 성녀의 힘은 이미 겪어 봤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다음.'

리리엘의 정보가 에피타이저라면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메인 디쉬라고 볼 수 있었다.

===============================

업적 [성검 뽑기] 달성!

업적 [이건 된다] 달성!

성검을 뽑은 당신! 보상으로 성검의 소유권을 완전 귀속시킵니다.

또한 불가능한 상황을 자신의 힘으로 돌파하였기에, 보상으로 서브 스킬[도전자](C)를 획득합니다.

도전자(C) :: 불합리한 상황에 맞설 때 전반적인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띠링!

기존에 가지고 있던 폭군이 서브 스킬 [도전자](C)를 거부합니다.

폭군은 도전하지 않습니다. 아랫것들이나 위를 바라볼 뿐.

왕은 고고하게 아래를 내려 봐야만 합니다.

대체 보상 확인 중……

성검에 대한 추가 메리트를 지급합니다.

봉인 된 성검의 신성력을 일부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단 신성력은 성녀의 것이 아닌 본인의 힘을 치환하므로 가성비가 좋지 않습니다.

과도한 사용 시 신체에 부하가 걸립니다.

===============================

'이게 무슨 소리야.'

모처럼 스킬을 얻었는데 써 보지도 못하고 다른 보상으로 바뀌다니.

심지어 설명만 들었을 때 꽤 좋아 보였다.

도전자니까 분명 행동 불능 상황을 돌파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류였을 텐데.

'폭군에 이런 디메리트가 있었구나.'

스킬에 가오가 있다고 해야 되나.

그래도 마냥 손해만 본 건 아니었다.

'신성력을 쓸 수 있게 된 건 좋네.'

가성비가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신성력은 신성력이다.

리리엘한테 잘 배워서 써먹기만 한다면 분명 유용할 터.

또한 성검의 소유권이 귀속 됐기에 분실 염려도 없었다.

"이제부터가 진짜네."

괜히 목소리를 내며 최대한 몸의 긴장을 풀었다.

메인디쉬 중에 메인디쉬.

주인공 지분율에 관한 정보창을 읽을 차례였다.

=====================================

성검을 뽑음으로 인해 주인공 지분율이 10% 상승%@#@!

서사가 변경됨에 따라 상승률이 변경 됩니다.

주인공 지분율이 5% 상승합니다.

띠링!

지분율이 50%가 되었습니다.

[주인공­김민수]와 지분율이 동일한 관계로,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차별을 받지 않게 됩니다.

특정 상황에 놓일 시 김민수와 경쟁해 주연의 자리를 쟁취할 수 있게 됩니다.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수 있습니다.

당신이 하는 일이 곧 다음 문장을 써내려가는 일입니다.

항상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이 시작됩니다.

=====================================

"..."

정보창을 읽자마자 순간적으로 숨이 멎었다.

'됐다.'

여태까지 얻었던 보상 중에 가장 달콤하다고 말할 수 있는 수치.

뇌가 녹아버릴 것 같은 달달함이 전신을 감싼다.

10%에서 절반 정도가 깎여나간 건 마음이 아팠지만 괜찮았다.

중요한 건 동률이라는 부분이었다.

'이제 김민수도 끝이다.'

퀘스트를 받고 난 이후 단 한 번도 날 이겨 본 적이 없는 김민수.

그놈과 내가 동등한 위치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였는데.

이제 눈높이가 같아진 이상 결말은 정해진 거나 다름없었다.

'목표는 애초에 김민수가 아니긴 했지만.'

김민수는 어디까지 중간 계단 같은 존재일 뿐.

진정한 목적은 안뚱땡을 잡는 거였다.

목표는 소설에 집어넣고 나 몰라라 하는 썩을 놈을 잡아 족치는 것.

그걸 위한 첫걸음을 지금 막 디딘 거였다.

'추가적인 건 더 없네.'

디저트는 없었다.

메인 디쉬가 너무 두둑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니 이해는 됐다.

사실 겉으로 보이는 보상 말고 숨겨진 이점이 더 많았으니까.

'돌아가자.'

이젠 진짜 빅토리 아카데미로 돌아갈 차례였다.

+++++++++++++++++

"성녀님이 오신다고?"

"예, 지금 당장은 아니고 나중에 오신다고 합니다."

"그렇구나."

한국으로 돌아가는 루베니아 전용기 안.

그곳에서 난 바엘슨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긴 하는구나.'

힘을 회복하는 대로 바로 한국에 오겠다는 의사를 밝힌 성녀.

그 발언은 한국을 매우 뜨겁게 달궜으며, 당분간 국뽕 TV 썸네일은 안 봐도 내 얼굴이었다.

"김민수는?"

"일단 조사를 더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사건 말고도 찝찝한 점이 좀 더 있어서요."

김민수는 날 따라 전용기에 탑승하지 못하고 루베니아에 구금 되었다.

말이 구금이지, 숙소에서 조사를 하는 정도였는데.

그것만으로도 사실 장족의 발전이었다.

주인공 지분율이 똑같지 않았다면 예전처럼 얼렁뚱땅 넘어갔을 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성검은 반입이 되는구나."

"나름 성물 취급을 해주는 거죠. 편법이긴 합니다만 무기보단 상징성에 더 초점을 두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방금 안 사실이었지만 성검은 그 어느 비행기를 타도 반입이 가능하다.

심지어 그 나라의 지도자를 만나는 자리에 소지를 하고 있어도 문제가 없었다.

자기 목숨보다 용사의 됨됨이를 믿는 커다란 도박처럼 보였지만.

그게 용사를 대접하는 방식이라고 말하니 수긍이 갔다.

'뭐 나한테 좋은 거니까 더 말할 필요도 없고.'

난 말이 나온 김에 앞에 놓인 성검을 바라봤다.

뭉툭한 몽둥이 모양으로 성검을 뒤덮은 바위.

루베니아도 여기에 대해선 그 어떠한 언급도 없었었다.

뽑으면 다 될 것처럼 말하더니, 전지전능하지 않다는 떡밥을 뿌려 둔 이유가 다 있었다.

'신도 말 안 하고 리리엘도 모르는 걸 어떻게 하라는 건지 참.'

리리엘이 회복대는 되로 루베니아와 만나게 해 달라고 요청을 해야겠어.

그 후로도 이런저런 잡생각하며 바엘슨과 떠들길 몇 시간.

­잠시 후 한국, 한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안내 방송에 따라……

한국에 도착했다.

고작 외국 며칠 나가 있었다고 향수병이 생길 뻔하다니.

역시 난 해외여행은 취향에 안 맞았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우우우웅

'음?'

입국절차를 끝내고 핸드폰을 켜자마자 격렬한 진동이 느껴진다.

발신인은.

'멜라니?'

얘가 갑자기 왜 전화 했지.

"여보세요?"

­뭐 하는데 전화를 이제 받아요!

"아 나 방금 한국 들어왔어, 들어오자마자 전화 받은 거니까 너무 뭐라 그러지 말아 주라."

­큼흠... 뭐 기사 봤어요, 대단한 일 하셨더라구요. 축하해요.

"고마워, 이 이야기해주려고 전화한 거야?"

츤데레라서 그런지 먼저 뭐라고 하고 격려를 하는 멜라니.

깜찍함을 꽉 뭉쳐서 사람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 입국 시간 보니까 제 약혼자랑 딱 겹칠 것 같아서요. 혹시라도 마주치면 일단은 최대한 피하고 저한테 말을 해주……

아니 그러니까 왜 바로바로 입국이 안 되는 거냐고!

멜라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입국심사장에서 들리는 커다란 호통 소리.

안 봐도 뻔했다.

"어, 지금 만났어."

이제 내가 스스로 전개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 그랬던가.

'바로 간다.'

본격적으로 주인공이 될 차례였다.

* *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