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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여친쩔더라-197화 (197/325)

〈 197화 〉 용사라고 불리는 자 (성녀 일러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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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 [성검 뽑기] 달성!

업적 [이건 된다] 달성!

메인 퀘스트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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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올라오는 메시지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마음 같아선 바로 확인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찮았다.

마족화부터 해제한 다음 난 침착하게 생각을 정리 했다.

'설명해야 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네.'

아무리 스킬이라고 하지만 마족의 형상을 한 건 달라지지 않았다.

심지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걸 교황한테 보였으니 구체적인 해명이 필요할 터.

성검을 뽑았다고 해도 온전히 뽑은 게 아니어서 의심은 되도록 빨리 푸는 게 좋았다.

'그나저나 용사가 아니라고 그렇게 단번에 못 박을 줄은 몰랐는데.'

이 부분은 굉장히 의외였다.

솔직히 폭군과 마족화를 발동해서 뽑은 만큼 일종의 편법으로 얻어낸 성검이었기에.

당연히 김민수한테도 기회를 준다던가 다른 말이 나올 거로 생각했다.

오히려 김민수가 더 적법한 사용자라고 뺏기는 경우까지 염두 했다.

"교황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 그대롭니다. 보시는 대로 성검을 뽑은 건 김민수 생도가 아닙니다.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한 덕목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페르쿠스는 누구보다 날 지지해주며 김민수를 몰아붙였다.

용사가 아니라는 부분부터 시작해서 인간성을 논하는 말까지.

누가 봐도 명백히 편이 갈린 상황이었다.

"...말도 안 되잖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백태양!"

"뭐라는 거야."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왜들어 줘야 하나 의문을 가지고 있을 때.

김민수가 움직였다.

버퍼링이 걸린 듯 잠시 멈추다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가속.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놈의 생각에서 나올 법한 아주 단순한 생각.

'어떻게든 만져서 결과 바꿔보려고?'

그렇다고 교황 눈앞에서 바로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시도를 할 줄이야.

시도 자체는 아주 과감하면서도 높게 살만했다.

'과감하네.'

성검을 가진 지 얼마 안 된 내가 방심하는 순간이 지금이라고 판단한 거겠지.

실제로 그렇게 해서 뺏을 수만 있다면 페르쿠스의 분노도 잠재울 수 있을 터.

김민수치고 아주 괜찮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쾅!

"쿡...웁...엑...!"

상대를 잘못 골라도 한참 잘못 골랐다.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상대를 이제 와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폭군은 꺼두지 않기도 했고.'

김민수는 명백히 나보다 '아랫것'으로 취급될 터.

[폭군이 주변을 지배합니다.]

폭군의 시야는 김민수를 놓치지 않는다.

급속도로 다가오는 놈의 턱에 그대로 성검을 휘두른 뒤.

빡!

"켁...!"

이어서 몸을 왼쪽으로 틀다가, 오른쪽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시켜 왼 주먹을 그대로 놈의 간에 꽂아 넣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어퍼와 리버샷.

민수는 반격조차 할 생각 없이 곧바로 바닥에 엎어졌다.

"미쳤냐 진짜?"

꾸욱.

성검을 바짝 세워 김민수의 명치에 꽂아 넣은 뒤 페르쿠스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루베니아 말마따나 사고 친 놈 따로 있고 수습하는 놈 따로 있었다.

"쿱..후헵...잠...미안..."

"시끄러, 죄송합니다."

"저도...쿱...꾸엑...나...명치가아..."

"그딴 말하지말고 해야 할 말부터 해."

"죄....죄송합니다."

단 5초 만에 일어난 상황에 페르쿠스는 그저 눈만 껌뻑거렸다.

하긴 나 같아도 이런 일이 눈앞에서 순식간에 벌어지면 당황했을 거다.

급발진, 제압, 사과가 거의 동시에 이뤄진 만큼 기다릴 시간이 필요하겠지.

"음...어...아닙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좋으니 된 거겠지요."

일단 나가서 이야기할까요.

페르쿠스는 그 말을 끝으로 먼저 동굴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역시 이렇게 되네.'

사실 당황은 당황이고 페르쿠스가 화를 내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어쨌든 성물 약탈을 시도 했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에서 그냥 넘어간다니?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난 이해할 수 있었다.

'지쳐보이더만.'

교황은 지금 겉으로는 표가 나지 않지만 굉장히 쇠약해진 상태였다.

폭군의 영역이 발동 됐을 때 페르쿠스에 대한 정보를 확인한 결과.

그는 지금 가지고 있는 힘을 대부분 소모한 상태였다.

서 있는 것도 힘든 마당에 하나하나 문제를 따지는 건 불가능.

'운 좋은 놈.'

김민수는 페르쿠스가 지치지만 않았어도 당장 국외 추방을 당해도 할 말이 없었을 텐데.

진짜 운은 끝장나게 좋은 놈이었다.

"태양아, 나가서 이야기하자고 하시니까 일단 이거 놓고..."

"넌 대화할 필요 없잖아."

일단 좀 맞자.

쾅! 쾅! 쾅! 쾅!

김민수가 사기적인 회복 스킬을 얻어서 좋은 점 단 하나.

아무리 패도 죽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야말로 무한대로 재생하는 생체 샌드백이나 다름없었다.

"꾸에에에에에엑!"

성검이 뽑힌 동굴에 돼지 멱 따는 소리가 가득 울려 퍼졌다.

++++++++++++++

동굴에서 김민수의 뒷목을 잡고 질질 끌며 나왔을 때.

'생각한 대로 딱딱 들어맞으니까 기분이 묘하네.'

예상한 대로 페르쿠스는 동굴을 나오자마자 바로 쓰러졌다.

밖에서 대기 하고 있던 바엘슨이 페르쿠스를 부축했고.

김민수는 성물 약탈 시도로 인해 바로 포박 당했다.

"아니 한 번만! 만져볼 수는 있는 거 아닙...!"

텁.

"김민수, 언제까지 그렇게 억지를 부릴 수 있을 것 같나."

반항하려는 시도가 있긴 했지만, 페르쿠스가 힘겹게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으며 모든 사건의 종지부를 찍었다.

기승전결을 전한 교황의 말에 가장 핵심은 '김민수는 더 이상 용사가 아니다'였다.

귀빈 취급을 받지 못 하는 김민수는 곧바로 성기사들의 강압적인 태도에 몸을 숙였다.

"태양 씨, 아니 용사님은 성녀님께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용사라는 말 왜 이렇게 어감에 안 붙지.

된 건 좋았는데 생각보다 좀 오글거리는 명칭이었다.

'어우 이거 거부감 생기네.'

아무런 활약도 하지 못하고 고작 성검 하나 뽑았다고 용사라니.

이렇게 낯부끄러운 말을 스스로 하고 다닌 김민수가 참 신기했다.

창피함을 아예 모르는 건가.

"아직 아무런 활약하지 않았으니 용사라고 불린 순 없죠. 평소대로 불러 주셔도 됩니다."

"...확실히 다르시군요. 알겠습니다."

감탄하는 성기사의 말들을 뒤로하고 난 곧바로 성녀의 방으로 안내 받았다.

아카벨름의 맨 윗층.

성녀는 그곳에 살고 있었다.

'취향 참.'

윗층에 올라가자마자 가장 처음 눈에 들어온 건 금실 자수로 놓여 붉은 카페트였다.

성녀가 머무는 곳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렇게 본격적으로 돈을 써둘 줄이야.

새삼 페르쿠스가 왜 자신을 욕망에 솔직하다고 말 했는 지 알 수 있었다.

'하나하나가 다 보안 장치네.'

단순히 사치로만 꾸며진 게 아닌 철저한 보안이 된 통로.

위층으로 들어가는 입구와 성녀의 방까지의 거리는 약 30m

그사이에 얼마나 많은 대비를 한 건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정말 대비가 잘되어 있단 말이야.'

동굴에서 나왔을 때 기사단이 대기하고 있던 것도 그렇고.

성역이라고 불리는 아카벨름에 성녀가 사는 부분도 그랬다.

마치 탑 꼭대기에 있는 공주를 만나러 가는 기분.

새삼 용사다운 상황이라는 게 실감 됐다.

"저희는 여기까지 입니다. 빛이 함께 하길."

"감사합니다."

성녀의 방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기사들은 물러났고, 난 동방예의지국 출신답게 문을 두드렸다.

똑똑.

"성녀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페르쿠스는요?"

기다렸다는 듯 칼 같이 나오는 대답.

"잠시 지쳐서 쉬고 계십니다. 다친 곳은 없고요."

"태양 씨가 오셨다는 건 성검을 뽑은 게 태양 씨란 말인가요?"

"네."

벌컥.

그녀의 말에 대답하자마자 문이 활짝 열렸다.

"다행이네요. 김민수가 뽑으면 어쩌나 했는데. 들으셨겠지만 성검이 사실 저와 연결이...어?"

면사포로 얼굴이 보이지 않았으나 누구보다 웃고 있는 거로 추정되는 성녀.

그녀는 방실거리며 말을 이어가다가, 이내 내 손에 쥐어진 성검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어 왜...?"

"뽑긴 했는데, 정당하게 뽑지는 않아서요."

딱딱한 바위가 검집처럼 칼날을 감싸고 있는 성검.

사실 처음에 조각을 할 때 이런 식으로 남은 돌도 다 깨야지 라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돌은 일정 부분 이상 깎여나가자 더 이상 부서지지 않았다.

"뭐 그래도 일단 뽑은 건 뽑은 거니까요."

들어오세요.

성녀는 그리 말하며 쪼르르 침대로 달려가 엉덩이를 반쯤 걸쳐 앉았다.

"이제 더 이상 태양 씨라고 못 불러서 아쉽네요."

"편하게 불러 주셔도 됩니다. 성검 뽑았다고 용사라고 불리는 것도 좀 웃겨서요."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한 뒤에 불려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부끄러웠지만 할 말은 하고 살아야 했다.

김민수처럼 몰상식하게 용사라고 불리며 으스댈 생각은 죽어도 없었다.

"그래도 용사님은 용사님이니까, 그에 맞는 대접은 해드려야겠지요."

갑자기?

'무슨 대접?'

그런 생각하고 있을 때 성녀는 과감히 쓰고 있던 면사포를 벗었다.

"잘 부탁드려요 용사님, 저는 성녀 리리엘 루베니아입니다."

드디어 성녀의 이름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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