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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여친쩔더라-195화 (195/325)

〈 195화 〉 오히려 좋아

* * *

너무 빨리 튀어나온 거절에 김민수는 당황했다.

게다가 완전 깔보고 있는 표정이라니.

'아니 내가 그래도 용산데 취급이 너무한 거 아냐?'

설마 여태 내가 지고 있는 모습 좀 봤다고 날 얕보고 있는 건가.

하, 이거참 힘을 보여줘야 해 말아야 해.

욱하는 감정이 들긴 했지만 민수는 이내 침착했다.

용사로서 이런 고난과 역경은 얼마든지 환영이었다.

'성검을 방해하는 뭐 방해꾼 무리들 그런 거지.'

그리고 이런 부분은 삼라만상의 진리를 깨달은 나에겐 아무것도 아니지.

민수는 그런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왜 안 된다는 건데?"

"감당하실수 없으실 테니까요."

"그게 무슨 소..."

말을 하려다가 민수는 급히 입을 닫았다.

'잠깐만... 감당까지 말이 나온다고?'

성검을 뽑으면 추가적으로 어떤 게 딸려오는 건가.

민수는 평소답지 않게 머리를 굴렸다.

그 여파로 골이 땡겨 오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견딜 수 있었다.

'성검을 가지는 것 말고도 뭔가 더 부담 져야 할 건.'

생각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성녀!'

검을 뽑기만 해도 성녀까지 얻을 수 있다니.

마트 행사도 이 정도는 안 할 텐데.

이건 완전 남는 장사였다.

"바엘슨, 나는 루베니아에서 용사로 지정한 존재야, 근데 성검을 뽑지 못하게 한다는 게 말이 돼? 그것도 아직은 아무것도 아닌 네가?"

민수는 생각이 정리되자마자 곧바로 말을 열었다.

바엘슨이 감시로 붙은 게 김민수에게 이득으로 작용되는 상황이 나왔다.

빅토리라면 모를까 성국에서 민수의 취급은 귀빈 그 이상.

성녀와 교황, 백태양 이 셋은 김민수를 완전 무시할 수 있다지만 나머진 그럴 수가 없었다.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는데.'

생각보다 더 막무가내고 무례하군.

바엘슨은 주먹을 말아쥐며 현 상황을 타파할 궁리를 생각해냈으나.

당장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여기서 난리라도 폈다간 귀찮아진다.'

가장 먼저 떠오른 해결책은 교황님에게 데려가는 거였다.

김민수가 교황을 어려워한다는 건 저번에 한 번 봐서 알고 있었으며.

또한 이렇게 생각 없는 자를 대할 땐 권력으로 누르는 게 이상적이었다.

전형적인 강약약강 스타일인 만큼 효과도 좋을 터.

"그럼 일단 교황님께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래! 처음부터 그렇게 나와야지!"

하지만.

"근데 왜 아까부터 반말입니까? 저흰 말을 놓지 않은걸로 기억하는데요."

"어? 아 그...그건 그냥 귀빈 느낌으로다가."

"다음은 없습니다. 용사라면 예의를 갖추세요."

"..."

반말은 못 참았다.

+++++++++

'그거 한 마디 말하려고 이렇게 오래 끈 거야?'

감당할 수 있겠냐는 말을 듣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뭐 엄청난 게 있을 줄 알았는데, '감당'이라고 해봤자 성녀 하나 책임지는 것뿐.

저주 같은 것도 없고 별다른 페널티도 존재하지 않았다.

"네, 당연하죠."

지금도 감당 해야 할 여자가 몇 명인데, 거기서 하나 더 늘어난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오히려 좋아.'

주인공 지분율을 뺏는 것부터 김민수를 엿 먹이는 것까지.

책임져야 할 여자 수가 늘어난다는 건 나에게 무조건 이득이었다.

후폭풍은 어떻게 책임질 거냐 이렇게 누군가 물어볼 수도 있을 텐데.

그건 내가 알아서 할 문제지, 오지랖 부릴 게 아니었다.

"전 준비가 다 됐습니다."

그니까 이제시간 좀 그만 끌어.

뒷말을 꾹 삼키고서 페르쿠스를 바라봤다.

성식자의 욕심에 대해 말하고 어쩌고 하는 건 이제 더 봐줄 수가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성검을 뽑고 싶은 욕구가 머리를 가득 채웠다.

"알겠습니다. 사실 루베니아님이 말씀하셨는데 제가 이러고 있는 것 자체도 웃긴 일이지요."

제가 뭐라고 길을 막겠습니까.

'여태 막아 두고 무슨.'

페르쿠스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라오시지요, 나머지 이야기는 가면서 하겠습니다."

"넵."

그는 그대로 귀빈실 밖으로 나가더니, 아카벨름 맨 앞에 있는 동상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도하는 자가 커다랗게 있는 곳 뒤편엔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공간이 있었다.

'기둥 뒤에 공간 있어요.'

그런 생각하며 페르쿠스의 뒤를 밟으려는 그때.

쾅!

아카벨름의 정문이 벌컥 열렸다.

"백태양! 새기치는 용납할 수 없어!"

"새치기야."

"아무튼!"

김민수의 갑작스러운 등장.

하지만 이건 너무 당연하게 예정된 거였다.

'왜 안 나타나나 했다.'

안뚱땡이 김민수 곁에 붙어 있는 이상 어떻게든 성검의 존재를 알렸을 터.

게다가 페르쿠스가 이야기를 질질 끌었기에 올 시간도 충분했다.

어쩌면 그가 시간을 끈 이유도 어쩔 수 없는 인과에 의해 벌어진 일일지도 몰랐다.

'반드시 김민수가 성검을 뽑아야 한다'는 결과를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 같은 거겠지.

"교황님! 성검을 뽑고 싶습니다! 뽑게 해주세요!"

"음... 뭐 일단 따라오시지요."

페르쿠스는 정말 싫다는 표정을 대놓고 드러내며 김민수를 곁으로 불렀다.

김민수는 그 표정을 보고서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는데, 역시 불굴의 용사구나 싶었다.

보통이라면 저렇게 썩어 있는 표정 보고 웃으며 다가오기 쉽지 않을 텐데.

'성격이 좋은 건지 눈치가 없는 건지.'

아무래도 후자쪽이겠지.

"이런 게 있으면 바로 날 불렀어야지, 백태양 넌 용사인 날 냅두고 혼자서 성검을 뽑으려고 했던 거냐?"

"말 걸지 마 짜증 나니까."

그래도 꼴에 분위기 파악은 하는지, 놈은 내가 교황과 붙어 있는 걸 보고 무슨 상황인지 알아차렸다.

분명 하는 행동이랑 들뜬 얼굴을 봐선 성녀와 관련 된 것까지 추론한 거로 보였다.

"아까 하려던 말을 계속 이어가자면 성검이 성녀님과 이어져 있다는 건 육체나 정신 쪽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아..."

"그럼 힘이 연결되어 있다는 말씀입니까?"

실망한 김민수는 탄식과 함께 입을 다물었고 난 질문을 이어갔다.

"책임을 진다는 게 성녀의 힘을 사용하기 때문이고요?"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페르쿠스를 따라 좁아 보이는 동굴 입구로 천천히 몸을 옮겼다.

기둥 뒤에 공간이 있어 봤자 얼마나 있나 싶었으나 생각보다 상당했다.

흡사 던전을 연상케 하는 축축한 동굴 분위기와 컴컴한 어둠.

그가 앞장서며 걷지 않았다면 앞뒤 분간조차 하지 못했을 거다.

'불도 켜지 않고 그냥 걸어가는 건 우리가 길을 외우는 걸 방지하려는 건가?'

얼마나 철저하게 성검을 지키고 있는 거야.

근데 또 별다른 방비 없이 쓱쓱 걷고 있는 거 보면 마냥 그런 건 또 아닌 듯했다.

'아니면 걸어가면서 하나씩 보안 장치를 해제하는... 아 그러네.'

눈이 어둠에 완벽하게 적응해 주변 사물을 구분할 수 있게 된 후.

페르쿠스의 행동하나하나를 자세하게 눈에 담을 수 있었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허, 장난 없네.'

겉으로 보기엔 기둥 뒤에 있는 공간으로 아무나 들어갈 수 있나 했지만.

실상은 교황조차 바쁘게 움직여야 한 걸음 씩 나아가는 엄청난 보안이라니.

"근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 같지."

김민수는 이걸 알아차리지 못한 체 그저 뚜벅뚜벅 걷다가 불평만 내뱉었다.

한 두 마디로 비호감이 되기 쉽지 않은데.

그 어려운 걸 김민수는 간단히 해내고 있었다.

"성검을 잡으면 막대한 힘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뭐 이런... 제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여러 판타지 소설에서 나오고 있죠."

신의 힘을 빌린다던가, 운명에 맞서야 한다던가 그런 부분 말입니다.

페르쿠스는 거의 다 도착 했는 지 걷는 속도를 천천히 줄였다.

"근데 의아하지 않습니까? 검을 뽑는 것만으로 그런 힘을 가질 수 있다니요. 그리고 마음대로 쓸 수 있기까지 하다니. 아무런 페널티 없이 말입니다."

듣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한 지 감이 온다.

신성력을 쓸 줄 모르더라도 메인 스킬급 위력을 장비 하나로 뽑아내는 미친 가성비.

거기에 페널티라고는 성녀를 책임지는 것밖에 없는 무책임한 쾌락.

사기적이라는 말조차 아쉬울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런 힘이 어디 있겠습니까. 당연히 페널티가 있지요, 그리고 성검은... 그 페널티를 성녀에게 부과했습니다."

그렇게 된 거였나.

페르쿠스의 말이 이어질 때마다 왜 그렇게 성검 이야기하는데 시간을 끌었는 지, 이해가 갔다.

신성력을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성검은 운전대였고, 성녀는 연료 그 자체였다.

대가 없는 힘을 뿌리면 뿌릴 수록 성녀는 쇠약해지고 심각하면 죽을 수도 있는 것.

'그리고 지금은 성녀가 힘도 잃은 상태지.'

때문에 지금 성검을 사용한다는 건 성녀의 목숨을 쥐는 것과 마찬가지란 소리였다.

"그거 말고도 몇 가지 더 있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만 일단 말씀드렸습니다."

나머지는 뽑고 나서 말씀드려도 괜찮은 부분이니까요.

페르쿠스의 말을 매듭 지으며 걸음을 멈추자마자 주변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천장이라도 뚫려 있는지 하늘에서 따사로운 햇볕이 사방을 빛낸다.

"저게 성검...!"

그리고 그 빛의 한가운데.

땅에 박혀 있는 검 한 자루가 고고하게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검의 절반 정도가 땅에 박혀 있는 검.

'엑스 칼리버 같네.'

안뚱땡의 취향이 그렇지 뭐.

그런 생각하고 있을 무렵 페르쿠스는 시원하게 본론을 꺼냈다,

"그럼 누구부터 뽑겠습니까?"

"당연히 나지!"

"저부터 하겠습니다."

말만 앞서는 김민수를 뒤로하고 곧장 앞으로 걸어 나갔다.

최대한 될 수 있으면 김민수가 스토리에 개입하는 걸 막는 게 좋을 거란 판단에 의해서였다.

시도 자체를 먼저 하는 것만으로도 놈이 활약할 수 있는 건 적어질 테니.

저벅저벅.

성검까지 걸어가는데 단 세 걸음.

왜 이 세 걸음에 부담이 생기는 지 알 수 없었다.

'김민수는 반드시 뽑을 것 같단 말이지.'

무조건 뽑아야 한다는 압박과 뽑지 못하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

이 두 가지가 전신을 옭아매기 시작했다.

꽈악.

성검의 손잡이를 양손으로 단단히 붙잡았다.

"흡!"

끼기기기기긱.

'젠장 움직이지도 않잖아.'

조금이라도 나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성검.

온몸에 힘을 가득 줬지만 검은 소리만 요란하게 낼 뿐, 미동조차 하질 않았다.

"백태양 나와! 넌 못 뽑는 것 같아!"

이런 모습을 본 김민수는 신나게 입을 털었다.

'그렇겐 안 되지.'

[폭군 발동! 폭군이 강림했습니다. 아랫것들은 감히 넘볼 수 없습니다.]

즉시 폭군을 발동시켜 힘을 더 했다.

주인공 지분율 좀 딸린다고 이렇게 사람을 차별하면 곤란했다.

조금만 더 뺏으면 내가 더 비율이 높아지는데.

'네가 뭐라고 날 거부해.'

끼익 끼익 끼익 끼익 끼익

성검이 빠지는 소리가 아니라 괴롭게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억지로 나갈 생각 없으며, 주인이 정해졌다는 듯 구는 완강한 태도.

아주 건방졌다.

'이건 안 쓰려고 했는데.'

[마족화 발동! 폭군 발동 상태에서 마족화를 발동 했습니다. 탐욕의 주인이 현세에 나타났습니다.]

전과 달라진 메시지.

허나 지금은 거기에 집중할 틈이 없었다.

'제발 좀 뽑혀라!'

끼익 끼이익 쿡 쿵 쿵 쿠구구국.

툭 툭.

눈을 질끈 감았다.

조금씩 무언가 끊기며 올라오는 게 느껴진다.

꼭 힘을 줘야 말을 들어요.

"어? 어? 어?"

당황한 김민수와.

"이게 무슨...?"

경악한 페르쿠스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쾅!

동굴을 무너트릴 듯한 굉음이 들리며 쑥 하고 성검이 뽑혀 나왔다.

'됐어!'

완벽하게 뽑힌 성검.

무게감이 있긴 했지만 기분 탓이겠지.

난 의심조차 하지 않고 바로 눈을 떴다.

"...이...이건."

말을 잇지 못 하는 어버버 거리는 페르쿠스.

그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쨌든 이거 뽑은 거 맞죠?"

성검이 땅에 박힌 상태로 그대로 허공에 들려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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