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니여친쩔더라-187화 (187/325)

〈 187화 〉 민수야, 자리로 돌아가.

* * *

'오늘따라 엄청 조용하네.'

실습 교육 당일 게이트 안.

김민수는 첫 등장부터 게이트로 들어오는 지금까지 굉장히 얌전했다.

평소에 하던 허세나 '지켜드리겠습니다.'이런 말조차 없다니.

'뭘 잘못 먹었나?'

심지어 외부에선 한 번도 입지 않던 교복까지 딱 착용한 모습이었다.

이런 변화를 느낀 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모두 김민수를 한 번씩 쳐다 봤다.

"그나저나 B급이라니, 이제야 뭔가 밸런스가 맞는 느낌이네요."

"그러게."

B급.

최소 2~3급 헌터들이 팀을 이뤄서 들어가야 하는 난이도였다.

사실 지금 조합에 C급 게이트를 주는 게 더 이상하긴 했다.

'성녀는 제외 한다고 쳐도 상시 발동형 메인 스킬 보유자가 셋이니까.'

게다가 바엘슨도 졸업만 하면 1등급 헌터는 약속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빅토리 쪽은 성녀가 힘을 회복 중인 걸 진짜 모르나보네.'

민수 랜드의 범위를 축소시키려고 힘의 대부분을 소모한 성녀.

만약 그녀가 힘을 회복 중이란 걸 알고 있다면 B급을 줬을 리 없을 터.

심지어 바엘슨도 그렇게 경계한 모습이 아니었다.

'힘 잃은 걸 아는 사람이 진짜 극소수구나.'

대충 짐작 가는 건 교황 페르쿠스 정도.

그 외엔 나 말고는 아무도 알지 못 하는 거겠지.

"어, 이제 시작되나 봐요."

"음? 아아 응."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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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게이트 [과자의 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과자의 집을 꿀꺽 삼키러 오는 몬스터들을 모두 무찌르세요!

심지어 몬스터들은 열을 뿜기 때문에 가까이라도 다가가게 했다간...

과자의 집이 녹아버린답니다! 그러면... 실패겠죠?

몬스터들은 총 다섯 번 몰려옵니다!

모든 몬스터를 훌륭하게 막고 어린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과자의 집을 지켜 주세요!

과자의 집은 그 어떠한 변화 없이 온전한 상태로 지켜 주셔야 합니다.

꼼수는 허용하지 않아요!

클리어 조건 :: 과자의 집 지키기 (0/1)

페널티 :: 마녀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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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끝나기 무섭게 게이트 메시지가 올라오고 우리의 뒤에 과자의 집이 뚝딱뚝딱 세워진다.

'헨젤과 그레텔에서 나오던 거랑 비슷하네.'

늘 상상만 하던 과자의 집을 실제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어쩌면 늘 고전명작만 해결하다가 비슷한 류의 게이트 속에 들어오니 그런 걸 수도 있었다.

[과자의 집에서 풍기는 달콤한 냄새를 맡은 몬스터들이 잠시 후 몰려듭니다! 습격에 대비하세요!]

"확실히 B급스러운 난이도네요."

"그러게."

멜라니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디펜스 형식이라고 해서 쉬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사방이 뚫려 있는 숲 한가운데 떡 하니 놓여 과자의 집을 지키라니.

'어디서 나올 지 말도 안 해줬어.'

좌우전후 뿐만 아니라 하늘과 땅 밑까지 몬스터가 올 가능성이 있었다.

그나마 몬스터가 불을 뿜는다고 알려 준 게 다행이었다.

[5:00]

[4:59]

습격에 대비하라는 메시지와 나타난 타이머.

5분간 전략이라도 한 번 짜보라는 게이트의 배려로 보였다.

"다들 모여봐."

난 일단 흩어져서 각자 조사하고 있는 동료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멤버만 놓고 본다면 드림팀이 맞았지만 자세히 보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디펜스형이어서 문제네.'

우선 멜라니는 후방 지원과 공격에 특화 된 타입이었다.

메인 스킬인 '화기'는 말 그대로 뜨거운 열 그 자체, 과자의 집과 최악의 상성였다.

게다가 스킬을 사용하려면 몬스터와 거리도 떨어져 있어야 하는 페널티까지.

"바엘슨 혹시 광역 스킬 쓸 수 있는 거 있어?"

"전... 없습니다."

"김민수 너는... 음 그래."

김민수는 대답 대신 으쓱거리는 동작으로 붓검을 쓱 꺼내 보였다.

여태 얌전한 게 의기소침해서 그런 건 줄 알았는데 그냥 역겨운 컨셉을 새로 잡은 거구나.

자기가 무슨 낭만 낭인 검사 이런 건 줄 아는 건가.

[3:32]

어디서 튀어올 지 모르는 몬스터를 제대로 상대할 수 있는 건 날 포함한 셋.

단독 행동이 가능한 건 나와 김민수 단둘.

[2:12]

'강압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네.'

차라리 오펜스 형식이었다면 이런 고민도 하지 않았을 텐데.

춘향이를 소환해서 과자의 집을 얼리는 것도 생각했지만, 그런 꼼수는 막혀 있었다.

그래도 여차하면 그녀를 소환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쨌든 손이 하나라도 많은 게 지키기에는 좋을 테니까.

"부딪쳐보는 수밖에 없겠네"

결국 결론은 이거였다.

[1:19]

"일단 동서남북으로 서로 나뉘어서 구역을 담당해 보자. 어차피 웨이브 형식이니까 몬스터 숫자는 한정되어 있잖아."

내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 네 갈래로 찢어졌다.

바엘슨은 성녀 호위였기에 둘이서 한 세트라고 생각하면 딱 알맞은 인원 분배였다.

[0:00]

띠링!

[과자의 집을 꿀떡 삼키기 위한 몬스터들이 몰려옵니다! 견디세요! 지키세요! 물리치세요!]

몬스터들의 기척이 느껴진다.

습격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몬스터들이 몰려오는 기척이 느껴질 무렵.

'...먹힌건가?'

김민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자기 상태를 점검했다.

단정해 보이는 교복에 허리춤에 멋지게 있는 붓검.

그리고 무표정으로 시종일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까지.

그야말로 낭인 그 자체였다.

'백태양도 나한테 별 말 못 한 거 보면... 음.'

역시 순애일지작기님의 답변이 맞았어.

본격적으로 전투에 들어가기 전에 민수는 기억을 상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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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일마다 안 됩니다. 당장 내일 실습인데...]의 답변­ [척척 박사]순애일지작가[태양광]

일단 소환수는 절대 소환하시면 안 됍니다.

보니까 연애운을 완전히 틀어막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아주 악독한 수준이내요.

아주 좋은 보상인 건 분명하지만... 솔직히 질투 유발 작전 쪽으로는 좋아 보이기도 하는데, 모호하달까나.

음. 트롤을 이용해서 뽀뽀 하는 장면을 널 좋아하는 여자들한테...

보여주고 인기를 끈다? 뭐 그런 것도 있긴 하겟지만.

아무튼 중요한 건 이제 더 이상 예전 같은 컨셉이 통하지 안는 세상이 왔다는 거죠.

전 솔직히 이 글을 쓰기 훨씬 전부터 느낀 거긴 합니다만.

아직 스윗생도님은 이 경지까지 안 올라오셨나보내요.ㅋㅋ....

삼라만상의 진리를 덜 깨달으신 음. 뭐 그래도 차차 적응하면 되니까 전 상관업다고 봅니다.

다시 컨셉에 대해서 말하자면 여태 대놓고 왕자 느낌이었다면

이잰 살짝 낭만 검사 스탈로 가야 합니다.

낭인으로 차가운, 차도남, 차도용사 그런 느낌, 오케이? 아시겠죠? 이거 무조건 먹히니까.

이제 걱정하지 말길, 늘 잘해 주다가 갑자기 차가워지면

어? 왜 나 이제 더 안 좋아하지? 이런 생각 들게 분명합니다.

그니까 지금은 웅크릴 떼라는 거죠!

그럼 나만 믿고 열심히 게이트 클리어하길 ㅎㅇㅌ!

[좋아요1][싫어요1][댓글1][신고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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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ㅇㅇ:: 니 컨셉이 싫은 게 아니라 네가 싫은 거야 ㅋㅋ 정신 못 차렸네 [신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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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안 좋은 댓글까지 덩달아 떠올라버렸다.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생각하라고 하셨는데.

쿠아아아아아악!

잡생각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몬스터들이 몰려온다.

"어?"

몬스터들을 멋지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던 김민수는 행동을 멈췄다.

이성을 잃고 날뛰고 있는 몬스터들의 머리가 다 똑같이 바닥에 처박히고 있었다.

쾅! 쾅! 쾅! 쾅!

누군가 폭력스럽게 뒷덜미를 잡고 머리째로 꽂은 듯한 광경.

백태양의 메인 스킬 강압이었다.

'또 지 혼자 멋진 거 하네.'

낭인 검객 컨셉으로 얌전히 있던 게 후회됐다.

저런 스킬은 없지만 자신도 붓검으로 화려하게 용이라도 그린다면 주목을 끌 수 있을 터.

그러나 지금은 웅크릴 때라는 말을 다시금 기억했다.

촥­ 촥­.

가만히 있는 몬스터들을 죽이는 건 잔디를 베는 것과 비슷했다.

B급이라고는 볼 수 없는 수준의 처참한 난이도.

이럴 거면 백태양 혼자만 게이트 들어가고 나머진 쉬어도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아악!"

그러나 변수는 항상 존재하는 법.

"뭐...뭐야!"

"성녀님!!!"

땅속에서 튀어나온 커다란 손이 성녀를 갑작스럽게 붙잡았다.

성녀가 왜 저런 걸 반응 못 했는지는 둘째치고 빨리 구해야 하는 상황.

김민수는 바엘슨의 위치부터 확인했다.

'똑같이 잡혔어?'

멜라니는 메인 스킬을 쓸 수 없고, 바엘슨과 성녀는 무력한 상태.

백태양은 강압을 컨트롤 하느라 바쁜 상황.

그렇다면 구할 수 있는 건.

'바로 나뿐!'

김민수는 몬스터 죽이는 걸 그만두고 바로 성녀 쪽으로 몸을 날렸다.

"성녀님 제가 갑...!"

그렇게 민수가 성녀를 붙잡은 손을 잘라 내려는 순간.

촥!

순식간에 커다란 손이 잘려 나가고 성녀가 구출 됐다.

그리고 이런 행동을 벌인 건 당연히.

"민수야, 자리로 돌아가."

"어...어어 응..."

백태양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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