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6화 〉 스멀스멀 올라오는구나
* * *
"네, 근데 이게 언제가 될지 저도 불확실한 게 현재는 일단 합동 교육 중이라서요."
"아아."
"...? 제 약혼자가 올 수도 있다니까요?"
잠깐 정적.
멜라니는 내 시큰둥한 대답을 보고 마음에 안 들었는지 한 번 더 말했고.
난 멜라니가 한 번 더 말한 의도를 단번에 알아차리고 바로 움직였다.
"뭐?! 약혼자라고? 말도 안 돼!"
과도한 리액션과 호통.
멜라니는 만족 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물론 자칭이긴 하지만 계속 그렇게 말하고 다니는 것 때문에 저도 골치가 이만저만이 아니예요."
"근데 갑자기 왜 그런 말이 나온 거야?"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모로스 차일드.
카이반이 무기를 만든다면 모로스 차일드는 무기의 원자재를 대주는 곳이다.
비단 원자재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원 사업에 큰 뿌리를 둔 세계적인 대기업이었다.
그곳의 후계자는 멜라니를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예전부터 구애를 해왔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제가 빅토리에 오게 되니까 놈도 별수 없었던 거죠. 빅토리는 그런 쪽에서 모든 걸 차단하니까요."
이건 나도 모르고 있던 사실이다.
빅토리에 들어오게 되면 웬만한 외압 정도는 무시할 수 있다니.
'사기잖아.'
단순히 1% 아카데미다 아니다를 떠나서 그냥 핵 벙커 수준의 안전함이었다.
"그렇게 저도 잊고 살았는데, 그 자식이 빅토리 아카데미 편입을 준비한다 하더라구요, 그래서 혹시 몰라서 미리 말하는 거예요."
나중에 걔가 무슨 말을 하든 오해하지 말고 나만 믿으라구요, 알겠죠?
대화에 매듭을 짓는 그녀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급하게 말할 만한 건 아니었지만, 최대한 빨리 들을수록 좋은 내용이었다.
"뭐... 사실 복잡한 사정이 더 있긴 한데, 일단 그건 나중에 말해도 될 것 같아서요. 훈련하는데 너무 방해하는 것도 좀 그렇고."
멜라니는 롤빵 머리를 배배 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해는 아니니까 언제든지 편하게 말하러 와."
"절 방치나 하지 마세요, 이럴 때만 듬직하고... 바보 같아 진짜."
메롱.
그녀는 한쪽 눈을 감으며 혀를 삐쭉 내밀고는 그대로 훈련실 밖으로 나갔다.
난 가슴 한구석이 간질거리는 기분을 즐기며 생각에 잠겼다.
'약혼자라.'
장두철도 그렇고 이번에 급발진처럼 튀어나온 약혼자까지.
전에 없었던 등장인물들의 변화와 뜬금없는 새로운 캐릭터들.
이건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라이벌이 많아졌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나타날 거면 예전부터 그런 징조라도 있었어야지 갑자기 이게 무슨 난리란 말인가.
'아니지... 아니야, 만약에 원래 이게 정상적으로 흘러가야 할 내용일 수도 있잖아.'
안뚱땡이 김민수를 밀어 주는 동안은 라이벌이 등장하지 않게 무슨 수작을 부렸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다.
모쏠아다여도 쉽게 여자를 함락시킬 수 있게 히로인들을 처녀빗치로 설정한다던가.
여자가 극혐하는 행동을 해도 좋아해 주는 여자들이 있다는 말도 안 되는 부분들까지.
정상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소설에서조차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내가 주인공 지분율을 뺏으니까 이제 슬슬 그 영향이 나타나는 거지.'
그 예시가 숨겨 왔던 마음을 드디어 꺼내려고 하는 장두철과 멜라니의 약혼자인 거고.
장두철 같은 경우는 같은 아카데미 내부에 있으니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했지만.
멜라니의 약혼자는 완전 변수였다.
'끌려다니는 건 원치 않는 일인데.'
이제 슬슬 김민수랑 안뚱땡 극혐 듀오한테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는 순간.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나으리 소녀가 보기엔 저 계집... 아니... 암캐...도 아니고... 음... 아! 처녀도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냥 확 따먹어 버리는 건 어떨까요? 일단 박고나면 아무 말도 못 하고 전전긍긍하다가 자궁을 살포시 내리면서 바로 임신 준비를 할 것 입ㅡ.}
툭 튀어나오는 춘향이의 말은 칼같이 무시했다.
대답해주다간 또 무슨 음담패설을 늘어놓을 지 몰랐다.
뚝.
'시끄러.'
뭐 말은 이렇게 해도 춘향이가 한 말을 생각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수진이랑 유민이는 거의 그런 식으로 함락 시킨 거나 다름없었으니까.
근데 이게 그때랑 지금이랑 마음가짐이 너무 달라진 게 문제였다.
예전에는 그저 퀘스트를 빨리 깨는데 집중했다면, 이젠 얼마나 '이상적'으로 깰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
주변 사람들을 활자 조합물 취급하는 것도 끝난 지 오래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했다.
"...앞으로도 이런 식인 거면 히로인마다 라이벌이 하나씩 다 나타나는 건가?"
수진이는 김민수의 히로인이 아니었기에 제외된다고 쳐도.
유민이와 성녀는 놈의 히로인으로 배정 되어 있었을 운명일 터.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나타날 남자가 둘이나 더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럴 리는 없겠지.'
사실 이 가능성은 매우 적었다.
성녀는 완전 용사&성녀 느낌으로 한 세트였고, 유민이는 이미 초창기부터 사귀었다는 설정이었다.
즉 라이벌 가능성은 앞으로 나올 히로인한테 있거나 멜라니 정도겠지.
'일단 그럼 연습은 여기까지 할까.'
머리가 복잡해진 상태에서 몸이 움직일 리 없으니.
연습은 이만하고 침대에 누워 컨디션 관리를 함이 옳았다.
[나으리... 개인 훈련이 아직 안 끝났는데 벌써 접으시는 건가요? 저번에 소녀와 협력 작업을 했을 때 부족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소녀와의 음양합일을 통해서 조금 더 깊은 정을 쌓고... 굵고 단단한 나으리 대물 자지로 소녀의 한가운데를 쿡 찔러 주셔서 소녀의 마음을 자극해주신다면..."
헛소리는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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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불굴의 용사 김민수.
"대체 내가 왜 져야 하는 거야."
그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흘러나오는 눈물을 겨우겨우 참고 있었다.
흑, 끅 거리는 소리를 입술을 꽉 깨무는 것으로 막아 내며 핸드폰을 뒤적거렸다.
"...여기도 내 사진, 저기도 내 사진."
[불굴의 용사? 아니 이젠 굴욕의 용사]
[캠프파이어 한가운데 나타난 앵무새 과연 그것의 정체는?]
[흡사 히어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등장! 백태양과 성녀! 그리고……]
['절규 민수'를 뒤이을 '바닥 민수'콘 출시! 많이 많이 사랑해주세요!]
[그날 활활 타오른 불꽃이 비친 그림자는 사람뿐만이 아닌 뻐꾸기도 있었다?]
악질적인 기자들이 쓴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3초 정도 올라왔다가 2초 만에 사라진다.
"...그래도 지워주는 건 고맙네."
김민수는 모르고 있겠지만 기사를 지우는 건 기자들이 아닌 노블 쪽이었다.
'김민수의 절규'가 세상에 퍼질 땐 카이반이 기업 명예 실추를 막기 위해 움직였지만.
이번엔 그렇게 전면에 나서줄 자들이 아무도 없었기에 노블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나름 용사라고 몇 년을 광고 했는데 추락하는 건 막아야 했으니까.
"대체, 뭘 얼마나 어떻게... 더 해야 마음을 살 수 있는 건데?"
외모도 가꿔보고, 말투도 바꿔보고, 멋있는 모습도 많이 보여줬다고 생각했다.
그럴 때마다 나타나서 방해하는 백태양.
그놈은 대체 나한테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건가?
스르륵.
"나 혼자 고민하는 건 아무런 소용없어."
이럴 때야말로 든든한 조력자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조력자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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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일마다 안 됩니다. 당장 내일 실습인데... ] [호기심 박사]스윗생도
스윗생도님의 10100번째 고민글입니다
안녕하세요.
정말 요즘 너무 힘듭니다.
민수 랜드... 하면 다 잘 될 거라고 해주셨는데 그게 그렇게 잘되지 않은 게 가장 큰 목이내요.
인터넷에 이제 제가 쓰러져 있는 게 밈화 되서 막 돌아다닙니다.
김민수의 절규 뒤를 이을 ... 무슨 콘? 같은 게 나왔다면서... 짤로도 쓰이고...
빅토리 아카데미를 졸업하면 사람들 앞에서 멋진 모습만 보여 줘야 할텐데.
벌써 이런 식으로 이미지 소모가 돼는 게 너무 걱정입니다.
오늘은 개인 훈련 날이어서 일단은 사람들이랑 최대한 안 마주치고 넘어갔지만...
내일부터 다시 실습이 되면 사람들이랑 마주친다면 하...
절 이제 더 이상 용사로 보지 않을 지 너무 걱정됩니다.
다들 원래라면 제 팬이 되어야 정상인데 개자식 하나 때문에 이게 무슨 꼴인지.
뭔가 확실한 한 방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제 게이트에서 뭐 바뀐다고 해도... 긍정적으로 될 것 같지가 않내요.
이번에 트롤을 소환수로 얻고 그런 거 다 좋은데... 이게 참 뭐라고 하지...
가끔 막 튀어나오려고 하는 소환수...? 몬스터...? 아무튼 막기가 너무 버겁습니다.
이왕이면 다른 해결 방법 부탁드립니다.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 강해질 방법도 알려주셨으면 합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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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ㅇㅇ:: (바닥에 누워서 뻐꾸기 튀어나온 민수짤) 이거 너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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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가 가장 믿으며 예전부터 도움을 받아왔던.
가장 큰 김민수의 조력자.
순애일지작가, 즉 안뚱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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