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4화 〉 백태양 몸 진짜 마음에 드네
* * *
"탐욕의 뿌리가 중간계에 나타났다는군."
"허, 빈 옥좌의 주인이 그럼 인간이 될 거란 소린가?"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니지 않나."
"그놈은 죽어서 온 건데 무슨 소리."
"그놈이라니 말 조심하게, 타 죽고 싶은가?"
"없는 곳에선 말 좀 편히 하자고, 무서워서 참."
마계.
마족과 악마들이 살아가며 공존하는 세계.
그곳은 지금 유례 없을 정도로 떠들썩했다.
"마왕께서도 인정하셨다니까 뭐..."
"그럼 슬슬 때가 다가왔다는 말인가?"
지상에 나타난 탐욕의 뿌리.
그것을 통째로 삼킨 자가 인간이라는 소문까지.
이 두 가지는 마계를 아주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조만간이라는 말도 있다던데..."
"허... 준비해야겠군. 문만 열린다면 계약 하는 건 일도 아니니까 말이야."
"그래, 애초에 우리가 큰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말이야. 계약 정도는 할 수 있는 거겠지."
늘 지상에 대한 환상으로만 채웠던 소음이 이제는 현실이 될 거라니.
이 얼마나 짜릿하고 들 뜨는 일이란 말인가.
"샤엘님께서도 이번 지상행에 참여하신다더군."
"정말인가? 허허... 샤엘님이 의지를 보일 정도라면 정말로 열리긴 하나보군."
"그때를 위하여 건배하세!"
"마계를 위하여!"
"위하여!"
또 다른 위협이 백태양에게 다가오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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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이야기하나?'
왜 갑자기 오한이 들지.
기분 탓이겠지.
캠프파이어 행사는 별 탈 없이 아주 잘 마무리가 되었다.
김지혁이 생각보다 일 처리를 되게 잘했거든.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고생 했어, 여긴 나한테 맡겨.
그는 저 말을 툭 내뱉고 상쾌해 보이는 미소를 쫙 날리며 상황을 정리 했다.
'루베니아 대표 성녀와 빅토리 대표 백태양이 준비한 깜짝 서프라이즈라고 그랬나.'
대충 그런 식으로 포장하면서 끌린 이목을 적극적으로 활용 했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민수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덕분에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 했다.
아마 받았다면 청바지 사이 툭 튀어나온 뻐꾸기 때문에 인기 좀 끌었을 거다.
'몇 장 찍히긴 했더만.'
근데 생각보다 뻐꾸기가 너무 작아서 사진상으로는 티가 나지 않았다.
맨눈으로 봐야 알 수 있는 그 미세한 부분이라 굉장히 아쉬웠다.
'그나저나 회복력은 진짜 무시 못 하겠네.'
내가 하루 종일 패고, 춘향이가 게이트가 클리어 되는 그 직전까지 팼지만 금세 회복할 줄이야.
누워 있다는 게 쪽팔린 건 아는지 금방 일어나서 민수는 자리에서 사라졌었다.
"...그래서 몸에 뭐 이상은 없다는 거죠?"
"네 전 괜찮습니다."
"저도 괜찮아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락을 받지 않는 민수를 제외하고 나와 성녀는 곧바로 검사를 받기 위해 연구실로 이동했다.
혜미는 나와 성녀에게 간단한 검사와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근데 갑자기 왜 그곳에서 게이트가 나타난 거였을까요? 여긴 게이트 억제기도 설치가 된데..."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여서 그런 거 아닐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게이트 억제기.
문자 그대로 게이트 혹은 던전이 생기는 걸 억제하는 장치였다.
들리는 말로는 최대 B급 게이트와 던전이 생기는 걸 막아준다던데.
'김민수가 만든 건... 안뚱땡이 개입한 거니까 최소 S 겠지.'
그게 실질적인 난이도든 안뚱땡이 김민수를 위해 넣어 준 보상 때문이든.
그래도 꼴에 놈도 창조주이기에 그놈이 만든 걸 막는 건 아직 무리겠지.
이후 간단한 대화가 몇 번 더 오가고 혜미는 검사가 다 끝난 듯 짝하고 박수를 쳤다.
"고생하셨어요, 게이트까지 클리어하고 오래 붙잡아서 죄송해요."
"아니에요 당연히 검사 받아야죠."
"맞아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드르륵 탁.
이 대화를 끝으로 성녀와 나는 연구실 밖으로 나왔다.
'혜미랑 놀고 싶었는데...'
사실 마음 같아선 성녀만 보내고 연구실에서 혜미랑 시간을 좀 보내고 싶었다.
합동 교육이 시작 되자마자 만날 시간이 아예 없어서 모처럼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옆에서 너무 노골적으로 '대화 좀 하자'는 시선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저기, 성녀님."
"네?"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얼굴 뚫리겠습니다."
"어머 제가 그랬나요?"
의도한 건 아니었는지 성녀는 보기 드물게 당황하며 손 부채질로 얼굴을 식혔다.
그녀는 두어 번 정도 목을 가다듬더니 입을 열었다.
"게이트를 막느라고 힘을 대부분 소진 했어요."
"네?"
이런 이야기를 무슨 연구실 복도에서 걸어가면서 해.
내가 당황하는 건 상관없다는 듯 성녀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무슨 힘인진 몰라도 엄청 강력하더라구요... 아마 최소 한 달 정도는 아무리 높게 쳐줘도 3급? 헌터 수준일 것 같아요."
"...아니 이걸 왜...저한테...?"
연구 담당인 류혜미한테 말하지 않고 일개 생도인 나한테 말하는 이유가 뭐야.
아무리 믿을 사람 없다지만 나에 대한 평가가 너무 높은 거 아냐?
"음... 뭐 여러 이유가 있긴 한데 일단은 제 호위시니까요."
"알고 계셨습니까?"
"호위 처음 하는 티가 너무 나서요. 자랑은 아니지만 제가 호위를 나름 많이 받아본 스페셜 리스트거든요."
성녀는 그 말을 하며 혀를 살짝 내밀고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바엘슨이 제 호위를 처음 맡았을 때 했던 습관이 그대로 나와서 못 알아차릴 수가 없었어요."
은연중에 몸이 제 쪽으로 쏠린다거나 무의식적으로 절 안쪽에 둔다거나, 뭐 그런 거요.
난 그녀의 말에 아무것도 반박할 수 없었다.
'해봤어야 알지.'
사실 말이 호위지 그냥 옆에 붙어 다니는 것 말고는 아직 한 게 없었다.
내가 아무 말도 않고 머쓱하게 있자 성녀는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괜찮아요, 뭐 기분 나쁘다거나 그런 것도 없어요. 오히려 빅토리 측에서 얼마나 절 생각하는 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구요."
"...성녀님은 중요하신 분이니까요."
"학생 대표를 호위로 붙여줄 정도면 확실히 그게 맞겠네요."
이왕 이렇게 밝혀진 거 난 조금 더 솔직하게 그녀에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근데 게이트 때 어디 계셨습니까?"
가장 궁금했지만 물어볼까 말까 망설였던 것.
그걸 바로 혀 위에 올렸다.
"저도 모르겠어요."
"네?"
"둘러대는 말이 아니라 진짜루요, 전 완전 다른 공간에 격리 돼서... 태양 씨가 게이트를 깨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이게 무슨 말이지.
내가 게이트 깨주기를 기다렸다니.
'설마 본 건가?'
내가 춘향이랑 살을 막 섞으면서 그렇고 그런 걸 했던 모습을?
말하는 표정이나 행동을 보면 그런 건 또 아닌 듯했다.
다른 사람이 섹스하는 장면을 당당하게 관음 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 메시지가 떴거든요. 게이트 클리어에 힘쓰고 계시다구요."
"아...아아...네 뭐... 그랬죠."
본 건 아니구나.
'그럼 됐어.'
이후로는 시시콜콜한 대화가 이어졌다.
바엘슨이 너무 고지식해서 재미없었는데, 난 재미있을 것 같다느니 뭐 그런 류의 대화.
"민수랑 따로 대화는 안 해 보실 생각입니까?"
"굳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번 게이트 사건도... 그치만 더 지켜봐야죠."
성녀는 김민수를 바로 악인으로 낙인 찍지는 않았다.
이 부분은 좀 의외였다.
아무래도 놈이 가지고 있는 주인공 지분율과 '용사'라는 칭호에 대한 무게가 그 이유겠지.
'이해 관계가 복잡하긴 하네.'
대놓고 용사라고 공표까지 했는데 알고 보니 그놈이 쓰레기다? 뭐 이런 식으로 발표를 한다면.
루베니아도 자칫 잘못하면 순식간에 바닥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생기는 걸 테니까.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게 이해가 됐다.
"그럼 전 먼저 가 볼게요. 슬슬 다들 걱정할 것 같아서요."
"아, 네. 고생하셨습니다 성녀님."
"태양 씨두요."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귀빈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합동 교육이 이주 간 진행 된다 그랬나...'
아직 일주일도 안 됐는데 무슨 사건이 이렇게 많이 생긴단 말인가.
전보다 템포가 훨씬 더 빨라진 기분이다.
'멜라니랑도 진도를 슬슬 빼야 되는데...'
왜 이렇게 바쁜지.
그래도 가까운 순서부터 챙기는 게 도리에 맞아.
타다다다다닥.
성녀의 모습이 사라진 걸 확인하자마자 난 바로 몸을 돌려 연구실로 달려갔다.
핸드폰으로 연락하며 안부는 계속 주고받고 있다지만 그걸로 만족할 수 없었다.
드르르륵 탁.
"꺅!"
연구실 문을 열자마자 류혜미가 비명을 질렀다.
의자에 비스듬하게 걸쳐 앉아 치마를 입에 물고 자위하고 있는 그녀.
아마 당분간 아무도 들어오지 않을 거란 생각에 문도 잠그지 않았나 보다.
"문은 잠그고 다녀야지, 누가 보면 어떻게 해."
"...너 말고 누가 여길 이렇게 찾아와."
혜미는 그 말을 하며 천천히 다리를 벌렸다.
손가락으로 이미 열심히 쑤신 건지 새하얀 액이 엉덩이골을 타고 의자에 흘러내린다.
자위를 하다 걸린 게 창피해서 고개는 푹 숙이는 그녀.
'역시 백태양의 몸은 최고네.'
점심에 유민이랑 한 번.
저녁 부근에 게이트에서 춘향이랑 한 번.
그리고 늦은 밤에 또 한 번 하는데, 발기가 아무렇지도 않게 된다.
늘 아침 기상 상태로 유지하는 신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그럼 다시 가?"
"...난 방치플레이 안 좋아해, 빨리...빨리 응?"
"알겠어."
그 말을 끝으로 바로 혜미와 몸을 겹쳤다.
끈적한 시간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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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탁탁탁탁탁탁탁탁탁.
같은 시각.
류혜미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위로를 하는 사내가 한 명 있었다.
뻐국 뻐국 뻐국.
아주 열심히.
자기 작고 소중한 뻐꾸기를 어루어 만지며.
"큽...흡...."
회복이 빠르다고 고통이 없는 건 아니었기에.
맞았던 곳이 아려와 눈물을 훌쩍이며.
그렇게 용사는 하루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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