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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여친쩔더라-181화 (181/325)

〈 181화 〉 요즘 보스 몬스터는 다 이래.

* * *

천한 것들의 모든 걸 멸시하고 무시한다는 메시지.

처음엔 이게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천한 거 기준은 뭐고... 뭘 어떻게 하는 건데?'

그러나 김민수를 두들겨 패면서 메시지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왜...왜...! 강타가 먹히지 않는 거야!"

민수가 악에 받쳐 내뱉는 외침이 스킬을 설명해주는 거나 다름없었다.

두들겨 맞는 와중에 발악처럼 강타를 실은 주먹을 뻗었지만, 피해가 없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거겠지.

'개사기잖아.'

강타의 스킬 등급은 A.

폭군의 스킬 등급은 S.

[폭군이 아랫것의 재주를 하찮게 내려봅니다!]

사납고 악한 임금이란 뜻을 가진 폭군.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자기 말을 거역하면 무시하고, 권력에 찌들어 버린 자를 나타내는 말.

그 말 그대로 폭군은 자기 등급보다 낮은 스킬을 대부분 무시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즉 웬만한 스킬이 아니고선 폭군의 멸시를 피할 수 없었다.

"아랫것이라잖아 민수야."

쾅!

"꾸에에에에에에엑!"

당황한 놈의 얼굴을 곤봉으로 후려치자 여태 듣지 못했던 시원한 돼지 멱 따는 소리가 들린다.

화기애애하게 평화로운 브금을 깔고 있던 민수 랜드가 조금씩 박살 나기 시작한다.

"너...너 미쳤어? 여...여기서 날 이기면 너 못 나간다고! 평생! 그냥 순순히 맞으라고!"

"사정이 달라졌어 민수야."

그러니까 이렇게 되기 전에 실컷 즐기지 그랬어.

붓검도 좀 활용하면서 내가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상처를 입혔어야지.

'멍청한 놈.'

다 잡은 물고기라고 생각하고 일부러 살살 때리던 걸 뼈저리게 후회하게 해주마.

쿵.

"읔!"

쿵.

"으악!"

따.

"그...그만...푸헥...!"

[쿵 쿵 따 발동! 세 번째 타격이 강화됩니다!]

당황한 민수를 패는 건 케이크를 먹는 것보다 쉬웠지만 문제가 있었다.

'회복 속도가 장난이 아니네.'

스킬 효능이 얼마나 좋은지 확인해 보려고 뼈를 차근차근 박살 냈지만, 금방 뼈가 붙었다.

실시간으로 몸이 회복되는 게 눈에 보일 정도면 대체 얼마나 좋은 스킬을 얻은 건지.

가장 소름 돋는 점은 고작 게이트 하나 클리어 했다고 이 정도의 위력을 보였다는 거다.

'좀만 더 다듬으면 알파메일급이겠는데.'

스킬이 세 개정도 합쳐진 알파메일과 맞먹을 수준의 위력.

괜히 주인공, 주인공 하는 게 아니었다.

"그래! 아주 그냥 끝장을 보자! 흑룡!!!"

민수가 여태 검을 휘두르던 모든 동선에 남아 있던 흑선들이 합쳐져 용으로 변한다.

붓검을 얻은 지 시간이 꽤 지났지만 여전히 김민수가 하는 거라곤 용, 호랑이 정도.

무엇이든지 그려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활용도였다.

"진짜 너한테 아까운 게 너무 많네."

"개소리하지마!"

흑룡이 둘러진 붓검이 그대로 내 머리를 두 동강 낼 듯 내려온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양손으로 검을 꼭 잡기까지 한 게, 마냥 멍청한 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자기 힘이 미세하게 우위란 걸 이용해서 양손으로 찍어 누르려는 거겠지.

'근데 이게 무슨 힘 겨루기 같은 게 아니잖아.'

떨어지는 붓검의 측면을 곤봉으로 강타해서 동선을 왼쪽으로 틀어 버린 뒤.

오른쪽으로 몸을 옮기며 붓검과 부딪친 반동을 이용, 바로 김민수의 머리통을 곤봉으로 내려찍는다.

"쿠엑!"

만화에서나 볼 법한 머리가 푹 눌린 광경을 김민수가 그대로 재현한다.

'어떻게 효과적으로 패야 할지 참.'

일반적인 회복 스킬은 맞고 난 이후에 치유가 되는 게 기본이었다.

그러나 김민수의 스킬은 피해를 받으면서 회복이 되기 때문에 아주 까다로웠다.

체력이 무한대인 허수아비를 제압해라, 이런 퀘스트가 추가된 느낌이다.

타다다다다다다다닥.

한 대 맞자마자 김민수는 황급히 뒤로 몸을 옮기며 충분한 안전 거리를 확보했다.

"아 또 어디 가는데."

"내가 놀라운 사실을 하나 말해주려고 그래."

그 말을 내뱉으며 놈은 자랑스럽게 품에서 회중시계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꺼냈다.

갑자기 웬 회중시계?자세히 보니 꼭짓점 부근에 태엽 장치 같은 게 붙어 있었다.

'저게 출력 제어 장치 김민수 전용인가?'

근데 왜 회중시계지.

"이건 빅토리 아카데미에서 나를 위해 특별 제작한 메인 스킬 출력 제어 장치... 신형이야. 내가 특별히 디자인까지 직접 검수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명품 중에 명품이지."

그거 다 있는 거야.

차마 그 말은 하지 못하고 장난감을 처음 얻은 사람처럼 신나게 떠드는 민수를 가만히 지켜봤다.

몸이 금방 다 치료가 된 민수는 언제 맞았냐는 표정으로 말을 계속 이어갔다.

"왜 회중시계냐면 그게 바로 신사의 품격이기 때문이지... 뭐 각설하고, 여태 내가 단 5%의 출력만으로 널 상대했다는 걸 알면... 놀랄 거다."

이제부턴 절반 이상으로 간다.

그 말을 하며 진지한 표정으로 민수는 회중시계를 꼼지락거렸고.

'아 맞다, 나도 올려야지.'

나 또한 금팔찌를 조작했다.

모양만 다를 뿐 성능은 똑같아서, 절반 이상의 출력을 내려면 제어 장치 조작이 필수였다.

메인 스킬을 제대로 활용해 본 적이 별로 없어서 이런 부분조차 까먹고 있었다니.

무슨 게이트마다 메인 스킬이 다 제한된단 말인가.

"어...? 음...어... 왜 변화가 없지."

"나도 그만큼 출력을 올렸으니까 멍청한 새끼야."

스탠드 코미디를 보는 건 이쯤에서 하기로 하고 난 바로 놈을 향해 몸을 날렸다.

힘이 강해졌다면 그만큼 강압으로 찍어 누르면 되는 일.

애초에 캐릭터 디자인부터 김민수의 카운터로 설계 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기 자신을 강화하는 용사의 힘과 생명체를 상대로 힘을 무력화 시키는 강압.

내가 스킬을 발동하는 한 김민수가 강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거다.

"어차피 장기전으로 가면 내가 유리해!"

"그건 해 봐야 아는 거고."

붓검과 곤봉이 맞닿기 직전에 곤봉을 놓고 김민수의 품 안으로 몸을 넣는다.

뒤에 있는 왼발을 축으로 삼아 몸을 회전시키며 다리, 허리, 어깨를 타고 그대로 주먹에 힘을 전달한다.

"꾸엑...쿠훕...헤에에엑...켁...!"

정확히 간에 꽂힌 주먹이 놈의 호흡을 방해하는 순간.

[회수 발동! 곤봉이 손에 들어옵니다!]

[쿵 쿵 따! 세 번째 타격이 강화됩니다!]

회수를 발동해 오른손으로 곤봉을 잡고 그대로 다시 몸을 반대로 회전시키며 놈의 턱을 올려친다.

강화된 타격으로 인해 하늘로 붕 뜨는 김민수.

회복이 아무리 잘 돼도 뇌에 직접적인 타격은 무시하지 못할 터.

'그래도 이제 힘 조절 안 하고 팰 수 있어서 좋네.'

죽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샌드백이라니.

스트레스 풀기엔 역시 민수 만한 게 없었다.

퀘스트 클리어 조건이 승리라고 했으니, 클린 히트를 제대로 먹이면 조건도 달성하겠지.

그렇게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지는 민수의 얼굴에 일격을 꽂아 넣으려는 순간.

"그만! 그만하는 게 좋겠어! 그래도 나랑 소중한 인연인 걸! 이러다가 죽엄!"

트롤 킹이 갑자기 내 등 뒤에서 나타났다.

'이건 대비 못...'

쾅!

무방비하게 뒤를 내준 상황에서 휘둘러진 트럭만 한 주먹이 내 등허리에 직격한다.

"큭...!"

게이트 보상으로 얻은 게 신체 강화말고 보스 몬스터 소환도 있었던 건가.

한 대만 맞았을 뿐인데, 절대로 C급에서 저 정도 힘이 나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 S급.

소환수로 강화 됐다면 그 이상으로도 볼 수 있었다.

"큽...푸하하...! 그래... 용사는 항상 동료가 있는 법이니까! 이제 페어 플레이지! 너는...어?"

트롤 킹이 나타나자마자 2:1 상황돼서 신나게 떠드는 놈의 표정이 천천히 굳어간다.

전에는 없던 한기가 원더랜드에 천천히 내려앉기 시작한다.

하늘 높게 떠 있던 열기구에 서리가 끼기 시작하고, 숨을 쉬자 새하얀 김이 나온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겨울.

"어떤 개잡년이, 사내끼리 싸우는 데 끼어드는 건가요? 진짜 죽여 버리고 싶네요. 얌전히 있으라는 나으리의 말에 그냥... 잠자코 노심초사 콩닥콩닥 지켜봤지만... 이건 진짜 선을 너무 많이 넘었답니다. 나으리! 소녀, 전부 다 죽이고 그냥 혼나겠사와요."

[분노를 느낀 성춘향이 현현합니다!]

춘향이의 등장이었다.

"아냐 괜찮아, 잘했어. 좋은 판단이야."

"어머 그렇다면 나으리 이 상황이 다 끝나면 나중에라도 소녀 자궁에 귀두 키스를 큥큥 해주..."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자."

화는 났어도 침착하게 자기 성욕 해소를 요구하는 춘향이를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 그 어떤 상황에서도 그건 놓지 않는구나.

"나중에 꼭 도그 플레이로 야외 방뇨도 하고 싶..."

"제발 그만, 다 들어 줄 테니까 일단은 저거부터."

"흠흠 알겠사와요."

그나저나 춘향이랑 같이 싸우는 건 처음이네.

그녀는 굳이 따지자면 체력이 아주 높은 마법사라고 볼 수 있었다.

최전방에서 한기를 흩뿌리는 디버프형이라고 해야 하나.

손발이 잘 맞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내 소환수니까.

알아서 잘하겠지.

"너...뭐야... 너도 있었어...? 아니 근데 넌... 넌 왜 그렇게..."

소환수가 예쁜 거야.

그 뒷말은 차마 하지 않고 김민수는 빤히 춘향이를 바라봤다.

똑같이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보스 몬스터를 보상으로 받아도 너무나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상황.

"몰랐어? 요즘 보스 몬스터는 다 이래."

2 페이즈는 기본이고 각성화도 따로 달려 있어.

[마족화 발동! 폭군이 유지된 상태에서 마족화가 발동 했습니다! 신체에 강한 부하가 걸립니다!]

"살려달라고 빌어봐."

개처럼 짖으면 그만 때릴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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