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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여친쩔더라-180화 (180/325)

〈 180화 〉 보스 몬스터답게

* * *

"너 뭐 빌런이라도 되고 싶은 거야?"

"원래 자리를 찾아가려는 것뿐이야."

이건 세탁기도 못 돌리겠는데.

안뚱땡이 이 새낄 버려 놓은 건지, 아니면 원래 이럴 징조가 있었던 건지.

'평소 얼마나 음습한 욕망을 가지고 있는 진 알겠네.'

민수 발밑에 펼쳐진 빛은 우릴 집어삼키고 정말 요상한 장소로 이동시켰다.

멀리서 보면 평범한 놀이동산으로 보일 법한 이 공간은, 간단히 말해서 '민수 랜드'였다.

하늘에 떠다니는 열기구엔 큼지막하게 민수가 멋진 포즈를 잡은 사진이 붙어 있었고.

중간중간 보이는 인형 탈을 쓴 마스코트들도 민수가 즐겨 입던 티셔츠의 강아지와 흡사했다.

"여기 완전 원더랜드랑 비슷하잖아?"

"맞아! 유민이는 뭐... 그래 뭐!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아니! 어쩌면 원더랜드에서 내가 다시 만회할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 너 때문에!"

"..."

저렇게 열변을 토하는 민수한테 차마 넌 절대로 그럴 수 없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첫 날에 했다는 이야기를 해도... 마인드가 상당하네.'

물론 민수가 저렇게 말하는 이유가 이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백일 사귀어놓고 고작 열심히 나간 진도가 손잡기 정도니까, 첫 만남 섹스를 말해줘도 못 믿는 거겠지.

믿는다고 해도 사랑의 힘을 엄청 과신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래 당황스럽겠지, 여긴 완전히 내 세상이니까 말이야. 비록 많은 사람이 온 게 아니라 성녀님과 너만 온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음...근데 성녀님이 어디 계신지 안 보이네."

근데 여긴 진짜 뭐 하려고 만든 공간이지?

던전이나 게이트가 튀어나올 거라고 했던 예상이 완전히 틀릴 줄이야.

'아니 게이트라고 볼 수 있긴 한가? 그래도 메시지도 따로 안 뜨고...'

게이트 클리어 메시지가 없는 건 기본이고.

몬스터의 기운이 감지 되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위험할 어떤 신호가 울리는 것도 아니었다.

정말로 순수한 놀이공원 그 자체.

차이점이 있다면 강제로 끌려오는 놀이공원이라는 점 정도.

"하하! 왜 이러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얼굴이구나! 여긴 진짜 그냥, 그냥 내 위대함을 그리고 내 능력을 보여주려고 만든 공간이야, 상상도 못 했지? 내가 이 정도 공간을! 결계를 만들 수 있는! 영역을 지배할 수 있는 생도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

"아..."

어이가 없었다.

사람들을 강제로 다른 공간에 납치해서 이런 공간을 보여주고 위대함을 알려주려 했다니.

그럼 갑자기 납치 당한 사람들이 '와! 김민수 대단해! 놀이공원 대박이야!'이러면서 놀 줄 알았나.

'그게 무슨 개소리야.'

민수는 내 표정이 일그러지든 말든 말을 계속 이어갔다.

"축제니까, 그냥 빅토리 아카데미의 어떤 이벤트 같은 거라고 하면 되는 거야. 사실 이걸 교류회 때 하고 싶었는데... 네가 다 망친거야!"

"...뭐라고 하는 거야 대체."

어디서부터 피해 의식을 느끼고 이런 짓거리를 벌일 생각을 떠올린 걸까.

안뚱땡이 개입을 한 건 확실해 보였는데, 그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사람들을 모두 모아서 어떻게 해 보려고 했다고? 성녀가 게이트의 저주도 풀 수 있는 강력한 존재인 걸 알고서도?

'그럴 수가 있는 건가.'

지능이 아무리 떨어져도 그 정도는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아니면 처음부터... 이걸 노렸거나.'

가능성은 무궁무진했다.

그만큼 김민수가 벌인 짓거리가 굉장히 터무니없고 믿기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뭘 할지 짐작이라도 가면 상황이 심각하다고 인지라도 하겠는데.

'일단 여기서 나가는 게 우선인데.'

클리어 조건도 없는 게이트에 들어오게 되는 건 생각 밖이었다.

같이 들어온 성녀도 보이지 않고, 당장 의지할 수 있는 게 김민수 뿐인 이 상황.

벌써 숨이 턱 막혔다.

'물론 보험 하나를 들어놓긴 했지만.'

보험이 과연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그 사람이 유능한 건 알고 있었지만 성녀가 쳐둔 결계를 뚫고 게이트를 여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지금 니 계획 다 망가졌는데, 어떻게 할 거야?"

"그...그건...!"

"그...그건...! 이게 아니라 여기서 나가게 해야 할 거 아냐, 어떻게 나가냐고."

"내 위대함이 증명 되면... 나갈 수 있어."

"뭐?"

아 또 진짜 답답하게 고구마 먹이는 소리 하네.

"말을 똑바로 해, 모호하게 말하지 말고 짜증 나니까."

일분 일초가 아까운 시간이 뭐가 좋다고 저렇게 빙빙 돌려 말을 하는지.

"짜증? 허...원래라면... 사람들이 내 능력을 보고 막 환호를 해주면... 나도 만족하고 이쯤에서 다시 캠프파이어를 즐길 생각이었어... 그렇게 되면 교관님들도 날 크게 나무라지 않을 거라고... 그럴 거라고 했는데... 너 뿐이라면..."

김민수가 날 노려보며 천천히 기세를 내뿜었다.

생도 대 생도가 아니라 날 한 마리의 몬스터로 보는 듯한 살기와 눈빛.

"...이 지긋지긋한 악연을 끝내는 방식으로... 해도 되겠어."

띠링!

[?급 게이트 [민수랜드]의 클리어 조건이 갱신 됩니다!]

['김민수의 위대함을 인정하는 것'에서 '보스 몬스터 백태양 쓰러트리기'로 클리어 조건 변경!]

민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떠오르는 메시지.

멀쩡한 사람을 '보스 몬스터'로 칭하다니 게이트 자체도 문제가 많았다.

'뭐야 이게?'

그럼 내가 게이트를 나가려면 김민수한테 쓰러져야 한다는 건가?

이런 무슨 말도 안 되는 불합리함이 어디 있단 말인가.

게이트를 나가려면 서로 쓰러트리면 되지, 왜 내가 쓰러져야 되는 건데.

"그럼 순순히 운명을 받아드려!"

김민수는 마음 정리가 다 된 듯 순식간에 나한테 달려들었다.

머리에 자라난 뿔 한 개와 화려하게 주변에 뿌려지는 하얀색 광채들.

아마 이게 전에 그렇게 하고 싶었던 유니콘 각성인가 뭔가겠지.

쾅!

"크아아아아악!"

순식간에 접근한 김민수의 주먹을 팔꿈치를 휘둘러 상쇄시킨다.

팔꿈치에 부딪친 놈의 주먹이 단번에 박살이 난다.

'음?'

근데 원래라면 이렇게 부딪치면 날아가야 정상일 김민수가 아주 멀쩡했다.

두 다리로 굳건하게 몸을 지지하고, 뒤로 한 걸음도 밀리지 않는 모습.

"크흐으으읍...흐으...야...너 나가고 싶으면 나한테 처맞아야 되는 거 몰라? 나도 나가고 싶어."

클리어 조건이 변경 되자마자 비열하게 웃으며 공격을 퍼붓는 민수.

게이트 보상으로 좋은걸 먹었는지 박살 났던 주먹이 눈 깜짝할 사이에 회복된다.

'신체 강화 계열 스킬을 받은 건가?'

그것도 최소 S급으로 보이는 효능.

전투 중에 수싸움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밀어붙이는 김민수한테 아주 잘 어울리는 스킬이었다.

보상이 무슨 맞춤 정장도 아니고 어떻게 저렇게 딱딱 필요한 걸 얻는지.

특히 근력과 자연 회복 쪽에 특화된 것으로 추정 됐다.

"그냥 몇 대 맞고 끝내면 되는 걸 어렵게 가네, 붓검!"

민수는 자신이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는 확신이 든 얼굴을 하고 있었다.

'결국엔 너도 게이트를 나가야 하잖아'라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눈빛까지.

재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깡!

[회수 발동! 탐욕의 곤봉이 손에 쥐어집니다!]

민수가 휘두른 붓검을 쳐 내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대치 상태가 고작인가.'

아주 미세하게 힘은 김민수가 우위.

속도와 기술 쪽으로는 내가 확실하게 우위여서 상황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단지.

'진짜 맞아야 되는 건가.'

이 발악도 결국엔 의미 없다는 게 문제였다.

어쨌든 게이트를 나가려면 김민수한테 패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냥 진짜 몇 대 맞아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 무렵

띠링!

퀘스트창이 눈앞을 가렸다.

쾅!

"하하! 이제 슬슬 힘에 부치지? 그렇지? 힘들지? 져야겠다고 생각 하고 있잖아!"

퀘스트 창을 읽느냐고 김민수의 접근을 눈치채지 못하다니.

그만큼 퀘스트 내용은 아주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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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퀘스트! 사이다 한 잔!

아무것도 못하고 무기력하게 맞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주인공의 일방적인 패배는 그 누구도 바라지 않는 일이죠.

게이트에 간섭 중……

클리어 조건의 불합리함을 인지.

똑같이 싸우세요! 이겨 내세요!

당신도, 주인공이니까요!

퀘스트 목표 :: 승리 (0/1)

보상 :: 게이트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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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네.'

아주 마음에 들었다.

속에 들어오고 긴급 퀘스트가 마음에 든 적은 처음이었다.

이런 식으로 줄 수도 있었으면서 여태 그렇게 사람을 엿 먹였던 건가.

'뭐 됐다.'

지금이라도 이렇게 해줬으면 된 일이다.

"어이 백태양, 일어나 빨리! 보스 몬스터답게, 내가 널 멋지게 물리쳐야 클리어가 되는 게이트잖아?"

"그래, 그래야지."

보스 몬스터답게.

게임 속에 나오는 중요한 악당들은 모두 페이즈가 존재한다.

최소 2 페이즈부터 많게는 4~5까지.

체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때마다 각성을 하는 형식.

[강압 발동! 대상 지정 :: 김민수]

[폭군 발동! 천한 것들의 모든 걸 멸시하고 무시합니다.]

"어...?"

기세가 달리자자 당황한 놈의 얼굴과 다르게 점점 내 얼굴에 미소가 깃든다.

"잠시나마 즐거웠지."

이제부터 2 페이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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