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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여친쩔더라-177화 (177/325)

〈 177화 〉 축제를 즐기는 자와 즐기지 못하는 자

* * *

피슈우우웅 펑~

피유우우웅 파앙~

펑 펑 터지는 폭죽.

"그냥 아메리칸 핫도그가 아닙니다! 특별히 조리용으로 허락 받은 화염 계열 스킬로 소시지를 구운 아메리칸 핫도그! 이름하여 각성 핫도그! 야채 싱싱하실 때 얼른얼른 맛 보세요! 최고의 맛을 보장합니다!"

"햄버거, 햄버거, 일반적인 햄버거는 가라, 프렌차이즈 햄버거는 가라. 빅토리 아카데미에서만 맛볼 수 있는 빅토리 햄버거 팝니다. 빵부터 시작해서 고기까지, 직접 키우지 않은 게 없는 무공해 100% 수제 햄버거 팝니다."

"골라골라! 고르고 골라! 시속 150km로 돌아가는 초고속 룰렛! 당첨을 맞추면 그 자리에서 즉시 백만원 지급!!! 돈 놓고 돈 먹기!!!"

"시원한 음료수, 레모네이드 팝니다. 시원한 음료수, 레모네이드 팝니다."

"오후 3시 반! 오후 3시 반에 빅토리홀에서 뮤지컬 공연 있습니다! 많이들 와주세요!"

"성기사가 만드는 신성한 아이스크림 홀리스크림 맛 보러 오세요~"

"수녀가 봐주는 점괘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운세 보고 가세요~"

생도들과 교관으로 이루어진 푸드 트럭과 공연 홍보팀.

"엄마 나 저거 사줘!"

"저건 진짜 맛있어 보이네. 이거 이름이 뭔가요?"

"아 민트 초코주먹밥이라는 건데, 동서양 그리고 제3세계의 조화를 이룬 음식으로..."

"어머... 갑자기 급한 볼일이 생각나서... 수고하세요."

"앗... 네... 안녕히 가세요."

일반인들까지 참가하는 빅토리 축제가 열렸다.

원래는 우리끼리만 하는 거라고 들었는데, 성국 측에서 갑자기 말을 바꿨다고 한다.

'이왕이면 다 같이 즐기자고 했던가.'

축제 전날에 외부인 출입 가능이라고 한 마디 내뱉었을 뿐인데, 사람이 아주 바글바글 했다.

어린이날 웬만한 놀이공원 손님 숫자와 비슷할 정도.

'대학교 축제랑 비슷한 줄 알았는데...'

급이 달랐다.

놀이기구만 없지 웬만한 건 다 있는 축제.

부지도 넓어서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전부 구경하지 못할 수도 있는 스케일.

이런 공간에서 문제를 일으킬 김민수를 생각하니 골이 아팠다.

주인공이라는 놈이 민간인까지 휘말리게 할 생각인가?

'지분율이 올라가서... 전부 다 긍정적으로 결과가 나오려나.'

현재 김민수가 가진 주인공 지분율은 65%.

5%가 얼마나 차이가 나겠냐 싶었지만 여태 놈의 행보를 봤을 때 얕볼 만한 수치는 아니었다.

주인공의 장점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최선의 결과를 뽑아낸다는 거였으니까.

'일단 근데 나부터 걱정해야지.'

축제를 참가하지 않으려고 했던 가장 큰 이유가 지금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태양아, 기다렸어?"

"이렇게 노는 거 진짜 오랜만이다 그치?"

"저랑은 처음이구요."

"저두요!"

유민이, 수진이, 멜라니, 성녀까지.

라노벨향이 솔솔 풍기는 축제에 하렘을 이끌고 축제를 즐겨야 한다니.

캠프파이어 때까지라는 시간제한이 있긴 했지만 꽤 골치 아픈 일인 건 확실했다.

'혜미가 바빠서 다행이지.'

그녀까지 포함해서 다섯 명을 데리고 축제를 돌아다닌다? 그건 정말 미친 짓이었다.

'이런 건 나도 처음이라고.'

지구에서도 어장을 쳤을 때 여자를 여러 명 불러서 동시에 데이트해본 적은 없었다.

모두 다 1:1로 만나서 동선 관리와 시간 계획을 철저하게 짜고 놀았던 건데.

지금은 그런 게 전혀 없었다.

무조건 실시간으로 진행 되는 하렘 이벤트라니.

"일단... 다들 배 안 고프면 게임 같은 거 할까?"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그녀들이 무거운 짐 덩이로 느껴진다기보다는 이젠 슬슬 책임감이 생기고 있었다.

나 하나 믿고 이렇게 하렘이어도 다 용서하고 믿고 따라와주는 그녀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때문에 나는 분란을 만들지 않기 위한 몇 가지 법칙을 마음속으로 정했다.

첫 번째, 절대로 나란히 앉는 자리가 있는 장소로 가지 말 것.

'가장 위험하지, 옆자리에 누가 앉을 것인가? 이 문제로 싸울 수가 있거든.'

친밀도만 봤을 땐 당연히 수진이와 유민이가 양옆을 차지하는 게 맞지만, 그건 어디까지 이상론에 불과하다.

모처럼 다 같이 하는 데이트인 만큼 모두 내 옆자리를 원할 터.

따라서 괜한 분란을 만들 만한 장소는 무조건 피해야 했다.

두 번째, 모두 공정하게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찾을 것.

'한 명만 특화된 걸 한다거나... 누구 한 명이라도 소외 되면 곤란해... 모처럼 축제니까 다 같이 즐겨야지.'

이왕 노는 거 재미있게 놀면 좋지 않은가.

이 두 가지 법칙을 뇌리에 새기고 행동을 개시했다.

"어서 오세요! 오... 와~ 귀하신 분이 이런 누추한 곳에? 영광입니다!"

"그런 거 아니에요, 저희 다섯 명이서 게임하고 싶은데 얼마죠?"

"다트 열 발 당 이천 원 되겠습니다!"

그렇기에 내가 선택한 건 다트였다.

'모두 공정한 기회가 있고... 음... 좋아.'

이후 모든 데이트는 이런 방식으로 진행 됐다.

다트를 잘못 던지는 척을 하는 유민이 곁에 딱 붙어서 보조를 해주기도하고.

그걸 보고 따라 하는 수진이도 도와주고, 츤데레처럼 츤츤 거리는 멜라니도 뒤에서 한 번 안아주고.

성녀는... 무슨 생각하는 지 모르니까 그냥 넘어갔다.

"도시락... 싸왔어."

"어? 나돈데..."

"...저두요."

"어머 어머, 모두 다 도시락 싸 온 거에요? 근데 저도 그래요, 우리 정말 일심동체네요!"

"괜찮아, 나 엄청 배고팠거든. 다 먹을게."

훈훈한 도시락 이벤트? 물론 존재하긴 했다.

훈훈한과 도시락 사이에 푸드파이트가 붙었지만 말이다.

'아무리 각성자여도 칠 인분 정도를 먹는 건 무리가 있구나.'

한 두 명씩 먹여주다 보니 경쟁이라도 붙은 건지, 그녀들은 자기들 도시락까지 모조리 내 입에 쏙쏙 넣었다.

그중에서 가장 적극적인 건 뜻밖에 멜라니였는데.

'진짜 귀엽네.'

손가락에 붙은 반창고만 봐도 서투른 요리를 열심히 했단 걸 알 수 있었다.

유민이와 수진이는 말할 필요도 없이 가정 쪽으로는 이미 프로의 영역이었다.

"태양아, 이거 먹어봐, 아주 맛있게 내가 계란 말이 만들었어."

"나는 치즈도 넣었는데, 이거부터 먹어봐."

"둘 다 먹을게, 나 둘 다 좋아해."

교복을 입어도 타오르는 불꽃 같은 유민이와 봄날 민들레 같은 수진이.

둘의 사이가 그렇게 나쁘지 않은걸 보면 확실히 3P를 한번 해둔 게 아주 제대로 된 처방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느긋하게 밥을 먹고 있을 무렵.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멜라니의 핸드폰이 울렸다.

"누구세요?"

­나야 나, 김민수. 근데 누구세요라니, 너무 딱딱하다. 내 번호 저장 안 했어?

"네."

통화 상대는 민수였는데, 목소리부터 전화를 한 이유가 티가 팍팍 났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침을 줄줄 흘리고 있는 물소 한 마리.

딱 그 정도였다.

­아... 안 했구나... 근데 지금 뭐 해? 슬슬 밥 시간이어서 말이야... 우리 밥이나 같이...

"먹었어요."

멜라니는 정말 얼음 공주가 빙의한 것처럼 냉정하게 김민수의 말을 끊어냈다.

웃긴 건 이 정도 했으면 분위기 파악하고 전화를 끊을 만도 한데,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뭐 밥만 먹는 건 아니고... 같이 있고 싶다 뭐 그런 뜻도 있는 건데, 멜라니는 이런걸 내가 말해 줘야 아는 구나?

멜라니는 개소리를 듣자마자 미간을 찌푸리며 날 쳐다 봤다.

'미안.'

난 입 모양으로 멜라니에게 사과했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멜라니가 김민수와 한순간이나마 가까워졌던 건 이유는 나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녀도 바로 날 쳐다보는 거였고 말이다.

"아뇨 저도... 그쪽이랑 같이 있기 싫다고 거절하는 거잖아요. 저 그리고 지금 태양 씨랑 있어요."

­뭐? 백태양? 아니 걔는 무슨 여ㅡ

뚝.

멜라니는 더 이상 듣기 싫었는 지 전화를 끊었고.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우웅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곧바로 성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처음 멜라니 전화가 울렸을 때만 해도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멈췄다.

유민이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고, 수진이는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진짜 대단하네, 성녀님 혹시 그거 김민수인가요?"

성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유민이는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었다.

"...꺅! 갑자기 이렇게 껴안는다고 기분...음... 좀 풀리긴 하네."

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유민이를 품 안에 쏙 집어넣었다.

그래도 웃으면서 밥 먹는데, 정색하면 안 좋잖아.

"여보세요?"

­아 성녀님! 저 불굴의 용사 김민수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어머, 제가 지금 마침 태양 씨랑 함께 있어 가지고 아쉽지만 다음에 봐야 할 것 같아요."

­저 아직 말 다 안 했ㅡ

뚝.

와 멜라니보다 쎈데.

성녀는 일방적으로 자기 할 말만 내뱉고 통화를 끊어 버렸다.

"밥 먹는데... 비위 안 좋으면 힘드니까요 그쵸?"

성녀의 말에 난 좋아해야 할지 의심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게 정말 김민수를 싫어해서 나오는 행동인지 아니면 내 환심을 사기 위해선지.

면사포라도 벗겨서 표정이라도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 뭐 그렇죠?"

그렇게 잠깐 김민수 전화 소동으로 상황이 소란스러워진 이후.

어느 정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다시 진행 되고, 수진이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진아 안 가면 안 돼?"

"미안, 오전만 빼기로 했어가지구..."

빅토리 축제는 1학년은 무조건 축제 참가고 2학년부터는 축제를 위해 일정 부분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수진이 같은 경우는 선도부였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더더욱 앞장서 있어야 하고 말이다.

앞으로 캠프파이어까지 남은 시각은 약 일곱 시간 정도.

'슬슬 김민수한테 보여 줘야겠네.'

그놈에게 열등감을 선사할 때가 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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