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니여친쩔더라-173화 (173/325)

〈 173화 〉 치타보다 한참 뒤에서 강태민은 해맑게 웃고 있었다.

* * *

"...절반은 성공인가."

폐허가 되어 버린 집 안.

괴물이라도 덮친 듯 대부분의 가구들은 뜯겨 나가져 있었으며, 태풍이 다녀간 것처럼 정상적으로 놓여 물건이 하나도 없었다.

그곳에서 안뚱땡은 컴퓨터 한 대와 책상 하나만을 겨우 지킨 채 쓰러져 있었다.

"순애...겠지?"

백태양이 남의 여자를 뺏어서 강해지며, 수컷을 증명함으로 힘을 얻는다면.

김민수는 완전히 정반대의 경우로 사랑을 함으로써 힘을 키울 수 있다.

성적인 접촉을 포함해서 애정 행위, 뽀뽀, 손잡기, 감정의 교류 등등.

<아카데미 순애일지="">라는 소설 이름에 걸맞은 성장 방식이었다.

"그래도 트롤 킹이 S급돼서 다행이야."

사실 원래 스토리는 이게 아니었다.

유민이와 깊은 관계가 되며 마술사의 힘을 얻고, 멜라니에겐 원거리 화력을.

성녀에겐 힐을, 그리고 류혜미에겐…….

"...강해진 걸로 만족해야겠지."

비록 트롤 킹과의 진한 인연까지 얻게 됐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땐 훌륭했다.

일단 불사에 가까운 힘과 S급 보스 몬스터의 힘을 일부 복사했다.

뿐만 아니라 S급&C급 게이트의 공헌도 1위를 달성 했기에 부가적인 보상도 엄청날 터.

민수가 하루 종일 헛구역질을 하며 오열하는 건 마음에 아프지만 어쩔 수 없었다.

"덕분에 힘도 돌아왔고 말이지."

이번 게이트로 얻은 이득은 김민수에게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안뚱땡이 내세운 주인공인 김민수가 활약을 함으로 자연스럽게 안뚱땡에게도 힘이 돌아온 것.

집을 박살 낼 정도로 많은 힘을 소모해서 S급 게이트를 만들길 정말 잘했다.

그 증거로 폐허가 되어 버린 집은 천천히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이번 게이트마저 백태양 그 개자식이 가져갔다면.

"으 끔찍해."

철저하게 방관자가 되어 조금씩 힘을 잃는 걸 무력하게 볼 뻔했다.

원작자가 살아 있는 걸 알게 된 이상 가만히 있다간 무슨 일을 당할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심지어 그놈이 내세운 주인공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백태양일 확률이 높긴 한데... 오히려 그러므로 더 아닐 것 같단 말이지."

너무 뻔하게 보여 준다고 해야 하나.

원작자는 절대 이렇게 쉬운 놈이 아니었다.

오히려 알기 쉽게 보인 다음에 이중 삼중으로 꼰다고 해야 하나.

"그래 봤자 어차피... 이제 계속 우리 민수의 턴이야."

S급 게이트를 계속 넣은 이유는 김민수에게 단 한 번이라도 S급 보상을 넣어 주기 위함이었다.

때문에 결과적으로 김민수는 여태 억눌러왔던 성장을 한 번에 터트리듯 매우 강해진 상태.

이런 상황에서 백태양이 더 뭘 활약할 수 있겠는가.

여태 그 자식이 활약할 수 있었던 건 김민수가 약해서 벌어진 문제였다.

또한 백태양은 중반부까지만 활약을 하기로 예정 되었던 캐릭터다.

초반 포텐은 높을 지 몰라도 마지막까지 간다면 결과는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민수가 성장을 시작했다고."

아무리 개들이 미치도록 뛰어 봤자 뭐 하겠는가? 치타는 뒤에서 느긋하게 웃고 있는 것을.

"어? 이제 진정한 주인공의 스토리가 시작되는 거야."

안뚱땡은 이 한껏 달아오른 기분을 해방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후 마침 회복된 전신거울을 바라보며 멋지게 쉐도우 복싱을 시작.

원 투 다섯 번, 스트레이트 두 번.

"오늘 운동 끝."

알찬 운동을 끝으로 그는 다시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았다.

김민수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방금 휘두른 호빵 주먹으로 만천하에 알린 거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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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제 3의 세력이 나타날 줄이야."

"예상 못 하셨습니까?"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이 부분은 우리의 능력 부족이다. 널 위험한 일에 집어넣은 것 같아 미안하구나."

허.

장두철도 게이트 내부의 침입을 예상 못 할 줄이야.

'이거 생각보다 빡센데.'

1급 헌터 중에서도 진짜들만 모인 극비 수사조차 생각하지 못한 변수라니.

"보통 게이트 입구는 하나다. 때문에 오프너도 그 지정된 장소에서 게이트를 열면 해당 게이트로 들어가게 해주는 거고... 근데 이건..."

게이트 입구는 단 하나, 처음 생성된 위치의 입구 뿐.

따라서 그곳만 지키면 게이트 내부의 침입은 모두 막는 거나 다름없던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 비실이와 흑갸루가 게이트에 침입하게 되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게이트 내부에서 다른 게이트로 이동... 그리고 거기서 클리어 했는데 원래 있던 기존의 게이트로 나왔다는 것도..."

이거 상당히 헷갈리네.

계속 게이트 게이트 하니까 이해가 될 것 같다가도 생각이 엉켰다.

'C에서 S로 이동 했으면 S로 나와야 하는데... C로 나왔고... 근데 S에선 비실이랑 흑갸루가 침입하고...'

그냥 좀 가만히 여자나 뺏고 다니면 안 되냐? 뭐 이렇게 방해가 많이 들어와.

심지어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 일들이어서 더더욱 그랬다.

"백태양, 일단 너는 성녀 호위에만 전념해라."

"바엘슨도 있는데요?"

"자네가 더 강하잖나."

은근한 자부심까지 느껴지는 장두철의 말에 난 어깨를 으쓱였다.

맞는 말을 하니까 반박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장두철은 이 정도만 하면 됐다고 판단했는지, 자료 파일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생 많았다. 오늘은 우선 푹 쉬고 내일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지."

"내일 뭐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내일은... 간단한 논공행상 정도다.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난 직후이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꾸벅.

장두철에게 인사를 한 뒤 먼저 밖으로 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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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김민수]가 게이트에서 활약함에 따라 주인공의 입지가 흔들립니다.

주인공 지분율 5.1%가 김민수에게 돌아갑니다..

현재 주인공 지분율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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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클리어를 하고 난 뒤 바로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이거 때문에 보상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접고 바로 장두철에게 달려간 거였다.

뭐라도 실마리를 얻어서 상황을 타개하려고 했는데, 아무것도 모를 줄이야.

'이거 완전 고구마잖아.'

[로시난테 발동! 안전 운전하세요!]

로시난테를 소환한 뒤 곧장 집으로 이동했다.

해결은 아무것도 되지 않은, 답답한 상황.

뭔가 방법을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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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심각하게 답답한 상황이네."

한편.

백태양처럼 꽉 막힌 상황에 놓인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기부를 너무 많이 해 버렸어."

그 이름은 강태민.

실습 교육에서 참교육을 당한 뒤 백태양 코인을 달달하게 빨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

선두주자 최영남 회장을 필두로 하는 백태양 코인은 늘 우상향이었다.

그래서일까.

강태민은 자만했다.

돈을 얼마든지 쓰더라도 금방 다시 백태양 코인으로 복구할 수 있다는 마음이.

게이트 피해 복구 재단을 설립하게 만들었고, 게이트%던전 고아 지원 시설까지 만든 것까진 좋았다.

'너무...너무 많이 썼다.'

그가 간과한 건 단 하나.

백태양 코인이 늘 우상향이라고 해서 자기 지갑도 늘 우상향이 아니라는 것.

이 사실을 알아차리는 게 너무 늦었다.

'두 달 정도는 버틸 수 있는데... 그 이후부턴 무조건 무리야.'

호화로운 생활을 위해서 산 비싼 슈퍼카들과 명품 차들.

전보다 더 높게 세워진 펜트 하우스.

이 모든 게 유통 기한이 두 달 남았다니.

그럼 다시 컵라면 하나를 가지고 사흘을 나눠 먹는 비루한 삶을 보내야 한다는 건가?

"말도 안 돼! 그건 절대 안 돼!"

강태민은 급하게 연락처를 뒤졌다.

뚜르르르ㅡ

"어 난데, 요즘 일 거리 없냐?"

첫 번째 실패.

"아니 그냥 뭐 소소한 거 말고 큰 걸 맡고 싶어서 말이야... 혹시 백두산 던전 막힌데라도 내가 뚫어볼까 해서... 아... 없다고..."

두 번째 실패.

"야, 그래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이럴 때 아니면 내가 언제 부탁해 보겠어. 어? 어? 뭐라고?"

세 번째에도 실패하려고 하는 그 순간.

강태민은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에 S급 게이트 하나 연 거 너 아니었어? 그 왜 있잖아. 컨셉형 하나 갑자기 생긴 거."

"자세히 말해 봐, 무슨 소리야 그게."

­너 아니야? 다들 너인 줄 알고 있던데, 그게 그러니까...

전화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날 사칭한다고?'

누군가 자신을 사칭해서 컨셉형 S급 게이트를 열었다는 것.

아주 극비로 진행되는 일이었기에 누가 투입 됐는 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단 하나.

'굉장히 구린 냄새가 난다.'

이 냄새가 똥 냄새가 될지 두리안 냄새가 될지는 더 맡아봐야 알 수 있겠지만.

제대로 파고들어서 그대로 백태양에게 툭 던진다면.

'합동 교육을 하고 있다고 했으니... 바쁠 수도 있겠지만... 이거 잘만 하면 빅토리 뿐만 아니라 루베니아까지 연결점을 만들 수도 있겠어.'

벌써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사이다의 톡 쏘는 감각이 전신에 흘러넘친다.

처음엔 사칭한 것에 분노가 느껴졌지만 이젠 오히려 감사할지경이다.

[백태양이 또 해냈다! 빅토리가 놀라고 루베니아가 벌벌 떤 사건!]

[그 옆에 있던 오프너는 누구인가? 화제의 오프너 강태민에 대해 알아보자!]

눈앞에 벌써 메인 기사 제목과 그 밑에 따라붙는 자기 주가 상승 글이 아른 거린다.

강태민은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 뒤 급하게 전화를 끊고 바로 단축 번호를 눌렀다.

'우리 사랑스러운 태양 씨는 무조건 단축 번호 1번이지.'

최고의 헌터는 백태양.

뚜르르르르ㅡ

딸깍.

­여보세요?

"아 태양 씨? 저 강태민입니다. 기억하시죠? 다름이 아니라..."

제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치타보다 한참 뒤에서.

강태민은 해맑게 웃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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