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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여친쩔더라-171화 (171/325)

〈 171화 〉 해피 엔딩을 위해서 희생해라 김민수

* * *

트롤 킹과 거의 동시에 나타난 성녀.

연회장은 처음 보는 등장인물들의 존재감으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왕! 왕을 지켜라!"

"이반 왕자님의 부인이니 정중하게 모셔야지 어찌 위협을 한단 말인가! 정중하게 모셔라!"

"아니 괴물이지 않소! 보고도 모르시오!?"

"괴물이 아니라 이반 왕자님의 부인이라니까는!!!"

그야말로 혼비백산.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부인이다, 아니다 셋째 왕자 반응을 봐라 저게 어떻게 부인이냐'로 귀족들은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실제로 김민수는 트롤 킹이 등장한 후부터 턱을 쩍하니 벌리고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으버버버..."

"다들 진정하세요! 저분은 정말로 이반의 부인 바실리사가 맞습니다!"

"음음, 저 여자 말이 맞아, 내가 바로 바실리사얌."

성녀의 말은 잘 들리지 않을 지언정, 트롤 킹의 발언은 확실하게 모두의 귓가에 꽂혔다.

하늘에서 내려치는 천둥 같은 소리를 귀담아듣지 못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왕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침착한 표정으로 상황을 주시했다.

'이렇게 보니까 정말 시스템 같군.'

어쨌든 원작의 흐름대로 가고 있다고 판단이 된 건지, 절대로 개입하지 않는 왕.

트롤 킹의 말과 왕의 침착한 태도 때문에 상황은 금방 안정되기 시작했다.

"저...정말 바실리사라고...?"

"허...허허... 혹시 저주...저주에 걸린 모습 아닌가?"

"마...맞아! 저주! 저주잖아! 바실리사가 어떻게 트롤 킹이야! 서...성녀님이 개구리였잖아요? 그쵸? 분명 성녀님이 개구리였잖아요!"

마지막은 민수의 대사였다.

입만 떡 벌리고 침을 줄줄 흘리고 있다가 저주란 말에 말문이 트인 듯 보였다.

'트이자마자 하는 게 참... 뭐, 민수니까.'

민수는 지금 상황을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해석하려고 발악 중이었다.

성녀는 그런 민수를 보면서 두어 발자국 멀어진 뒤 기도하듯 손을 모았다.

몸을 조금 떠는 것으로 보였는데, 그게 웃음을 참는 모습 같기도 했다.

'면사포 때문에 표정을 알 수 없어서, 참.'

난 일단 비실이와 흑갸루 쪽에 시선을 뒀다.

성녀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건 무언가 해결책이 있다는 것.

그걸 방해하게 둘 수 없었다.

'근데 알고 있어도 놀랍네.'

개구리를 [깊은 눈]으로 확인했을 때.

'몬스터는 정보를 파악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나와서 얼마나 놀랐는 지.

어쩐지 의념으로 들리는 목소리도 자동 응답처럼 비슷한 대사만 나왔던 게 이해가 갔다.

"이 게이트를 클리어하기 위해선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에요, 그리고 김민수 당신의 역할도요."

"저...저요? 갑자기요?"

"아뇨, 원래 그랬어요. 이반의 역할은 단 하나잖아요."

성녀는 기도가 끝나자마자 바로 본격적으로 자기 계획을 설명했다.

일단은 민수에게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였는데, 그녀도 역시 그들을 의식하고 있었다.

"야, 움직이지 마."

난 바로 비실이 쪽을 향해 걸어갔다.

상황은 우리에게 유리한 건 맞으니 최대한 변수를 없애야 했다.

비실이와 흑갸루의 목적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표정만 봐도 지금 상황이 달갑지 않은 게 보인다.

"요즘 애들은 진짜 오냐오냐해주니까 끝을 모르네, 야 너 미쳤냐?"

"유치한 대사 뱉지말고, 그냥 움직이지만 마."

"싫다면?"

"..."

비실이는 나와 김민수를 계속 번갈아 보고 있었다.

흑갸루 쪽은 제압하지 않아도 멜라니가 알아서 커버를 해줄 테고, 그게 아니더라도 그녀는 날 공격하지 못할 터.

따라서 비실이만 완벽하게 견제를 한다면 게이트 클리어는 떼놓은 당상이었다.

'눈빛 봐라.'

아까부터 김민수를 보는 눈동자에 살기가 슬슬 드러나더니, 이젠 숨길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김민수는 지금 성녀가 하는 말을 얌전히 듣느라 굉장히 무방비한 상태였다.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놈이니, 뭐 이해는 간다만.

그래도 살기가 이렇게 풀풀 날리는데 경계도 안 하는 건 너무하지 않냐?

"백태양, 넌 너무... 오만하구나."

"뭐?"

"오만하다고."

짝! 짝!

비실이가 박수를 두 번 치자마자 하늘에 무수히 많은 대검이 생겨난다.

이게 뭐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순식간에 바닥에 꽂히는 검.

수 백 개 정도는 되어 보이는 것들이 오로지 나를 향해 몰려온다.

"누굴 죽여야 할 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죽이지만 않으면 되는 거란 걸 깨달았어."

둘 다 불구로 만들어 주마.

비실이는 본격적으로 행동을 개시했다.

유이는 다행이 교육을 제대로 시켜놔서 내 눈치를 살살 보고 있었다.

"태양 씨! 엄호할게요!"

"역시 내 부인이야."

"이런 상황에서는 좀 진지해져요!"

"알았어."

여러 가지 상황이 동시에 진행 된다.

클리어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 성녀와 김민수.

아무것도 모르지만 일단 가만히 있는 게 이득이라는 걸 알고 있는 트롤 킹.

목적은 모르겠으나 난장판을 만들려는 비실이와 그걸 막으려는 나.

'이게 흐름대로 간다고 판단을 하는 거라고?'

난 왕을 힐끗 바라봤다.

왕은 아무 이상 없다는 듯 어느새 옥좌에 앉아 느긋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왕자들끼리 피바람이 불기 일보 직전인데도 변함없이 느긋한 태도라니.

'뭐 하자는 건지를 모르겠네.'

계속 자신을 신경 쓰지 않고 딴 짓을 하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비실이는 눈을 부라리며 날 노려봤다.

"한눈 팔지마라, 이제부터가 진짜이니."

짝, 짝, 짝.

세 번의 박수와 동시에 생겨나는 커다란 작살 세 개.

트롤 킹도 양꼬치로 만들 법한 사이즈가 모든 걸 꿰뚫으며 나에게 날아온다.

깡!

"대체 목적이 뭐야? 갑자기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네."

"괜찮다, 어차피 평생 불구로 살다 보면 나중에라도 알게 될……"

"저...저는 그런 거 절대!!! 절대!!! 못 해요!!!"

작살을 가볍게 곤봉으로 쳐 내며 비실이한테 돌진하기 직전.

김민수의 비명 같은 외침이 연회장에 울려 퍼졌다.

"...?"

비실이조차 너무 처절한 비명에 박수 치던 걸 멈추고 민수를 바라볼 정도.

나 또한 익숙한 급발진의 향기를 맡으며 민수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민수로 인한 암묵적 휴전이었다.

"하셔야해요."

단호한 성녀의 말과.

"저...저는 진짜로 못 하겠어요 그 방법밖에 없는 건가요? 아니 애초에 이게 그런 스토리가 아니잖아요 성녀님이...! 성녀님이 개구리였어야...!"

이젠 아예 무릎까지 꿇고 애걸복걸하는 김민수.

"슬슬 나 왕국으로 돌아가야 해, 이거 언제 끝나는 거얌?"

마지막으로 민수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해맑게 질문하는 트롤 킹까지.

그야말로 개판 오 분 전이었다.

"...성녀가 클리어 조건을 깨달았던 거구나, 한 발 늦었네."

"뭐야, 넌 뭐 알고 있는 게 있는 거야?"

의미심장한 비실이의 말에 난 다시 시선을 돌렸다.

떡밥을 계속 던지는 새로운 등장인물이라니, 스토리가 어떻게 되려고 진짜.

"더 이상 내가 싸워도 의미가 없다는 건 확실해."

비실이는 거기까지만 말한 뒤 흑갸루와 함께 저 멀리 구석으로 몸을 움직였다.

날뛰던 대검들과 작살들까지 모조리 사라진 걸 보면 믿어 줄 만은 했다.

'멜라니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몰래 저격하고 있어.'

'걱정하지 말고 김민수한테 가보세요.'

'고마워.'

그래도 만약을 위한 보험으로 멜라니와 눈빛을 주고받은 후.

난 곧장 민수가 있는 쪽으로 다가 갔다.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서 가까이 가기 싫었는데, 한 몇 초 전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야...야...태양아, 너...너 서브 스토리 만든 것처럼... 또 다른 거 만들어 주면 안 돼? 뭔가 넌 방법이 있을 거 아냐... 성녀님의 방법은 도저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야."

"하셔야 된다니까요 용사님! 이건 용사님 말고는 못 하는 일이라구요!"

민수는 내가 근처에 오자마자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뻘소리를 시작했다.

성녀는 그런 민수를 보며 한숨인지 비웃음인지 모를 소리를 내뱉었다.

서브 스토리? 다른 거?

"아니 엔딩을 볼 수 있는데 무슨 서브 스토리야. 뭔데 이러는 겁니까?"

"아...그게..."

"성녀님! 아무리 그래도 제가 트롤 킹이랑 키스를 하라뇨! 그...그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

"바로 저거예요."

"키스요?"

내 의아한 시선에 성녀는 설명을 이어 나갔다.

"동화의 기본 중에 기본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사람마다 다 다르지만 게이트는 그걸 해피 엔딩으로 보고 있어요."

"해피 엔딩이요?"

"네, 그러니까... 흔히 나오는 문구 있잖아요. 그렇게 왕자와 공주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런 거요."

"그거랑 김민수가 트롤 킹이랑 키스가...아... 설마?"

"네, 짐작하신 바로 그게 맞아요."

김민수가 경악할 만도 했고, 비실이가 모든 걸 포기할 법도 한 이야기였다.

동화의 기본을 게이트는 해피 엔딩으로 보고 있으며, 보통 동화가 해피 엔딩으로 날 땐ㅡ.

'키스를 하지.'

동화에선 보통 사랑의 결실이 맺어지고 해피 엔딩을 약속하는 순간에 키스한다.

이곳도 게이트지만 어쨌든 동화는 동화.

그렇기에 주요 등장인물들이 키스하면 결말이 완성되는 거나 다름없다는 말이었다.

'초반부터 대뜸 개구리랑 키스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저주가 풀린 공주와 함께 모두가 축복하는 자리에서 키스하는 게 포인트였겠지.'

성녀는 처음부터 이걸 노렸던 거다.

모두가 모이는 장소에, 개구리의 저주가 풀린 상태에서 왕자와 키스하는 것.

이게 성녀가 제시한 해결책이었다.

이 방법대로라면 비실이가 왜 공격을 포기 했는 지도 짐작이 갔다.

키스 한 번이면 클리어가 되는 상황에 힘을 낭비하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 거겠지.

"아냐, 틀렸어요! 아니라구요! 무슨... 무슨 그런... 절대 그런 게 될 리가 없지 않습니까, 백태양 너도 뭐라고 해서 내 편 좀 들어봐! 이게 지금 말이 되냐고! 나 또! 또 키스한다니까! 이번에는 내 의지로 해야 한다고!!!"

"그냥 빨리하면 안 되냐? 나 진짜 백성들을 빨리 보고 싶담."

"너는 그...가만히...조금만 조용히...!"

민수와 트롤 킹의 만담은 무시하고 난 궁금했던 몇 가지를 더 물어 봤다.

"꼭 자의로 해야 하는 겁니까?"

"그건 확실하지 않아요, 판단은 게이트가 하는 거라..."

"그럼 다른 방법도 시도할 만하다는 거네요?"

"할 수만 있다면 그렇죠...? 근데 뭘 하시..."

대답은 들었으니 이제 바로 실행에 옮길 차례.

"어...어? 뭐야! 백태양 이거 놔! 뭐 하는 짓이야!"

김민수의 뒷목을 잡아서 바로 트롤 킹한테 던질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놈의 반항이 만만치 않았다.

'게이트에서 뭘 주워 먹었길래 힘이 쎄진 거야?'

원래 이 정도까진 아니었잖아.

그래도 나한텐 안 되지만.

잠깐 소란이 있었지만 바로 온몸의 힘을 더 끌어모아 양손으로 김민수의 머리채를 단단히 붙잡았다.

"백태양!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성녀가 앞에 있기 때문일까, 꼴불견인 모습을 최대한 덜 보이고 싶어서 저항을 덜하는 김민수.

그 행동이 놈의 운명을 결정했다.

"트롤 킹! 입술 내밀어라!"

"움뫄, 이렇게?"

"그래!"

"하지 마! 하지 말랬다! 진짜 미쳤냐고! 그만둬! 제발! 멈추란 말이야! 안 돼! 안 돼! 다가오지 마! 하지 마! 끄아아아아아아아!!!!!!!!"

발악하는 민수와 입술을 쭉 내민 트롤 킹의 입술 사이가 점점 가까워진다.

시멘트 바닥을 거칠게 간 것 같은 트롤의 입술.

그녀는 내가 민수를 들이대자마자 바로 민수를 낚아채며 혀를 날름 거렸다.

"우리 되게 인연인가 보다, 일단은 뽀뽀 쭈아아아아아압!"

"끄아아아아아아!!!"

"해피 엔딩을 위해 희생해라 김민수."

민수의 비명을 뒤로하고 모두의 앞에.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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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

S급 게이트 고전명작[개구리 공주]를 클리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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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어 메시지가 나타났다.

작전 대성공이었다.

"끄아아아아! 하지 마! 더! 더 하지 말라고 게이트 클리어했으면 됐잖아!"

"어머, 난 가만히 있다가 여기 불려왔는데... 계산이 안 맞잖아, 이런 거라도 즐겨야짐. 뽀뽀 쪼오오오옥!"

민수의 절규는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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