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0화 〉 인터넷 질문글로 봤을 때도 짐작 했던 거지만 이건 상상 그 이상으로 찌질한 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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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역할은 셋째 왕자의 부인 [바실리사]입니다.
이는 고정 역할로 당신의 성향과 관계 없습니다.
[바실리사]는 저주에 걸려 개구리가 되는 인물입니다.
저주를 해결하고 해피 엔딩으로 게이트를 클리어하세요!
셋째 왕자 [이반]과 함께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며 엔딩을 맞이할 시 더 큰 보상이 주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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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는 개구리가 된 자기 모습을 물가에 비춰 보며 생각에 잠겼다.
'고정 역할이라.'
성향과 관계없이 역할 수행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
게이트가 고정 역할을 지정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
꼭 '보고 싶은 엔딩'이 있을 때만 직접 역할을 고정 한다고 들었는데.
'뭔가 원하는 게 있는 건가?'
성녀와 용사의 해피 엔딩 같은 거라도 보고 싶은걸까.
셋째 왕자의 부인이 성녀라면 셋째 왕자는 당연히 용사일 게 분명했다.
"뭐...그런 엔딩을 보여 줄 생각은 없지만, 큐어."
[큐어 발동! 몸에 걸려 있는 모든 저주가 해제 됩니다!]
옛날 동요처럼 앞다리가 쑥, 뒷다리가 쑥쑥 자라나며 개구리의 모습이 사라져간다.
S급 게이트가 직접 건 저주도 성녀의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이런 고등급 게이트 속에 들어온 게 한두 번도 아니고, 그녀는 프로 중에 프로였다.
"꺅! 왜 알몸이야?!"
저주가 풀리자마자 물가에 비친 모습을 보고 성녀는 경악했다.
대체 무슨 상황을 바라길래 인간의 모습이 알몸 상태란 말인가?
하마터면 용사한테 알몸을 보여 줄 뻔했다.
성녀가 급히 주변을 둘러보며 뭐 걸칠 게 없나 찾는 그때.
게이트 메시지가 시야를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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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왕자의 부인 [바실리사]가 저주를 풀어 엔딩에 도달%@!%_*
저주를 해제한 수단이 고전명작[개구리 공주] 내부의 해결법이 아니라고 판단.
셋째 왕자의 부인 [바실리사]의 역할을 박탈합니다.
역할이 박탈 됐기 때문에 이번 게이트에서 당신은 직접 게이트에 관여할 수 없습니다.
단 엔딩이 가까워졌을 때혹은 엔딩을 낼 수 있는 순간이라면 단 한 번, 직접적인 참여가 가능해집니다.
대체자를 탐색합니다.
역할 탐색 중……
셋째 왕자 [이반] 역할을 맡은 김민수와 관계도가 높은 사람을 우선으로 설정합니다.
현재 게이트 내에서 김민수와 관계도가 높은 사람은 모두 역할이 배정 받은 상태입니다.
탐색 범위를 넓힙니다.
게이트 외부 탐색 중……
게이트 외부에서 강제로 다른 게이트와 연결된 통로를 발견.
C급 게이트 [트롤 왕국]에서 탐색 중……
!
[트롤 왕국]에서 김민수와 가장 높은 관계를 지닌 생명체를 발견.
트롤 킹 아만다가 먼데와 셋째 왕자의 부인 [바실리사]의 적합도 70% 이상.
성녀보다 높은 수치인 걸 확인.
트롤 킹 아만다가 먼데를 셋째 왕자의 부인 [바실리사]로 역할 고정.
C급 게이트의 몬스터가 S급 게이트에 들어올 경우 죽을 수도 있다고 판단.
아만다가 먼데의 수준을 S급으로 격상 시킵니다.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소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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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메시지를 다 읽자마자 하늘에서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
엄청난 먼지바람이 주변을 휘몰아치며 단 하나의 존재감을 알린다.
"여...여기는 어디냐! 오...오 뭐냐...! 몸이 작아진담...!"
트롤 킹 아만다가 먼데.
방금 일으켰던 먼지바람이 무색하게 그녀의 몸은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성녀는 순식간에 상황 파악을 끝냈다.
"우리 초면 아니죠? 상황이 급하니까 빨리 말할게요."
"후후, 천천히 말해도 돼, 트롤 킹은 기다릴 줄 아는 트롤이담."
"어 일단... 당신은 개구리가 되는 중이에요."
"뭐? 개구리? 안 돼! 나 할 게 얼마나 많은뎀...!"
트롤은 경악 했고 성녀는 그럴 수 있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침착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완전히 되는 게 아니고 일시적이니까 걱정 말아요, 개구리가 되면……"
성녀는 모든 걸 세세하게 설명했다.
개구리가 됐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부터 돌아갈 수 있는 방법.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곁에서 계속 도와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까지.
"그리고 개구리가 되도 아마 말은 할 수 있을 텐데...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냥 개굴개굴만 하시면 돼요."
개구리 울음소리 알죠?
성녀의 말에 아만다가 먼데는 그저 고개를 끄덕거리며 점점 개구리로 변하는 자기 신체를 내려다봤다.
뿅! 뿅! 하면서 신체의 일부분이 개구리로 변하는 건 나름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 인간은 할 줄 아는 게 많구남.'
개구리 울음소리를 낼 때마다 자기 목소리를 녹음해서 자동 응답 기능을 설정하는 것도 그렇고.
기척까지 완벽하게 죽이며 은신을 하는 능력, 이 모든 건 다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특히 자동 응답 대사가 아주 마음에 든담.'
그럴게요와 그럼요, 제가 아니면 누구겠어요? 라는 대사.
웬만한 상황에서 두루두루 써먹을 수 있는 응답 메시지가 두 개나 있었다니.
트롤 킹은 하나 배웠다는 눈빛으로 성녀를 바라봤다.
"나중에 저주가 다 풀릴 때 다 도와 드릴 테니까 아무 걱정도 하지 마세요. 웬만한 건 제가 다 의념으로 도와 드릴 수 있으니 당황하지 마시구요, 알겠죠?"
"알겠어, 나 너 믿어볼겜."
뿅!
대답이 끝나자마자 트롤 킹은 개구리로 변했고, 약속이라도 한 듯 그 즉시 화살이 날아와 늪지대 근처에 떨어졌다.
'그럼 이제 구경해볼까.'
팝콘이 없는 게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이때부터 성녀는 본격적으로 철저하게 관객의 처지에서 김민수를 지켜봤다.
그가 화살을 밟고 있는 개구리를 의심하지 않고 품에 소중하게 넣을 때 웃음을 참느라어찌나 힘들었는지.
'그냥 왕자 옷 입고 있는 것만 봐도 웃기네.'
가장 화려하게 입었지만 어울리지 않아서 괴기해 보이는 동화 주인공이라니.
"난... 스토리를 알고 있으니까 금방 제가 풀어드릴게요 성녀님."
중간에 충격적인 말을 듣고 놀라서 급하게 입을 틀어 막은 적도 있었다.
내용을 알고 있다면 바로 동료들에게 상의해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
아무리 컨셉형 게이트라지만 S급은 S급.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데 저런 정보를 독식하려고 하다니.
인터넷 질문글로 봤을 때도 짐작 했던 거지만 이건 상상 그 이상으로 찌질한 놈이었다.
찌질? 아니 그건 귀엽기라도 하지 이 정도면ㅡ.
'아니 섣불리 판단하지 말자.'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성녀님, 제가 반드시 저주에서... 벗어나게 해드리겠습니다. 다른 놈들은... 아니, 동료들한텐 차마 말하지 못 했지만... 어쨌든 이건 제힘으로 해결해야 하는 스토리 같으니까요."
개굴개굴
그럴게요
아, 그냥 멍청한 거구나.
확실히 게이트 클리어 경험이 적은 게 티가 많이 났다.
이런 상황엔 정보를 모두 공유해서 빠르게 클리어를 하는 걸 우선해야 하는 건데.
'뭐 이런 부분은 차차 알려주면 되는 거니까.'
생각이 사악하지만 않으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모자란 건 채워주면 되니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확실히 백태양... 보통이 아니네.'
성녀는 모든 상황을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바라보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백태양이 처음 들어온 게이트에서 자신의 힘으로 서브 스토리를 개척해나갈 때.
솔직히 굉장히 놀랐다.
'고작 이게 1학년 생도라고?'
하는 짓만 봐선 10년차 1급 헌터였다.
'이번 기회로 알아가는 게 많네.'
아마 합동 교육이 일반적으로 진행 됐다면 백태양의 진면목을 단 하나도 알아차리지 못 했을 거다.
S급 게이트에서도 이 정도로 침착한 모습을 보이는데, C급 게이트에서 뭘 파악한다?
그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쟤넨 어떻게 게이트에 들어온 거지?'
비실이와 흑갸루를 처음 보자마자 든 의문이었다.
이 게이트는 평범한 게이트가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열린 S급 게이트였다면 불법적인 루트로 올 수 있다지만.
게이트 내부에서 또 다른 게이트로 전송이 된 정말 특이한 경우가 아니던가.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게 확실해.'
바엘슨이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어금니를 꽉 깨물며 인내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매일 바엘슨이 있는 곳에 방문해서 치료하는 것뿐.
그게 너무 분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성녀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이야기를 완벽하게 엔딩을 내고 게이트를 클리어할 순간을 말이다.
그렇게 인내를 한 보답이라도 받은 걸까.
개굴개굴.
'고마워요, 이제 조금만 더 참으면 돼요.'
왕이 부인들을 불러 같이 잔치하자고 하는 당일.
성녀는 직감했다.
'오늘 개구리의 저주가 풀리는 날이다.'
천둥이 치고 마차가 등장하며 개구리가 내린다.
그리고 드디어 고대하던 순간이 찾아왔다.
"너...넌 누구야?!"
김민수가 경악하고.
"으아아아아악! 괴물! 괴물이다!"
"다들 진정해라! 공주와 왕비를 우선으로 호위해라!"
왕궁이 벌벌 떨며.
"....?"
둘째 왕자가 눈치를 볼 때.
"제가 모두 설명해드릴 수 있습니다."
성녀는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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