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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여친쩔더라-166화 (166/325)

〈 166화 〉 흑갸루면 보지도 태닝 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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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모모하라 유이

[신체] 키 : 163cm / 몸무게 : 58kg

[설명] %@의 회원 중 한 명으로 미인계와 잠입, 첩보 활동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의 회원들과 모두 사이가 좋으며 두루두루 인기가 많은 인싸 스타일이다.

남몰래 그녀를 흠모하는 자들도 많다.

어렸을 때부터 흑갸루를 동경해왔기 때문에 태닝에 아주 진심이다.

매일매일 태닝을 해왔으며 이젠 하지 않아도 피부색이 변하지 않을 정도.

내기를 좋아하며 승부욕이 강하다.

처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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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문장이 핵심이네.'

나머지는 그렇게 쓸모 있는 정보가 아니었다.

어느 그룹의 회원이라는 건 알겠는데, 지금 알아내지도 못할 정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애초에 그들이 어느 세력의 소속이란 건 어제 멜라니와 대화하며 알아낸 지 오래였다.

무슨 소속인지 정확히 알지 못 하는 순간 의미가 없었다.

'여기서 이제 뭘 하냐인데.'

딱하루.

퀘스트로 인해 외적인 방해 없이 그녀를 공식적으로 독차지할 수 있는 시간.

그동안 그녀한테서 얻을 수 있는 게 뭔지에 대해 생각했다.

'뭐.. 일단 꼬시고 나서 생각해야 하나?'

이 생각을 그녀도 똑같이 하고 있다는 게 눈빛에서부터 느껴졌다.

사람을 아주 꼬시려고 작정한 듯 날 보자마자 윙크를 했으니, 말 다 한 거겠지.

'처녀가 뭘 많이 해 보긴 했나보네.'

성 경험도 없는데, 어디서 책이라도 열심히 읽었는지 사람 하나는 정확하게 볼 줄 알았다.

내가 내성적인 편이었다면 초면에 윙크 같은 건 하지도 않았을 터.

그녀는 내 성격을 대략 판단한 거다.

그래 봤자 처녀지만.

"안녕, 첫째 왕자님?"

"딱딱하게 그런 거 말고 이름으로 부를까요? 저는 백태양이라고 합니다."

"그래? 나는 모모하라 유이."

그녀는 처녀빗치인 '척'하는 게 티가 너무 났다.

일부러 가슴골이 드러나는 크롭티를 입고 짧은 치마를 살랑거려도.

본성은 숨길 수 없었다.

'엄청 부끄러워하네.'

다른 애들은 이런걸 모르나? 어떻게 이런 여자가 미인계를 담당할 수 있는 거지.

크롭티를 입고서 허리를 빳빳하게 세워 배꼽을 내놓은 게 아닌 살짝 뒤로 물러난 자세.

그냥 딱 봐도 불편해 보인다는 신호나 마찬가지였다.

노출도가 높은 옷을 막상 입었는데, 당당하게 몸을 내미는 게 불가능할 정도의 숫기.

그러면서 무슨 사람을 꼬신다고.

"이제 우리 뭐 할 거야? 단둘이잖아. 응? 나 무슨 여자인지 파악해 보겠다며."

"그러게요, 뭘 해야 할 지... 모호하네요."

"왜? 나 같은 미인이랑 있으니까 부끄러워서 그래? 우리 첫째 왕자님 귀엽네."

빈틈을 보이자마자 바로 들어오는 모모하라 유이.

그녀의 눈엔 '너 정도는 내가 그냥 꼬시지'라는 감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퀘스트 메시지로도 이미 '알파메일'로 판명이 난 나를 가지고 놀 생각하다니.

'얼마나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거야.'

그 자신감 덕분에 그녀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파악됐다.

'얘도 어쩌면 김민수 맞춤 히로인 아냐?'

찐따남한테 적극적인 흑갸루라니.

라노벨에서 흔히 나오는 오타쿠x갸루 국밥 조합이 자연스레 연상 됐다.

연애 경험 많은 척하는 갸루가 막 오타쿠를 농락하다가 야시꾸리한 상황이 되면 부끄러워하는 뭐 그런, 뻔한 이야기.

'난 백태양인데 말이지.'

'김민수'가 상대방이었다면 제대로 진행 됐을 스토리.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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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하라 유이.

그녀는 이 데이트에 큰 자신감이 있었다.

'카리스가 너무 쓸데없는 걱정을 한 거라니까.'

게이트가 알파메일로 수식하면 뭐 어쩌란 말인가.

고작 그런 수식어로 벌벌 떠는 동료가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강함을 나타내는 수식어도 아니고 성적인 의미 쪽의 표현에 왜 겁을 먹지?

'일인 군단, 초인, 학살자 같은 것도 아니고 알파메일.'

웃음이 다 나왔다.

애초에 꼬시는 것도 상대방의 의도를 모를 때나 효과가 있는 거지.

둘 다 서로의 목적을 명확하게 알고 있는데 넘어가는 건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조금 갖고 놀아볼까.'

그렇기에 유이는 적극적으로 백태양을 꼬시기로 마음먹었다.

자기가 여자를 뭐 알아보고, 판단하려고 데이트 하겠다는 말을 한 걸 후회할 정도로.

'생각보다 맹물이네?'

백태양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유이는 계속 추파를 날렸다.

짧은 치마와 가슴골을 다 보여주는 옷부터 시작해서 윙크까지.

크롭티는 노출면적이 너무 많아서 부끄럽긴 했지만, 이 정돈 참을 수 있었다.

남자들은 이런 거 좋아하니까.

'얜 근데 무슨... 돌 보듯이 하네.'

근데 그것도 잠시.

백태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첫째 왕자는 어수룩한 모습을 많이 보였다.

"아, 우리 말 편하게 할까? 이런 것까지 딱딱하게 역할을 따라갈 필요 없잖아, 그치?"

"아.. 저는 그... 차차 익숙해지면 그럴게요."

가볍게 팔짱을 끼었을 뿐인데 바로 고개를 돌려 하늘을 쳐다보는 꼴부터.

"나 배고픈데, 태양쨩은 뭐 먹고 싶어?"

"어...아...그...저는 유이...씨 머,먹고 싶은 거요."

가슴 좀 비볐다고 말을 더듬는 것까지.

아주 그냥 호구나 다름없었다.

'카리스 멍청이, 이렇게 쉬운 애한테 뭐 그렇게 겁을 먹은 건지 원.'

밥을 먹기 위해 식탁으로 들어간 후, 마주 보고 앉은 식탁.

그곳에서 유이는 백태양을 마음껏 농락했다.

수저를 세팅할 때 일부러 손이 닿거나, 실수인 척 발을 뻗어서 놈의 종아리를 살살 쓰다듬는다던가.

가슴을 아예 대놓고 식탁 위에 턱 올려 두는 등.

백태양은 그럴 때마다 아예 맥도 못 추리고 고개만 바닥에 숙였다.

그야말로 동정의 표본 같은 모습이었다.

'알파메일은 무슨.'

카리스와 같이 있을 땐 청산유수처럼 잘도 말하더니.

여자랑 단둘이 있다는 걸 의식하자마자 꿀 먹은 벙어리로 변한 백태양.

유이는 이런 남자를 한두 번 상대해 본 게 아니었다.

'그냥 게이트가 잠재력을 평가한 것뿐이겠지.'

게이트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진실을 다 말해주는 것도 아니었다.

아마도 백태양, 이 쑥맥동정이 '알파메일' 수식어가 붙었다는 건 그럴 잠재성이 있다는 이야기겠지.

지금은 그저 내 장난감조차 되지 못할 수준이었다.

"아 이런 흘렸네... 닦아줄래?"

이제부터 제대로 시작해볼까.

유이는 일부러 가슴께에 스튜를 흘린 뒤 백태양을 빤히 바라봤다.

"제...제가요?"

"응 빨리 닦아줘, 나 지금 양손 못 쓰잖아."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녀가 판단한 백태양은 순진할 정도로 멍청한 쑥맥이었다.

'나이는 스물... 빅토리 아카데미... 여기는 뭐 대부분 다 아는 정보고... 그래도 물어보면 다 말한다니 너무 웃기고 귀엽네.'

물론 자기 스킬이라던가 현재 같이 있는 멤버의 정보 같은 건 아직 말하지 않았지만.

그것도 결국엔 시간문제였다.

개구리를 가열하듯이 아주 천천히 뜨겁게 해서 자기가 삶아지고 있다는 것도 모르게 하면ㅡ.

"아흐...응...! 자...잠 거기...!"

"아...헉... 죄송합니다!"

그렇게 백태양을 어떻게 요리하고 있을지를 궁리하고 있을 때.

정말로 '우연히' 백태양의 손가락이 유이의 유두까지 닿았다.

'하필이면...!'

유두가 성감대여서 신음이 튀어나와 버렸다.

이런 부분까지 완벽하게 컨트롤을 했어야 됐는데.

방금 신음으로 관계가 다시 어색해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어... 밥은 얼추 다 먹은 것 같으니 일어...날까?"

"벌써요? 저는 어...네네."

이제야 내 가슴을 보는구나.

만지기까지 했으니 이제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는 거지.

한 번 만지고 나서 쑥맥동정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 만날 때만 해도 팔짱을 끼면 못 움직일 수준은 아니었다.

근데 이젠 아예 몸이 딱딱하게 굳어서 걷는 게 무슨 로봇 같았다.

"왜 이렇게 못 걸어? 태양쨩 힘들어? 다이죠부?"

"어 아... 아뇨 그 긴장돼서... 전 괜찮습니다!"

"그렇게 큰 소리 내서 말할 필요 없어, 어차피 가까이 있으니까 다 들린다구?"

귓가에 속삭이자마자 다리 힘이 풀리는 쑥맥동정 백태양.

유이는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환하게 웃었다.

'무력을 쓸 필요도 없겠네.'

바로 뇌살시켜 주겠어.

"힘들어 보이는데 우리 잠깐 여관에서 쉬고 데이트 마저 진행할까?"

"여...여관이요?!"

"응 우리, 정말 아무것도 안 하니까 괜찮잖아 그치?"

"어...어...아 그렇죠...!"

여관이 호랑이굴로 들어가는 지도 모르고 마냥 좋다고 웃다니.

남자란 얼마나 멍청한 생물이란 말인가.

'누나 매력에 흠뻑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 하게 만들어 줄게.'

여관으로 걸어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왜 그렇게 가벼웠는지.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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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갸루면 보지도 태닝 했냐?"

"으...응?"

왜 이렇게 됐지?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유이는 지금 일어나는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니다, 내가 보면 될 일이니까 가만히 있어."

"자...잠깐, 태양아? 이게 어? 아니 지금 무슨..."

"뭐가 무슨이야, 네가 니 입으로 말했잖아, 하자며?"

"그...그건...아니 일단 잠시만... 잠시만...! 벗기지마아...!"

그걸 진심으로 받는 놈이 아니있어!

그리고 너 이미지가 갑자기 바뀌었잖아, 대체 뭐야?

유이는 백태양에게 묻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여관에 들어오자마자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180도 달라지는 거야.

"잠시만은 무슨, 눕기나 해."

"꺅! 아니 거기... 아... 안 돼...! 아무한테도... 안 보여줬는데에...!"

"오 보지는 색깔이 그대로네."

나한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천천히 해줄게, 괜찮지 유이쨩?"

냄비의 가열이 끝나서 거의 다 삶아진 개구리처럼.

유이는 살면서 처음 겪는 일에 입으로만 반항할 뿐, 거칠게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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