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니여친쩔더라-159화 (159/325)

〈 159화 〉 트롤 킹 아만다가 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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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급 게이트 트롤 왕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트롤은 예전부터 배타적이고 호전적인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지성체로 알려져 있습니다.

무리 생활을 주로 하며 엄청난 재생 능력과 파괴적인 체격과 신체 능력으로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합니다.

또한도구를 다룰 줄 알기 때문에 상당히 난이도 있는 전투가 예상 됩니다.

그 외의 특징으로는 트롤은 암컷의 권위가 하늘을 찌르다 못해 왕국을 지배할 정도이며.

때문에 트롤 왕국의 킹은 수컷이 아닌 암컷이라는 것과 암컷이 현재 발정기라는 점이 있습니다.

단순한 목표인 만큼 어려운 목적!

힘내세요!

클리어 조건 :: 트롤 킹 처치 (0/1)

실패 시 페널티 :: 게이트 웨이브

제한 시간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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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에 처음 들어왔을 때 우릴 가장 먼저 맞이해준 건 게이트 메시지였다.

근데 한 가지 의외인 건 난이도가 여전히 C급이었다는 점이었다.

클리어 조건부터 제한 시간까지.

전부 다 김석구가 설명해 준 C급 게이트 특징들 뿐이었다.

즉 그 어떠한 조작도 없다는 소리.

'안뚱땡이 개수작을 안 부렸다고?'

당연히 김민수가 있고 멜라니와 성녀가 있으니까 안뚱땡이 무슨 수작을 부렸을 거로 생각했는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다니.

"다들 뭐 어디 다치거나 그런 건 없지?"

"네 저는 괜찮아요."

"저도 괜찮습니다. 태양 씨"

"백태양! 성녀님은 내가 여쭤볼 예정이니까 그렇게 말하지 말..."

"하하하, 저도 괜찮답니다."

심지어 일행도 전부 다 멀쩡했다.

'돈키호테 때처럼 난이도를 조작하지도 않고... 춘향전처럼 인원을 찢어놓지도 않았다라...'

이런 기회를 활용하지 않는다고?

일부러 조까지 드림팀으로 설정해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심리를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아니지, 일어나지 않는 일 걱정할 필요 없어.'

안뚱땡이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면 해야 할 건 딱 하나.

게이트 클리어에만 집중하는 것 말고는 없었다.

"근데 확실히 엄청 크긴 크네요."

"그러게."

멜라니는 화기를 사용해 저격총으로 트롤 왕국을 관찰하고 있었다.

근데 크게 관찰할 것도 없는 게 트롤 왕국은 거대해도 너무 거대했다.

'걸리버 여행기도 아니고 무슨.'

아파트 5층 높이 정도 크기의 사람들이 집을 짓고 산다면 저런 느낌일까.

성문은 세상 그 어떤 장벽보다 단단해 보였고, 그 옆에 탄탄하게 쌓인 벽돌들은 크기 하나가 다 건장한 성인만 했다.

대놓고 그냥 다윗과 골리앗, 걸리버 여행기 소설 속으로 들어온 기분.

"난이도는 C급이지만 풍기는 기세만 봤을 땐 S급 못지않은 것 같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특대 무기를 더 챙길 걸 그랬군요. 제 불찰입니다."

"그런 말하지 말아요 바엘슨. 누가 게이트 안의 모든 걸 파악하고 준비할 수 있겠나요?"

"후후, 성녀님 저는 무기를 크게 키울 수도 있습니다. 미리 파악을 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거죠."

"어머, 용사님 그냥 대화에 아주 확 들어오시는 실력이 장난 아닌데요?"

"우헤헤 기본입니다."

나와 멜라니는 정찰.

나머지는 장비 정비.

이렇게 딱딱 완벽한 분업이 나눠져야 했으나 김민수가 하나 꼈다는 이유로 한쪽에 차질이 많이 생겼다.

뭐만 하면 성녀한테 개처럼 칭찬을 해 달라고 쪼르르 달려가는 꼴이라니.

저걸 그냥 가만히 보면서 박수를 쳐주는 성녀가 더 신기하게 보일지경이다.

바엘슨도 딱히 거부감이 없는 듯.

그냥 김민수가 열심히 나대면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고 있었다.

게이트 내부 분위기가 무조건 엄중하다거나 무거워야 한다는 법칙은 없었다.

그러나.

"야 넌 무슨 소풍 왔냐?"

게이트와 관련 없는 허세와 오두방정으로 흐름을 깬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좋게 좋게 넘어가려 했는데 꼭 일을 만드는 구나.

결국 참다못한 내가 한마디를 하려는 그 순간.

"태양 씨! 위요!"

멜라니의 목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거대한 물체가 우리 쪽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저...저게 뭐야...!"

"헛소리 하지 말고 막아!"

[로시난테 소환! 폭주 운전 하세요!]

히이이이이이잉!!!

얼 타는 민수를 뒤로하고 바엘슨과 나는 곧장 거대한 물체를 향해 뛰어들었다.

바엘슨은 바로 메인 스킬을 발동 시켰는 지 몸집이 두 배 정도 커진 상태였다.

난 로시난테를 도움닫기 삼아서 고속으로 접근을 시도했다.

로시난테를 소환 시켜서 도움닫기로 높게 뛰고 다시 역 소환.

그 후 다시 소환해서 도움닫기를 새로운 고점에서 만드는 방식이었다.

'하늘을 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공중 이동이 인권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아무튼, 그렇게 바엘슨보다 빠르게 거대한 물체의 근처까지 다가갔을 때.

난 목격할 수 있었다.

"어머머, 넌 너무 못생겼어, 내 스탈 아니니까 꺼지렴~"

"...뭐?"

탄탄한 구릿빛 피부.

전신의 근육이 터질 듯 온몸을 가득 채운 압도적인 체구.

오랑우탄과 고릴라 그리고 인간을 적절하게 섞어서 나온 못생기고 흉악한 얼굴.

바위도 씹어먹을 것 같은 송곳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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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 킹! 아만다가 먼데가 강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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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 킹의 등장이었다.

'이게 무슨.'

소개팅에 나갔을 때 흔히 말하는 '폭탄'을 압축한 느낌.

근데 문제는 그게 아파트 7층 높이 만하다는 것과 근육이 무슨 헤비급 보디빌더 보다 더 좋다는 거였다.

가장 최악인 건 몬스터 가죽을 뜯어서 만든 원피스 치마와 머리에 단 리본이었다.

"꺼지라궁! 내 말 안 들리니~?"

빡!

내가 트롤 킹을 보며 안구가 썩고 있는 사이.

아만다가 먼데는 바로 왼손에 들고 있는 몽둥이를 휘둘러 날 땅바닥에 처박았다.

"태양 씨!"

"뭐야 백태양! 무슨 일인데!"

"바엘슨! 트롤 킹이야! 맞서면 안 돼!"

저게 C급 게이트 보스 몬스터 수준이라고?

'절대 말도 안 된다.'

돈키호테보다 압도적으로 강력한 일격에 몸이 아직도 저릿했다.

외모 때문에 대응을 못 했다는 건 핑계였고 아만다가 먼데의 공격 속도는 말이 안 됐었다.

시간을 쪼개서 공격했다고 해도 믿을 정도.

"음...너도 내 스탈이 아니얌~ 사실 니네를 만나러 온 게 아니니까 말이징!"

"크아아아악!"

쾅!

난 그나마 들고 있는 곤봉으로 피해를 흘렸기에 망정이지.

바엘슨은 그대로 아만다가 먼데의 몽둥이에 정타를 허용 했는지.

곧바로 전투 불능 상태에 빠져 버렸다.

성녀의 즉각적인 힐과 베리어.

멜라니의 지원사격.

그 모든 걸 의미 없게 만드는 압도적인 위엄.

"... C급 수준이...아닙니다...일단은 도망을..."

바엘슨은 이성의 끈을 놓기 직전 마지막으로 말을 내뱉었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걱정 하지마! 내가 있으니까!"

상황은 순식간에 악화 됐다.

C급 게이트이기에 쉽게 깰 수 있을 거라는.

모두의 무의식에 깊게 자리 잡은 방심이 낳은 최악의 결과였다.

'바엘슨은 리타이어... 멜라니와 성녀는 접전 중...인데...의미가 있나?'

압도적인 물리력 앞에 모든 건 무의미했다.

쿵.

결국 트롤 킹이 하늘에서 착지할 때까지 유의미한결과를 남기지 못한 지금.

난 마족화를 발동할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클리어 조건이 눈앞에 등장하면 좋지 뭐.'

좋게 생각하자면 초고속 클리어를 위한 지름길이 생긴 거였다.

나와 멜라니 그리고 성녀는 눈빛을 교환하며 합공을 준비했고.

"나! 다크니스 워리어가 널 용서치 않겠...쿠헥...!"

민수는 홀로 트롤 킹에게 달려가다가 그녀의 손짓에 바로 근처에 있던 바위에 처박혔다.

"어머머, 이런 이런 내가 너무 과했나. 뭐 괜찮겠지, 그게 '권리'니까."

트롤 킹이 한 마디 뱉을 때마다 주변에 있는 숲이 흔들리고 공기가 떨린다.

우악스럽게 큰 발은 고인돌 같았고 손은 무슨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다.

'지성체라는 게 이 정도였어?'

대화가 가능하고 먼저 이렇게 찾아올 정도라니.

쿵 쿵 쿵 쿵 쿵

그녀는 순식간에 김민수가 처박힌 바위에 다가가 민수를 집어 들었다.

바위에 어찌나 깊게 처박았는 지 민수를 집어 들 때 바위가 딸려갈 정도였다.

[마족화 발동! 탐욕의 뿌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주인공이 죽으면 퀘스트도 끝.

난 바로 김민수를 구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아무리 강해봤자 C급이야.'

시간을 끌면 불리할 것 같다는 생각에 바로 트롤 킹의 발목부터 박살을 내려는 그 순간.

"으음 역시 딱 내 스탈이네, 찾았다 내 사랑 우선 도장부터 찍기 위해서 뽀뽀 쪼오오오오옥~~"

"으아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아아아악! 제발! 제발 하지 마! 다가오지 말라고! 그만둬! 나 죽을 거야! 죽여 버릴 거라고! 내 퍼스트 키스가아아아아아아!!!!!!!!!!!!!!!!!"

우린 볼 수 있었다.

트롤 킹 아만다가 먼데의 입술이 쭉 뻗어 나오는 광경을.

그리고 그 뻗어 나온 입술이 촉수라도 되는 것처럼 김민수의 얼굴을 뒤덮는 모습을.

"...제가 지금 뭘 보는 거죠?"

너무 충격적인 현장에 멜라니는 입을 떡 벌렸고.

"카메라...카메라를 가져 왔어야...아니지...게이트 안이라서 안 되는 구나... 신성력은... 녹화 같은 거 못 하나...? 쓸모가 없네..."

성녀는 신성 혐오를 했으며.

"...이게 뭔 개 같은 경우야."

난 마족화를 풀고 그냥 가만히 상황을 지켜봤다.

"한 번으론 안 되니까 세 번 연속 도장 쪽쪽 쪼오오오오오옥!"

"구해 줘! 백태양! 멜라니! 바엘슨! 성녀님! 제발 구해........끄아아아아아악!!!!!!! 다가오지 마!!!!!!! 하지 마아아!!!!!!!!!!!!!"

뽀뽀를 한 번 할 때마다 무슨 흡입 되듯이 김민수의 얼굴이 그녀(?)의 입술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배경음은 민수의 비명.

장르는 트롤의 사랑.

또 말도 안 되는 게이트 속에 들어온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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