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3화 〉 역시 내가 만들었지만 최고의 주인공이야.
* * *
교류회가 시작 되기 전.
김민수와 안뚱땡은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모으고 있었다.
"임팩트가 필요해."
"임팩트요?"
"그래, 임팩트."
김민수의 집.
안뚱땡과 민수는 탁자 위에 커다란 종이를 펼치고 마인드맵 형식으로 계획을 짜고 있었다.
"넌 지금 결석까지 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미지가 좀 안 좋아졌을 거야. 아무리 용사라지만... 그래도 빅토리 아카데미랑 루베니아 아카데미가 합동 교육하는 날인데..."
"루베니아 성국 아닌가요?"
"그 성국의 아카데미 이름도 루베니아야. 그냥 딱 알아 들어 이런 건."
왜 이상한 데에 태클을 거는 거야.
안뚱땡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계획표를 마저 작성해 나갔다.
우선 가장 중요한 건 민심을 다시 끌어 올리는 거였다.
'급발진해서 복도에서 싸움질이나 하고 합동 교육은 첫날부터 빠지고...'
그동안은 주인공 지분이 100% 였기 때문에 무슨 짓거리를 해도 다 좋게 넘어갔지만, 이젠 아니었다.
자칫하면 정학 같은 징계를 당장 먹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 60%의 주인공 지분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미지 회복이 금방 된다는 것.
"뭔가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해... 점심시간이 끝날 때쯤이면 교류회가 진행될 테니까... 거기서 분명 백태양과 루베니아 측의 실력자들이 붙을 거란 말이지."
"그럼 거기서 제가 나가면 되는 건가요?"
"그래, 근데 단순히 루베니아 측 실력자들을 이기는 것만으로는 뭐가 안 될 텐데..."
"그럼 백태양을 이기면요?"
"백태양을?"
진심인가?
안뚱땡은 지금 자기 얼굴이 김민수에게 어떻게 보일지 걱정이 굉장히 많됐다.
흔들리는 동공이라던가 떨리는 볼살이라던가, 불안 해 하고 있다는 증거가 눈에 보이면 안 될 텐데.
그도 그럴게 김민수와 백태양의 전적은 처참하다못해 절망적인 수준이었다.
전패.
단 한 번의 승리도, 승기도 얻지 못한 완벽한 수준 차이.
그렇게 져놓고 아직 멘탈을 유지하며 다시 또 싸울 생각한다는 건 대단하긴 하지만.
정신론으로 모든 걸 이겨 낼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이긴다면 좋긴 하겠지.'
근데 지금은 못 이겨.
'유니콘 각성을 한 상태여도... 백태양은 마족화가 있을 테고...가 아니지.'
왜 난 민수를 믿지 못 하는 거지?
내가 만든 주인공이잖아.
안뚱땡은 최대한눈을 크게 뜨며 진지한 눈으로 민수를 바라봤다.
정말할 수 있냐는 의문과 너라면 할 수 있다는 신뢰를 굳은 담은 눈동자.
김민수 또한 그에 반응하여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무슨 생각하는 지 알겠지만 이번만큼은 믿어보세요. 제가 반드시 백태양 그놈을 혼꾸녕을 내주고 성녀님을 독차지할 테니까요."
"그래... 많은 계획은 필요 없던 거야. 그거면 되는 거지."
역시 내가 만들었지만 최고의 주인공이야.
이런 게 바로 용사의 자격이지.
'백태양 그놈은 이런걸 상상할 수도 없겠지.'
안뚱땡은 김민수의 어깨를 두어 번 정도 두드리고 먼저 자리에서 벗어났다.
임팩트라는 말 한마디로 바로 획기적인 계획을 떠올린 내 소설의 주인공 김민수.
주인공이 결정 했는데 여태까지 계획한 것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어차피 보험도 있으니까.'
하지만 안뚱땡이 미처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딱 하나 있었다.
백태양이 김민수와 같은 상상을 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는.
그가 민수보다 못 났거나 하기 때문이 아닌.
김민수 같은 상황을 만들지 않을 만큼 유능하기 때문이란 걸.
그는 끝까지 자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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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혁은 매우 뛰어난 인재다.
빅토리 아카데미 엘리트 코스라고 불리는 1학년 선도부 > 2학년 학생회 > 3학년 학생 부회장 > 4학년 학생회장 루트를 밟았으며.
뿐만 아니라 실습이면 실습, 필기면 필기, 그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완벽한 천재였다.
그러나 그는 늘 결핍에 시달렸었다.
'난 이 정도 평가를 받을 만한 인물이 아닌데.'
고작 이 정도의 재능이 '천재'라고 불려선 안 된다.
김지혁이 생각하기에 '천재'란 재앙이자 남들에게 절망을 주는 존재여야만 했다.
'난 절대로 저렇게 될 수 없을 거야'라는 생각이 들게 하며 남의 꿈을 뿌리부터 짓밟는 힘.
동경하지 못하게 만들며 그저 섬기게 만드는 파괴적인 순수함.
그게 김지혁이 생각하는 천재였고, 그는 스스로가 거기에 절대로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남들이 들으면 배부른 소리다 뭐다 하겠지만 그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반드시 나타난다.'
인성 교육 때부터 이름을 알린 김민수에게 잠깐 기대를 품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김민수가 성장하면서 강해진다는 걸 알게 됐을 무렵 그는 시선을 돌렸다.
'분명 존재한다.'
났을 때부터 존재하는 완벽함.
내가 걸어야 할 길을 아주 가깝게 제시해 줄 인물.
그렇게 하염없이 기다리던 그때 나타난 게 백태양이었다.
'찬란한 재능 그리고 남들을 절망 시키는 폭력성.'
비 각성자 시절 백태양과 5급 헌터가 대결 하는 영상을 어렵게 구한 뒤 시청을 했을 때.
김지혁은 확신 했다.
백태양이야말로 차세대를 이끌어갈, 동경조차 하지 못하게 할 천재라는 걸 말이다.
때문에 김지혁은 학생 대표 자리를 포기 하고 은밀히 백태양이 되도록 꾸몄다.
빅토리 아카데미의 얼굴은 모두를 이끌어 나갈 영웅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헌터가 되어서 사람들을 지키고 싶다는 꿈을 꾼다는 건 미친 짓이야.'
사지에 몸을 던지는 직업을 스스로 희망한다는 게 얼마나 무모한가.
그저 멋진 장면만을 보고 동경해서 자살하길 결심하는 꼴이었다.
그래선 안 됐다.
사람들이 모두 관심을 가지는 빅토리 아카데미의 얼굴이.
'헌터의 꿈을 짓밟을 정도로 강하다면.'
각성했다고 다 헌터가 되겠다는 생각하지는 않겠지.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쾅!
"아! 백태양 선수! 한 마리의 거대한 황소를 보는 것 같습니다! 묵직하고! 거셉니다!"
김민수가 처음에 루베니아 아카데미 측에 등장했을 때.
김지혁은 본능적으로 교관들이 있는 쪽을 쳐다 봤다.
수 년간 진행 능력으로 다져진 MC의 본능 같은 것이었다.
지혁아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
김석구 교관의 애처러운 소리 없는 내뱉음을.
김지혁은 정확하게 읽었다.
그는 재빠르게 용사라고 불리기에 적합한 지를 증명하기 위해, 이 무대에 올라왔냐고 김민수에게 물어 봤고.
김민수는 바로 그거라며 좋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성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좋다며 박수를 쳤으며, 김지혁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바로 결투를 진행 시켰다.
자칫하면 분위기가 얼어붙을 수도 있었으나 간신히 모면한 것이다.
성녀가 왜 좋다고 한 지는 모르겠으나 좋은 게 좋은걸 아니겠는가.
그 후로는 아주 깔끔한 진행이 이어졌다.
"아! 김민수 생도! 바닥을 구릅니다! 교류회가 끝나도 따로 청소할 필요가 없겠군요!"
대결은 아주 일방적으로 진행 됐다.
'진짜 싸우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 같네.'
백태양은 정말로 철저하게 김민수를 압박해나갔다.
김민수의 앞발이 과도하게 앞으로 튀어나오면 바로 무릎을 찍어 버렸고, 코어가 흔들리면 바로 발목을 걷어차서 넘어트렸다.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바로 주먹으로 바닥을 내려찍으며 민수의 얼굴을 노렸는데.
김민수는 그걸 피하고자 바닥을 구를 수밖에 없었다.
"용사의 면모를 보여 줘야 합니다! 갑자기 난입한 만큼 행동으로 증명을 해야 해요! 김민수 생도!"
허리 힘을 이용해 용수철처럼 튕기듯이 몸을 일으킨 김민수가 자세를 다잡는다.
대결이 시작된 지 2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김민수의 얼굴만 봤을 땐 사흘 밤낮으로 싸운 듯 보였다.
반면 백태양은 방금 산책이라도 나온 사람처럼 상쾌하고 해맑았다.
'역시 빅토리의 얼굴은 백태양 뿐이다.'
사람을 패는데 저렇게 해맑게 웃으면서 카메라를 의식하는 놈은 저놈 뿐일 거야.
'잠깐만 카메라?'
개최식도 끝났는데 카메라가 왜 있...
김지혁은 급하게 카메라가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은밀하게 켜져 있는 카메라 한 대는 정말 의외의 장소에 위치해 있었다.
'성녀님이 카메라를?'
교황이 뭐라고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카메라를 들고 교류회를 찍고 있는 성녀.
성녀님이 하시는 거니까 다 뜻이 있겠지 싶으면서도 이걸 왜 찍지? 라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능력을 쓰는 것도 아니고 그저 순수하게 육체로만 겨루는 거라서 참고할 것도 없을 터.
"오 드디어 반격인가요! 김민수 생도가 백태양 생도의 얼굴에 시원하게 정타를....어...?"
일명 슥 빡.
최근 유행하는 격투기 신조어로 상대방의 공격을 '슥'하고 피한 뒤 '빡'하고 정타를 먹인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이걸 근데 각성자들이 싸우는 매치에서 볼 줄이야.'
상대방의 움직임을 예측해야 나올 수 있는 카운터 펀치.
아무리 신체가 단련된 각성자라고 해도 견디기 힘들 정도의 위력이다.
"끄...읍...끄으흐윽...! 아직이야...!"
그러나 김민수는 포기하지 않았다.
비록 복도에서 난동을 피우고 합동 교육 날 결석해서 루베니아 측 선수로 무단 침입했다고 하여도.
김민수는 불굴의 용사였기에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다.
"힘내라! 힘내라! 용사님~!"
처절하게 지고 있는 김민수와 달리.
성녀는 신나게 카메라를 흔들며 응원을 이어 나갔다.
'이게 뭔...'
그래도 분위기는 좋으니까 된 건가?
김지혁은 태클을 걸 부분이 너무 많아서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사람들도 다 즐겁게 경기를 보고 있으니 그걸로 된 거 아닐까.
그렇게 결론을 내린 뒤 그는 다시 마이크를 잡고 해설을 이어 나가려 하는 그 순간.
"어?"
김민수의 발밑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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