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니여친쩔더라-151화 (151/325)

〈 151화 〉 당신과 함께 용사님을 재미있게 해드리고 싶어요.

* * *

왜 날 이렇게 무섭게 쳐다보지?

안뚱땡은 내가 무슨 그렇게 큰 죄를 지은 적이 있나 고민했다.

날이 선 눈동자와 부들부들 거리며 떨리는 주먹.

김민수는 누가 봐도 사람을 패기 일보 직전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메시지를 보고 나서 그런 것 같은데...'

백태양이 무슨 이상한 메시지를 보내서 화가 난 게 맞는 것 같긴 한데.

그 분노가 왜 나한테 향할 것 같은 지, 안뚱땡은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상황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김민수 눈치만 보고 있을 무렵.

김민수는 어금니가 아득바득 갈리는 소리를 내며 입을 열었다.

"당신이 최측근이라고 했지?"

"그래 그랬지."

"그럼 이 사진은 어떻게 해명할 거야? 내가 이런 수모를 당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불굴의 용사인 내가? 말해 보라고! 글라디르 대회 3위에 빛나는 내가 이런 능욕을 당하는 게 맞냐고 이 개자식아!"

김민수는 핸드폰을 내밀며 버럭 화를 냈고 안뚱땡은 다른 곳에 초점이 잘못 조준 되었다.

글라디르에서 3위라고 한 민수의 발언이 안뚱땡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3위? 3위라고 하기엔 모호하지 않나.

'3,4위 결정전도 안 했는데 왜 멋대로 3위야.'

물론 주인공이기 때문에 막스 베라미치는 몰라도 이지준은 이기긴 할 터.

아무리 그래도 승부를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그러는 건 좀...

'추하지 않...아니야...민수는 주인공이니까 그럴 수 있지.'

하마터면 불경한 생각할 뻔했다.

민수가 3위라고 하는 게 3위가 맞지.

그리고 애초에 주요 화제는 3위냐 4위냐가 아니라 김민수가 내민 핸드폰 속에 있었다.

"여자 엉덩이가 두 개...발신자 백태양... 설마...!"

"그래! 유민이랑 혜미 누나 일 게 분명한데! 난! 아무도 옆에 없다고! 이렇게 될 때 동안 순애일지작가님이랑 내가 얼마나 많은 고민 상담을 했는데!"

벌써 3P를 하다니.

안뚱땡은 솔직히 감탄했다.

자기 소설 속 계획으로는 적어도 500화 정도쯤에 나갈 진도를 벌써 빼다니.

'아니야 내가 왜 감탄을 하는 거야.'

김민수의 주인공 지분이 뺏긴 영향이 나한테까지 오는 건가?

주인공을 무조건적으로 빨아줘야 한다는 클리셰가 지금 나한테 적용 되는 중이라면.

'위험하다.'

40%만 뺏겨도 이 정도인데 절반을 넘겼을 땐 얼마나 큰 파장이 생길 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잠깐만! 일단 주먹은 풀고 이야기하자 조금 무서우니까, 그리고 집 안에서 대화하게 해 줘! 서 있는 건 다리가 아프단 말이야!"

그렇기에 지금 더더욱 이 만남을 의미 없게 만들 수는 없었다.

일단 집 안에 들어가서 진득하고 깊은 대화를 나눠야 했다.

"아니 왜 오셨는 지부터 말을 하셔야죠, 설마 그때처럼 뭐 연애를 도와주겠다 이러려고 오신 건 아니죠? 지금 하던 연애 상담도 중지 되고 여자도 다 뺏기는 판에 이제 더 이상... 아니 애초에 도움 자체가 다 의미 없는 거 아니었나? 이런 생각이 든단 말이예요!"

맙소사.

'벌써 그 단계까지 갔다고?'

안 되는데.

안뚱땡은 답변을 바로바로 달지 않은 스스로가 매우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매일매일 문답을 주고받으면서 민수에게 영양제를 줘야 하는데, 며칠 멈췄다고 바로 이렇게 망가지다니.

망할 놈의 원작자 때문에 이게 무슨 고생이란 말인가.

죽을 거면 확실하게 죽을 것이지.

'여러모로 민폐잖아.'

우선 민수부터 진정시켜야겠다.

"진정해, 진정하고 일단 내 말을 들어봐. 여태 만났던 모든 여자를 게이트에서 한 번이라도 멋진 모습을 보여 준 적 있어?"

"...없는데요?"

"순애일지작가님은 이번 합동 교육 때가 바로 그 순간이라고 하셨어. 뭐라고 할까나...성녀를 제대로 사로잡는 용사의 순간이라고 하면 적당하겠군."

"성녀요?"

"그래 그리고 ... 부잣집 아가씨까지 말이야."

"...들어볼게요."

안뚱땡의 말에 민수는 바로 설득 됐다.

합동 교육을 위해 수련을 한다고 해도어떻게 해야 감도 안 잡히던 찰나.

아주 단비 같은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그럼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해도 될까? 아까도 말했지만 다리가 아파서 말이야."

"네네, 그렇게 하세요."

활활 타오르던 분노는 순식간에 녹아내리고 그 안은 다시 순애일지작가를 위한 신뢰로 채워졌다.

안뚱땡은 민수의 단순함을 좋게 봐야 할 지 안 좋게 봐야 할 지 감을 잡지 못했다.

'지금은 하나만 생각하자.'

더 이상 주인공 지분을 뺏기지 않고 남은 히로인들을 모두 민수에게 몰아주는 것.

오직 지금은 그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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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릅...하아...흐으..."

"...쪽...츄릅...쯥....으으응..."

"도시락 둘 다 진짜 맛있게 만들어줬네, 고마워."

성공적으로 3P를 끝낸 뒤.

난 느긋하게 청소 펠라를 받으며 유민이와 수진이가 준비해준 도시락을 씹었다.

'역시 도시락은 비엔나 소시지가 왕도지.'

유민이는 여러 재료가 들어간 주먹밥을 준비해왔고, 수진이는 밥과 여러 반찬을 준비 했다.

그야말로 둘 다 도시락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었기에, 난 모조리 입에 털어 넣었다.

참치마요 주먹밥 한 입 먹고 비엔나 먹고.

계란 말이 먹고 명란젓갈 주먹밥 먹고.

'이게 진짜 아카데미물 감성 아닐까.'

늘 이랬으면 좋겠다.

복잡한 건 아무것도 신경 쓸 필요 없이 펠라 받으면서 밥을 먹는 삶.

그냥 시간이 지나면 적당히 성녀와 멜라니와 이어지는.

그런 꿈만 같은 시간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띵동.

­아아 점심시간이 끝나고 있으니 오후 훈련을 받아야 하는 생도들은 모두 대운동장으로 모여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립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있으니……

'그래 이게 맞지.'

배가 불러서 진짜 머리까지 행복 회로로 가득 찼던 건지 참.

현실을 깨닫게 해주는 안내 방송이 끝나자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가 볼게."

"벌써 가게?"

"아직 몇 분 더 남았잖아."

나도 마음 같아서는 더 뒹굴고 싶었다.

계속 그냥 질펀하게 몸이나 섞고 허벅지 사이에 좆이나 끼우며 말이다.

"학생 대표라서 그래, 어쩔 수가 없어 미안."

난 마지막으로 유민이와 수진이에게 진득하게 키스한 번씩 한 후.

먼저 교실에서 나왔다.

'근데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알 수가 없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나 혼자서 뭘 할 수가 없다는 거였다.

김민수가 결석하고 성녀는 뭐 하는 사람인지 파악도 안 되고.

"어머 태양 씨, 식당에서 식사 안 하셨나 봐요?"

호랑이도 제 말하면 나온다고 했던가.

복도를 걷던 차에 성녀가 눈앞에 떡 하니 등장했다.

'키가 확실히 크네.'

175정도 되어 보이는 키에 백발.

신성력이 엄청나다는 걸 알려주는 주머니와 터질 것 같은 골반까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서구적인 체형의 정점에 오른 몸이었다.

얼굴은 면사포를 쓰고 있어서 알 수 없었지만 '무조건' 예쁠 수밖에 없는 구조일 터.

"네, 같이 먹기로 한 친구들이 있어서요. 조용하게 먹고 싶어서 반에서 먹었습니다."

"언제 저랑도 식사 한 번 같이 하셔야죠, 페르쿠스...가 아니라 교황님이랑 용사님이랑 같이요."

"저야 그렇게 해주신다면 영광이죠."

먼저 이렇게 김민수를 언급한다고?

이런 히로인은 예전에는 없었는데.

'진짜 김민수를 좋아하나?'

웬만한 여자는 몇 번 말 섞어보면 파악이 되기 마련이다.

근데 성녀는 도통 뭐 하는 사람인지 알아낼 수가 없었다.

저벅저벅.

성녀와 복도를 나란히 걷는 지금.

어떻게든 성녀를 떠봐야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혹시 실례 되는 질문이지만... 성녀님은 김민수를 좋아하십니까?"

"네에?"

탁.

그녀의 발걸음이 멈추고 시선은 곧바로 나를 향한다.

'너무 막 던졌나?'

그래도 한 나라의 대표격 인물한테 그런 걸 좋아하냐고 물어보는 건 너무 예의가 없었던 건가.

"아뇨 저는 그...게 그러니까 아이돌같은 느낌을 말한 겁니다. 뭐 영화배우를 좋아하냐는 그런 감정선과 비슷한... 오해가 있을 만한 발언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일단 말을 바꾸고 사과부터 하자.

급발진은 사람 사이를 멀게 하는지름길인데.

김민수랑 너무 자주 만나다 보니까 옮은 게 분명했다.

"아니예요 괜찮아요. 궁금하실수도 있죠. 밤에 같이 산책하시는 것도 봤고... 제가 은연중에 용사님 언급을 굉장히 많이 하긴 하니까요."

웃고 있는 건가?

'진짜 종잡을 수가 없네.'

아무튼 분위기는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자칫하면 무례하다면서 질타를 받아도 할 말이 없었으니까.

"다 말하면 재미없으니까 음... 그냥 몇 가지만 말해볼까요?"

"네?"

또각또각.

성녀가 걸을 때마다 신고 있는 구두가 소리를 내며 복도를 울린다.

난 그런 성녀를 따라 걸으며 수많은 생각이 떠오르는 걸 간신히 억눌렀다.

"용사님이... 뭐 나름의 매력이 있겠지만 진짜 매력은 그 수많은 호기심에서 나온다는 거 아시나요?"

"호기심이요?"

"네 저는 그 호기심 덕분에 태양 씨를 더 잘 알 수 있게 됐고... 얼마나 대단한 분이신지도 간접적으로 체험 했답니다."

"그게 무슨..."

성녀는 내 말에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고 그저 작게 웃을 뿐이었다.

무슨 말인지 감도 못 잡고 아리송해하고 있을 때.

성녀가 내 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저는 당신과 함께 용사님을 재미있게 해드리고 싶어요. 이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대답이랍니다."

그럼 이만.

그녀는 딱 거기까지만 말을 내뱉고 내 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랑 같이 김민수를 재미있게 해주고 싶다고?'

수수께끼를 던지고 그녀는 그렇게 여전히 알 수 없는 존재로 내 머릿속에 각인 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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