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8화 〉 하렘이 이렇게 쉬운 거였다니
* * *
합동 교육이 시작되고 난 후 점심.
아직까진 서로 서먹해서 그런지 성국과 교류를 하며 밥을 먹는 생도는 보이지 않았다.
'학년 대표들 얼굴도 한 번씩 보고 싶은데.'
특히 4학년 대표 얼굴은 꼭 한 번 보고 싶었다.
따지고 보면 그놈 때문에 학생 대표라는 귀찮은 타이틀을 단 거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성녀에게 접근하기 쉽다는 이점이 있다는 것 빼고는 모조리 단점 뿐인 타이틀.
그게 바로 학생 대표였다.
'오전 내내 잔 심부름부터... 쓸데없는 교류회 참여하기... 의견 조율하기까지... 사람이 무슨 하...'
일하는 기계도 아니고.
근데 또 웃긴 게 성녀는 너무 당연한 일을 하고 있다는 듯 아주 여유롭게 일을 처리 했다.
여러 사람에 둘러싸여 그들의 목소리 하나하나를 귀 기울이고 의견도 조율하는 그 자리를.
성녀는 정말 완벽하게 처리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녀의 곁에서 맞장구를 치며 박수 몇 번 치는 게 전부였다.
'사소한 기 싸움이 너무 많아.'
식재료 원산지가 어디인지부터 시작해서 숙소 위치와 성녀가 위험에 빠졌을 경우 즉시 투입이 가능한 인원 등등.
쓸데없다고 생각이 들진 않았지만 너무 디테일한 부분까지 따지고 드니까 정말 피곤 했다.
'그런 건 원래 미리 사전 조율하지 않나?'
합동 교육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미리미리 다 조정을 하는 게 정상 아닌가.
아니면 그걸 하고도 불만족스러워서 대면으로 직접 화제를 끌고 나온 건가?
그런 자세한 것들까지는 알 겨를이 없었으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두 번은 못 해 먹겠네 이거.'
학년 대표들이 거절한 이유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처음엔 뭐 자기가 할 자리가 아니니 부담스럽다느니 했지만 결국은 짬 때린 거였다.
자기들이 할 일을 후배한테 뒤집어씌우기나 하는 게 선배라는 작자들이라니.
'나도 나중에 2학년 되면 반드시 해야지.'
소소한 목표 하나를 세운 뒤 난 천천히 1A반으로 걸어갔다.
합동 교육 시간엔 따로 반에서 뭘 하는 게 없으므로 교실은 텅텅 비어 있었다.
그리고 난 그 교실에 두 명을 초대했다.
'수진이와 유민이.'
언제까지 히로인들을 따로따로 만날 수는 없었다.
퀘스트 때문에 시작한 관계였지만 그래도 나 좋자고 한 부분도 확실하게 존재했다.
타의적으로 시작 했지만, 그래도 내 의지대로 그녀들과 함께 걷고 싶었다.
근데 그렇게 되려면 그녀들 사이가 좋지는 못할망정 서로의 존재는 '인정'해야만 했다.
드르륵 탁.
닫혀 있는 교실의 문을 열자마자 목소리가 연이어 들린다.
"태양아 왔어? 유민이 뽀뽀!"
"태양아 밥 아직 안 먹었지? 내가 도시락 싸놨어 그리고 생크림도..."
오늘 난 하렘을 건설한다.
+++++++++++++++++++++++
빅토리 아카데미 이사장의 바로 옆 방.
귀빈실이라고 불리는 이곳에 성녀와 페르쿠스는 느긋하게 점심를 즐기고 있었다.
성녀는 밥을 먹으면서 계속 핸드폰을 확인하며 미간을 찌푸렸는데.
페르쿠스는 정말 물어보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흠..."
"성녀님 표정이 왜 그리 안 좋으십니까?"
"커다란 사건을 겪고 나서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그건 좋은 징조일까요? 나쁜 징조일까요?"
"뭐...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좋지 않겠습니까? 적어도 그 사건을 겪은 개인에게는 말이죠."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성녀의 물음에 페르쿠스는 '진지한 답변을 원하시는 구나 싶어' 고민을 조금 한 뒤 입을 열었다.
"흔히 소설에서 나오는 배신 당해서 회귀 후 각성... 이런 것도 다 광범위하게 보면 긍정적인 변화니까요. 개인의 향상심이라거나... 자신을 발전해서 뭔가를 이룰 생각하는 거죠... 부정적으로 변한다면 결과가 암울하겠지만... 전 어쨌든 변화는 좋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근데 갑자기 이건 왜 물어보시는 거지?
'설마 뭔가 변화 하시려는 건가?'
그동안 사적으로도 게을렀던 모습을 모두 벗어던지시고, 성녀의 마음가짐을 늘상 유지하시기 위해서 마음을 다잡으신 건가!
솔직히 여태까지가 말이 안 되는 거였다.
세상에 그 어떤 성녀가 휴일에 14시간 동안 게임을 하고 인터넷 악성 댓글 유저 신고를 12번 씩이나 먹는단 말인가.
그것 때문에 원치 않은 망할 놈의 포털 사이트 사장이랑 밥까지 먹었다.
'그 개자식 진짜...'
성녀 계정 정지 하나 막는 게 뭐 그렇게 유세라고 염병을 떨며 친목을 다지려는 지.
자연스럽게 골프 약속까지 잡으려고 하길래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거 하나 해줬다고 그냥 아예 골수까지 빨아먹으려는 그 검은 속내.
'그럼 이제 그런 경험을 또다시 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
페르쿠스가 그렇게 기대감을 잔뜩 안고 행복 회로가 탈 때까지 돌리고 있을 때.
성녀가 입을 열었다.
"제가 최근에 기운이 없던 이유가 궁금하셨었죠? 그리고 오늘도... 표정 관리가 안 됐잖아요."
"네... 그랬죠."
면사포를 쓰고 계셔서 원래 표정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찍어 맞춘 겁니다.
때로는 모든 걸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 게 도움이 되는 법이지.
페르쿠스는 고개를 묵묵하게 끄덕이며 성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제가 약간 인터넷 담당 일진 같은걸 하는데... 제가 관리하는 대상이 요즘 모습을 통 안 보여요... 두 명이 있었는데 이 둘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아야 제가 완벽하게 댓글을 달 수가 있는데... 한 명이 아예 글도 안 올려서요... 혹시 자기 처지를 깨닫고 긍정적으로 변하면 어쩌나 고민이 많아요. 어떻게 생각해요?"
"...전 아무것도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너무해요."
성녀는 침울한 듯 고개를 푹 숙였지만 페르쿠스는 한숨을 길게 내뱉으며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녀가 빨리 애인이라도 생긴다면 이런 시간이 줄어서 스트레스라도 덜 받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 탈모 원인에 가장 큰 요인은 성녀가 분명했다.
그렇게 나름 기분 좋은 식사 분위기를 이어 나가는 반면.
성녀가 말을 했던 '아예 글을 올리지 않는' 사람에 해당 되는 안뚱땡은 현재.
"아니 왜...? 왜지?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굉장히 큰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다.
김민수한테 신경을 쓰지 못할 정도로.
앞으로 생각해 놨던 알콩달콩 꽁냥꽁냥 성녀와의 전개도 다 까먹을 만큼.
그는 지금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죽었던 사람이 부활하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어째서.
'처음부터 그럼 죽지 않았다는 건가? 그게 말이 돼?'
백태양이 김민수의 입지를 뺏어가는 만큼 일어나는 변화가 원작자를 살린 건가?
머릿속에 있는 수많은 가설이 떠올랐으나 이렇다 할 만한 건 떠오르지 않았다.
확실한 건 이대로 간다면 모든 내용이 다 엉킬 가능성이 있었다.
이 소설의 엔딩은 무조건 '민수하렘'뿐인 만큼 방심은 절대 금물인 법.
"다시 민수를 만나러 가야겠군."
첫 번째 만남이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제는 정말 만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더 주인공 지분이나 히로인을 뺏기게 된다? 상상하기도 싫었다.
"내가 간다 민수야."
그를 구원하러 순애일지작가가 나서는 수밖에.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밖을 나섰다.
일주일 만의 첫 외출이었다.
+++++++++++++++++++++++++++++++++++
"앙...아앙..."
"태양...흣...아...나도...나도 빨리 주면 안 돼?"
하렘이 이렇게 쉬운 거였다니.
난 왜 이리도 쉬운 걸 족쇄처럼 생각하고 무겁게 접근하려고 했을까.
수많은 대화와 서로 이해하려고 만들게 하는 노력?
그런 건 애초에 중요하지 않은 거였다.
여기가 안뚱땡이 관여한 세계관이라는 걸 까먹고, 모든 걸 너무 '현실'적으로 접근하려는 게 문제였다.
소설 속에 캐릭터한테 빙의해서 NTL 퀘스트를 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인 게 아닌데.
여자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이상하게 눈치를 보고 신경을 너무 과하게 쓰느라 하렘이 늦어진 거였다.
'그냥 박으면 됐던 건데.'
유민이는 소유욕이 강하고 수진이는 집착이 심하니까 잘 조율해서 서로 뭐 어쩌구 한다느니 뭐니.
다 의미 없는 뻘짓거리이자 시간 낭비였다.
"앙...하앙...나...안...안에...싸줘엇...흐읏...응...!"
책상에 손을 집고 엉덩이를 쭉 뒤로 뺀 유민이는 나한테 개처럼 따먹히고 있었다.
밥을 먹여주려고 했던 손길은 다 어디 가고 책상을 긁듯이 바득바득 잡으며 몸을 지탱한다.
두 다리를 빳빳하게 세우다가도 자지가 씹구멍에 박힐 때마다 조금씩 무릎이 접혀간다.
씹보지가 좆대를 우물우물 삼켜가며 식사 대신이라는 것처럼 좆물을 뽑아내려고 열심히 움직인다.
"태양아... 여기도 응? 빨리... 빨리 끝내구우..."
"잠시만, 누나. 나 지금 하고 있으니까 참아."
"으...으응...흣...후으으...읏..."
수진이는 나와 유민이가 섹스하는 모습을 보며 손을 놀렸다.
팬티는 다리 사이에 걸쳐져 있었으며 책상 위에 올라가 열심히 보지에 손가락을 쑤셔 넣는다.
중간에 내가 그걸 내 자지라고 생각하라고 말을 한 뒤 손놀림이 더욱더 거세졌었다.
"태양...흑...아하...나...나...싸..흣...먼저...갓...우두...."
"싸도 돼."
짝!
유민이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내려찍으며 그녀가 바닥에 씹물을 질질 흘리는 걸 두 눈에 담았다.
'앞으로 히로인을 더 늘려도 되겠네.'
조금 전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진하게 웃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