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니여친쩔더라-144화 (144/325)

〈 144화 〉 이건 위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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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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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퀘스트] '나 어쩌면 주인공의 경험치 이벤트였을 수도?!'가 시작됩니다.

본래 김민수는 의 주인공으로 그 어떤 장애물도 없이 승승장구 해야 하는 인물입니다.

제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있더라도 마지막엔 결국 통쾌하게 이기며, 고난과 역경을 모두 이겨 내는 용사!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만 있어도 알 수 없는 매력으로 여자들이 알아서 꼬이는 신기한 매력!

모든 부와 명예 그리고 여자를 쟁취하고 용사의 입지를 굳건하게 다질 운명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소설에 개입됨으로 많은 게 바뀐 지금!

여태 김민수에게 흘러 들어가야 했으나 지급 되지 못했던 보상과 힘들이 몰아쳐오기 시작합니다!

당신을 밟고 주인공의 입지를 다시 한번 더 제대로 다지려는 속셈을 완벽하게 격파하세요!

추신) 현재 장비의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곧 지원이 도착할 예정입니다.

또한 퀘스트가 클리어 되기 전까진 그 누구도 개입할 수 없습니다!

시원하게 김민수를 쳐부수세요!

퀘스트 하는 동안 당신과 김민수는 절대로 사망하지 않습니다.

클리어 조건 :: 승리 (0/1)

기한 :: 지금 당장

보상 :: [핥아보는 눈동자] 페널티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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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네.'

긴급 퀘스트를 받은 게 언제가 마지막이었더라.

꽤 오래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예전에는 자주 나타났던 거에 비해 보상이 형편없었으나 오늘은 달랐다.

[핥아보는 눈동자] 페널티 삭제라는 어마어마한 보상까지 물고 올 줄이야.

남의 정보를 알 수 있는 사기적인 능력을 갖춘 만큼 페널티가 만만치 않긴 했다.

'원래도 이길 생각이었지만 조금 더 진지하게 되네.'

사람을 끈적하게 쳐다보는 게 사라진다면 항상 [핥아보는 눈동자]를 발동해도 문제가 없을 터.

"백태양, 나한테 집중 안 하면 금방 쓰러질 거다!"

"뭐라는 거야 진짜."

너 나한테 이긴 적 단 한 번도 없잖아.

그 말을 내뱉으며 몸을 살짝 옆으로 틀어 놈이 휘두르는 붓검을 피했다.

"민수야 너무 살벌한 거 아냐? 나 죽이려고?"

"죽기 직전까지만 요리해줄 거야, 어차피 성녀님이 널 회복시켜 주면 그만이니까!"

이거 완전 사이코패스 아냐.

너무 당당한 대답에 헛웃음이 절로 튀어나왔다.

확실히 글라디르 때보다 성장을 많이 하긴 한 건지 예전보다 검격이 많이 날카로웠다.

마지막 기억에선 붓검을 붕붕 휘두르면서 그냥 '용! 호랑이!' 같은 소리나 했는데.

'확실히 근데 무기가 없으니까 힘들긴 하네.'

아무리 신체가 강화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살가죽에 불과했다.

차라리 김민수가 빈틈이라도 보이면 좋을 텐데, 나한테 맞은 기억이 수도 없이 많아서 그런지 움직임이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내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면 바로 두 발자국 뒤로 물러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후후... 백태양 내가 알기론 넌 최근에 훈련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걸로 알고 있다, 만약에 했다고 하더라도 나만큼은 아니었겠지. 난 널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널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연구했다. 글라디르 영상도 찾아보고... 과거 자료들도 다 찾아봤어!"

내가 무조건 이겨!

김민수가 달려들어 붓검을 찔러 넣으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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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이 도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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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곤봉이 내 손에 쏙 날아왔다.

'타이밍 좋고.'

깡!

방망이로 야구공을 시원하게 쳤을 때 나는 소리가 연구실 복도에 울려펴진다.

"민수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네가 날 어떻게 이겨."

한 번도 그래본 적 없잖아.

탐욕의 곤봉이 내 손에 들어오자마자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무기가 없을 때도 제대로 된 우위를 점하지 못한 놈이 내가 무기를 쥔 상태에서 이긴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마족화 발동! 탐관오리의 악마가 현세에 강립합니다!]

언제까지 찔끔찔끔 민수를 상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바로 마족화를 발동 시켰다.

몸에 걸쳐지는 금은보화.

뿔과 금맥처럼 흐르는 금빛 피와 검은색 살가죽.

마지막으로 곡괭이로 변하는 무기까지.

'멘트가 조금 바뀐 것 같은데?'

사소한 건 나중에 알아보도록 하고 난 곧바로 놈에게 달려들었다.

화려한 기교도, 번쩍이는 스킬도 없다.

오로지 곡괭이를 휘두르고 패고를 반복할 뿐.

대신 김민수가 크게 다치면 소설 전개가 되지 않을 수 있으니 곡괭이 날은 사용하지 않았다.

"꾸에..익...흐윽...후...확실히 만만치 않구나...!"

입만 살았다는 말은 온 세상 그 누가 와도 김민수보다 어울리는 사람이 없을 거다.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고 있는 와중에도 '하지만 아직 난 모든 걸 꺼내지 않았다'라거나.

'생각보다는 약하구나!'같은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김민수가 유일할 테니까 말이다.

"민수야 뭐 숨겨둔 거 없으면 이만 끝내자."

"아직...난 더 할 수 있어!"

퀘스트 조건으로 놈이 사망하지 않는다고도 했으니 더 이상 손속에 여유를 둘 필요가 없었다.

필살기를 마지막까지 아껴뒀다가 쓰는 건 주인공들이나 하는 짓이기도 했고.

"내가 지루해서 그래."

민수의 멘탈을 부수는 건 재미있었지만 패는 건 그렇게 막 즐겁지가 않았다.

결과가 그냥 눈에 보이는데 돼지 멱 따는 소리를 들어서 뭐 하겠는가.

"무시하지 마! 일격검!!!"

발끈하는 민수는 발도하는 자세를 취하더니 순식간에 검을 휘둘렀다.

검이 반발력에 의해 크게 반원을 그리며 커다란 참격으로 날 가르려 한다.

'이건 위험해.'

거리가 조금 있었다면 모를까 지금 김민수가 휘두르는 큰 동작은 나에게 매우 치명적이었다.

정확히 허리를 향해 날아오는 참격을 피하고자 몸을 뒤로 굴렀다.

그 후 공간이 확보 되자마자 바로 곡괭이를 휘둘러 공격을 상쇄 시켰다.

일촉측발의 상황.

한 시라도 방심할 수 없었다.

'하마터면 김민수 콧물에 맞을 뻔했어.'

눈물 콧물 질질 짜는 와중에 그렇게 큰 동작을 할 줄이야.

덕분에 쭉 늘어진 콧물이 얼굴에 닿을 뻔 했다.

지금 놈이 가장 무서운 이유는 뭐 훈련을 많이 했다거나 하는 게 아니었다.

바로 큰 동작을 할 때마다 눈물, 콧물, 침이 날라왔기 때문이다.

'적어도 세수는 하고 오라고 하고 싶은데.'

분명 듣자마자 또 발끈해서 달려오겠지.

"이제 진짜 끝내자."

우선은 가볍게 놈의 복부를 걷어찬 뒤 곡괭이를 날렸다.

복부를 찰 때 몸을 살짝 뒤로 빼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침이 옷에 튀는 걸 방지했다.

이어서 민수는 급하게 곡괭이를 막느라 내가 접근하는 걸 눈치채지 못 했고.

"꾸에에에에엑!"

늘 익숙한 마무리와 함께 저 멀리 벽에 처박혔다.

'뭐야 왜 퀘스트 완료가 안 뜨지?'

보통 이 정도면 김민수가 기절하고 상황이 끝나야 하는데?

칼 같이 올라오던 퀘스트 완료 표시가 나타나지 않자 당황하고 있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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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김민수에게 패배가 허락 되면 안 된다고 판단.

작가가 김민수에게 권능을 불어 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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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가 처박힌 곳에서부터 방대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이내 시야를 가득 채웠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나 보던 연출을 실제로 볼 줄이야.

빛이 점차 줄어들며 모두 김민수에게 흡수되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각성의 순간!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

텐션을 끌어올리는 민수와 실제로도 갑자기 치솟는 기세까지!

이게 만약 소설 속 한 장면이었다면 민수는 무사히 각성을 끝냈을 지도 모른다.

'소설이었다면 말이지.'

난 변신하고 있는데 기다려주는 멍청한 악당이 아니었다.

빡!

힘을 갈무리하는 민수의 멱살을 잡고 바로 얼굴을 후린다.

최대한 주먹에 침이 닿지 않도록 광대 근처로 주먹을 뻗는 것도 잊지 않았다.

광대뼈, 갈비뼈, 간, 허파, 명치, 복부를 차례대로 두드려간다.

자세히 보니 패면 팰 수록 민수의 이마에서 하얀색 뿔 하나가 나오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유니콘 같았다.

'동정에다가 처녀만 밝히는 거 보면... 유니콘이 맞긴 하네.'

진짜 유니콘 각성 같은걸 하는 거였을까.

"그...그아...으아...어..."

"아니 나도 퀘스트가 안 끝나서 그래, 어쩔 수가 없어."

미안해 민수야.

그렇게 한참 '어쩔 수 없이' 민수를 주먹으로 다스리길 십 몇 분.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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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퀘스트] '나 어쩌면 주인공의 경험치 이벤트였을 수도?!'­ 클리어!

보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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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가 완료됐다는 메시지를 보자마자 난 민수를 내려놨다.

"그래도 다행이 점심시간 전에 끝났네."

식전 운동으로 역시 민수만한 게 없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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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페르쿠스"

"네 성녀님."

"신의 계시를 받았어요."

"그 어떤...!"

페르쿠스는 정말로 진지한 얼굴로 경건하게 무릎을 꿇었다.

신의 계시라니.

'신의 계시라니!'

합동 교육 때 어떤 커다란 재앙이 있다는 걸 알려주시려는 걸까?

재악 같은걸 미리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말씀해주시려는 건가!

페르쿠스는 기대했다.

성녀의 입에서 나오는 경건한 단어와 계시.

그것만이 페르쿠스가 바라는 소망이었다.

"제가 당신 때문에 인생의 절반을 손해 봤다고 하시네요... 어떻게 보상 하실 거죠?"

"...조금 있으면 점심시간이니 전 먼저 가 보겠습니다."

"페르쿠스!"

성녀의 꼬장에 익숙해진 그는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의 계시로 장난을 하는 성녀라...'

보통 소설이나 만화에선 안 이러던데.

당장 그녀가 보고 있는 애니메이션만 봐도 성녀는 뭔가 되게 거룩하고 고고하고 신성한...

아니다, 말을 말자.

'이런 생각해봤자 내 혈압만 높아지니까.'

페르쿠스는 성녀에게 정중히 인사를 한 뒤 그대로 방을 나갔다.

"아니 진짠데..."

하지만 성녀는 억울했다.

신의 계시는 사실이었기에.

"억울해."

매우 섭섭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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